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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82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5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82화

금역으로 떠나기 전 나이아스 씨가 정해 준 준비 기간에, 우리는 루웬 씨를 비롯한 그렌 씨와 케르츠 씨에게 혹시라도 일행과 떨어져 숲에 홀로

남았을 때 영원의 숲에서 생존할 다양한 방법을 배워 두었다.

반쯤은 흥미 위주로 또한 시간 때우기로. 다른 한편으로는 언젠가 다른 모험에도 써먹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배워 두었는데, 설마 지금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나와 셀린은 충분히 갈증이 해소될 만큼 물을 마신 후, 물통의 입구를 나뭇잎으로 틀어막아 포켓 안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거로 식수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아직도 문제는 많이 남았으니 조심해야겠지?”

이전까지는 케르츠 씨의 후각으로 몬스터의 영역을 피해 다니면서 최대한 몬스터와 마주치는 것을 줄였고, A급 몬스터인 오우거를 쓰러뜨린 후에는 그

배설물을 이용해 하급 몬스터들이 달려드는 것을 방지했다.

그러나 이젠 냄새를 확인해 줄 케르츠 씨도 없었고, 하급 몬스터의 접근을 방지해 줄 오우거의 배설물 또한 없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이곳까지 오면서 달려들었던 몬스터의 숫자를 생각해 보면, 지금 나와 셀린의 상태로는 하급 몬스터인 고블린과 놀. C급인 그리즐리 베어나

트롤까지라면 어찌어찌 물리치더라도, 그 이상의 상급 몬스터인 오우거나 하피, 와이번 같은 몬스터를 만난다면 꽤 위험한 상황일 것이었다.

이동하기에 앞서 나는 검을 뽑아 들고 가볍게 그것을 휘두르며, 현재의 몸 상태를 체크해 보았다.

나이아스 씨의 보조 마법은 풀린 지 오래인 듯, 내 몸놀림은 평상시와 같은 정도가 되었다. 돌을 집어 들어 피부에 톡톡 두드려 보니 조금

따끔거리는 것이 스톤 스킨 같은 보조 마법들도 전부 효력이 다 된 모양이다.

하지만 나이아스 씨의 보조 마법 덕분에 그 매서운 급류에도 몸을 안전하게 지켰다.

돌아가면 나이아스 씨에게 꼭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이번엔 천천히 몸의 오러를 끌어올려 보았다.

‘평상시에 약 20% 정도인가……?’

오러가 아예 바닥날 정도로 텅텅 빈 상태라면, 본래 오러 탈진 현상으로 2, 3일 이상은 쭉 뻗는다. 지금도 사실은 약간 졸린 듯이 정신이 멍한

상황이다.

맘먹고 잘 수만 있다면 거짓말 안 하고 하루 이상은 쥐 죽은 듯이 자겠지만, 그랬다간 죽기 딱 좋겠지.

“몸은 좀 어때, 아넬?”

“응, 아픈 곳은 없지만, 역시 오러 회복이 더디네……. 평소의 절반도 채 안 되는 양이야. 셀린은?”

“나는 괜찮은 것 같아. 좀 피곤하긴 해도 힘을 사용하는 데 그다지 문제는 없어.”

그 증거로, 셀린은 옆에 있던 제법 굵직한 나뭇가지를 우두둑! 하고 부러뜨렸다.

셀린 자신의 체력과는 크게 상관없이 레드 드레이크의 힘은 여전히 괴력을 발휘했다. 하기야 드레이크의 힘 자체는 오러와 성질 자체가 다르니

체력과는 별개로 소모되고, 셀린은 검은 드레이크를 상대로 드레이크의 기운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그쪽 힘은 아직 충만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면 대충 전력은 C급 모험가 두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은가?”

현 상태로는 오러를 상당히 소모하는 오러 소드를 사용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야 오러 소드를 사용해야 할 몬스터가 나타난다면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겠지만, 가능한 오러 소드를 봉인한다고 치면 현재의 내 전력은 오히려

셀린보다 못한 감이 있는 상태다.

C급 모험가 둘도 그다지 꿀리는 전력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영원의 숲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의 숫자를 감안하면 이것도 아슬아슬하긴 마찬가지다.

