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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77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0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77화

하다못해 내가 세라 누나 정도의 실력만 되었더라도 좀 더 수월하게 드레이크의 시선을 끌었을 것이고, 나이아스 씨의 보조 마법으로 오러 익스퍼드

상급 수준의 스피드를 갖추었다면 세라 누나와 타이밍을 맞춰 나이아스 씨가 상급 마법을 사용하게 도왔을지 모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행하느라 귀찮다고 매번 넘기기보단, 한두 시간씩이라도 계속 실력을 증진하려고 노력할 것을 그랬다.

이 나이에 오러 익스퍼드 중급에 곧 다다를 것이라는 점에 너무 안도하고 말았다.

‘뭐,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었지만……!’

차라리 이런 후회를 하기 단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금 세라 누나를 도우려고 검은 드레이크에게 다가설 생각으로 검을 꾸욱! 쥐었을 때의 일이었다.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아넬. 그리고 미안해……!”

“뭐……? 잠깐, 셀린! 셀린!”

갑작스러운 셀린의 말에 뒤돌아보니, 셀린은 돌연 나에게서 등을 돌려 숲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셀린을 차마 막을 새도 없이, 검은 드레이크가 그녀가 숲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크아앙! 하고 소리를 내지르며, 세라 누나와

대치 중인 상황을 무시하고 이쪽을 향해, 정확히는 숲을 향해 뛰기 시작한 셀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으며, 나는 어떻게든 녀석의 추격을 막으려고

드레이크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녀석은 더는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듯 나를 완전히 무시한 채 그 빠른 스피드로 나를 지나쳐 셀린에게로 향했다.

“셀린!”

나는 설마하니 드레이크가 나를 무시하고 셀린을 쫓으리라 생각하지 못해 황급히 뒤돌아 셀린의 이름을 불렀지만, 셀린은 이미 숲속으로 들어갔고 그

뒤를 검은 드레이크가 쫓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젠장! 저 녀석 대체 무슨 짓을!”

“잠깐, 아넬! 기다려라!”

“셀린, 아넬……!”

나는 거칠게 셀린을 탓하며 오러 소드를 유지하던 오러를 거둬들여 그것을 신체 강화로 전환하고, 셀린과 드레이크가 향한 숲을 향해 달렸다.

도중에 뒤에서 나와 셀린의 이름을 부르는 동료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내게 잠시 뒤돌아볼 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셀린…… 왜, 어째서……!”

다행히 적잖이 내리는 비에도 셀린을 뒤쫓는 것 자체는 아주 어렵지 않았다.

셀린과 드레이크가 움직인 흔적이 땅이 질퍽해지면서 정확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흔적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금방 사라질 것이다.

일단 셀린이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바로 뒤따라오긴 했지만, 과연 내 뒤로 따라올 일행이 우리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는 확실치 않았다.

‘설마 그런 선택을 할 줄이야!’

셀린이 내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남긴 채, 무작정 숲속으로 뛰기 시작한 것이 분명하다.

자신을 희생시켜 일행이 드레이크로부터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함일 것이다.

드레이크라는 몬스터는 자기 레어 근처의 일정 구역 이상으로는 활동하지 않는다.

자신의 레어를 침범한 생명체가 있다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지만, 레어 근처에 가까이 다가가지만 않는다면 오우거만큼의 흉포성은 보이지 않는

몬스터다.

검은 드레이크가 셀린 본인을 노리는 것이 확실시되는 점에서, 자신이 숲속의 지형을 이용해 최대한 드레이크를 붙잡아 놓는 동안 남은 동료가 다친

인원을 데리고 신전 밖으로 빠져나가길 원하는 것이겠지.

우리만 없다면, 나이아스 씨는 다시금 상급 마법을 캐스팅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것이고, 검은 드레이크가 나중에 셀린을 놓치거나 혹은

셀린을 공격하는 데 성공해 다시 자신의 둥지인 신전으로 돌아오면, 그때 녀석을 처리해 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가장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대로 셀린을 지키려고 했으면 일행은 천천히 체력이 고갈되어 전멸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셀린 한 명이 자신을 희생시켜 일행을 구할 수 있다면, 충분히 고귀한 희생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뒤엔, 희생한 후에 우리가 살아남은 뒤엔 얼마나 우리를 괴롭히려고!’

친구가 자신을 희생해 살려 준 목숨이 마냥 고맙게만 느껴질까?

다른 누구도 아니고 10년 지기의 친구다.

특히 루시안과 셀린은 이 세계에서 환생한 후 가족과 레아 누나 다음으로 내가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다.

셀린이 자신의 목숨을 버림으로써 우리가 살게 되었더라도, 적어도 나와 루시안은 평생 이 일을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그리고 괴로워하겠지.

자기 딴에는 우리를 살리려고 선택을 내린 것이겠지만,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결코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다.

설령 같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셀린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행동을 어떻게든 막아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그야말로 있는 힘을 전부 쥐어짜내

드레이크의 흔적을 뒤쫓았다.

“크아아앙!”

“셀린!”

간신히 드레이크의 커다란 몸집이 나무 사이로 언뜻 보일 지점까지 쫓아왔다.

드레이크는 거칠게 몸을 움직이며, 그 커다란 이빨과 턱으로 우득우득! 나무를 물어뜯었다. 그리고 그 나무 바로 옆으로 셀린이 안색을 창백하게

물들인 채, 바닥에 엎어져 몸을 오들오들 떠는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어떻게든 숲의 나무와 언덕의 지형 차를 이용해 드레이크의 추적을 최대한 따돌리며 도망친 모양이지만, 숲에서 아무리 인간이 빨리 달려 봤자 동물을

이길 수는 없다.

