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85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6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85화
“나이아스 씨가 말했던 것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신전 이외의 영원의 숲은 거대한 봉인이라 옛 신의 힘이 흘러나오지 못할 거라고 했지. 그렇다면
역시 이상 현상 몬스터의 가능성은 없을까?”
만약 최면을 사용하는 몬스터가 있다고 가정해도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숲 전체를 둘러보지는 않았지만, 근방을 둘러보아도 최면에 걸린 야생 동물들과 몬스터가 누군가에 의해 잡아먹힌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체들도 마찬가지. 전부 그 자리에서 결국 탈진해 쓰러져, 그대로 썩혀 뼈가 나뒹굴 뿐. 무언가가 그 시체를 뜯어먹었다든가 하는 흔적은 없었다.
예전의 킹 스네이크처럼 잡아먹은 먹잇감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가정도 해 볼 수 있었겠으나 적어도 내가 아는 몬스터 중에 먹잇감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종류는 킹 스네이크를 제외하곤 늪지에 서식한다는 악어 형태의 몬스터인 앨리게이터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엔 늪지가 없다.
영원의 숲 어딘가엔 늪지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곳에선 늪지 같은 것이 없어 마찬가지로 앨리게이터는 제외. 설령 있더라도 킹 스네이크와 앨리게이터
같은 파충류 계열의 몬스터가 최면이라는 것을 사용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는 건 결국 몬스터의 짓은 아니라는 소리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더더욱 숲에 대한 문제는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우리 역시 이 숲을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작게나마 최면이 걸렸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직선으로 걷는데, 공간이 비틀어지지 않은 이상 원래 장소로 되돌아올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알게 모르게 최면에 걸려, 무의식적으로 숲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아마 방향 감각도 최면 때문에 통제받겠지.
‘즉 중요 키워드는 최면과 지성 그리고 숲인가?’
첫 번째 키워드 ‘최면’.
어떠한 방법으로 최면에 걸려들며 또한 최면을 걸 수 있다는 것은 뭔가 마법적인 부분이 섞여 있다는 뜻일 거다.
‘잠깐, 마법이라고?’
나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뽑아 들었다.
갑작스러운 내 모습에 셀린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내가 무언가를 하려는 모습에 가만히 앉아서 내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는 그 즉시 검을 통해 마법을 시전해 내 몸에 정화 마법을 펼쳤다.
만약 이 최면이 마법적인 효과 때문에 작용되는 부분이라면, 분명히 정화 마법으로 해결될 것이었다.
“……!”
그 순간 내 시야가 살짝 일그러지면서 원래의 감각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역시, 이 최면은 마법적인 효과가 작용했어!’
최면에 걸려 있을 때까지만 해도 어떤 식으로 방향 감각이 일그러졌는지 전혀 몰랐는데, 이렇게 최면을 풀고 나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단숨에
파악했다.
최면을 풀어냈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도 잠시, 옆에서 내 행동을 지켜보는 셀린에게도 정화 마법을 통해 최면 효과를 풀어 주려는 찰나.
나는 뭔가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행동을 멈추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왜 그래, 아넬?”
“……셀린,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이곳에 왔었지?”
“응? 그거야, 표식이 있는 곳 반대쪽으로 걸어왔으니까…… 저쪽일 거야.”
셀린의 말을 듣고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더 골치 아프겠는걸. 설마하니 지속성 마법이었을 줄이야!”
“무슨 말이야?”
조금 전, 정화 마법을 통해 제대로 된 방향 감각을 되찾았지만, 나는 곧장 내 방향 감각이 나도 모르는 새에 다시 최면 상태로 돌아왔음을 셀린과
대화하며 눈치챘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히 표식을 기준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았는데, 지금은 내가 어느 방향으로 왔는지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그와 동시에 아까까지만 해도 명확하게 알던 ‘나아가야 할 방향’이 대체 ‘어느 방향’인지 파악이 되지 않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누군가가 내게 마법을 거는 것은 느낄 수 없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넬? 나한테도 좀 설명해 줘.”
“아아, 미안해. 어떻게 된 거냐 하면…….”
나는 천천히 셀린에게 내가 했던 행동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이 최면 효과가 마법적인 효과 때문에 발생했으며, 정화 마법을 통해 일시적으로 최면 상태를 해제했다는 것.
하지만 곧장 무슨 이유로 다시금 최면 상태에 빠졌고, 나는 누군가가 내게 최면 마법을 걸지 않았나 의심했지만, 내게 마법이 걸리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음을 그녀에게 설명해 주자, 셀린의 표정이 애매모호해졌다.
“설마 이것이 사람이 한 짓일까?”
셀린의 말에 일단 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확신할 수는 없어. 하지만 마법적인 부분이 연관된 것은 분명해. 대체 어느 원리로 타깃을 직접 지정하지 않고도 최면을 거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최면을 풀고 난 뒤에 다시 최면에 걸리는 동안 아무것도 눈치챌 수 없었어. 만약에 이것이 사람의 행동이라면, 상대방은 최소
마나 익스퍼드 상급…… 혹은 나이아스 씨와 동급의 실력을 갖춘 마스터의 유저일지도 몰라.”
“잠깐만, 마스터라고? 대륙에 나이아스 님을 제외하고도 또 다른 마스터가 이곳에 있다는 뜻이야?”
“아니야, 진정해 셀린. 만약 이게 사람의 행동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것뿐이니까. 아직 풀어야 할 문제는 두 개가 더 있어.”
