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89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89화
나름대로 만드라고라를 단번에 뽑아 보겠다고, 나는 두더지처럼 흙을 이리저리 파헤치며 만드라고라를 뽑을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했다.
결국 만드라고라의 본체를 묻은 흙을 제외하곤 그 주위를 돌려 깎는 형식으로 거의 다 파헤쳐 놓고, 나는 드디어 만드라고라를 뽑을 준비를 마치고
그 머리통을 꽉 붙잡고 차분히 심호흡을 내뱉었다.
‘부디 아무 일 없이 뽑히기를!’
행여 과도한 힘으로 만드라고라가 박살 나진 않을까 세심하게 오러를 컨트롤하면서, 나는 흙 속에서부터 힘차게 만드라고라를 잡아서 들어 올렸다.
미리 주위에 있던 흙을 전부 파헤쳐 놓은 덕분에 만드라고라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쑤욱! 하고 뽑혔고, 나는 마치 영화 ‘라이언 킹’의 한
장면처럼 녀석을 두 손에 잡은 상태로 하늘을 향해 힘껏 내뻗었다. 이어질 비명에 대한 충격을 최대한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어라?”
하지만 기껏 오러를 끌어올리고 두 눈까지 꽉 감으며 한껏 대비한 것 치고, 몸에 느껴지는 별다른 충격은 없었다.
혹시나 오러를 너무 둘러 녀석의 비명이 내게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저 멀리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셀린의 모습을 보니 셀린도 고개를
살짝 갸웃하는 것이, 내가 만드라고라의 비명을 듣지 못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데 순간 만드라고라를 든 내 손에서 기묘한 감촉이 느껴졌다.
마치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듯한 그 느낌에 ‘어?’ 하고 만드라고라를 든 내 손을 바라보자, 나는 그곳에서 마치 우는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는 덜덜 떠는 한 마리(?)의 만드라고라 모습을 보았다.
붉은 머리의 여자아이
생전 처음으로 보는 만드라고라의 모습은 그야말로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분명히 겉면 자체는 다른 식물들의 뿌리와 전혀 다르지 않았는데도, 마치 거대한 고구마(?)가 연결된 것을 보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통통하면서도 그 모습을 보면 확실히 사람의 모양을 닮았다.
머리로 추정되는 둥글넓적한 그 부분엔 제대로 눈과 코 그리고 입이 나타났다.
물론 사람처럼 눈알이 있거나 이빨과 혀가 있지는 않았다.
단지 그곳엔 눈과 입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검은색 구멍이 나 있을 뿐이었지만, 그런데도 나는 그곳이 만드라고라의 얼굴임을 확실하게 알았다.
왜냐고?
눈으로 추정되는 움푹 파인 검은 구멍을 시무룩하게 아래로 내리깔며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짓는 만드라고라가 내 쪽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몸뚱어리인지 만드라고라의 몸은 겉면이 식물 뿌리처럼 딱딱하면서도 인형처럼 자신의 몸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였다.
손에서 느껴지는 꿈틀거리는 느낌은 만드라고라가 자신의 몸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여 생긴 감촉이었다.
“히익?”
그 괴상한 모습에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손을 놔 버렸다.
만드라고라는 내가 손을 놓자 땅바닥으로 추락하더니, 툭! 하고 흙더미 위에 엎어졌다.
“이, 이게 만드라고라인가……? 만드라고라라는 것은 다 이렇게 꿈틀꿈틀 움직이는 거야?”
흙더미에 처박힌 만드라고라는 다시금 꿈지럭꿈지럭 움직이더니, 양손으로 보이는 두툼한 고구마 형태의 두 손을 움직여 조금씩 흙더미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조금 징그럽고 기괴하긴 했지만 어쩐지 그것을 빤히 바라보려니 녀석을 놓치는 것 같아, 나는 만드라고라의 목덜미로 추정되는 부분을 잡아채어 녀석을 다시 흙더미 위에서 집어 올렸다.
