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02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02화
따지고 보면, 탈로트 씨의 집에 장식된 검들도 성능상의 이유가 아니라 탈로트 씨의 추억이 담긴 검들이라 이곳에 거치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탈로트 씨는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선물 받은 검을 이해해 주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셀린의 경우엔 수시로 검이 바뀌다 보니 (그 괴력 탓에, 툭하면 검이 셀린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거나 손상되어 못쓰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사용하는 검에 대한 애착도 그리 크지 않았고, 이번에 새롭게 각성한 오러의 영향으로 더욱 오러 전도율이 높은 검을 원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내가 거절했기 때문인지 자신도 괜찮다며 정중히 탈로트 씨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래, 검을 선물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지. 혹시나 나중에라도 검이 필요해지면 이곳으로 찾아오게. 찾아오기가 힘들다면 심부름꾼이라도 시키게나.
내 그럼 두 사람을 위한 검을 만들어 보내 줄 터이니 말이야.”
“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검을 선물하지는 못하지만, 자네들의 검을 봐주는 것 정도는 해 줘도 괜찮겠지?”
탈로트 씨는 검을 선물은 포기했지만, 아무래도 자신을 구해 준 데 대한 보답을 어떻게든 하고 싶은 모양이라, 나와 셀린의 검을 한 번 봐도
되겠냐고 우리에게 물어 왔다.
사실 이 부분은 탈로트 씨가 아니더라도 그에게 부탁할 필요가 있어, 나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어 그것을 탈로트 씨에게 넘겨주었다.
‘그러고 보면 벌써 8년 이상을 사용해 온 검인가?’
10살이 되고 난 뒤, 길드에 가입하려고 세룬 도시를 떠나면서 아버지에게 검을 선물 받았으니,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해 온 검이었다.
그간 하루도 빠짐없이 손질해 와서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검신은 조금도 녹슨 부분 없이 반짝반짝 빛났다.
하지만 그 상태까지 좋지는 않았다.
여기까지 오면서 적잖은 숫자의 몬스터를 상대해야 했고, 또한 짜증이 날 만큼이나 단단한 비늘을 가진 검은 드레이크와 전투까지 치른 터라, 검날
자체가 많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탈로트 씨 역시, 내가 오랜 시간 동안 검에 정성을 들였다는 사실을 단번에 깨달았는지, 호오! 하며 작게 탄성을 내뱉고 검을 살펴보았다.
“검 손질을 게을리하지 않았구먼. 만들어진 지 적어도 7~8년은 되어 보이는데, 손질 상태가 아주 좋아. 단지…… 꽤 힘든 적들과 자주 싸운
모양이군. 내구도가 많이 떨어져. 검날의 손상 상태도 꽤 심각하고 말이야. 이대로라면 1년 내로는 무조건 검신이 부러지겠구먼.”
“예상은 했지만, 그 정도로 수명이 줄었나요?”
“검사들이 좋은 검을 찾는 이유는 비단 절삭력과 오러 전도율 때문만은 아니지. 단단한 재질의 검일수록 파손이 적고, 날이 쉽게 상하지 않는다네.
날이 쉽게 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검신의 재질 손상 역시 적고, 검의 수명 역시 길다는 뜻이지. 그런 의미에선 이 검은 가진 능력보다
너무나 혹사당했어. 자네가 처음 다루었을 때보다 적어도 20% 이상은 검신이 얇아졌을 거야.”
검은 다루다 보면 검날이 손상되기 마련이다.
특히 몬스터와 사투를 벌이다 보면, 검의 손상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몬스터의 가죽은 종류에 따라선 강철로 만든 검마저도 튕겨 낼 정도로 단단하고, 가죽이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몬스터들의 뼈는 강철만큼이나 튼튼하다.
그런 것들과 계속해서 부닥치다 보면 일반적인 검은 원래 수명의 절반도 채 달성하지 못하고 내구도가 떨어져 부러지는가 하면, 오러를 이용해
절삭력을 부여해 검의 손상을 최대한 줄이더라도 검날의 손상을 완전히 방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검날이 손상되면, 당연히 수리가 필요하다.