첫 번째 키워드 ‘최면’에 대해서는 ‘마법’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이번엔 두 번째 키워드 ‘지성’이다.
야생 동물들과 몬스터는 최면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최면에 걸린 상태인데도 방향 감각에만 문제가 있지, 그들처럼 멍 때린다거나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즉 지성이 있는 우리에겐 최면의 효과가 약하게 적용된다는 건데……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이 마법을 만들고 사용한 사람이 자신이나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없도록 마법을 펼친 것이 아닐까? 몬스터의 경우엔 자신이 사는
곳에 침입하지 못하게 하려고 제자리를 맴돌게 한 거고 말이야.”
“확실히 그럴 법하긴 하지만…… 조금 이상하지 않아? 야생 동물들까지 이 마법에 대상자가 되는 데다, 몬스터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어째서 숲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지 말이야.”
세 번째 키워드인 ‘숲’과 연결되자, 셀린의 의견에 모순이 일어났다.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어째서 숲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았을까? 내가 만약 마법을 만든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면, 애당초 이런 복잡한
방법을 사용하기보단 그냥 결계 하나를 만들어 놓는 것이 더 편할 것 같았다.
굳이 최면이라는 방법으로 야생 동물들과 몬스터를 같은 자리에서 맴맴 돌게 하고, 굶어 죽을 때까지 그런 행동을 하도록 해야만 했는지도 의문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일단 내 생각은 그랬다.
사람이라면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했을 것이다.
이만한 넓이의 숲 전체에 최면 마법을 지속해서 유지시키려면 방대한 양의 마나가 필요할 테고, 아무리 마스터라도 그 마법을 몇 날 며칠씩 유지시킬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결국 원점이네…….”
알아낸 것이라곤 최면이 마법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뿐이었다.
셀린은 그 점에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물었다.
“아넬이 지속해서 정화 마법을 걸어 주고, 최면을 해제하면서 숲을 빠져나가는 건 안 돼?”
“아마도 무리일 거야. 내가 스스로 정화 마법을 펼쳤을 때, 다시 최면에 걸리기까지 몇 초가 채 걸리지 않았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앞으로
나아가고, 또다시 정화 마법을 펼치는 식으로 하다간, 내 모든 오러를 소모해서 마법을 펼치더라도 고작해야 30분 거리밖에 전진하지 못할 거야.”
그랬다가는 내가 먼저 말라죽는다.
미리 방향을 써 놓는다고 해도 안 된다.
다시 최면에 걸리는 순간 방향 감각을 잃어, 아무리 땅바닥에 표시해 놨어도 결국 어느 순간에 원래 자리로 되돌아갈 것이다.
“결국, 원인을 찾아내는 수밖엔 방법이 없을 것 같은걸.”
“하루라도 더 빨리 이동해야 하는데 제대로 발이 붙잡혀 버렸네.”
“그래도 굶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최면이 병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언제 동물과 몬스터처럼 변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원인 불명의 병이었다면, 그편이 더 문제가 심각했을 것이다.
잘못해서 우리가 감염된 채로 이곳을 벗어나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까지 이 병에 문제가 없으리라곤 장담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이 최면이 적어도 우리에겐 무해함을 알아낸 것만도 수확이라고 생각하며 셀린과 함께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니, 갑자기 숲속 저편으로
엄청난 울음소리가 울려 퍼짐을 느꼈다.
“으윽!”
“꺅!”
“우어어어어어어어!”
숲이 일시적으로 울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목소리.
나와 셀린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서로를 바라보고는, 이것이 상위 몬스터의 울음소리임을 단번에 깨닫고는 즉시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몬스터의 울음소리임을 깨달은 것과 현재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 우리 두 사람의 눈동자엔 당황함이 서렸다.
“대체 무슨 일이지?”
“아무래도 우리가 최면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누군가 눈치채지 않았을까?”
정화 마법을 펼쳐서 일시적으로 최면 상태를 해제한 것이 덜미가 되었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그 외엔 아무런 행동을 한 적이 없는 우리에게 이렇게 명백한 적의가 느껴지는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릴 이유가 없었다.
“크어어어어어!”
또다시 나뭇가지의 나뭇잎이 흔들릴 정도의 굉음이 숲속에 울려 퍼졌다.
이어지는 것은 쿵쿵쿵쿵! 하는 거대한 발소리.
우리 두 사람은 무언가 크고 거대한 덩치를 가진 것이 이곳을 향해 맹렬히 돌진해 옴을 알았다.
“온다, 셀린!”
“응, 알았어!”
잠시 후 한 마리의 몬스터가 시야를 가리는 나무를 거칠게 쳐 내고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처음 우리 두 사람이 이곳에 없으리라 생각한 A급 몬스터, 바로 오우거였다.
숲의 보물(2)
오우거는 갑작스러운 괴성과 함께 등장해, 일단 이쪽의 전력을 파악할 생각조차 없이 다짜고짜 자신이 든 굵은 나뭇가지를 분질러 만든 몽둥이를 휘두르며 우리를 공격해 왔다.
“우어어어!”
부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대만 정통으로 맞아도 어지간한 사람 몸 하나쯤은 그야말로 고깃덩이가 될 정도로 위협적인 공격이 나와 셀린을 향해 휘둘러졌지만, 몽둥이가 휘둘러지는 경로 자체는 생각보다는 훨씬 단조로웠다.
오우거가 휘두르는 속도에만 제대로 반응한다면 피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어서, 나와 셀린은 서로 요령껏 오우거의 공격을 회피했다.
“쿠어어!”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