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84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7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84화
“우리가 잘못 생각한 걸까, 셀린?”
“글쎄…… 솔직히 그냥 막연하게 ‘이상하다’라고 느끼는 거라서 나도 잘 모르겠어.”
“음…… 일단 지금 당장은 뭐가 이상한지 잘 알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뭐. 정말로 단순한 착각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그렇게 말한 뒤에, 허리춤에서 나이프를 꺼내 들어 근처 나무 중 가장 알아보기 쉬울 법한 크기와 모습을 가진 나무 하나를 찾아 그 밑동에
나이프로 상처를 냈다.
일종의 표식이다.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을 테니까. 이동하다 적당히 괜찮은 나무가 보이면 이렇게 표식을 새겨 두자.”
“응. 알겠어.”
셀린도 자신이 알아볼 표식을 새기고 싶었는지 곧장 다른 나무로 다가가 나이프를 이용해 간단한 표식을 새겼고, 우리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면서도
어딘가 찜찜한 마음을 그대로 가진 채 자리를 떠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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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뒤를 조심해!”
“응, 알아. 걱정하지 마!”
내 충고를 듣고 셀린이 곧장 등 뒤를 돌아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놀에게 검을 내뻗어 녀석의 목을 단숨에 꿰뚫었다.
“캐액!”
셀린의 검에 목이 꿰뚫린 놀은 바람 빠지는 듯한 비명 소리와 함께 땅바닥을 나뒹굴었으며, 셀린은 곧장 놀의 목에서 검을 회수하고, 남은 놀 두
마리를 나와 함께 처리했다.
총 네 마리의 놀 무리를 처리한 우리 두 사람은 각자 검에 묻은 놀의 피를 허공에 휘둘러 털어 버린 뒤에 검을 검집에 회수하고, 우리가 쓰러뜨린
놀 무리의 모습을 확인했다.
“……역시 이 녀석들도 마찬가지야.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 근처를 헤맸던 것 같아.”
우리가 해치운 놀들의 상태는 정상적인 놀들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구별이 가능할 정도로 야위었다.
이곳까지 이동하면서 놀 무리를 제외하고도 다른 몬스터들도 마주쳤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극도로 야위었다는 점이다.
생각보다 서로 멀지 않은 거리였으니, 그토록 배가 고픈 상황이었다면 자기보다 하급 몬스터를 잡아먹고 굶주림을 버텼을 만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녀석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일정 구역을 빙빙 돌았을 뿐, 그 이상으로는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놀 무리도 우리가 다가갔기에 달려들었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그들의 구역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멍하니 하늘만을 바라보았고 말이다.
아무튼 이 숲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은 확실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우선 생각을 정리해 보자.
나와 셀린은 하루 전, 숲을 걷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이상한 점은 ‘어쩐지 우리 두 사람 모두 숲을 맴맴 도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증거도 없었고, 제자리에 서서 고민해 봐도 당시의 시점에선 뭔가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어, 임시방편으로 각자 눈에 띄는 나무에
나이프로 표식해 놓고 길을 계속 이동했다.
그리고 우리의 그 이상한 느낌이 사실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 저녁 무렵이었다.
해가 저물고 나서 야영을 준비하려는 우리가 발견한 것은 아마 두 번째 혹은 세 번째쯤에 나무 밑동에다가 우리가 새겨 놓은 표식이었다.
즉 우리는 이상한 점을 눈치챈 시점에서 이미 이 숲을 맴돌았다는 거다.
적어도 표식을 새겨 놓은 것이 10개 이상은 넘을 텐데도 2번째, 3번째쯤 표시해 놨던 것에 해 질 무렵 도착했던 것을 보아, 이 ‘헤매는
숲’의 넓이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룻밤을 이 숲에서 보낸 뒤에 숲을 빠져나가려고 근방을 탐색하던 우리는, 우리뿐만 아니라 몬스터고 야생 동물들 또한 숲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맴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그들은 우리와 뭔가 다른 현상을 보였다.
나와 셀린처럼 자신의 의지로 이 숲에 모종의 이유로 갇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과는 달리, 토끼나 새, 리드넛, 사슴과 같은 야생 동물들부터
고블린, 코볼트, 방금 만난 놀 무리 역시 스스로 이성을 상실한 채,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하늘만을 바라보거나 근처를 빙글빙글 돌았다.
마치 뭔가 집단으로 최면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 이 녀석들 외에도 그전에 같은 방식으로 이 숲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채로 있다가 굶어 죽은 녀석들이 적지 않은 모양인지, 고블린이며 코볼트
또는 다른 야생 동물들의 뼈가 생전 모습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도 근방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했다.
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기괴한 행동을 보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와 셀린 역시 그들처럼 행동하지는 않을까 하고 막연한 공포심을 느꼈지만,
일단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도 지금 명확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또한 셀린과 대화를 나누며 이렇게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점에, 인간은 야생 동물이나
몬스터와는 달리 지성이 있어 괜찮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중이었다.
물론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실은 이것이 최면에 빠진 모습이고, 나는 최면 속에서 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무서워졌으니 패스.
일단 정상적으로 살아 있다는 가정 아래 셀린과 주변을 계속 탐색해 보았지만, 그럴 때마다 보이는 것은 우리를 제외한 야생 동물들이나 몬스터 모두
정상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들뿐이었다.
