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04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04화
“……놀랍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는군요. 고작 부족한 부분을 메웠을 뿐인데, 이렇게 검이 달라지나요?”
“그 부분은 상당히 애먹었지. 내가 처음 검 상태를 몰라, 순전히 느낌으로 때려 맞히는 수밖에 없었거든. 다행히 그 검을 처음으로 단련했던
대장장이가 영 솜씨가 없는 대장장이는 아니었는지, 검신 자체에도 불순물이 거의 없었을뿐더러 무게중심이 올곧게 잡혔네. 그 덕분에 성공 확률이
크게 늘어서 지금의 검신이 탄생했지.”
탈로트 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번뜩이고는 작은 미소와 함께 내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놀랄 만한 부분은, 단순히 무게중심과 예기만이 아닐세.”
“혹시, 검신이 회색빛을 띠는 것과 관계있는 부분인가요?”
“후후, 바로 그거네. 단순히 철을 보충하는 일이었으면,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데 이틀도 채 걸리지 않았을 거야. 자네가 확인해야 할 부분은
검에 새롭게 추가된 내 오리지널 합금의 성능이지. 검에 오러를 주입하여 오러 소드를 만들어 보게.”
“오러 소드를 말입니까?”
그는 내 눈을 응시하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나는 검을 살짝 추켜올리고, 탈로트 씨의 말에 따라 오러를 일부분 개방하여 그것을 검에 주입해 보았다.
한층 더 강해지고 빨라진 오러가 순식간에 심장에서 요동치듯 뛰쳐나오더니, 오른손을 타고 검신에 맺히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오러가 맺히기 시작한 회색빛 검신에 새로운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보고, 나와 셀린, 세레나 검을 제작한 탈로트 씨까지 그 모습에
작게 감탄을 내뱉었다.
“오오, 역시 제대로 완성되었구먼!”
“탈로트 씨, 검신의 색이 바뀌다니! 이게 대체…….”
내게서 주입된 푸른빛 오러가 검신 전체를 감싸듯 영롱한 빛을 내뿜기 시작하면서, 회색빛 검신은 어느새인가 그 색이 빛나는 은빛 광채로
뒤바뀌었다.
얼핏 보면, 평범한 강철 검의 색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일반적인 강철 검에서 보는 색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색상이 깊고 맑았다.
탈로스 씨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흥분된 어조로 우리에게 새로운 합금 설명을 빠르게 이어 나갔다.
“그것이 바로 내가 새롭게 제작한 합금 성능이지. 블랙 라이트 합금보다도 오러 전도율이 우수하며, 특이하게도 오러를 머금으면, 그 강도와 예기가
더 올라가는 신비한 금속이야.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다면, 워낙 적은 양이라 그 금속으로 검신 전체를 만들지는 못했다는 것이지만, 자네의 검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양으론 충분했지. 마나를 머금으면 그 빛이 은빛으로 빛난다는 특징을 따와 ‘실버리온’ 합금이라 이름 붙였네.”
실버리온이라!
뭔가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은 익숙한 네이밍이었지만, 오러를 머금는 순간 깊고 맑은 은빛 색으로 변한다는 점에서는 참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았다.
그렇게 천천히 영롱한 푸른빛을 내뿜는 오러와 오러를 머금고 깊고 맑게 빛나는 은빛 검신을 바라보려니, 탈로트 씨는 검신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다행이군.”
“정말 마음에 듭니다. 소재도 소재지만, 기존에 사용하는 검과 느낌이 다르지 않아 더 만족스러워요. 제 검을 다시금 소생시켜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 작업은 내 새로운 도전이자, 그 검을 사용해 줄 실력 있는 검사라는 점에서 한층 더 노력하는 계기였네. 막연한 느낌 같지만, 자네라면 그
검으로 무언가 굉장한 일을 벌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구먼. 그다지 명예니 명성이니 따위에 관심 없는 편이지만, 내가 직접 개발하고 단련한 검이
누군가의 손에서 활약한다는 것은 기쁜 일이야. 부디, 그 검을 잘 사용해 주길 바랄 따름이네.”
