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01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01화
“아뇨, 이만큼이나 정돈된 도로와 건물들은 어지간한 대형 도시가 아니면 보기 힘드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곳은 규모가 상당히 큰 대도시죠. 오히려
그런 대도시가 아니라 마을이라서 한층 더 멋이 느껴지는걸요.”
“오호라, 자네, 제법 안목이 뛰어나구먼. 그렇지, 규모가 크면 큰 나름대로 웅장함과 품격이 느껴지지만, 규모가 작으면 또 작은 나름대로
아담함과 정갈함이 느껴지지. 저곳이 바로 내 집이라네.”
탈로트 씨가 가리킨 곳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지어진 벽돌집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탈로트 씨 집 말고도 몇몇 채의 집이 마을과 떨어져서 지어진 것들이 보였다.
“아무래도 대장장이 일을 하다 보면, 소음이 발생하기 마련이네. 내게 망치질 소리란 이젠 음악과도 같지만, 몇몇 마을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소리지. 그 때문에 대장장이 일을 하는 일부 인원의 집과 대장간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지어진다네.”
과연 드워프가 대장장이의 선천적인 재능을 타고나는 종족이라지만, 모든 드워프가 대장장이 일에 관심을 가지지는 않는다.
그중 일부는 전사도 또 대장장이로서의 일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평범하게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 대장간의 망치질 소리는, 그것이 대장장이를 업으로 살아가는 드워프들에게 꼭 필요한 일임을 알아도 불편한 소음이겠지.
처음엔 잘 몰랐는데, 탈로트 씨의 집으로 들어가며 언뜻 살펴보니, 집 뒤로는 그만의 대장간이 연결된 모양이었다.
“흐음, 그러고 보니 마을 주민들 외에, 사람들을 이 집에 손님으로 맞이하는 것은 처음이구먼. 이거 좀 보기 흉할지는 몰라도 이해해 주게나.”
“이 전부를 탈로트 씨가 만드신 것인가요?”
“우아아! 아넬, 아넬! 칼이 엄청 많아!”
“세레나, 아넬이 아니라 아빠라고 불러야지.”
“아빠, 아빠! 칼이 많아! 엄청 많아!”
집의 문을 열고 들어와 주위를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살펴보는 세레나에게, 탈로트 씨는 멋쩍게 웃으며 자신의 갈색 수염을 쓰다듬었다.
탈로스 씨가 말한 ‘보기 흉한 것’의 정체는, 그의 집 곳곳을 가득 장식하는 각종 병장기였다.
검과 창, 도끼부터 시작해 방패와 각종 보호대, 투구, 심지어 풀 플레이트 메일까지 전시되었다.
어림잡아 보기에도 족히 50여 점 이상은 넘을 듯해 보이는 그 숫자에, 나와 셀린이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자, 자신의 작품을 감상 당하는
부끄러움에 탈로트 씨는 슬며시 얼굴을 붉히며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한 번.
차를 내 오겠다며 부엌으로 걸어가셨다.
탈로트 씨가 부엌에서 차를 준비하는 동안, 나와 셀린은 거실에 장식된 탈로트 씨가 손수 제련한 것으로 추정되는 검들을 바라보며, 아까 전의
세레나와 마찬가지로 눈을 빛냈다.
확실히 일반인들이라면 장식된 검들과 방어구를 보고 섬뜩하게 여기거나 그것에서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와 셀린은 한 명의
검사이자 모험가라 그것들의 가치를 확실히 알아보았다.
그렇기에 타오르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곧장 검들이 전시된 곳에 시선을 빼앗겼다.
“세레나의 말대로 검이 무척 많은걸.”
“응, 칼이 아주 많아!”
“하지만 건드리면 큰일 나니까 손대지 말렴.”
“네!”
검신에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것을 신기해하는 세레나의 모습에 잠깐 피식 웃고, 나는 다시금 장식된 검들의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 검들의 가치를 깨닫고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이 수많은 무기 중에 한 자루만 시장에 등장해도 엄청난 귀족들이 몰려들겠는걸.”
“정말로. 이것 봐 봐. 이거 수도에서도 구하기가 힘들다는 블랙 라이트 소재로 만든 검이야.”
