리스타트 라이프 192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92화
나와 시선이 마주친 만드라고라가 점점 표정을 굳히더니, 사시나무 떨듯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에 달린 푸른 잎사귀와 붉은 열매도 마찬가지로 바들바들 떠는 것으로 보아, 내가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를 정확하게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하기야 아까부터 셀린이 만드라고라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 주면서 만드라고라 자신의 이름도 알려 주었고, 조금 전의 식사를 통해 ‘먹는다’가 무슨
뜻인지를 배웠으니, ‘만드라고라를 먹는다’는 의미가 곧 자신을 잡아먹는다는 뜻임을 파악했겠지.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변하기 이전에도, 자신을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 땅에서 파헤쳐진 뒤로, 내게 계속 히잉……! 하는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던
녀석이다.
그 뒤로는 녀석을 먹는다는 소리를 일절 하지 않고 딱히 적의도 보이지 않아, 지금은 셀린을 대하는 것만큼이나 내게도 스스럼없이 웃는 표정을 보여
주곤 한 만드라고라였지만, 다시금 ‘먹는다.’는 표현을 쓴 내게 신변의 위협을 느꼈는지 몸을 바들바들 떠는 그 모습이 상당히 안쓰러워 보였다.
이 점은 명백한 내 실수라, 굳이 셀린이 눈초리를 주지 않더라도 녀석에게는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드라고라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서로 교감을 나누고, 사람만큼이나 지성도 가진 것을 안 시점에서 ‘먹는다’는 표현을 들리게 말한 것은
문제였으니까 말이다.
두 눈망울에 눈물을 글썽글썽 매달고는 몸을 떠는 만드라고라에게로 다가가,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가볍게 쓰다듬어 주면서
말을 이었다.
“아니야, 안 먹어. 조금 전에는 내가 말실수한 거야.”
“아, 안, 안 먹어? 만드라고라, 안 먹어?”
내가 다가온 시점에서 만드라고라는 마치 곧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두 눈을 꼭 감고 바들바들 떨더니, 내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것과
동시에 안 먹는다는 말을 꺼내자, 나를 조심스럽게 올려다보면서 재차 자신을 먹지 않을 거냐고 물어보았다.
나 참, 이런 모습을 보여 줘 버리면, 이 아이를 대체 누가 단순한 식물이라고 생각할까?
머리에 핀 잎사귀와 열매만 없다면 정말 사람의 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그 모습과 이 아이를 단순한 식물로만 생각해서 ‘먹는다’는 둥 심한
표현을 사용해 공포감을 준 데 작은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며, 나는 만드라고라의 물음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먹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약속?”
으음, 약속이라는 것을 이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 줄까?
나는 잠깐 그것을 고민하다가, 전생에서 흔히 어린아이와의 약속할 때 사용하곤 하는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을 떠올리고, 만드라고라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내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손가락을 맞붙이며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을 해 주었다.
만드라고라는 처음 보는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손가락을 마주 거는 내 모습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이것으로 ‘약속’의 뜻이 대강이나마 전해졌으면 좋겠건만, 단순한 행동 하나로 ‘약속’이라는 좀 복잡한 형태의 그 뜻을 이 아이가 이해할까
고민하던 순간, 만드라고라가 눈물을 잔뜩 매단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
‘이해했으려나?’
아마도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대략적인 의미만 파악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그래도 더는 내가 자신을 잡아먹지 않으리라는 점을 이해해 준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려니, 갑작스럽게 내 손을 꾹꾹 잡아당기는 만드라고라의
손을 느꼈다.
“아넬, 배고파?”
“어? 아니…….”
“배고파? 만드라고라 먹어? 배고파?”
이건 과연 무슨 말을 표현하고 싶은 것일까?
내가 배고파서 만드라고라를 먹고 싶냐고 물어보고 싶은가?
나는 ‘아니 배고프지 않아.’라고 말하려다 멈추고, 만드라고라의 말을 더 들어 보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녀석에게 ‘응, 배고파.’라고 대답해
보았다.
“배고파! 아넬, 배고파!”
만드라고라는 이제야 뭔가를 알겠다는 표정으로 내 손을 놓고는,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을 자신이 입은 로브로 북북 닦아 내곤, 느닷없이 두 눈을 꼭
감더니 뭔가에 골똘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게 무엇을 하는 행동일까? 하고 셀린과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살짝 갸웃했으나 셀린 역시 도통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결국 우리 두 사람은 만드라고라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 아이가 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만드라고라는 두 눈을 꼬옥 감고, 앙증맞은 작은 두 손을 꾹 쥔 상태로 몸을 살짝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공포심에 의한 떨림이 아니라, 몸에 힘을 주어 생기는 떨림 같은 것이었다.
“아! 아넬, 이것 좀 봐 봐!”
무언가를 발견한 듯 셀린이 깜짝 놀라 소리치며, 만드라고라의 머리에 핀 붉은 열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만드라고라의 머리에 핀 잎사귀는 위에서 바라보면 마치 꽃잎을 보는 것처럼 활짝 피어 있었는데, 그 정중앙 세 개의 붉은 열매가 달린 형태였다.
강력한 최면과 환각 효과, 마약 성분이 있어, 열매에서 흐르는 꿀에서 나오는 냄새가 주변 야생 동물이나 몬스터를 현혹해 만드라고라의 포로로
만든다는 그 붉은 열매가 조금씩 색을 변화시켰다.
처음엔 딸기만큼이나 붉은빛을 띠었으나 마치 독소가 빠져나가듯이 색이 점차 연해지면서 주황색으로 바뀌어 가는 열매의 그 모습에, 나와 셀린은 눈을
떼지 못하고 조용히 지켜보았다.
