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03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03화
거기에 여태껏 고기며 과일이며 산나물이며 어떤 음식도 맛있게 먹던 세레나가 이제 와서 채소에 대한 동족 의식 같은 것을 가질 리 없다.
즉 장난이다.
“으으, 세레나! 엄마 놀리면 못 써요!”
“헤헷, 엄마! 세레나, 배고파요!”
어째 말이 능숙해지고, 감정을 표현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더 능숙해진 뒤로는 더 웃는 일도 많아지고, 그만큼 장난기와 뻔뻔함도 늘어난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었지만, 귀여우니까 패스.
자신이 어린 세레나에게 놀림받았다는 사실에 투덜거리면서도, 셀린은 세레나의 접시에 잘게 썰어 익힌 고기를 듬뿍 얹어 주었다.
그 뒤엔 세 명이서 단란하게 점심을 먹었다.
고기를 먹은 세레나는 더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고기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으며, 그 뒤엔 마당에서 놀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셀린은 세레나가 깨끗하게 비운 그릇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내게는 한 사람의 식사분이 담긴 쟁반을 내밀었다. 이것은 이 집의 주인인 탈로트 씨의
점심 식사였다.
“아넬, 배달 부탁할게.”
“응. 알았어.”
나는 셀린에게서 식사가 든 쟁반을 받아 들고, 탈로트 씨 집 뒤쪽 대장간으로 향했다.
탈로트 씨가 내 검의 수명을 연장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검과 함께 대장간으로 들어가 망치질을 시작한 지 벌써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탈로트 씨는 그야말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망치질에 힘썼으며, 모처럼 타오른 창작 욕구를 불태우고자 식사까지 걸러 가며 검의 제련에 힘을
쏟아부었다.
듣기로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은 모양이라 열정에 불타오르는 그를 말리기도 뭣해서, 그에게 허락받아 검이 제련되는 동안 우리는 탈로트 씨
집에서 생활했다.
이곳까지 오면서 만약을 대비에 돈이 될 만한 약초들을 조금씩 포켓에 넣어 두었기에, 그것으로 식재료를 구해 식사하면서, 동시에 열심히 일하는
탈로트 씨에게도 완성된 식사를 대장간으로 배달해 주었다.
하나 대장간의 온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다수의 일꾼이 일하는 장소가 아니라, 오로지 탈로트 씨만 있는 개인 대장간이라 그런지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고 그 안에서 타오르는 거센 불꽃
탓에 오러를 두르고 들어가지 않으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워서, 셀린이나 세레나가 아니라 내가 탈로트 씨에게 식사를 가져다주었다.
아직 대장간에 들어가지도 않았건만, 대장간 밖은 벌써 뜨거운 기운이 후욱! 하고 몰아칠 정도였다.
천천히 오러를 개방해 몸을 안전하게 보호한 뒤, 대장간 문을 열었다.
‘후우…….’
숨 쉬기 곤란할 정도의 강한 열기가 온몸에 후끈 들러붙었다.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것은 열기뿐만 아니라, 코를 찡하게 만들 정도로 강한 쇠 냄새다.
그리고 열기의 근원인 화롯불 앞에 웃통을 까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탈로트 씨의 모습이 보였다.
“탈로트 씨, 식사 가지고 왔습니다.”
“…….”
그러나 내가 부르는데도 탈로트 씨는 이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것은 무시가 아니라 내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일에 집중함을 보여 주었다.
새빨간 불꽃이 일렁거리는 그 화로 속을 가만히 응시하며, 탈로트 씨는 땀을 계속해서 흘리면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이내 그가 집게를 집어 들고 화로 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그것은 새빨갛게 달궈진 검신의 모습이었다.
영롱할 정도로 붉게 달구어진 검신을 천천히 둘러보곤, 탈로스 씨는 그것을 모루 위에 올려놓고 옆에 놓아둔 망치를 집어 들어 검신에 내려치기
시작했다.
대장간에 따앙, 따앙! 하는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결국 탈로스 씨의 집중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가 내 존재를 파악할 때까지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으며, 탈로트 씨가 점심 식사를 가져온 내
방문을 눈치챘을 땐 이미 1시간이 넘어서였다.