이가 나간 검날을 복구하려면 검신 자체를 강한 열의 불로 달구어 살짝 녹인 뒤, 이가 나간 부분을 메우고 다시 날을 갈아 줄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검신 전체가 조금씩 조금씩 그 재질이 소모되어 간다. 처음 구입했을 때보다 수리를 거쳐 가며 검신은 점점 얇아지고, 이내 그 수명을
다하면 부러진다.
10살 때 이후로 적지 않은 숫자의 몬스터를 상대하고 또한 이상 현상 몬스터라는 특히 더 단단한 피부를 가진 녀석들을 계속해서 상대해 왔다.
블랙 라이트만큼이나 고급 소재가 아니라 평범한 강철 재질로 이루어진 내 검이 상당히 혹사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탈로트 씨의 말은 정확했다.
아버지가 내게 선물해 주신 검은 꽤 정성이 들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세룬 도시의 평범한 대장장이가 단련한 검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오히려 여태까지 잘 버텨 준 것이 용하다.
“보아하니 이 숲에 더 오랜 시간 머물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내가 1년 정도로 시간을 잡긴 했지만, 몬스터와 싸우면 싸울수록 그 수명은
계속해서 줄어 갈 것이라네. 오우거 같은 녀석들을 상대한다면 언제 검신이 부러질지 모르는 노릇이지. 검사가 전투 도중에 검을 잃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 이곳에서 검을 교체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탈로트 씨는 재차 자신의 검을 언제든지 양도해 줄 생각이 있음을 내게 전해 왔다.
“계속 제안해 주셔서 무척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수없이 저를 도와 몬스터를 베어 온 검입니다. 그 어떤 검보다 이 검이 제 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있을 전투에서도 이 검이 꼭 필요합니다.”
비록 탈로트 씨에게 이야기는 못 했지만, 앞으로 있을 싸움은 그 검은 드레이크와의 재결전이 될 것이다.
세레나의 힘 덕분에 이번에 난 오러 익스퍼드 중급으로, 셀린 역시 중급과 거의 비등한 힘을 얻었다.
이곳에서 뤼피올 마을로 이동해, 또 한 번 신전으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계속해서 마나를 흡수한다면, 어쩌면 상급에 달하는 힘을 가질 것이다.
하나 몸에 익숙하지 않은 힘을 다루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 또한 없다.
아직 중급의 경지에 오르면서 발전한 신체 능력과 감각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한 형편에, 계속해서 몸의 적응이 채 따라가기도 전에 능력이 발전해
버리면, 이러한 현상은 자칫 실전에서는 큰 약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런 상황에서 몸에 익숙하지 않은 검까지 사용한다면 그에 적응하는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겠지.’
그러니 지금 상황에서는 무리해서 검을 바꾸기보단, 지금 검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 검의 수명이 고작 1년 정도만 남은 줄은 몰라, 이번엔 반대로 내가 탈로트 씨에게 부탁할 것이 생겼다.
“탈로트 씨, 혹시 제 검의 수명을 조금만 더 늘려 주시겠습니까?”
“검의 수명이라!”
힘든 부탁이었다.
검의 수명을 늘리는 것은 처음 만들어진 검신에 추가로 금속을 넣어 다시금 검을 제련하는 것을 뜻한다.
이미 완성된 금속에 다시금 새로운 금속을 추가하는 것이 어지간한 솜씨로 이루어질 리도 없을뿐더러, 설령 제련에 성공하더라도 기존의 검의 무게
중심, 무게, 사용감에 큰 변화가 없어야 하는 고된 작업일 것이다.
오히려 그냥 만들어진 검을 내주는 것이 훨씬 편한 부탁이었지만, 앞으로의 전투에서 검이 꼭 필요해 부탁했는데, 탈로트 씨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무언가를 심히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그 눈을 번뜩이면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검에 새로운 몸을 주는 것은 아직 시도해 보지 않은 일이었지.”
현재의 탈로트 씨는 대장장이로서 한층 더 성장할 가능성의 길에 서 있다고 들었다.
