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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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13화
마지막으로는 엘리시아가 일행들의 얼굴을 돌아보면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출발은 모두 아시다시피 내일 아침에 떠날 예정입니다. 오늘 하루 동안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주세요.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검은 드레이크를 토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목표는 누구도 죽거나 크게 다치는 일 없이 생환하는 것입니다. 그 점을
명심하고 토벌에 임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미 3주간의 시간 동안 여행에 필요한 모든 준비는 끝마친 상태였으므로 딱히 준비할 것도 없어, 그날 하루는 그야말로 일행들과 함께 푹 쉬면서
체력을 최대한으로 보충하였다.
***
“이거,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도착했군.”
그렌 씨는 눈앞에 보이는 순백의 신전 모습을 확인하고, 후우! 하고 작게 심호흡하며 말했다.
오늘로 뤼피올 마을을 떠나 금역에 들어선 지 겨우 3일째 오후가 막 되어 가는 시간이지만, 눈앞에 신전이 보이듯 우리는 벌써 검은 드레이크가
자신의 레어로 삼는 잊힌 옛 신의 신전 바로 근처까지 도착했다.
애초 예상처럼 5일이 걸리리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보다 2일을 더 앞당겨 도착한 일행들은 그 이동 속도에 작게 감탄하며, 또다시 신전
모습을 바라보며 이어질 전투에 대비했다.
예정보다 이틀이나 일찍 도착했으나 일행들의 얼굴에는 피곤함과 긴장감보다는 다소 여유가 감돌았다.
빠르게 이동한 만큼 적잖이 체력이 소모되고 피로가 쌓였으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이곳까지 오면서 그다지 체력을 많이 소모하지 않은 탓에
모두 컨디션이 최상의 상태라 나오는 여유였다.
“아무래도 나이아스 님이 마을을 출발하기 전부터 미리 보조 마법을 걸어 주셨던 것이 효과 있는 모양이네요.”
지난번 여행과 달리, 이번에는 뤼피올 마을을 출발하면서부터 나이아스 씨가 일행 모두에게 나이아스 표 특제 버프 마법 종합 세트를 걸어 주고
금역에 진입하였다.
그 덕분에 이동하는 데 쓰이는 체력 역시 가능한 최소한으로만 소모하며 이곳까지 왔고, 가장 문제가 되었던 몬스터와의 조우는 케르츠 씨의 후각과
세레나의 최면향으로 단 한 번의 몬스터와 마주치는 일 없이 편하게 이동했다.
그것은 야영하는 저녁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본래라면 불침번을 세우고, 주변에서 혹시라도 몬스터가 습격해 오지는 않는지 감시해야 했으나 마스터급인 나이아스 씨의 알람 마법과 트랩 마법,
거기에 세레나의 최면향 효과까지 더해지니 딱히 불침번을 세우지 않아도 일행들은 몬스터의 침입을 걱정할 필요 없이 편안하게 숙면했다.
단순히 이동하는 것뿐만이라면,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모험가들이다. 거기에 몬스터와 마주칠 일 없이 편하게 식사하고, 잠을 잤으니, 일행들의
컨디션이 최상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검은 드레이크와 전투 또한 이미 한 번 맞부딪쳐 본 상대이니, 처음보다는 공포감이나 긴장감이 훨씬 덜했다.
나이아스 씨는 신전 돌입에 앞서, 일행들의 얼굴을 한 번씩 둘러보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미 충분히 숙지하는 사실이겠지만, 또다시 마지막으로 계획을 점검하겠다. 신전에 최대한 다가가서 검은 드레이크의 모습이 관측되는 즉시, 검사
팀이 먼저 투입해 녀석의 시선을 끈다. 그사이에 내가 구속 마법으로 녀석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세라와 아넬은 검은 드레이크의 움직임이 멈추는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자신이 내뿜을 최대한의 오러 소드로 녀석에게 피해를 준다. 그 후엔 사전 연습대로 세라와 아넬, 그렌과 셀린이 녀석을
사방에서 마크하고, 루시안과 루웬은 곧장 실드 마법을 캐스팅하여 검사 팀을 보조한다. 나는 구속 마법이 끝남과 동시에 상급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하여, 완성되는 즉시 너희에게 신호를 주겠다. 제때 피하지 않으면, 자칫 잘못하다간 상급 마법의 위력에 너희까지 휘말리니, 신호에 늦지 않게
대처해라.”
