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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215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8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15화

그 순간, 우리가 자리를 피한 그 자리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얼어붙을 것 같은 혹한의 냉기가 몰아닥쳤다.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하는 혹한의 추위, 빙설의 폭풍이여 몰아쳐라! ‘블리자드 스톰(Blizzard Storm)!”

상대방을 얼어붙게 하거나 혹은 추위로 둔화시키는 냉기 속성 계열 마법 중 가장 상위 공격 마법인 ‘블리자드 스톰’이 나이아스 씨의 외침과 함께

이곳에 구현되어 검은 드레이크 몸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나이아스 씨의 경지와 마나 양이라면 이 일대 전부를 뒤덮을 빙설의 폭풍을 만들어 냈겠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우리 역시 거기에 휘말려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어 일부러 범위를 한정 지어 사용했는지, 빙설의 폭풍은 검은 드레이크 주변만을 집어삼키며 마치 커다란 토네이도를 보는 것처럼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다행히 셀린도 그렇고 세라 누나도 그렇고, 내가 그렌 씨에게 몸을 날린 시점부터 몸을 피해서 우리 네 사람 모두 나이아스 씨의 마법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으며, 흩날리는 눈바람에 얼굴을 좀 쓸려 추위에 떨어야 했으나 그럭저럭 오러의 힘으로 버틸 만해 눈앞에 펼쳐진 마나 마스터가 일으킨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공격 마법의 위력에 그 모습을 넋 놓고 지켜보았다.

휘오오오오! 거센 바람 소리를 동반하는 블리자드 스톰 속에선 드레이크의 비명조차도 들려오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머문 빙설의 폭풍은 어느 순간 사그라지듯 모습을 감추었으며, 그 폭풍 속에 남은 것이라곤 새하얗게 변해 버린 땅과 거세게 포효하는

모습으로 서 있는 드레이크 얼음상의 모습이었다.

“저게 상급 공격 마법의 위력인가……!”

그렌 씨는 드레이크 한 마리를 순식간에 냉동 도마뱀으로 만들어 버린 블리자드 스톰의 위력에 입을 떡 벌리고 감탄했다.

그리고 그것은 상급 공격 마법을 실제로 보기는 처음인 나나 셀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러 마스터가 단신으로 왕국의 절반에 해당하는 전력이라면, 마나 마스터는 단신으로 왕국을 멸망시킬 수도 있다더니!’

새삼 마스터라는 경지가 가지는 힘의 크기를 또다시 느끼며, 나는 그렌 씨를 부축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저 녀석, 죽었을까?”

“글쎄요, 일단 겉으로만 보면 영락없이 즉사한 듯한데.”

온몸이 통째로 꽁꽁 얼어붙었는데, 과연 정상적인 생명체가 저 상태에서 살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일단 녀석이 확실히 죽었는지 확인해 보려고 가까이 다가가자, 아름답게 얼어붙은 녀석의 웅장한 자태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렌 씨는 얼어붙은 녀석의 모습을 둘러보다, 햐아! 하며 또다시 그 모습에 감탄했다.

“직접 싸웠을 때도 참 어마어마했던 녀석이지만, 이렇게 가만히 서서 보니 더 엄청나다는 생각이 드는군.”

“동감이에요.”

조심스럽게 다가온 세라 누나와 셀린도 그렌 씨의 말에 동의하며 검은 드레이크의 모습을 살펴보려는 찰나, 나는 꽁꽁 얼어붙은 녀석의 눈동자가 나를

향해 힐끔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 즉시 일행들에게 소리치며 허리춤에 수납한 검을 재차 뽑아 들었다.

“엇!”

“이 녀석,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다들 물러나세요!”

“뭣, 이 상태인데도 죽지 않았단 말이야?”

드레이크가 나이아스 씨의 마법으로 죽었으리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녀석이 살아 있다는 내 말을 듣고, 일행들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죽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살아 있지 않을까?’ 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은 덕분에, 일행들의 반응 속도는 빨랐다.

몇 발자국씩 뒤로 물러서서 다시금 드레이크의 반격에 대비해 오러를 끌어올리고, 지금은 동태가 된 검은 드레이크의 모습을 다들 긴장 어린 얼굴로

바라보려는 찰나.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몸을 뒤덮은 서리며 얼음이 조금씩 깨져 나가는 것이 우리 눈에 들어왔다.