“아하하, 이거 미안하게 되었구먼. 집중할 때는 주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말이야. 들어왔으면 내게 와서 어깨라도 두드리지 그랬나?”
“하지만 제 검을 단련해 주려고 노력하신 거잖아요? 그렇게 집중하시는데 방해하는 게 좀 그래서요. 어차피 대장간 열기로 음식이 식지도 않고
말이죠.”
자고로 고기는 뜨거워야 제맛이라지만, 대장간 열기 덕분에 조금도 식지 않은 상태였다.
탈로트 씨는 고기 한 점을 집어 먹으며 빙그레 웃었다.
“벌써 3일이 지났나? 일행이 기다릴 텐데 생각보다 지체하게 했구먼. 조금만 더 기다려 주게. 앞으로 하루 이틀 정도면 완성될 것 같으니
말이야.”
“아닙니다. 이미 잔뜩 늦어 버려서요. 하루 이틀 정도 더 늦는다고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따로 사람을 보내 저희가 살아
있음을 알렸으니, 동료들도 저희가 살아 있음을 알 테고요.”
검을 고치는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을 알고, 탈로트 씨의 도움을 받아 뤼피올 마을에 사람을 보내 우리의 소식을 적은 편지를 전달했다.
이곳에서 뤼피올 마을까지는 약 4일 정도 걸리는 거리라고 들었으니, 내일이면 편지가 도착할 터였다.
동료들이 뤼피올 마을에 있을지 아니면 우리가 죽은 것으로 판단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렌 씨와 케르츠 씨, 루웬 씨
그리고 나이아스 씨에겐 그 소식이 전달될 것이다.
엘리시아와 루시안, 세라 누나가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려 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이왕 시간이 걸리는 것 혼신의 작품을 탄생시켜 보겠네. 아, 그리고 검을 고친다는 표현은 옳지 않은 것 같군. 지금
자네의 검은 새롭게 생명을 부여받으니 말이야. 다시 태어난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네.”
그렇게 말하면서 모루 위를 바라보는 탈로트 씨의 시선을 따라 이동해 보려니, 그곳엔 검은빛을 띤 한 개의 검신이 놓여 있었다.
“저것이 제 검의 검신인가요?”
“그렇네. 손잡이를 제거하고 검신만 따로 올려 둔 모습이지. 손실된 부분을 보강하고자 그 부족한 부분에 새로운 금속을 더했네.”
“혹시 블랙 라이트 합금을?”
내 물음에, 탈로트 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확실히 블랙 라이트 합금을 섞으면, 더 좋은 검으로 만들 것이네. 블랙 라이트 합금은 그 단단함도 단단함이지만 오러 전도율이 좋아, 전체
검신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양만 섞여도 그 힘을 어느 정도 발휘할 테니까 말이야. 하나 이 탈로트의 생명의 은인이자 앞으로 대륙 전체에 그
이름을 날릴지도 모르는 검사에게 쓰이는 검이 고작 그래서야 쓰겠나?”
“대륙 전체에 이름을 날리다뇨? 너무 평가가 과합니다.”
“훗, 이제 고작 18살의 나이로 오러 익스퍼드 중급에 오른 평가가 과하다면, 다른 이들은 자괴감에 빠지겠구먼. 허허헛,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이게. 단지 그런 느낌이 드는 것뿐이니까 말이야. 어쨌든 저 검은 지금 검은빛을 띠지만, 내가 새로 개발한 합금을 포함시켰네. 블랙
라이트보다도 오러 전도율이 훨씬 뛰어나고, 아틸론 금속보다도 더 단단한 합금을 말이야.”
“네, 그런 합금이 있단 말인가요?”
그러한 합금이 있다고는 들어 본 적이 없어 적잖이 놀라려니, 탈로트 씨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내 물음에 대답해 주었다.
“방금 말했잖은가? 내가 직접 만들었다고 말이야. 약 10년 전쯤에 우연히 어느 바위산에서 채굴한 특별한 광석으로 간신히 합금하는 데 성공했지.
