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83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83화
“물을 뜰 곳을 찾다가 제법 큰 물웅덩이를 찾았어. 그곳에 몇 마리 살기에 잡아 왔지.”
“그래? 나도 오늘은 제법 자랑할 게 많은데 말이야.”
피식 웃은 우리는 각자 잡아 온 사냥감을 손질한 뒤에 이동하면서 몇 개 따다 놓은 나무 열매와 함께 배부른 저녁 식사를 마쳤으며, 식사를 마친
뒤엔 모닥불 근처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나는 타닥타닥! 하는 모닥불의 불빛과 함께 내 품에 안긴 상태로 잠든 셀린의 얼굴을 한 번 내려다보고, 이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과 함께 오늘따라 유난히도 커 보이는 달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돌아갈 수 있을까?”
“안 잤어?”
그것은 내 팔을 베고 누웠던 셀린에게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밤하늘을 바라보던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마찬가지로 나를 올려다보는 셀린의 두 눈동자가 보였다.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불안해?”
“…….”
내 물음에 셀린은 답이 없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품 안에 셀린을 끌어들여 가볍게 꼬옥 안아 주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냥해 온 고기를 서로 맛있게 나눠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하던 셀린이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가만히 누워 많은 생각을 하다 보면
절로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나 보다.
현실적인 시점에서 보자면, 우리가 뤼피올 마을까지 무사히 귀환할 확률은 높게 쳐 줘도 반반이었다.
아직은 운이 좋아 몬스터도 그렇게 많이 조우하지 않고 또한 사냥도 계속 성공하는 중이지만, 언제 또 사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과일과
나물로만 허기를 채워야 할지 또 얼마나 많은 몬스터와 조우하며 그들의 영역을 뚫고 금역을 벗어날지는 앞이 캄캄하기만 하다.
당장에 신전에 오려고 일행과 소모한 시간만 하더라도 10여 일이 훌쩍 넘어간다.
그나마도 정확하게 길 안내를 해 줄 케르츠 씨와 루웬 씨가 있었고, 함께하던 일행 모두가 역할 분담을 나누어 재빠르게 야영 준비를 하면서 식량도
마을에서 넉넉히 챙겨 왔기에 가능한 속도였다.
지금의 우리는 이동할 때마다 그날그날의 식량 확보를 신경 써야 하고, 야영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리니 해가 저무는 것을 봄과 동시에 야영지를
찾고, 저녁거리를 마련해야 한다.
당연히 이동할 시간에도 제한이 생긴다.
몬스터와 마주했을 때도 두 명이 마주친 몬스터를 해치워야 하니, 그것도 시간을 꽤 잡아먹는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조금씩 전진이야 하겠지만, 이 속도로 이동해서는 금역을 빠져나가는 데만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최소로 잡아도 보름. 중간에 모종의 이유로 발이 붙잡힌다면, 한 달 이상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마당에 제대로 된 모포나 침낭 없이 땅바닥에서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 잠들면서도 중간중간 모닥불이 꺼지지는 않나, 알람 마법이 제대로
작동하는가, 혹시나 모를 상급 몬스터의 출현에 긴장하며 잠이 드느라 작은 소리에도 반응해 잠을 깨는 일이 계속된다.
결국 피로는 풀리는 일 없이 계속 누적될 것이고, 그것은 우리 두 사람을 여러 의미로 피폐하게 하겠지. 그 모든 것을 감안하면, 솔직히 생존
확률은 절반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셀린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러니 불안한 마음에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여태껏 별 불만 없이 항상 웃는 모습만 보여 주던 셀린이 갑작스럽게 이런 것을
물을 이유가 없으니까 말이다.
“글쎄, 무사히 돌아가지 않을까?”
“……상당히 애매모호한 대답이네?”
아마도 셀린이 듣고 싶던 대답이 아니었는지, 그녀의 얼굴에 불만스러움이 나타났다.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다른 한쪽 손으로 품에 안긴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상황은 생각보다 좋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지금보다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지. 셀린이 불안해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 나도 무사히 뤼피올
마을로 찾아갈지 좀 긴가민가하게 생각하니까. 하지만 어떻게든 돌아가리라 생각해.”
“……이유라도 있어?”
“그야, 레아 누나도 기다리고, 셀린과도 살아남아서 결혼해야 하니까 말이지.”
내 어이없는 대답에 아무리 셀린이라도 순간적으로 멍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녀는 ‘뭐어?’ 하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이쪽은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전생에도 결혼은커녕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 해 보고 죽은 인생인데, 이번 생에선 사랑하는 이와 결혼 약속까지 잡고 소꿉친구라고 부를
여자아이와 힘겹게 맺어지기까지 했다.
그 답 없는 검은 드레이크와도 치열한 도주전을 펼친 끝에 결국 이쪽이 생존해 승리했는데, 이제 와서 고작 식량과 잡 몬스터, 체력 문제로 말라
죽는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
억울하고 원통해서라도 쉽게 죽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정 안 되면 금역 밖으로 나가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이곳에다가 집이라도 만들 생각도 하니까 말이야.”
“그런 생각까지 했어?”
“우리를 기다릴 루시안들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무턱대고 이동했다가 정말 탈진해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그게 더 큰 문제니까 말이야. 그럴 바엔
차라리 어디 거처를 잡고 한동안 푹 쉬면서 체력을 보충한 뒤에 다시 움직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멀쩡한 집을 만드는 것은
힘들겠지만, 대나무나 통나무를 이용하면 간단한 거주지 정도는 만들 거야.”