“온몸이 저렇게 얼어붙었는데도 살아남다니! 참 질긴 녀석이군.”

그렌 씨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는, 드레이크가 가진 그 강인한 생명력에 혀를 내둘렀다.

“현재까지 나타났던 모든 이상 현상 몬스터 중에 가장 정점에 달한 몬스터니까요. 몬스터 식으로는 마스터급에 근접한 녀석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마스터급에 필적하는 몬스터라! 그거 정말 무서운 소리인데……!”

사실 진짜 마스터급에 달하는 위험도를 가졌다면, 우리는 진즉에 바닥을 나뒹굴었을 것이다.

나이아스 씨의 보조 마법으로 일시적으로 오러 익스퍼드 상급에 해당하는 전력을 냈다지만, 엄밀히 말하면 진짜배기 익스퍼드 상급 유저보다 기량이며

오러의 질과 양 모두 미치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정말로 지금 타이밍에 이 잊힌 신전에 찾아와 녀석을 발견했기에 망정이지, 자칫 더 늦어졌다면 진짜 마스터급에 달하는 몬스터가 이 대륙에

나타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살짝 소름이 돋았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녀석의 몸에 붙은 얼음들은 쩌저적! 갈라지면서 한두 조각씩 바닥으로 떨어졌다.

처음엔 앞발 쪽 얼음이 깨져 부서지며 녀석의 날카로운 손톱이 얼음을 긁어 댔고, 이어서는 꼬리 쪽 얼음이 부서지며 녀석은 꼬리를 이용해 몸에

들러붙은 얼음들을 조금씩 조금씩 깨뜨리기 시작했다.

이내, 검은 드레이크는 머리 쪽에 얼어붙은 얼음까지 전부 쪼개어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뱀 눈동자를 연상케 하는 그 날카로운 노란 빛깔 눈동자를

돌연 붉게 물들이더니 꼬리와 뒷다리를 이용해 몸을 크게 일으키곤, 온 땅을 진동으로 뒤엎으려는 것처럼 거대한 굉음을 내질렀다.

“쿠오오오오오오!”

“……음, 저건!”

“드레이크의 몸이?”

그런데 단순히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는 줄만 알았던 녀석의 커다란 울음소리가 점점 그치자, 드레이크의 몸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파충류의 비늘을 연상케 하듯 뒤로 매끄럽게 눕혀진 검은색 비늘들이 마치 고슴도치처럼 날카롭게 일어서면서, 원래의 몸집보다도 1.5배 이상 녀석의

몸집이 갑작스럽게 커졌다.

두 눈동자에선 금방이라도 핏물이 흘러내릴 것처럼 붉은 안광이 쏟아졌고,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살짝 벌려진 녀석의 입으로 불꽃같은 무언가가

아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야말로 ‘분노 모드’라고 표현할 만한 그 모습의 변화에, 나는 당황함을 넘어 황당함을 느끼면서 인상을 기괴하게 찌푸렸다.

‘아니, 이게 무슨 RPG 게임도 아니고……!’

변신한 드레이크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하려니, 드레이크는 변신이 모두 끝났는지 일으켰던 몸을 다시 아래로 내리며 나지막이 울리는 그르렁거리는

울음소리와 함께 우리의 모습을 섬뜩하게 노려보았다.

“크르르르……!”

“어, 음……! 화가 잔뜩 난 것 같은데.”

“그렌 씨, 조심하세요! 아마 아까보다도 더 미쳐 날뛰기 시작할 것 같네요.”

“……이런 젠장!”

한눈에 보기에도 ‘늬들은 이제 아주 엿 됐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 붉은 눈동자를 응시하며, 일행들은 재차 드레이크와의 2차전을 준비하고

오러를 힘껏 끌어올렸다.

“크아아아아!”

그만큼 소리를 질러 댔으면 목이 아플 만도 하건만, 지치지도 않는지 다시금 땅이 흔들릴 정도로 강한 포효를 내지르며 나를 향해 쇄도하는 검은

드레이크를 상대로 일행들은 각자의 위치로 흩어져 기존의 전법을 유지하려 했지만, 약한 놈 먼저 팬다는 참맛을 깨달은 드레이크는 나와 셀린, 세라

누나의 모습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다시금 그렌 씨를 향해 달려들었다.