그러자 만드라고라는 나와 다시 시선이 마주치더니, 검은색 구멍이 뚫린 그 공허한 두 눈을 추욱 아래로 내리깔면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왜 그런 표정을 짓는데?”
“…….”
그러나 내 물음에 만드라고라는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입은 뚫렸지만, 사람의 말은 못 할까?
아니 애당초 만드라고라는 식물이었으니 사람의 말 자체를 못 알아들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었다.
‘비명은 안 지르나?’
너무 단숨에 뽑아 미처 비명을 지를 새도 없던 것일 수도 있었고, 아니면 만드라고라를 뽑으면 비명을 지르는 것 자체가 거짓일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내 손아귀에 붙잡혀 채집 당한 만드라고라는 비명을 지를 생각이 없어 보여, 나는 끌어올렸던 오러를 조심스럽게 해제하면서 등을 돌려 셀린에게 손짓했다.
셀린은 내 신호를 보고는 곧장 이리로 달려왔으며, 곧이어 내 손에 붙잡힌 만드라고라의 뿌리 모습을 확인하더니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 소리쳤다.
“이게 그 만드라고라야?”
“응, 뿌리가 사람의 형태를 한 것으로 봐선 맞는 것 같은데…… 식물 뿌리가 이렇게 움직일 수도 있나?”
셀린이 마치 작은 동물을 만지듯 만드라고라의 몸체를 톡톡! 건드리니, 마치 자신의 몸을 건드리지 말라는 듯한 만드라고라의 저항의 움직임이 내 손아귀에서 꿈틀거렸다.
“이 녀석, 가만히 있어.”
나와 표정이 마주친 만드라고라의 얼굴이 다시 시무룩해졌다.
말은 통하지 않는 듯하지만, 아마도 자신을 캐낸 내게 공포감을 느끼는 것일까?
녀석의 머리 위에 매달린 줄기와 열매가 바르르! 떨리는 것을 보자니 기분이 상당히 미묘해졌다.
셀린은 나를 보고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만드라고라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살짝 놀라며 말을 이었다.
“이 아이, 우리 말을 알아들을까?”
“아니, 아마도 아닐 거로 생각해. 단지 우리가 자신을 해칠까 봐 무서워하는 것이겠지.”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 신기하네…… 그래서, 이거 어떻게 할 거야?”
“그, 글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만드라고라의 생긴 모습이 예상외라, 나와 셀린은 서로를 어색하게 바라보았다.
만드라고라를 채취하기 전엔 그냥 가지고 다닐 만한 크기라면, 좀 귀찮더라도 어디 나무줄기에라도 엮어서 다니고, 만약 가지고 다닐 만한 크기가 아니라면, 그냥 우리 두 사람이 나누어서 섭취하려고 생각했으나 지금의 만드라고라의 모습은 일단 우리가 가지고 다닐 만한 크기가 아니었다.
내가 캐낸 만드라고라의 크기는 대략 머리로 보이는 뿌리 윗부분부터 발로 보이는 뿌리 아랫부분까지 그 크기가 어른 팔 한쪽에 해당하는 길이였다.
길이로 따지자면 대략 60cm 정도이고, 위로 뻗은 줄기와 열매의 길이까지 포함하면 그 크기는 더욱 늘어나 약 1m 20cm 정도는 되는, 어린아이 정도의 크기가 된다.
거기에 몸체 역시 고구마같이 두꺼워서 무게 자체는 그리 무거운 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들고 다니기엔 영 거추장스러웠다.
그런데 막상 녀석의 모습을 보니 도저히 먹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생각해 보자, 고구마같이 생긴 오동통한 식물 뿌리가 이쪽을 바라보면, 눈구멍을 움직여 히잉! 하고 떼쓰는 듯한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몸을 꿈지럭꿈지럭 움직이는데, 누가 그것을 반으로 뚝 잘라 먹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가!
결국 나와 셀린은 만드라고라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우선은 흙더미 위에 녀석을 눕혀 두었다.
