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05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05화
한 달이라는 시간 만에 드디어 복귀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절로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우리의 귀환을 가슴 졸이며 기다릴 루시안과 엘리시아 그리고 세라 누나와 그렌 씨 남매들.
또한 알게 모르게 걱정할 나이아스 씨를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숲을 걷는 속도가 늘어났고,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해가 저물기 전에 뤼피올
마을의 목책을 발견하고 그곳에 도착했다.
“이봐, 누군가가 오는데?”
“음, 오늘은 마을 밖으로 나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로 아는데……. 모험가인가?”
아무래도 오러의 경지가 더 오르면서 청각도 예민해졌는지,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목책 위에 감시탑 부근에서 망을 보는 엘프 청년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문 앞에 서자, 상당히 낯익은 엘프 청년의 모습이 감시탑 위에서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정지, 거기 누구인가?”
“아, 혹시 고웬 씨 아니신가요?”
“음, 누구인데 내 이름을, 어엇, 자네, 혹시?”
내 얼굴을 기억했는지, 나와 셀린 모습을 확인한 그렌 씨 친구 고웬 씨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다소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하, 이거 누구인가 했더니 그렌과 함께 왔던 모험가 친구 아닌가! 그렌에게 듣기로 몬스터에게 습격받는 바람에 헤어졌다 들었는데 용케 살아
돌아왔구먼!”
“네, 운이 좋았습니다! 혹시 마을에 그렌 씨와 제 동료들이 머무나요?”
“그래, 자네들이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기다렸지! 아, 이럴 것이 아니라, 곧 문 열어 줄 테니 어서 들어오게! 기다리는 그렌과 자네 동료들이
무척 반가워할 거야!”
고웬 씨는 후다닥 감시탑에서 내려와 목책 문을 열어 주었다.
오늘 이 시간 보초 당번이 고웬 씨가 아니었다면, 이것저것 신분을 묻거나 하느라 적잖이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생각되었기에, 고웬 씨에게는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를 나누었다.
“운이 좋았네요. 오늘 고웬 씨가 보초를 서서요.”
“뭐, 우리 마을은 기본적으로 모험가들을 거부하지 않으니까, 굳이 내가 아니었더라도 촌장님 이름을 말하면 쉽게 통과했을 걸세. 자자, 어서 그렌
집에 가 보라고.”
“감사합니다. 보초 임무 수고하세요, 고웬 씨!”
“그래. 친구 동료가 무사히 살아 돌아와 나도 기쁘군. 그렌 집은 어디인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찾아가겠지?”
고웬 씨 물음에 고개 끄덕여 답한 뒤에, 나와 셀린은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그렌 씨 집인, 정확히는 그의 아버지인 타르헨 씨 집을 향해 뛰다시피
해서 이동하였다.
조금 전 고웬 씨의 말을 들어 보면, 그렌 씨와 동료들이 이곳에 머문 지 약 보름이 조금 넘었다고 들었다.
그렇다는 말은, 우리와 헤어지고서 찾을지 못 찾을지 모르는 우리 두 사람을 무리해서 수색하기보다는, 나와 셀린이 자력으로 복귀하리라 믿고
이곳으로 바로 돌아왔다는 소리였다.
뭐, 동료를 구하려고 목숨 던져 검은 드레이크의 시선을 끌었는데, 동료들은 우리를 찾기는커녕 이곳으로 바로 돌아오지 않았냐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니다.
