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16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16화
“아무래도 이제는 우리끼리 해결해야 할 것 같네요.”
“그러게.”
내 말에, 세라 누나도 나이아스 씨 쪽 상황을 파악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쿠어어어어어!”
“크윽!”
지금은 저렇게 날뛰는 모습 탓에 녀석의 힘이 펄펄 남아도는 것처럼 보이기는 해도, 조금 전에 나이아스 씨의 블리자드 스톰을 정통으로 얻어맞고
꽁꽁 얼었던 녀석인 만큼 실제로는 적잖은 체력이 소모되었을 것이다.
추가적인 마법 공격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앞으로는 녀석과의 체력 싸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후우! 작은 한숨을 내쉬고서, 곧장 세라 누나와
함께 오러 소드를 한껏 끌어올리고 녀석에게로 다시금 쇄도했다.
재교전
더 강해진 모습으로 변한 드레이크와의 사투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치열하게 이어졌다.
날카롭게 곤두선 녀석의 검은 비늘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녀석과 부닥치기라도 하면 살갗이 그대로 찢길 것 같았기에 조심해야 했으며 또한 검을 강하게 내려친다고 하더라도 비늘 탓에 검이 가죽까지 닿지 않았으므로, 공격은 횡으로 베는 것이 아니라 내지르며 찌르는 것에 한정하여 공격해야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체격 자체도 원래 몸집보다 1.5배가 더 커진 만큼 공격 범위와 그 체구에서 나오는 파괴력이 한층 더 강해지는 바람에 접근하는 것 자체에 상당히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남들이 힘들다고 말하면 기어코 도전해서 끝내 무언가를 쟁취해 낸다.
다행히 그 맹렬한 공격 속에서도 그렌 씨는 녀석의 공격을 단 한 차례도 허용하지 않고, 모양새가 어찌 되었든 또한 옷이 얼마만큼 더러워지든 땅을 구르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온 힘을 다해 회피에 힘써 주었다.
덕분에 나와 세라 누나 그리고 셀린은 그렌 씨의 생존 능력을 믿고 온전히 검은 드레이크의 체력을 서서히 깎아 나가는 데 주력하여 녀석에게 조금씩 확실한 타격을 입혀 나갔고, 우리에게 공격받아 가죽이 뚫리며 피를 내쏟은 드레이크는 그때마다 재차 큰 포효를 내지르며 자신의 분노를 우리에게 표출했지만, 인제 와서 그깟 포효에 겁먹거나 주춤할 우리가 아니었다.
“하아아!”
셀린은 기합 소리를 내지르며 아틸란트를 크게 휘둘러 검은 드레이크의 어깻죽지를 사정없이 내려쳤다.
“크아아!”
그 무식하게 강렬한 충격에, 드레이크가 몸을 움찔하며 비틀거렸다.
일행의 공격 중에서 유일하게 드레이크의 곤두선 비늘에 영향받지 않은 것이 바로 셀린의 공격이었다.
셀린의 공격은 오러 소드에 의한 절삭력에 의지하지 않고, 레드 드레이크의 힘과 오러에서 내뿜어지는 완력 그리고 아틸란트의 무게에서 나오는 파괴력에서 나왔다.
제아무리 단단하기로는 오러 소드조차 막아 내는 녀석의 비늘이라도 검을 검이 아니라 둔기 다루듯이 후려치는 마당에, 그 막대한 충격까지 막아 낼 재간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세라 누나는 최대한 신중하게 힘을 끌어모았다가, 녀석이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려 하면 단숨에 치고 들어가 녀석의 가죽을 뚫고 검을 내질렀다.
그 행동이 반복되자, 그 튼튼하던 드레이크의 비늘이 상당히 너덜너덜해졌고, 가죽도 구멍이 숭숭 뚫려 곳곳에서 피가 뚝뚝 배어 나오는 모습이었다.
그 강력한 회복력도 나이아스 씨의 마법을 맞은 뒤엔 체력이 확실히 떨어졌는지, 곧바로 회복되지 않고 상당히 더디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후우, 후우! 제법 오랫동안 상대한 것 같은데. 아직도 팔팔해 보이는걸……!”