나무를 얻는 거야 뭐, 검은 드레이크의 비늘까진 못 베긴 했지만, 그 외의 물체를 상대해서는 바위조차 썩둑 자르는 오러 소드가 있으니까,
통나무집이나 대나무를 이용한 간이 휴식처만 아니면 적당한 동굴을 찾아 그곳에 통나무 등을 이용해 입구를 만들어 봉쇄하고, 딱딱한 바닥엔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간이침대와 몬스터와 야생 동물을 사냥하고 얻은 가죽 등을 깔면 제법 그럭저럭 쓸 만한 잠자리도 만들 것 같았다.
오우거 이상의 몬스터만 아니라면, 그 이하의 몬스터는 나와 셀린 둘이서도 충분히 상대할 테니, 몬스터의 침입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어쨌든, 꼭 이곳을 빠르게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 버린다면, 생존하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뜻이야. 물론 복귀 시간이 늦어질
때마다 루시안은 속을 태우겠지만, 죽어서 훗날에 시체만 발견되거나 시체조차 못 찾는 것보다야 살아서 돌아가는 게 훨씬 더 좋을 테니까, 그 점은
루시안에게 참아 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겠지만.”
“후훗, 뭐야 그게.”
내게서 ‘영원의 숲’ 생존 계획을 들은 셀린은 푸훗! 하고 웃으면서 가볍게 미소 지었다.
“어때, 불안함이 좀 없어진 것 같아?”
“응, 그러네…… 확실히 아넬 말대로야. 꼭 여기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 아니라면, 이곳에서도 우리 두 사람이 살 수는 있다는 걸 지금 알게
됐어.”
“꼭 그게 아니더라도, 이전처럼 셀린은 내가 구해 줄 테니까. 그 점은 확실히 믿어도 좋아.”
그제야 원하는 대답을 들었다는 듯, 셀린은 ‘응!’ 하고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나도 모르게 셀린의 몸을 끌어당겨 키스를 한 번 하자, 셀린은 양 뺨을 붉히더니 나를 조심스럽게 올려다보았다.
“그런 기, 기습 키스는 금지야. 아넬, 내가 버티질 못하잖아…….”
“응? 버티질 못하면 어떻게 되는데?”
장난스럽게 웃자, 별안간 부끄러워하던 셀린의 표정이 묘해지면서, 과연 이것이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성에 대한 지식만 가지던 여성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셀린은 몸을 빙글 돌려 내 위로 올라타더니 가볍게 미소지었다.
“알고 싶어?”
“어, 음…… 피, 피곤할 테니까 그만 잘까?”
느닷없이 공수의 입장이 뒤바뀐 이 상황에, 나는 당황하면서 작은 저항을 해 보았지만, 셀린은 턱도 없다는 듯이 빙글빙글 웃으면서 내게 몸을
기대어 왔다.
“한 번쯤은 괜찮을 거야.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말이야.”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어쩌면 난 당하는 쪽에 의외로 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루시안의 충고도 그렇고, 레아 누나의 충고도 그렇고,
엘리시아의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그렇고, 이번에 셀린의 유혹에도 그렇고…… 밀어붙여질 때마다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하니까 말이다.
바로 옆에서 모닥불이 타올랐지만, 그보다 더한 불길이 영원의 숲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숲의 보물(1)
뭔가 이상하다고 눈치챈 것은 점심을 먹고 난 뒤, 조금 더 지난 시점에서의 일이었다.
어젯밤 셀린과 이야기를 나눈 후에 아침 해가 떠오르고, 우리는 다시금 자리를 정돈하고 어제 사냥하고 남은 고기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한 뒤에 숲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평상시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날씨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후덥지근했고, 간간이 고블린과 코볼트 무리와 마주쳐 전투했으며, 도중에 운 좋게도 식용으로 먹을 버섯이 잔뜩 핀 장소를 발견해 그것들을 채집했다.
점심 식사는 고기가 포함되지 않은 과일과 채소 그리고 버섯이 주메뉴인 조금 부실한 식사였지만, 버섯엔 영양분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만족하며 먹었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에게 뭔가 이상한 일이 생겼다고 느낀 것이 바로 이쯤의 일이었다.
“어쩐지 우리,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도는 것 같지 않아?”
“……나도 아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
주위를 둘러본 나와 셀린의 표정이 묘해졌다.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지금 지나는 이곳이 오전에도 지나갔던 길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단순히 길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우리의 이동 방향은 해가 떠오르는 동쪽으로 무조건 직진하는 단순한 이동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한번 태양이 떠오르는 위치를 파악하고 나면 한낮에도 해가 뜬 위치를 감안해 방향을 잃을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직진만 하는데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돌 이유는 없어, 우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착각인가?”
숲이야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도 거기가 거기인 듯한 느낌이 자주 들곤 하니, 어쩌면 오전에 지나갔던 지형과 비슷한 곳을 지나면서 그런 착각을 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셀린도 그렇고, 나 역시도 기본적으로 기감이 뛰어난 편에 속한다. 그런 두 사람이 동시에 ‘이거 뭔가 이상한데?’를 느꼈다면, 그냥 착각이겠거니 하고 지나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걷던 것을 멈추고 셀린을 돌아보았다.
셀린 역시 걸음을 멈춘 뒤에, 나와 함께 주변 숲을 간단히 둘러보았다.
그러나 막상 뭐가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다.
숲은 고요했고, 햇볕은 내리쬐었으며, 여전히 영원의 숲의 날씨는 더웠다. 그동안 걸어 다녔던 숲의 모습과 전혀 다름없는 그 모습에 진짜 착각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