블랙 라이트 소재.
흔히 검을 만들 때는 대장장이마다 자신만의 합금 비율을 맞춰 검을 더욱 단단하게, 그러면서도 잘 부러지지 않게 만들기 마련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륙의 모든 대장장이는 자신만의 뛰어난 무구를 생산하려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합금을 연구할 것이다.
그러한 소재 중에서도 특히 몇몇 합금은 그 값어치가 같은 무게의 황금보다도 더 비쌀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가진 것이 있다.
그중 하나가 셀린이 말한 블랙 라이트 소재 합금이다.
질 좋은 철과 ‘브라이언 라이트’라는 마력이 담긴 검붉은 빛을 띠는 광물을 모종의 방법으로 섞어 만든 블랙 라이트 합금은 일반 철보다도 훨씬
단단함과 동시에 오러 전도율이 뛰어나 검사들이 오러 소드를 사용할 때, 그 위력을 더욱 배가시켜 준다는 금속이다.
당연히 검을 다루는 검사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소재의 검이고, 이것을 만들어 낼 대장장이는 그야말로 극소수다.
그 재료가 되는 ‘브라이언 라이트’ 또한 구하기가 어려운 광물이라서,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한다는 그런 물건인데.
“그러한 검이 한두 자루도 아니고 무려 열 자루라니!”
탈로트 씨가 장식해 놓은 검 중에는 그러한 블랙 라이트 합금 외에도, 더욱 유연성을 살려 검이 마치 휘어지는 듯한 강한 유연성을 지니게 하는
소재인 플루렌틸 소재의 검도 있었고, 오로지 강도에만 신경 써서 그 검신 위로 커다란 바위를 굴러 떨어뜨려도 검신이 휘지 않는다는 ‘아틸론’
소재의 검도 함께 있었다.
무심코 그 검들을 향해 손을 뻗어 한 번이라도 휘둘러보고 싶은 욕구를 느꼈지만, 앗! 하고 퍼뜩 정신을 차리곤 들었던 손을 다시금 내려놓았다.
이 검들이 판매 목적으로 전시된 검이었다면 살 마음이 있든 없든 간에 마음대로 뽑아 휘둘러 보아도 그다지 문제가 없겠지만, 지금 이 검들은
탈로트 씨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해서 집 안에 전시해 놓은 물건들이었다.
대장장이가 남에게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물건을 전시해 놓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나 이곳이 탈로트 씨 말고도 다른 솜씨 좋은 대장장이 드워프들이 많은 곳이라면, 더 자신 있는 작품들만 이곳에 전시해 놨겠지.
그러한 검을 주인의 허락 없이 빼 든다는 것은 상당한 실례라서, 무심코 손을 뻗다 나지막이 반성하려니 등 뒤에서 탈로트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에 흥미가 좀 있는가?”
탈로트 씨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솟는 찻잔을 가지고 오면서, 검을 구경하는 나와 셀린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작게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나와 셀린이 장식된 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을 확인한 듯, 탈로트 씨는 가져온 차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이곳에 있는 검들은 내 성장의 증거들이지. 녀석들을 하나씩 만들어 낼 때마다, 나는 대장장이로서 한층 더 성장해 왔으니까 말이야.”
탈로트 씨가 말하길, 그의 집에 장식된 물품들은 그 완성도 자체가 그가 만들어 낸 무구 중에 가장 뛰어나서, 특별히 골라 장식한 것들이 아니라
대장장이로서 기존의 자신을 뛰어넘을 때 만들어 낸 작품들이라고 한다.
검사들이야 경지가 오르면 그 진보된 실력이 몸으로 축적되고 끝이지만, 대장장이라는 직업은 그 성장의 결과물도 남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 숫자가 거의 50여 점에 달하는 것으로 보아, 탈로트 씨가 얼마만큼의 성장통을 겪으며 그 실력을 진보시켜 왔을지 예상되었다.
처음 만나 그와 악수했을 때만 해도 그 우직한 손의 느낌과 굳은살에 어느 정도는 예상하던 일이지만, 이렇게 실제로 그의 작품들을 확인하니 그가
얼마나 뛰어난 대장장이인지를 알 만했다.