거칠게 숨을 고르면서, 셀린은 아직도 거세게 날뛰는 검은 드레이크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질린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야 두 시간가량을 훌쩍 넘기며 싸움을 지속하는데도 전혀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조금씩 초조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
“걱정하지 마, 셀린! 처음 상대했을 때보다 회복력이 확실히 더뎌졌어. 아직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긴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체력이 상당히 손실되었을 거야.”
“그렇지만 이대로 가면 도리어 이쪽에서 버티질 못해.”
셀린이 말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렌 씨의 체력이었다.
“허억……헉, 허억……!”
두 시간 동안이나 지겹게 이어진 드레이크의 끊임없는 공격을 계속 피해야 했으니, 그 체력이 이젠 바닥을 드러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 더 날뛰기 시작한 녀석의 공격을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피해야 했으니, 체력 소모가 훨씬 더 컸을 것이다.
만약 드레이크의 집중 공격을 당한 것이 그렌 씨가 아니라, 세레나에게 힘을 받기 이전의 나였다면 뻗어도 진즉에 뻗었겠지.
그런데도 그렌 씨가 아직 버텼던 이유는 드워프 특유의 강인한 체격에서 나오는 뚝심과 인내력 때문이었다. 그게 이제 한계치에 달한 이상, 그렌 씨는 지금 언제 무너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제는 선택할 차례였다.
남은 드레이크의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기를 바라며, 녀석에게 큰 일격을 단번에 가하는 것과 더 큰 일이 생기기 전에 그렌 씨를 대열에서 이탈시켜 나와 세라 누나 그리고 셀린 3인이 다시 전투를 지속해 가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나도 이제 슬슬 무리야.”
“난 아직 더 버틸 만하지만, 그렌 씨와 셀린이 빠진다면 우리 둘이서 과연 녀석을 상대할 수 있을까?”
세라 누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버티긴 하겠지만, 앞으론 이렇다 할 공격 찬스를 얻기 힘들 거예요.”
공격 찬스가 없다면, 뛰어난 회복력을 가진 드레이크와 인간 두 명의 체력 싸움에서 누가 유리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한 사실이었다.
결국, 선택할 선택지는 정해졌다.
“그렌 씨를 대열에서 이탈시킴과 동시에, 반격을 감수하더라도 큰 데미지를 주는 수밖에 없겠네요.”
“알았어. 조금만 더 힘내 볼게.”
“부탁해, 셀린!”
셀린은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굵은 땀방울을 훔쳐 내고, 체력적으로 한계에 달한 그렌 씨를 보조하려고 땅을 박차고 달려갔다.
남은 세라 누나와는 시선을 통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작게 숨을 내뱉으며 심호흡한 뒤, 재차 손에 쥔 실버 레이를 굳세게 고쳐 잡았다.
“그럼, 가 볼까?”
뭔가 분위기상으로 최후의 결전 같은 느낌이 되어 버렸지만, 고작해야 신의 힘을 좀 빨아먹고 덩치만 산만 해진 검은 도마뱀에게 동료를 잃거나 질 생각은 없었다.
한껏 충만해진 힘을 느끼며, 오러 소드를 더 강하게 전개.
그 후엔 땅을 박차며 그렌 씨가 무사히 대열에서 이탈하도록, 녀석의 시선을 끌려고 일부러 과장된 공격으로 검은 드레이크의 시선을 내게로 집중시켰다.
“크아!”
“후우……!”
제아무리 녀석이라도 얼굴 바로 근처에서 대놓고 검을 휘두르는데, 이쪽으로 시선이 오지 않을 수 없겠지.
아니나 다를까, 갑작스럽게 뛰는 내가 녀석의 얼굴 바로 옆에 검을 스치듯 휘두르자, 적잖이 깜짝 놀라며 드레이크는 입을 쩍 벌려 나를 씹어 먹을 기세로 노리고 들어왔다.
“아넬!”
내가 검은 드레이크에게 너무 가까이 들러붙은 탓에 상당히 위험천만하게 보였는지, 뒤쪽에 있던 셀린이 다급히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침착하게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내게로 향해져 오는 드레이크의 커다란 입을 놓치지 않고 응시하며, 미리 캐스팅해 놓은 파이어볼 마법을 녀석의 입안을 향해 쏘아 보냈다.