그 점을 셀린도 파악했는지 그녀는 빙글빙글 웃더니, 꽈악! 하고 주먹을 쥐면서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마.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내가 전부 처리할 테니까. 아넬은 쉬면서 최대한 오러를 회복하도록 해.”

“그거 믿음직스러운걸.”

셀린의 웃음을 보며 나 역시 가볍게 미소 지었다.

지난밤 동안 서로 사랑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나눈 결과, 셀린은 완벽히 이전의 모습을 되찾은 것 같았다.

자신을 희생해 일행을 구하려 했던 행동도 확실히 사과받았고, 기왕 이런 선택을 했으니 무조건 살아 돌아가야겠다는 의지가 솟구쳤다.

바로 그때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풀숲에서 갑자기 푸스럭!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작은 토끼 한 마리가 귀를 쫑긋 세워 풀숲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

그 모습을 본 나는 즉시 셀린에게 쉿! 하는 제스처를 함과 동시에, 허리춤에서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아마도 물을 마시러 왔는지 토끼의 시선은 쏴아아아! 흐르는 계곡물 옆으로 생긴 작은 물웅덩이에 고정되었다.

혹시나 이쪽을 눈치채지 않을까 숨죽이기도 잠시, 토끼는 목이 말랐는지 풀숲에서 조심스럽게 기어 나오며 물웅덩이 앞에 서서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오러를 살짝 끌어올려 감각을 강화시킴과 동시에, 완력을 높여 나이프를 재빨리 물을 마시는 토끼에게로 집어던졌다.

“키익!”

나이프가 슈욱! 하는 소리와 함께 강해진 완력에 의해 날려져, 토끼의 몸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토끼는 몸을 흠칫 떨며 뛰어올랐지만, 이내 힘없이

바닥에 축 늘어졌다.

“……이거, 우리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멀리 떠내려온 모양인데?”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 상황에, 이게 웬 떡이냐 싶은 마음이 들어 한걸음에 달려가 토끼를 회수했다.

신전 주변에 도착했을 때, 그 근방으로 야생 동물은커녕 몬스터조차 볼 수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런 토끼 같은 작은 야생 동물이 나타나

준 것은 그만큼 신전에서 꽤 멀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토끼의 등장이 상당히 반가웠다.

비록 지금은 일용할 양식으로 사용하려고 잡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토끼가 한 마리라도 나타났다는 것은, 근방에 다른 야생 동물도 있을 수 있다는 소리. 이동 속도는 조금 더뎌지겠지만, 나와 셀린은 사냥할

수 있다는 사실에 얼굴이 조금 더 밝아졌다.

“역시 이런 것을 보면, 확실히 아넬은 에레나 여신님의 가호를 받는 것 같아.”

“예전엔 나도 못 믿었는데. 이렇게까지 되는 것을 보면, 이젠 나도 에레나 여신님을 믿어야 할까 봐.”

셀린의 말을 들으며, 나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목숨의 위기가 찾아오기는 했지만, 그 때문에 셀린과 다시 인연을 맺었고 또한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발견하며 소소한 웃음을 지을 수

있다.

이 정도면 에레나 교도가 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도시에 복귀한 후 신전에 헌금을 내고 기도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느닷없이 우리 때문에 생을 마감한 토끼님에게는 짧은 묵념으로 애도를 표하고, 최대한 빨리 가죽과 살을 분리해 그 자리에서 요리해 먹었다.

허기를 간신히 면했다고는 하지만, 고작 과일과 버섯으로 때웠다.

모름지기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진짜 힘이 나오는 법이다.

소금이 없는 것이 정말로 아쉬웠으나 배가 고픈 상황에서 입으로 들어오는 고기의 맛은 우리 두 사람에게 지치고 피로한 몸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나와 셀린은 한 마리의 토끼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다시금 살아서 돌아가리라는 희망과 의지를 불태우며 천천히 영원의 숲을 걷기 시작했다.

 

 

***

 

 

비를 피해 머물렀던 동굴을 출발하여,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향해 걷기 시작한 지도 벌써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나와 셀린은 이동도 이동이지만, 우선 바닥까지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려고 사냥과 채집 활동에 힘썼다.