“또 나야?”

“그렌 씨, 일단 구르세요!”

“우어어엇……!”

아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의 스피드로 휘둘러진 앞발에, 그렌 씨는 기겁하며 몸을 뒤로 날렸다.

정말로 아슬아슬하게 녀석의 손톱이 그렌 씨의 등짝을 부욱! 훑고 지나갔다.

단지 스쳤을 뿐인데도 그가 착용한 방어구가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너덜너덜하게 찢긴 것이, 단 한 대라도 공격을 허용했다가는 그보다 약한 인간의

몸이 어떻게 될지 예시를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그렌 씨, 괜찮으세요?”

“젠장, 이거 제대로 맞았다가는 시체 보존하기도 힘들겠는걸! 난 괜찮아. 어떻게든 피해 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드레이크가 작정하고 다시 그렌 씨를 노리기 시작하자, 그렌 씨도 이제는 작정하고 피하기로 마음먹었는지 자신의 검까지 바닥에 내던지고서 오로지

회피에 회피, 또 구르기를 반복하며 드레이크의 공격을 요리조리 요령껏 피하기 시작했다.

드레이크가 그렌 씨에게 집중하는 빈틈을 노려, 세라 누나와 함께 드레이크의 후방을 노리고 들어가 힘껏 검을 휘둘렀다.

“하앗!”

“핫!”

녀석이 우리의 공격을 눈치채지 못하는 타이밍에 맞춰 검을 휘둘렀다고 생각했으나 기세 좋게 휘둘린 우리 두 사람의 검은 카앙! 하는 불똥 튀는

소리와 함께 바짝 곤두선 녀석의 비늘에 가로막혀 가죽을 베지 못하고 그 앞에 멈추었다.

“이거, 진짜로 난이도가 확 올라갔네…….”

처음엔 고슴도치도 아니고 웬 비늘이 저렇게 솟구쳤나 싶었지만, 매끄럽게 누워 있을 때와 달리 비늘 하나하나가 칼날처럼 일어난 바람에 검을 횡으로

베고 들어가면, 비늘에 가로막혀 가죽까지 오러 소드가 닿지 않아 버린 그 모습에, 나는 짧게 쯧! 하고 혀를 찼다.

즉, 앞으로 이 녀석에게 제대로 된 데미지를 주려면, 검을 횡으로 베지 않고 검 끝을 날카롭게 세워서 힘껏 내질러 뚫는 찌르기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당연한 말이겠지만 찌르기는 적에게 큰 피해를 줄 순 있어도 검이 몸속에 틀어박히는 점 때문에 반격당할 확률 역시 높아지는

위험성을 가진다.

지금은 그렌 씨에게 집중하는 것처럼 보여도, 자신의 몸에 검이 틀어박힌다면 그 고통 때문에라도 녀석이 거세게 반격해 올 것은 기정사실일 것이다.

더욱 상대하기가 훨씬 까다로워진 녀석의 반격에, 공격 타이밍을 신중하게 살펴보면서 혹시 나 있을지 모르는 나이아스 씨의 공격 마법을 기대해

보았으나 아쉽게도 나이아스 씨는 이곳을 바라보며 마법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뜻을 간단한 제스처로 표현해 주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드레이크의 행동 패턴 때문일 것이다.

아까 전엔 드레이크가 그렌 씨를 집중해서 노리긴 했어도 그 행동 사이사이에 빈틈을 노릴 구석이 있어서, 나이아스 씨의 공격 마법 타이밍에 맞춰

어떻게든 그렌 씨를 범위 내에서 구출하여 루시안과 루웬 씨의 구속 마법으로 명중 타이밍을 맞췄다.

하지만 지금 드레이크는 그야말로 미쳐 날뛰는 수준이라, 한눈에 보기에도 그 타이밍을 잡기가 매우 어려워 보였다.

더군다나 한 번 호되게 당해서인지, 루시안과 루웬 씨가 방어 마법을 펼치려고 할 때마다 마나의 흐름을 민감하게 감지하여 두 사람이 있는 방향을

힐끔 쳐다보았다.

당장엔 우리 때문에 그쪽으로 향하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거나 나이아스 씨가 상급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하면, 곧장 그쪽으로 달려갈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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