두 개의 열매에서 빨간빛이 사그라질수록, 남은 한 개의 열매는 짙고 탁한 붉은빛을 띠었으며, 완전히 주황빛으로 변해 버린 두 개의 열매는 갑자기
힘없이 투툭! 하고 만드라고라의 잎사귀에서 떨어져 나오더니 바닥을 굴렀다.
“후아……!”
그제야 만드라고라는 집중하던 것을 멈추고, 자신이 만들어 낸 두 개의 열매를 땅바닥에서 조심스럽게 집어 들더니, 그것을 나와 셀린에게 각각 한
개씩 나눠 주었다.
“아넬, 셀린. 먹어! 만드라고라 안 먹어!”
“이걸 먹으라는 것 같은데.”
“응,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렇게 보여.”
만드라고라가 말하려는 뜻을 대강 해석하자면, ‘난 안 먹을 테니, 너넨 이걸 먹어!’라고 하기보다는 ‘이 열매를 먹고, 날 먹지 마!’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와 셀린은 손바닥에 든, 만드라고라가 준 그 주황빛 열매를 쉬이 입에 넣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나와 셀린을 숲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고, 오우거를 비롯한 야생 동물들과 몬스터를 조종했던 최면의 힘이 담긴 것이 바로 이 열매였다.
이것을 우리가 직접 섭취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자연히 먹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안 먹어?”
“……푸흣.”
“……?”
자기 자신의 열매를 ‘먹어 봐!’라고 표현한 만드라고라의 말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와 만드라고라는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며 나와 셀린의
모습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만드라고라의 모습에 가볍게 웃으면서 셀린을 돌아보았다.
일반적이라면 섭취했을 때 무슨 이상을 일으킬지 모르는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이 올바른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수백 년간을 이 숲에서 살아왔을 만드라고라와 우리가 서로 ‘우연히’ 만난 것도 또한 만드라고라가 갑작스럽게 사람의 형태로 변한 것이나
나와 셀린과 교감을 나눈 것들 그리고 돌고 돌아서 만드라고라를 직접 먹지는 않지만, 결국은 녀석의 일부분을 먹은 이 상황 모두가 이전에 프롤륀
신관님이 한번 말씀하셨던 것처럼,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절묘해 상당히 묘한 느낌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머릿속으로는 이 열매를 보며 ‘먹어도 될까?’ 의심하지만, 어쩐지 ‘먹어도 될 것 같은데.’라는 막연한 느낌 같은 것이 들었다.
그래서 셀린을 돌아보았는데, 그것을 셀린에게 말하자, 셀린 역시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 살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이 숲에 찾아오고 나서부터는 모든 게 신기한 일투성이 같아. 마치 내가 드레이크의 힘을 제어하지 못했던 때 아넬을 만나 치료를 받고,
이번에도 똑같이 드레이크로부터 구해졌던 것, 그 모두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야.”
“그건 너무 비약하는 게 아닐까, 셀린?”
하지만 나는 그 뒷말을 잇지 않았다.
딱히 운명이 정해져 있다든지, 신이 정한 운명대로 모든 것이 흘러간다든지 그런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이 세계에서 환생한 이후로 그것과 비슷한
생각은 끊임없이 해 본 적이 있었다.
과연 정말로 ‘우연’의 일치로 내가 이 세계에서 환생했고, 그동안 있었던 몬스터들과의 전투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을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
‘……이거, 너무 진지해졌는걸.’
환생이니, 운명이니, 우연이니. 그런 것을 깊게 따지고 들려고 하면, 밑도 끝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은 그냥 웃고 말았다.
어쨌든 지금은 그냥 감뿐이지만, 만드라고라가 준 이 열매를 먹어도 될 것 같다는 것이 나와 셀린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럼, 같이 먹어 보자.”
셀린은 빙그레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셀린과 동시에 만드라고라가 우리에게 준 그 주황빛 열매를 입으로 털어 넣었다.
열매를 입에 넣고 씹는 순간 느껴진 것은 만드라고라가 우리에게 열매를 자신 있게 내놓았을 정도로 ‘맛있다’는 감각에 엄청난 달콤함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어진 것은, 열매가 입안에서 터짐과 동시에 온몸을 매섭게 몰아치는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었다.
‘뭐, 뭐야 이건?’
나는 몸속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하는 거대한 마나의 기운을 느껴, 깜짝 놀라며 눈을 부릅떴다.
만드라고라가 나와 셀린에게 준 열매에서 설마하니 이만한 양의 마나가 쏟아져 나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해 당황했다.
“윽!”
하지만 당황하는 것도 잠시, 나는 재빨리 몸속에 오러를 끌어올리며 그 거대한 마나를 통제하려고 노력했다.
열매를 통해 내 몸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한 마나가 거침없이 몸을 헤집으며 날뛰기 시작한 탓이다. 그러나 열매에서 쏟아져 나온 마나의 양은 놀랍게도
내 오러의 양으로도 감당되지 않을 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간신히 오러를 이용해 몸속의 마나를 묶는 데 성공했나 싶었지만, 마치 이 정도의 오러 정도로는 자신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처럼, 마나는 다시금 오러의 벽을 무너뜨리며 온몸을 맹렬히 휘젓기 시작했다.
‘무슨 열매 하나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의 양이……!’
아직 중급의 경지에는 도달하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명색이 오러 소드까지 다루는 익스퍼드 하급의 경지다.
그런데 오러 익스퍼드 하급의 오러 양조차도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라고 하나, 가볍게 무시할 정도의 마나 양이라니!
정말 터무니없을 정도로 방대한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