탈로트 씨는 새롭게 탄생한 애검에 이름이 없다면, 검이 무척이나 섭섭할 것이라면서 나와 함께 의논하여 실버리온 합금으로 재탄생한 검에
‘실버레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평소에는 회색빛 검신을 띠어서 실버레이라는 이름이 좀 어색하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검신이 오러를 머금기 시작하면 이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소소하지만, 이건 셀린 양을 위해 한번 만들어 보았다네.”
“네? 제 검이요?”
“셀린 양이 오러의 특이 현상으로 무척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던 것이 떠올라, 짬짬이 만들어 보았네. 블랙 라이트 재질의 검은 오러
전도율이 높지만, 무게가 적게 나가는 편에 속하는 합금이지. 그 때문에 무게가 나가며, 강도가 가장 튼튼한 에틸렌 소재를 이용해 검을 만들어
보았다네.”
탈로트 씨는 기어이 우리 두 사람에게 자신의 검을 한 자루씩 건네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특히, 내 검의 경우엔 부탁해 제련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설마하니 셀린의 검까지 새롭게 제작할 줄은 대장간에 탈로트 씨의 식사를 가져다주러 갔던
나 역시 5일 만에 처음으로 안 사실이었기에, 다시금 탈로트 씨의 노력에 감사 인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탈로트 씨가 셀린을 위해서 특별히 제작한 통짜 에틸렌 소재 검은, 무척이나 무거운 검이었다.
애당초 에틸렌 소재로 만들어진 검신은 그 검신 위에다가 바윗덩어리를 굴러 떨어뜨려도 검신이 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강한 강도로 유명한
소재였다.
다만, 에틸렌 소재의 경우엔, 그 무게가 같은 질량의 철보다도 훨씬 무거워 보통의 경우엔 에틸렌 합금과 일반 철의 비율을 3:7 정도로 섞는데도
어지간한 배틀 엑스나 바스타드 소드에 해당하는 무게를 가질 정도다.
하지만 탈로트 씨는 셀린의 힘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셀린의 검에 통짜 에틸렌 소재를 사용하는 만행(?)을 저질렀고, 그 때문에 셀린의 검은
땅바닥에 패대기치면 땅이 움푹 파일 정도로 무서운 무게에, 그 강도는 검을 힘껏 집어던지면 투석기를 연상케 할 정도의 위력으로 부딪친 바위를
그대로 박살내는 위엄을 보여 주었다.
안 그래도 레드 드레이크의 힘에, 오러의 힘이 덧붙여져서 이제는 대륙 전체를 통틀어서도 전력을 다하는 셀린을 힘으로 이길 만한 상대가 오우거
같은 몬스터 외에는 있을까 의심이 가는 상황에서, 이러한 통짜 에틸렌 소재 검은 셀린의 공격력을 대폭 강화해 주었다.
내 검에 실버레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처럼, 셀린의 검에는 ‘아틸란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결국, 탈로트 씨가 이기셨네요. 우리 두 사람에게 검을 만들어 주셨으니까요.”
“껄껄, 이 탈로트는 한 번 하고자 마음먹으면 꼭 이루고 마는 사내야. 내가 주기로 마음먹은 시점에서부터 자네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내게 검을
받을 운명이었다네! 하하!”
우연히 그의 목숨을 구해 준 것치고는 정말로 큰 보답을 받아 버렸다.
앞으로 함께할 든든한 동반자를 얻은 나와 셀린은 또다시 이 멋진 검들을 탄생시켜 준 탈로트 씨에게 감사 인사를, 세레나는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탈로트 씨에게 쪼르르 달려가 그의 옷을 쭉쭉 잡아당겼다.
“아저씨, 세레나는?”
“허헛, 이거 세레나도 뭔가가 받고 싶은 모양이구나!”
아마도 나와 셀린은 저마다 반짝거리는 것을 탈로트 씨에게 선물 받았는데, 자기 자신만 아무것도 받지 못해 좀 의아한 모양이었다.
세레나의 묻는 그 표정이 귀여웠는지, 탈로트 씨는 웃으면서 세레나에게도 은으로 만들어진 예쁜 팔찌 하나를 선물로 주었다.
“자, 아저씨의 선물이다! 예쁘지?”