“이 녀석들은 자기 자신이 최면 같은 것에 걸린 것을 알까?”
“아마 모르리라 생각해. 그렇지 않고서야 서서히 굶어 죽으면서 고통스럽게 죽어 가진 않을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우리의 눈앞에 한 마리의 토끼가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았다.
이곳에 온 지 조금 시간이 오래된 녀석인 듯 한눈에 보기에도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앙상한 모습이었지만 그런데도 토끼는 전혀 허기짐과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는지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셀린은 손에 든 나이프를 바라보면서 망설이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아무리 사냥이라곤 하지만 이렇게 죽이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글쎄…… 조금 찝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대로라면 저 토끼는 자신이 어떻게 죽어 가는지도 모른 채 천천히 굶어 죽어 가리라 생각해. 어쩌면
지금 목숨을 끊어 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지.”
물론 기준은 어디까지나 내 시점에서다.
토끼 자신에게 만약 의식이 있다면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의지가 아닌 최면에 걸린 상태로 뭔가에 홀린 듯이 저렇게 맴맴
돌다가 천천히 굶어 죽어 가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일반적인 사냥이라면 몰라도 저렇게 최면에 걸려 이상 행동을 보이는 토끼를 잡는 것은 거부감이 들었는지, 셀린은 한숨을 내쉬면서
나이프를 내려놓았고, 대신 내가 나이프로 토끼를 잡아야 했다.
셀린은 풀 죽은 얼굴로 내게 다가와 말을 이었다.
“미안해. 어차피 잡아서 먹을 건데 불쌍하다느니 이러는 것은 좀 웃기네.”
“아니, 나도 좀 찝찝하긴 해. 어쩌면 이 녀석들을 잡아먹음으로써, 우리 역시 이런 모습으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일반적인 사냥이라면 이런 기분이 들진 않았겠지만, 어차피 잡아먹을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온전한 상태가 아닌, 이처럼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녀석을
사냥한다는 것은 찝찝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공포 영화의 한 장면도 아니고, 어떻게 해서 갑자기 분위기가 이렇게 변해 버렸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 숲에 들어서고 나서부터 어째서인지 마땅히 식량으로 삼을 만한 과일나무도 보이지 않았고 또한 잡초나 식용으로 사용할 풀들조차 제대로
자라지 않는 곳이라, 배를 채우려면 이 녀석들을 잡아먹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어 우선 축 늘어진 토끼를 잡아 들었다.
“일단 해도 저물어 가니까, 야영할 장소를 찾아보자.”
“응, 알았어.”
우리는 이동하면서 조금 전에 잡은 토끼와 같이 최면 상태에 빠져, 주변을 맴돌거나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는 다른 야생 동물 몇 마리를 더
사냥했다.
이걸 사냥이라고 부를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셀린과 함께 적당히 야영지로 삼을 만한 장소를 찾아내고, 우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물과 장작을 구해 야영할 준비를 마무리했다.
야생 동물들과 몬스터들이 무슨 이유로 저렇게 변했는지 원인을 모르는 마당에, 아무거나 입에 댈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굶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나마 오러의 영향으로 독이나 병균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내가 시험 삼아 물과 녀석들의 고기를 구워 먹어 보았지만, 다행히 별다른 탈은 없었다.
‘적어도 병균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뜻인데…….’
잠복하다가 나중에 증세가 나타나는 병들도 있으니, 아직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웃기다.
이러한 병이 있다면 분명 대륙에서도 꽤 유명했을 것이다. 사람이 최면에 빠진 것처럼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주변을 맴맴 돈다?
그 기괴한 모습 때문이라도 소문이 안 날 리가 없을 텐데도, 나도 그렇고 셀린조차도 이러한 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었다.
‘만약 병이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 그리고 우리가 숲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또 무엇 때문이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가 가지 않고, 알 수 없는 일투성이라, 나는 슬며시 인상을 찌푸렸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뜨는 것을 확인하면서 나와 셀린은 곧장 자신의 몸에 뭔가 이상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또한 상대방에게 별다른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다행히 어제 먹은 음식들에서 별다른 문제는 없었는지, 나와 셀린은 명백히 본인의 의식을 유지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우리를 제외한 다른 야생 동물들과 몬스터의 상태는 이전과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밤새 같은 행동을 지속했는지, 어제 봤던 것보다도 훨씬 수척해졌으며, 몸에는 생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본 셀린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역시 꿈은 아니었나 보네.”
시험 삼아 해가 떠오른 방향을 향해 정확히 일직선으로 걸어 봤지만, 1시간 정도 걷고 난 뒤 우리는 이전에 우리가 나무 밑동에 해 놨던 표식을
다시금 발견했다.
역시나 모종의 이유로 우리는 이 숲에 계속 갇힌 상태인 모양이었다.
“혹시 이것도 이상 현상 몬스터의 짓일까?”
일단 더 이상의 움직임은 체력과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나와 셀린은 자리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현재 상황을 일으킬 법한 문제들을 쭉 나열해
보기 시작했다.
가장 첫 번째로 나온 문제는 역시나 이상 현상 몬스터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몬스터나 야생 동물에게 최면을 걸 수 있는 이상 현상 몬스터가 있어, 지금 최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물들과 몬스터는 해당 이상 현상 몬스터를
마주치고 최면에 걸렸다는 내용이었지만, 역시나 고개가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