당시에 우리는 부상자가 둘이나 되는 상황이었고, 그것을 치유 마법으로 치료한다고 해도 그 전력으로 검은 드레이크를 재차 상대하기는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나이아스 씨의 마법을 이용하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지만, 나이아스 씨 역시 마법을 캐스팅하는 동안 위험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데다,
결정적으로는 일행들이 먹을 식량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괜히 우리를 탐색하겠다고 시간을 낭비하면 일행들 체력은 체력대로 떨어지고, 식량을 구하기도 어려워졌을 것이다. 또한 서로 길이 엇갈려 낭패 볼
수도 있었으니, 먼저 마을로 복귀하여 2차 여행 공략을 준비함과 동시에 우리의 생환을 기다리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그 결과로 우리는 생환에 성공했고, 이렇게 엇갈리지 않고 동료들과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느 정도 걷자, 마을에서도 다소 외곽에 위치한 타르헨 씨의 벽돌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타르헨 씨와도 인사를 나누었던 만큼, 거리낌 없이 우리는 타르헨 씨의 현관문에 통통! 노크했고, 이내 누군가가 현관문을 향해 걸어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네, 누구신가요…… 어머?”
문을 열고 먼저 나온 것은 이 집의 장녀, 엘프인 루웬 씨였다.
나와 셀린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내 작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슬슬 지금쯤이면 이곳에 도착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정말로 딱 맞게 돌아오셨네요.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넬, 셀린!”
“뭐, 아넬이랑 셀린이라고?”
순간, 우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벽돌집이 크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그렌 씨를 비롯한 케르츠 씨, 엘리시아, 세라 누나, 거기에 루시안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듯이 현관문을 박차고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가 나와 셀린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 상황 속에서, 우리 두 사람은 서로 잠깐 응시하고 빙그레 웃는 얼굴로 그들에게 우리의 생환 소식을
알렸다.
“다녀왔습니다.”
***
나와 셀린은 타르헨 씨 집에 들어선 뒤로 생환 기쁨도 잠시, 한동안 극심한 질문 공세와 온갖 비난을 고스란히 받아야만 했다.
질문의 원인은, 다름 아닌 세레나의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비난의 원인은 나와 셀린의 돌방 행동에 대해서였다.
일행들은 나와 셀린의 모습을 확인한 뒤에, 이어서 세레나의 존재를 보고는 크게 깜짝 놀라며 나와 셀린의 얼굴을 번갈아 가며 돌아보았다.
자신들과 떨어진 두 사람이 간신히 생환하여 돌아왔나 싶더니, 느닷없이 4살짜리 아이를 어디선가 만들어 온 것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도 세레나의 외형이 셀린과 꼭 닮은 아이인 탓에, 일행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단순하게 생각할 땐, 나와 셀린이 영차, 영차! 힘써서 2명에서 3명이 되는 기적을 일으켰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만, 상식적으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사실이었다.
나랑 셀린이 일행과 떨어진 시간은 고작 한 달.
그 한 달 사이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4살짜리 아이가 만들어지고 태어나는 경우는 없다. 하나, 그런데도 세레나의
외형이 셀린을 똑 닮아 더더욱 의문이 커졌다.
이것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상당히 길어져 조금 뒤에 설명하기로 하고, 세레나의 존재에 대한 의문 다음에 이어지는 우리 두 사람에 대한 비난을 나와
셀린은 먼저 감당해야 했다.
“그 상황에서는 가장 최고의 선택이었을지라도, 방법이 전혀 없는 상황도 아닌데, 그렇게 목숨 버리듯 행동한 것은 명백한 셀린의 잘못이었어. 그
덕분에 마을로 복귀하는 동안, 우리가 얼마나 마음고생 했는지 알아? 동료의 목숨을 대가로 살아남았다고 말이야.”
“……응, 알아. 그건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해.”
“아니, 우리가 이 마을로 돌아오는 동안 얼마나 비참한 기분을 느꼈는지 안다면, 미안하다는 소리가 그렇게 쉽게 나올 리 없을 거야, 셀린!”
역시나 루시안이 셀린의 선택을 가장 맹렬하게 비난했다.
루시안은 어지간해서는 화내는 것이 보기 드문데, 이렇게나 매섭게 화내는 것을 보는 것은 이전에 고블린 사건 때 쓰러진 나와 리나를 홀로 두고
도시에 가 자기 자신을 비하할 때 이후로 처음 보는 일인 것 같았다.