“네.”
“마음 같아서는 시작부터 녀석의 얼굴에 플레임 익스플로전을 때려 박고 싶지만, 괜히 어설프게 건드렸다가 녀석이 먼저 날뛰기 시작하면 골치
아프니,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군.”
나이아스 씨는 작전에 대한 설명을 끝마치면서, 살짝 아쉬운 표정으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녀석이 저항하지 못하게 그가 사용할 마법 중에 가장 강력한 위력을 가진 상급 공격 마법을 내쏘아 단시간에 처리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그만한 위력을 가진 마법을 캐스팅하는데 감각이 예민한 검은 드레이크가 거대한 마나의 흐름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명중할지, 못 할지도 모르고, 또한 먼저 마나의 흐름을 눈치챈 드레이크가 일행이 숨은 이곳으로 달려들 가능성도 있는지라, 결국 나이아스 씨는
먼저 상급 마법을 캐스팅해 녀석을 공격하는 데 도박을 걸기보다는 구속 마법으로 나와 세라 누나를 보조함으로써 더욱 확실하게 검은 드레이크에게
피해를 줄 방법을 선택했지만, 못내 아쉬운 것 같았다.
“나이아스 님 몫까지 확실히 베어낼 테니,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훗, 내 몫은 괜찮으니, 너무 무리하지는 마라!”
실없는 농담을 잠깐 주고받고, 일행은 전투 준비를 완전히 끝마친 채, 천천히 신전을 향해 다가갔다.
일반적으로 드레이크는 사냥할 때를 제외하곤, 레어 근처에서 수상한 기척이 느껴지더라도 자신의 시야에만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어지간해서는
그냥 넘어가려는 성질을 가진 몬스터다.
혹시라도 녀석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자세를 최대한 낮추면서 신전 근처 숲에 몸을 숨기고 접근하자, 태양 빛이 잘 드는 신전 한쪽 구석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누운 검은 드레이크의 모습이 우리에게 보였다.
“나이아스 님, 녀석입니다!”
“음, 다행히 사냥을 가거나 자리를 비운 상태가 아니군!”
만약 자리를 비웠더라면, 녀석이 다시 이곳에 돌아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을 텐데. 타이밍 좋게도 검은 드레이크는 한가롭게 낮잠을 즐겼다.
녀석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천천히 오러를 끌어올릴 준비를 마치고, 나와 세라 누나, 그렌 씨, 셀린은 당장이라도 숲을 빠져나가 질주하게 몸을
가볍게 웅크리며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현재 전력으로 녀석을 쓰러뜨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거다. 단지, 지난번에 봤던 녀석의 모습이 전력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만큼, 그것을
감안해서 방심하지 않고 싸움에 임해야 한다. 아무리 전력이 강화되었어도, 녀석의 공격은 패시브 오러의 방어력을 충분히 뚫고 몸을 박살 낼 테니
말이다.”
“네.”
그 이상의 충고는 더는 필요하지 않았기에, 나이아스 씨가 구속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하는 것을 신호로, 우리 네 사람은 땅을 박차고 아직 우리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검은 드레이크를 향해 쇄도했다.
“크륵!”
“아넬, 녀석이 눈치챈 모양이다!”
“네, 확인했어요!”
수면을 취한다고 해도 그 야생의 본능이 어디 가지는 않아, 우리가 움직이는 소리를 포착한 검은 드레이크는 곧장 머리를 치켜들고 나를 매서운
눈으로 응시했다.
최대한 빠르게 접근한다 해도 우리가 머물던 숲과 신전 사이의 거리가 적지 않은 만큼, 검은 드레이크가 우리의 모습을 확인한 뒤에 공격 태세를
갖추는 데까지 시간은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선두에선 나와 세라 누나는 오러를 있는 힘껏 방출시켜 그 기세가 확연히 느껴질 만큼, 전력을 다해서
오러 소드를 발현시켰다.