물론 드레이크는 동물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셀린이 드레이크를 따돌릴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렇게 드레이크가 셀린의 뒤를 쫓아 물어뜯으려고 입을 벌렸고, 셀린은 간발의 차이로 드레이크의 공격을 피하고 땅바닥에 엎어진 것 같았다.

드레이크는 공격이 빗나가자, 애꿎은 나무만 씹었겠지.

“……아, 아넬……!”

셀린의 표정이 이쪽을 바라보며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왜 따라온 거야?’ 하고 묻고 싶어 하는 얼굴로도 보였고, 한편으로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쏟을 것 같은 얼굴로도 보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안쓰러워 보인다는 점에서, 나는 눈을 부릅뜨고 들고 있는 검에 오러를 쏟아 넣어, 단숨에 검은 드레이크에게 달려들었다.

“하앗!”

“크릉!”

으적으적 씹던 나무를 거칠게 뱉어 낸 녀석은, 내가 다가가는 것을 눈치채고 이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 녀석의 두꺼운 꼬리가 날아왔다.

쇄애애액! 하는 거친 바람 소리와 함께 휘둘러지는 녀석의 꼬리를 몸을 최대한으로 숙여 회피하면서, 어떻게든 녀석에게 일격을 먹이고자 하는

마음으로 무리해서 오러가 맺힌 검을 녀석의 옆구리에 박아 넣었다.

쿡! 하고, 검의 끝부분이 살짝 녀석의 비늘을 뚫고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는 아무리 힘을 주어도 검이 더 파고들진 못했다.

‘역시, 이게 한계인가……!’

아직 오러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무리해서라도 녀석에게 조그마한 부상이라도 입히고 싶어 했던 선택이었지만, 내 힘으로는 검은 드레이크의

단단한 비늘을 뚫는 것은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분한 마음에 이를 거칠게 으드득! 갈고, 재빨리 검을 회수해 셀린에게 다가갔다.

아주 조그만 상처였지만 적잖이 따끔했는지, 검은 드레이크가 크앙! 하며 몸을 힘껏 뒤틀어 내게 앞발을 휘둘렀기에, 반쯤 구르듯 회피해 나 역시

셀린의 옆에 똑같이 엎어진 모양새가 되어 버렸지만, 진흙에 의해 옷이 더러워지는 것은 신경조차 쓰지 못한 채 옆에 있는 셀린에게 소리쳤다.

“괜찮아, 셀린?”

“어째서 여기에 온 거야……!”

땀과 진흙으로 범벅이 되어 버린 내 얼굴을 바라보는 셀린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진다.

그러면서도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것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쌓인 것은

오히려 이쪽이었다.

물론 좋은 의미가 아니라, 최소한 두세 시간은 나무랄 정도의 잔소리들로만 말이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어디 한 곳에 앉혀 놓고 잔소리를 퍼부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상황이 상황이고 지금 현재로는 그녀가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솔직히 감사하며, 셀린을 거칠게 붙잡아 강제로 일으켜 세우며 말을 이었다.

“그럼, 너 혼자 무모한 짓을 하는 걸 가만히 두고만 볼 줄 알았어? 이야기 길게 할 시간 없어. 정신 바짝 차려 셀린. 안 그러면 우리 둘 다

정말 죽을 테니까!”

그제야 셀린의 눈에 조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자기 혼자라면 모를까, 나까지 죽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셀린은 내 말을 듣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일행과 떨어진 시점에서 우리가 죽을 가능성이 거의 90%, 아니 지금의 체력 상태를 감안하면 95% 이상이 되었다는

점에선 절망적이지만, 이런 점에선 또 이상하게 예전부터 강운이 따랐던지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나는 셀린의 손을 붙잡았다.

셀린은 자신의 손을 붙잡은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전방에 우리의 모습을 보며 으르렁거리는 드레이크와 시선을 마주하며, 나는 차오르는 숨을 조심스럽게 내뱉으며 셀린에게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하긴 했지만, 솔직히 체력적으로 한계야. 이 상태로는 너를 보호하면서 드레이크와 싸울 수 없어. 그러니까 최대한 숲속의 지형을

이용해서 녀석을 따돌리는 방법밖엔 없어. 드레이크는 레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몬스터니까, 아무리 너를 노린다고 하더라도 일정 범위 밖으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길 거야. 그러니까 달릴 준비해, 셀린.”

“……응, 알았어.”

은빛의 머리카락을 타고 탁한 진흙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어, 내 시선은 검은 드레이크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포착하는 데 집중되었다.

바로 도망치지 않는 것은 조금이라도 거칠어진 호흡을 되찾기 위함이다.

다행히 드레이크는 커다란 나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리를 언제 덮칠까 여유 있게 고민하는 듯, 주위를 어슬렁어슬렁 맴돌며 우리에게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을 주었다.

“……지금이야. 달려, 셀린!”

“……!”

드레이크가 몸을 움찔하는 것을 포착한 즉시, 나는 셀린의 손을 잡고 숲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보통 손을 잡고 뛰는 행위는 서로에게 꽤 걸리적거려 달리는 것을 방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굳이 이 상황에서 셀린의 손을 잡고 뛰는 이유는, 내가 셀린보다 훨씬 빠르게 달릴 수 있기에, 자칫 잘못하면 내 달리는 페이스에 셀린이

무리해서 맞추려다, 오히려 오래 달리지 못하고 금세 지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속도에 내가 페이스를 맞추면서 동시에 드레이크가 셀린을 노릴 경우, 내가 셀린을 잡아끌어 당겨 공격을 피하게 하려는 것이다.

“셀린, 이쪽으로!”

“아, 윽!”

셀린에겐 좀 미안했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나는 셀린을 강제로 끌어당겨 품에 안아 어느 커다란 나무를 빙글, 하고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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