하지만 셀린은 루시안의 비난에도 입술을 꼭 물고, 그저 루시안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루시안이 이렇게나 화내는 이유가 다른 것도 아니라 우리를 그만큼 걱정했다는 말임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해가 슬슬 넘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거의 우리 세 명이 함께 지낸 지도 어언 9년이 되어 간다.
성별이 어찌 되었든, 우리는 길드의 세 신성으로 불리며 서로 동고동락했고, 누구 한 명이 힘들고 마음고생 하는 일이 생긴다면, 나머지 두
사람이, 때로는 한 명이 두 사람을 위로해 주곤 했다.
그런 관계였던 만큼 셀린 혼자도 아니고 나까지 셀린을 따라 검은 드레이크를 쫓아갔다.
다른 이들에게는 셀린이 동료들을 위해 희생하였으며, 나는 셀린을 구하러 간 것으로 보였겠지만, 루시안에게는 자기 자신만 홀로 남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당시에 루시안은 셀린을 비롯해 케르츠 씨 와 루웬 씨 그리고 엘리시아를 지키려고 검은 드레이크 앞을 막아서다 공격당해 상처를 입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루시안의 성격이라면 그것 역시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 일어난 일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결국 셀린과 나는 살아 돌아왔고, 셀린의 과감한 결단력 덕분에 일행이 전멸하는 것을 막고 살아 돌아왔지 않으냐고 따져 묻는다면, 사실상 루시안이
화낼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일행 전부가 셀린의 판단 덕분에 살아남은 것은 사실이니까.
하나 단순히 생존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 두 사람과 헤어져 홀로 이 마을에 터벅터벅 복귀했을 루시안의 감정을 생각하면, 차마 그런 식으로 따지고
들 수 없는 노릇이기에, 셀린은 가만히 비난하는 루시안의 말 속에 담긴 친구의 서운함을 받아 주었다.
그렌 씨나 다른 사람들도 셀린의 선택에 적잖이 서운함을 느낀 모양이었지만, 처음으로 보는 루시안의 분노와 그가 워낙 강하게 비난하는 바람에
끼어들 틈을 놓쳐, 이제는 도리어 ‘이거, 말려야 하지 않나?’ 하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 서운함의 표현이 자칫 잘못하면 하나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루시안과 셀린 곁으로 다가가, 두 사람 손을 꼬옥 잡아
주며 두 사람 사이를 중재하였다.
“루시안, 네가 우리에게 얼마나 서운함을 느꼈을지는, 많이 힘들었으리라 생각하지만, 셀린 역시도 많이 고생했어. 일행들과 떨어진 이후부터 뤼피올
마을로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 너와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처음 며칠간은 셀린이 그것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로로
상당히 고생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인제 그만 셀린을 용서해 줘. 그리고 나 역시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셀린을 데리고 이곳에 오지
못한 것을 사과할게. 그동안 홀로 있게 해서 미안해.”
“…….”
아마도 그때가 루시안이라고 하는, 늘 침착하고 빙글빙글 웃어 주는 그 친구가 처음으로 작은 눈물방울을 흘린 것을 본 날이라고 생각한다.
루시안은 말없이 입술을 꾹 깨물고는 나와 셀린을 함께 다정히 안아 주었고, 한동안 우리 두 사람은 말없이 우리 품속에서 고개를 떨어뜨린 루시안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그가 원래의 웃는 얼굴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루시안을 홀로 있게 한 데 대한 용서를 받음과 동시에 그와 화해를 했을 땐, 나이아스 씨도 타르헨 씨의 집에 도착하여 우리의 생존 모습을 직접
확인하셨다.
어떻게 나이아스 씨가 우리의 귀환 소식을 알고 이곳으로 찾아왔는지는, 사전에 루웬 씨에게 우리 두 사람이 복귀하였을 때 자신에게 소식이
전달되도록 하는 마법 아이템을 주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