세라 누나의 검에선 시리도록 영롱한 푸른빛의 검이 그리고 오러를 머금은 내 검 실버 레이는 그 이름에 걸맞은 찬란한 은빛 광채를 흩뿌리며 빛나기
시작했다.
“크아앙!”
그 힘의 기세 덕분에, 검은 드레이크의 시선은 우리 두 사람에게 고정되었다.
본래라면 이렇게 정면 승부에서 오러 소드에만 전력을 기울여 돌진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녀석의 공격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반격당해 크게
부상당할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안심하고 공격에만 집중하도록 도와줄 강력한 원군이 있었다.
“크아아아!”
검은 드레이크와 우리가 충돌하기 바로 직전, 녀석은 나와 세라 누나를 한꺼번에 공격할 생각으로 그 강력한 앞발을 크게 휘둘렀지만, 나와 세라
누나는 녀석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기다렸다는 듯이 마법의 캐스팅을 끝마친 나이아스 씨의 외침.
“나의 적을 구속하여,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라! 패럴라이즈(Paralyse)!”
“크릉!”
나이아스 씨의 마법 발현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방대한 양의 마나가 드레이크의 신체를 억압하며 그 움직임을 봉쇄했다.
앞발을 휘두르려는 그 자세 그대로 굳어 버린 듯 멈춘 덕분에, 나와 세라 누나 앞에는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녀석의 옆구리가 그대로 보였고,
반격당할 걱정 없이 있는 힘을 가능하면 쥐어짜 내며 그곳을 향해 오러를 잔뜩 머금은 실버 레이를 내질렀다.
“크아아아아!”
푸욱! 하는 섬뜩한 소리와 무언가를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 검의 손잡이를 통해 느껴졌다.
오러 소드로도 제대로 베어지지 않는 단단한 비늘이었지만, 공격 후의 회피와 방어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검 끝에 온 힘을 집중시켜 내지르는 검까지
막을 만큼은 아니었기에, 나와 세라 누나, 두 사람의 검은 녀석의 비늘과 가죽을 뚫고 드레이크의 몸속에 틀어박혔다.
양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고통에, 검은 드레이크가 고통에 찬 울음소리를 내뱉으려는 순간, 우리의 뒤를 이은 셀린과 그렌 씨의 일격이
드레이크의 안면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셀린은 합금 중에 가장 무거운 무게를 자랑한다는 통짜 에틸렌 소재로 만들어진 아틸란트의 무식할 정도의 무게를 그대로 이용해 녀석의 머리통
한가운데에 검을 내려쳤다.
단단하기로만 따지자면, 저 검은 드레이크의 머리통 역시 셀린의 아틸란트에 못지않게 단단하겠지만, 셀린의 괴력과 아틸란트의 무게 그리고 오러의
힘까지 더해진 그 공격에 제아무리 옛 신의 힘으로 강화된 신체를 가진 검은 드레이크라도 그 충격을 온전히 버티긴 무리였는지, 그대로 머리통이
땅바닥에 처박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거……, 무섭구먼!”
셀린이 검은 드레이크의 머리통을 내려칠 때 울리는 소리와 충격에 그렌 씨가 질겁하며 탄성을 내지르는 동안, 나와 세라 누나는 재빨리 드레이크의
몸에서 검을 회수하였고, 셀린이 녀석의 머리에서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게 드레이크의 몸을 속박하던 나이아스 씨의 구속 마법이 효력을 다해
사라졌다.
“……크아아아아아!”
“아무래도,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죠?”
일시적으로 땅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포효를 내지르는 드레이크의 모습을 보며 내가 말하자, 옆에 있던 세라 누나가 살며시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잘 자다가 느닷없이 침입자에게 습격당했지, 겁도 없이 자신의 영역에 침범한 침입자를 응징하려는 순간 몸이 구속되고, 양 옆구리엔 칼침을
먹었지, 더군다나 저 엄청난 힘으로 머리가 땅에 처박힐 정도로 머리 한가운데를 내려 찍혔는데 화가 안 나면 이상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