신전에서 멀어진 탓인지 아니면 신전 근처 구역에서 쫓겨난 야생 동물들이 이곳에 다시금 터전을 잡아서인지, 첫날 잡았던 토끼 말고도 오리나 꿩

종류의 새를 추가로 사냥했고, 이곳엔 과일나무도 풍족한 덕분에 비타민을 섭취할 과일들도 쉽게 얻었다.

체력을 회복하는 데 잘 먹고, 잘 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비록 가진 여행 도구가 없는 상황이라, 침낭은커녕 몸을 덮고 잘 모포도 한 장 없어 맨바닥에서 잠을 청해야 해서 잘 쉬는 것은 우리에게 해당

사항이 없었지만, 그만큼 먹는 데 집중해 침 점심 저녁을 꼬박꼬박 챙겨 먹으며 사냥한 고기와 채집한 과일과 채소들로 배를 채웠다.

덕분에 3일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나는 전체 오러의 약 50% 이상을 회복했고, 셀린 역시 잘 먹은 덕분인지 정신적인 피로는 누적되었어도

활기차게 하루를 보냈다.

단,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상황이 마냥 편하게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이전에 예측했던 대로 사냥하면서 또는 채집하면서, 숲을 이동하면서 우리는 적잖이 몬스터들과 조우해 전투해야만 했다.

오우거나 하피 같은 상급 몬스터는 마주치지 않아 그나마 다행히었지만, 고블린과 코볼트라고 하더라도 가능한 몸의 피로를 이 이상으로 누적시키고

싶지 않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그들과의 조우는 우리를 적잖이 부담스럽게 했다.

무엇보다도 이 녀석들을 쓰러뜨린다고 해도, 우리에게 뭔가 이득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결국 몬스터와의 조우는 우리에게는 가장 피하고 싶은 부분 중 하나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걸으려니, 옆에서 같이 걷던 셀린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네. 벌써 해가 저물어.”

“응? 아…… 그렇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셀린의 말을 듣고 하늘을 바라보자, 그녀의 말대로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것이 보였다.

아직은 석양이라고 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사냥하거나 물을 떠 오고, 야영을 준비하는 등, 두 사람의 인력으론 꽤 시간이 걸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해가 저물기 전에 모든 일을 끝마칠 수 있었다.

야영에 적당할 만한 나무 기둥 아래를 찾고, 적당히 잔디가 난 평평한 땅을 찾은 뒤에는 셀린과 역할 분담을 나누었다.

기본적으로는 셀린이 식수와 장작을 그리고 내가 사냥 담당이다.

남자니까 사냥! 뭐 이런 것은 아니고, 단순히 효율상 기감이 더 뛰어난 내가 사냥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며 다시 이곳을 찾아오게 풍경을 눈에 익혀 두고 셀린에게 내 물통을 맡겼다.

“그럼, 사냥 다녀올게.”

“응, 조심해서 다녀와.”

“별다른 울음소리가 없는 것으로 봐선 아마도 없을 거로 생각되지만,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나올지 모르니까 조심해.”

“후후, 걱정하지 마. 오우거만 아니면 다 때려잡을 수 있으니까.”

셀린은 빙글빙글 웃으면서 자신의 주먹을 꾸욱 쥐어흔드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기야 셀린은 트롤조차도 제대로 된 일격을 먹으면 재생이고 나발이고 머리를 쪼개는데, 오우거나 하피 정도의 녀석들이 아닌 이상 그녀를 위협할

만한 몬스터는 없을 것이었다.

검은 드레이크를 제외하고 이곳엔 이상 현상 몬스터도 없으니까 말이다.

이후에 수확은 운 좋게 근방을 돌아다니던 ‘리드넛’이라는 이름의 기니피그를 닮은 큰 쥐과의 동물 한 마리와 새 두 마리였다.

만족스러운 사냥 결과를 가지고 야영 장소로 돌아가자, 셀린은 물을 떠 오면서 제법 큼직한 물고기 두 마리를 잡아 와 나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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