“성장의 결과물을 이렇게 확인할 수 있다니, 좋네요.”
“후훗, 그래 봤자라네. 검사와 마법사의 그것과 달리, 대장장이들이 아무리 실력이 좋아 봐야, 결국 그 무구들을 써 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의미조차 없어진다네. 이놈들도 마찬가지지. 녀석들을 만들어 낼 때는 필생의 혼을 담는다는 느낌으로 망치질을 했지만, 결국 제대로 써 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이리 집안에서 녹슬어 가는 것이 전부지.”
비록 그렇게 이야기는 했지만, 벽에 나열된 검들을 바라보는 탈로트 씨의 눈길엔 자신의 실력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는 몇 번인가 더 검들의 모습을 훑어보고는 나와 셀린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 만약 이 중에 마음에 드는 검이 있다면 골라 보게. 목숨을 구해 주었으니 응당 그 정도 대가는 치러야겠지.”
“아닙니다. 탈로트 씨를 구한 대가는 뤼피올 마을로 향하는 길을 알려 주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가볍게 거부 의사를 밝히자, 탈로트 씨는 고개를 저었다.
“고작 그 정도로 목숨 값을 치렀다고 보기엔 힘들지. 이래 봬도 마을에선 손꼽히는 대장장이 중 한 명일세. 조금 전에 방책 입구에서 만난 놈들의
무구도 전부 내가 만들었지. 그런 내 목숨 값이 고작해야 안내원 한 명을 고용해 주는 것 정도라고 말하면 섭섭한 노릇이야. 사양하지 말고 골라
보게.”
솔직히 그 말에 혹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흔히 RPG 게임에서도 좋은 장비는 유저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은 비록 그런 RPG 게임은 아니지만, 더욱 좋은 장비를 갖추면 갖출수록 생존과 방어, 공격이 모두 유리하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당장에 일반 대장간에서도 구할 만큼이나 싸구려 레더 아머와 오우거 가죽으로 만들어진 값비싼 레더 아머의 성능은 비교할 수조차 없는 수준이다.
전자의 경우엔 일반 단검으로도 힘껏 내지르면 뚫릴 수준. 후자라면 어지간한 강철검으로 내질러도 뚫리지 않는다. 당연히 그러한 방어력의 차이는
생존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뭐, 오러 익스퍼드 유저 정도 되면 오러 자체의 방어력이 어지간한 가죽 방어구보다 훨씬 좋아서, 방어구에 대한 욕심은 상당히 떨어지지만, 적어도
검에 관해서라면 욕심이 없어질 수가 없다.
값비싼 재료를 사용해 비싼 값어치를 하는 검은, 그만큼 날카롭고 무게중심이 잘 맞춰지기 마련이다.
검사에게 검의 무게중심이란 곧 검술을 펼치는 자세의 안정성을 의미하기에, 무게중심이 잘 맞춰진 검은 결과적으로 검사의 실력을 한껏 끌어올려 주는
역할을 한다.
그 외에도 오러 유저의 경우엔, 블랙 라이트 등의 소재로 오러 전도율이 높아진 검을 사용하면, 같은 오러 소드를 펼치더라도 유지 시간과 절삭력의
위력이 달라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좋은 검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가 없는 노릇이었으나 나는 허리춤에 찬 검의 손잡이를 살짝 매만지며 작게 미소 짓고, 탈로트 씨의
제안을 또다시 거절했다.
“검을 주신다는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이미 오랫동안 사용해 온 애검이 있어 괜찮습니다. 비록 탈로트 씨가 직접 제련한 검에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검에 불과합니다만, 이 검은 제 아버지가 저를 한 명의 검사로 인정해 주셨을 때 선물해 준 추억이 담긴 검이거든요.”
“오호라, 자네와 같은 검사가 어찌 그런 낡고 평범한 검을 가졌는지 의아했는데, 역시 그런 추억이 담겨 있었군그래. 그렇지, 추억이 담긴 검만큼
의미 있는 검도 없는 노릇이지. 좋은 검을 사용하면 더욱 실력을 발휘하기에 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러 소드를 발현할 실력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닐 테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