만드라고라는 아마도 땅속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몸짓으로 자신의 두툼한 고구마를 닮은 팔다리를 허우적거렸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셀린이 뭔가 애완동물을 다루듯 녀석의 몸을 콕콕 찌르면서 놀았기에 만드라고라가 우리 손아귀에서 도망칠 방법은 없었다.
‘애당초 저 몸으로는 걷지도 못할 것 같으니까…….’
도망은 고사하고 흙 속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몸 위로 흙조차 못 덮을 것 같다.
“하하하, 아넬! 이것 봐, 얘 표정이 너무 웃긴다.”
셀린은 만드라고라의 표정을 보더니 미소지었다.
셀린의 말을 듣고 슬쩍 흙더미 위에 누운 만드라고라의 모습을 바라보자, 아까의 울 것 같은 표정과는 다르게 셀린을 바라보는 만드라고라의 표정이 어쩐지 살짝 웃는 것처럼 보였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생명체였다.
‘말은 하지 못하더라도 감정을 느끼나?’
역시 마법이 존재하는 이 세계라고 해야 할까?
트렌트라는 식물 형태의 몬스터를 본 적은 있어도, 설마하니 저런 형태의 살아 있는 식물을 볼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면 식물이 사람의 감정이나 음악 소리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이쯤 되면, 이미 만드라고라를 섭취하겠다는 생각은 물 건너간 모양이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나는 만드라고라를 가지고 노는 셀린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셀린과 놀 때는 웃는 표정을 짓던 만드라고라가 날 보더니 다시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신의 표정을 바꾸었다.
“이거 왠지 좀 짜증이 나는데?”
잘 웃다가도 나만 보면 표정이 저렇게 변하니, 뭔가 울컥하는 감정이 솟아오른다.
인상을 살짝 찌푸리자, 셀린이 하핫! 하고 웃으면서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그야 아넬이 이 아이를 땅속에서 거칠게 파냈으니까, 무서워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하지만 셀린에게는 잘 웃어 주잖아?”
“하하핫, 이 아이. 보다 보니 생각보다 꽤 귀여워. 마치 아기 같아.”
“강아지가 아니라?”
“글쎄 강아지랑은 느낌이 좀 다른걸? 이 아이, 아넬의 말처럼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대강 뜻은 파악하는 것 같아. 이거 봐 봐.”
셀린은 내게 보여줄 것이 있다면서 나를 부르더니, 흙더미에 누워서 이쪽을 덜덜 떨며 바라보는 만드라고라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그러자 셀린의 웃는 표정을 마치 따라 하기라도 하듯 만드라고라의 표정이 변화했다. 축 처진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늘어진 입가가 옆으로 뻗어 가며 마치 웃는 표정처럼 변했다.
셀린은 자신의 손가락으로 만드라고라의 손에 해당하는 뿌리의 끝부분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곤 손을 떼고 가만히 만드라고라의 행동을 기다리자, 만드라고라는 자신의 손에 해당하는 뿌리를 움직여 셀린이 내뻗은 손가락을 톡톡! 하고 똑같이 두드렸다.
“…….”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만드라고라가 단순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셀린을 따라 하는지 아니면 셀린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식물과 사람이 소통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봤지? 잠깐뿐이라 이것까지밖에 못 가르쳤는데, 이 아이 어쩌면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지도 몰라.”
“그래서 아기라고 표현한 거야?”
“강아지도 마찬가지로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 따르긴 하지만, 그건 반복된 훈련과 교감으로 주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행동하는 것뿐이잖아? 근데 이 만드라고라는 조금 전에 내가 알려 준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지 뭐야.”
확실히 어지간히 똑똑한 강아지라고 하더라도 ‘손!’ 하고 처음 보는 제스처를 취해도, 바로 그 뜻을 파악하여 자신의 앞발을 내미는 강아지는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만드라고라는 셀린과 잠깐 시간을 보낸 그 몇 분 동안의 시간 만에, 그녀에게 스스로 손을 마주 두드리는 행동을 따라 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