그런데 그 양이 검 하나를 만들기엔 턱없이 부족해서, 이번에 그 합금으로 검을 만들어 볼 생각에 광석을 구하려고 바위산을 올랐는데…… 그 합금을
이렇게 사용할 줄은 몰랐군. 그 양도 자네의 검에 필요한 정도의 양이었으니까 말이야.”
단순히 검의 수명을 늘려 주는데 왜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나 했는데, 그러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더라도 자신이 개발한, 어쩌면 합금 중에서 능력이 가장 뛰어날지 모르는, 그 합금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내 검에 사용해 준 데 놀라려니,
탈로트 씨는 두 눈에 다시금 불타오르는 듯한 안광을 번뜩이며 자신 있게 미소 지었다.
“아마, 내 느낌이 맞는다면, 이번엔 내 인생 최고의 검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네. 그것을 사용해 주는 것이 다름 아닌 자네라니, 이거 참 마음에
드는구먼! 흐하하!”
그리고 탈로트 씨로부터 검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의 일이었다.
검의 소생과 생환
우리가 탈로트 씨의 집에 머문 지 5일째 되는 날 점심에 내 검은 완성되었다.
탈로트 씨는 완성된 검을 하얀 천에 싸서 거실로 가져와 곧바로 내게 넘겨주었다.
“새롭게 태어난 자네의 검일세. 한번 확인해 보게나.”
“이건…….”
하얀 천으로 돌돌 싸인 그 검을 탈로트 씨에게 전해 받자마자, 나는 상당히 친숙한 감각을 전해 받았다.
아버지에게서 검을 받은 후로, 길드에서 나날이 루시안과 함께 검을 휘둘렀을 때 느꼈던 그 감각.
몬스터와 전투가 이어질수록 알게 모르게 변하여, 지금의 검에서는 느낄 수 없는, 탈로트 씨의 말대로 손상된 부분이 완벽하게 채워진 그 감각이었다.
나는 손잡이만 잡았을 뿐인데도, 이 검이 오랫동안 내가 휘둘러 온 그 검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느꼈다.
그것은 탈로트 씨가 아예 새로운 검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내 검의 수명을 늘려 주었음을 가장 확실하게 증명해 주었다.
“…….”
나는 천천히 포장된 흰 천을 풀며 검신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흐흐, 어떤가?”
“검신의 색이 무척 특이하네요.”
검신은 천을 벗어던지고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는데, 올곧게 뻗어 특이하게도 옅은 회색빛을 띠었다.
그것은 블랙 라이트 소재의 색도 아니었고, 플루렌틸이나 아틸렌이라고 불리는 다른 합금 소재의 색도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검신을 보는 순간, 나와 셀린의 관심사는 부족한 부분을 무슨 소재의 합금으로 메웠을까가 아니라, 검신의 모습 그 자체에 고정되었다.
“아……!”
그리고 이어지는 짧은 감탄사.
탈로트 씨의 표현으로는 ‘고친다’가 아니라 ‘다시 태어난다.’라고 했던가! 눈앞의 회색빛 검신은 내 기억 속 검의 모습과 분명히 같았지만, 또 전혀 다른 그것이었다.
마치 그의 표현 그대로 ‘다시 태어났다’라는 것에 고개가 절로 끄덕일 정도로, 회색빛 검신은 새롭게 재탄생한 모습을 내게 유감없이 뽐냈다.
탈로트 씨의 손에서 그간 손실되었던 부족한 부분이 새로이 메워짐으로써, 이것이 과연 이미 완성된 검이 재단련된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처음 구입 당시 무게감과 무게중심보다도 훨씬 안정성 있게 균형이 맞춰졌다.
검날은 그저 스치기만 해도 어지간한 것들은 저항 없이 잘라 내 버릴 정도로, 날카롭고 번뜩이는 예기를 띠었다.
검신이 회색빛이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그것이 결코 색이 탁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오히려 맑고 영롱한 빛에 더 가까웠기에, 그것 역시 내 시선을 확 잡아끌기에 충분하고 넘쳤다.
“하하, 제법 많이 놀란 모양이구먼! 자신의 애검이 새롭게 태어난 모습을 보니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