“마나의 힘으로 타오르는 불꽃이여, 적을 불태워라! ‘파이어 볼(Fire ball)’!”
“캬악!”
제아무리 중급 마법 이하로는 무효로 하는 강력한 마법 저항력이라도, 입안에 직접 쏘아진 마법까지 아무런 피해 없이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큰 피해는 아니겠지만, ‘아, 뜨……!’ 하는 수준의 뜨거움 정도는 느끼겠지.
설마하니 그 상황에서 자신의 입안으로 불덩어리가 쑤셔 박히리라곤 녀석도 상상조차 못 했는지, 입안에서 느껴지는 화끈함에 검은 드레이크는 당황하며 몸을 뒤로 내뺐다.
그 틈을 타서 나는 녀석의 공격 범위 밖으로 유유히 벗어나 다시금 자세를 취했다.
“셀린, 이 틈에 그렌 씨를!”
“어, 응! 알았어!”
나와 세라 누나가 차례로 번갈아 가며 드레이크가 셀린과 그렌 씨 쪽을 노리지 못하게 막는 동안, 그렌 씨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셀린의 도움을 받아 대열에서 안전히 이탈하여 나이아스 씨가 있는 숲속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그렌 씨가 대열을 완전히 이탈하는 것을 확인한 즉시, 나와 세라 누나는 오러를 폭발적으로 끌어내며 검은 드레이크를 압박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크흐!”
“하앗!”
“하!”
이것은 사전에 뤼피올 마을에서 연습했던 작전 중 하나였다.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져, 나와 세라 누나만이 검은 드레이크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났을 때.
동시에 서로 시계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면서 드레이크의 시선을 교란함과 동시에, 한 명은 후방을 노리도록 유도한 전법이다.
물론, 녀석이 우리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반격하면 곧장 무산되는 공격인 만큼, 확실하게 공격을 성공시키려면 나도 그렇고 세라 누나 역시 과하게 오러를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어, 체력적인 면에서 손해가 크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현재 상황에선 조금이라도 더 녀석에게 데미지를 입혀 놓을 필요가 있어 무리해서 사용했다.
“쿠어아!”
동시에 시계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나와 세라 누나 중에서, 녀석이 선택한 타깃은 세라 누나 쪽이었다.
자신이 공격 타깃임을 안 세라 누나는 곧장 공격을 포기하고 드레이크의 공격을 피하려는 준비에 들어갔으며, 나는 반대로 녀석이 세라 누나에게 한눈판 사이에 일격을 먹이려고 눈을 부릅뜨고 빈틈을 찾았다.
‘……!’
그 순간, 나는 녀석에게서 제대로 된 빈틈을 발견했다.
그동안 우리가 계속해서 이어 온 체력 소모 작전이 드디어 빛을 발했나? 아니면 녀석도 2시간씩이나 이어진 전투에 조급한 마음이 생겼나?
내가 뛰는 이 장소에서부터 녀석의 목까지 이어지는 길이 눈에 선명히 보였다.
본래라면 목이라는 부위는 고블린이나 놀 같은 하급 몬스터가 아니라면, 강력한 회복력을 지닌 상급 몬스터에겐 그다지 급소라고 부를 수 없는 부위다.
단번에 머리를 쳐낸다면 모를까, 어지간해서는 그 단단한 뼈를 잘라 내지도 못할뿐더러, 동맥이 잘리더라도 몬스터의 회복력이면 잘린 혈관 따위는 금방 다시 붙어 버린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녀석의 회복력이 상당히 떨어져, 한참 전에 입은 공격조차도 아직 제대로 회복 못 시킬 정도로 지쳐 있다면 한 번 노려 볼 만한 곳이었다.
생각은 길었지만, 행동은 빨랐다.
힘껏 실버 레이의 검 끝에 오러를 주입하고, 나는 땅이 움푹 파일 정도로 발가락 끝에 힘을 주고 땅을 박차 날아올랐다.
그러곤 눈앞으로 보이는 녀석의 목덜미에 일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