이번에 굳이 혼자서 영원의 숲에 나온 이유도, 새로운 도전을 위한 재료를 얻으려고 바위산을 올랐다가 발을 헛디뎌 굴러떨어졌다고 했지.
그 덕분에 나와 셀린 그리고 세레나는 탈로트 씨를 만나 사람 사는 마을에 들렀지만 말이다.
그런 와중에 내 ‘검의 수명’을 늘려 줄 수 있냐는 부탁을 듣고 탈로트 씨는 무언가 창작 욕구가 번뜩인 모양이었다.
탈로스 씨는 내 검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작게 미소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검의 수명을 늘리는 행동보다는 오히려 이것과 완전히 똑같은 검 하나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 더 쉽다네. 그러나 어려운 일이지만 흥미가
돋는구먼. 여태껏 많은 수의 검을 제련해 왔지만, 죽어 가는 검을 되살리는 일은 해 본 적이 없어. 이것을 성공시킨다면, 나는 한층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이것 참, 자네가 목숨을 구해 준 것도 그렇지만, 자네 일로 그간 꽉 막혔던 다음 경지로 향하는 영감을
얻을 줄은 몰랐군.”
“나중에 일행을 만난 뒤에 보상은 확실히 해 드리겠습니다. 어려운 부탁인 줄 알지만, 제게는 꼭 필요한 검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이전의 말로, 탈로트 씨가 내 검을 다시 단련해 줄 마음이 있음을 눈치채고 고개 숙여 부탁했으나 탈로트 씨는 손을 들어 내 부탁을 제지했다.
“아까도 말했지? 이 탈로트의 목숨 값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하다네. 그리 낮은 가격으로 책정하면 화낼 걸세. 값은 필요 없네.
다만 이 검을 내가 원하는 대로 재탄생하게 허락해 주게. 자네에게 이 검이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더 나은 검을 사용할 수 없다면, 이 검
자체를 한 번 새롭게 바꿔 보고 싶군.”
탈로트 씨의 제안은 내게 하나도 나쁠 것이 없는 제안이었기에, 나는 냉큼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탈로트 씨는 무시무시한 안광을 내뿜더니, 단숨에 검을 집어 들고는 자신의 대장간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그의 대장간에서는 연신 뜨거운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고, 밤새도록 망치질 소리가 집안 전체에 울려 퍼져 나갔다.
***
“아넬, 세레나. 점심 먹어.”
“네에, 엄마! 엄마, 오늘 밥은 뭐예요?”
“우리 세레나가 좋아하는 고기란다.”
“고기, 고기다!”
“세레나, 고기를 좋아하는 것도 좋지만 채소들도 먹어야지?”
“하지만 채소는 세레나의 친구들이잖아! 먹으면 안 돼.”
“……어, 잠깐만. 그게 그렇게 되나?”
“……그럴 리가 없잖아. 세레나, 요 녀석. 요즘에 엄마 놀리는 재미에 푹 빠졌구나?”
“히힛. 농담이야! 세레나는 채소들도 좋아해!”
세레나는 내 말에 빙그레 웃더니, 쪼르르 달려와 내게 안겼다. 순식간에 세레나에게 당해 버린 셀린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정확히는
내게 안긴 세레나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말이다.
“나, 세레나에게 놀림당한 거야?”
“애초에 만드라고라가 식물들에 동족 의식 같은 것을 느낄 리 없잖아? 요즘 들어 더 똑똑해지는 것 같단 말이야, 우리 딸.”
“히히힛, 세레나 똑똑해!”
“그래, 그래. 그렇지만 엄마를 놀리는 것은 적당히 하렴. 알았지?”
“네에!”
얼핏 보면 만드라고라에도 식물의 부분이 존재해, 만드라고라를 식물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만드라고라는 명백히 ‘마나’를 품은 전혀 다른 종의
생명체다.
그야 식물들도 살아 있는 만큼 아주 미약한 정도의 생명력을 가질 테지만, 만드라고라만큼 되면 이미 식물이라고는 볼 수 없는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