“와아, 반짝반짝해!”
“엇, 탈로트 씨! 이건 또…….”
누가 드워프 종족 아니랄까 봐, 아이의 선물이라고 준 팔찌 역시 그 모양새가 영 심상치 않았다. 아마도 보석상에 내다 팔면 어지간한 집 한 채를
구입할 만한 가치가 그 팔찌에서 느껴졌지만, 내 표정을 본 탈로트 씨는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아마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리라. 우리에게 검을 기어이 넘겨주었을 때도 그랬지만, 탈로트 씨의 고집을 이길 순 없을 것 같았기에, 결국 난처하게
웃으면서도 그에겐 고개를 꾸벅 숙이는 것으로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세레나, 아저씨께 감사하다고 말해야지!”
“아저씨, 감사합니다!”
“오냐, 지금은 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후에 미녀로 성장하면 참 잘 어울릴 게다. 하하하!”
“미녀?”
“그런 게 있단다. 이거, 꽤 손해 본 것 같은데도 기분만큼은 좋구먼! 허헛! 하핫!”
그날 저녁엔, 역작을 만들어 냄으로써 자신의 실력이 한층 더 진보했음을 축하하는 자리로 탈로트 씨는 우리와 함께 고기와 고기 또 고기와 술로
이루어진 거나한 상차림을 마련하였고, 우리 역시 탈로트 씨와 함께 그의 실력 진보를 축하하며 즐거운 저녁 식사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못다 했던 이야기를 마저 나눈 뒤에, 다음 날 아침엔 탈로트 씨의 배웅을 받으며 나와 셀린, 세레나는 뤼피올 마을로 출발하려는 준비를
마치고 빌카스 마을 입구를 나섰다.
“그간 신세 졌습니다. 만들어 주신 검은 소중히 사용하겠습니다.”
“언젠가 영원의 숲에 또다시 들를 날이 오면 찾아올게요.”
“드워프의 수명은 자네들보다 훨씬 기니까 말이지. 부담 없이 언제든지 찾아오게. 다시 찾아오면 그때는 더 좋은 검을 만들어 주지! 아, 그때는
대가를 받을 터이니 보수를 두둑이 챙겨 오는 것 잊지 말고!”
“당연합니다. 이번에 드리지 못한 보수까지 더해서 드릴 테니 더 멋진 검을 구상해 주세요.”
“아저씨. 안녕!”
“오호, 오냐오냐! 다음에 볼 때는 훤칠한 미녀겠구나. 하하하!”
과연 세레나가 훗날 이곳에 다시 찾아올 날이 있을 때, 탈로트 씨를 기억할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누며 우리는 탈로트 씨와
헤어져 다시금 뤼피올 마을로 향하였다.
이곳에서 뤼피올 마을까지 향하는 길에 안내원이 따로 붙지는 않았다.
이미 먼저 우리의 생존 편지를 가져간 이가 숲에 뤼피올 마을까지 향하는 표식을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모험가가 사용하는 방식과는 좀 차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발견에 어려움을 겪을 만큼은 아니어서 우리는 길을 잃는 일 없이 계속해서
안내원이 남겨 둔 표식을 쫓아서 숲을 이동했고, 그렇게 며칠 정도 더 이동하자 눈에 상당히 낯익은 지형들이 보임을 느끼며 뤼피올 마을 근방에
다가왔음을 알았다.
“아넬, 여기 봐 봐! 예전에 케르츠 씨에게서 식용 버섯에 대해서 이야기 들었던 그 장소야.”
“그때 잔뜩 따서 돌아갔는데, 벌써 이만큼 자랐네. 시간이 그만큼 흘렀구나.”
케르츠 씨에게서 식용 버섯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이곳에서 식용 버섯으로 사용할 버섯들을 채취해 돌아갔던 적이 있었는데, 이미 한 번
채취했는데도 그 자리에 다시금 제법 자란 버섯들이 피었다.
한 달 정도 시간을 보냈으니, 이만큼 자란 것도 당연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그렌 씨 남매들에게서 영원의 숲 생존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던 장소들이 하나둘씩 보이는 것으로 보아, 점점 더 뤼피올 마을에 가까워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