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36화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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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36화 (완결)
“…….”
그것은, 에레나 여신이 나를 통해 이 대륙에 전해 달라는 말, 바로 그대로였다.
옛 신의 힘은 다시금 봉인되었다.
하지만 이미 대륙으로 퍼진 그 힘은 조금씩 몬스터들에게 효과를 미치며 앞으로 얼마간 이상 현상 몬스터는 계속 나타날 것이고, 또한 옛 신의 힘은
몬스터들의 개체 수 증가에 영향을 끼쳐 그에 대해 대비가 필요한 것.
여신은 결코 대륙인들이 그 점을 우습게 생각하여 그냥 방치하거나 무시하기를 원치 않으며,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이의 희생을 걱정한다는 이야기를
그들에게 전달하였다.
또한 에레나 여신이 어째서 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륙과 소통을 단절할 수밖에 없었는지, 아니 왜 단절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내 이야기가
함께 이어졌다.
대륙을 구하고자, 사람들에게 새로운 신체를 부여하고자 또한 옛 신의 힘을 땅속 깊숙이 봉인하고자 자신의 자유도 포기하고 신으로서 힘을 거의 다
소모했기에, 그저 ‘성자’, ‘성녀’로 불리는 인물들과 간간이 소통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여신의 이야기.
그나마도 다시금 이 대륙에 영향을 끼친 옛 신의 힘으로 간섭을 제한받아 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일을 해결해 줄 이를 기다리며 자신을 찾는
수많은 대륙인에게 답해 주지 못해 안타까워한 여신 이야기.
무엇보다, 누구 한 명 대화할 상대 없이 여신 홀로 그 세계에서 천 년이라는 시간을 묵묵히 기다리며 간신히 이어진 소통에서도 오로지 대륙의
안전을 걱정한 여신 이야기를 거짓 없이 솔직하게 그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에레나 여신이 자신의 사생활(?)을 다 까발린다며 이 모습을 보고 내게 욕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에레나 여신의 희생에 가까운 그
모든 것을 대륙인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모든 힘을 다 쏟아붓고 그 공간에 감금되듯 지내오며 끝까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보다 대륙을 걱정하고 한낮 인간에게도 고개 숙이는
자애로운 여신 모습을 말이다.
“아아, 여신, 여신이시여……!”
“그런 줄도 모르고, 그저 불경한 생각을…….”
“당신께선, 진정한 우리의 여신이옵나이다.”
단상에 모인 모든 이가, 어느 한 사람의 행동을 시작으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여신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것엔 평민도 귀족도 왕족도 심지어 왕이나 마스터도 없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대륙의 안정을 바랐던 자애의 여신을 위해 기도드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에레나 여신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되새겨 보았다.
다시 여유로울 때 또 보자는 그녀의 말.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리 멀지 않은 기간에 그녀를 다시 만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모습을 볼 에레나 여신을 향해,
나는 살짝 미소 지으며 속으로 말을 이었다.
‘다음에 찾아뵐 땐, 더욱더 좋은 소식과 재미있는 제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이날, 세르피안 왕국의 역사서와 대륙 역사서엔 그간 제대로 적힌 적이 없던 수많은 항목과 업적들이 새로이 적혔다.
그곳엔 ‘나이아스 디볼린’, ‘엘리시아 폰 세르피안’. ‘세라 폰 이스프릴’, ‘루시안 폰 지어스’. ‘셀린 폰 이그니스’라는 이름 외에도
‘루웬 그록틴’, ‘케르츠 그록틴’, ‘그렌 그록틴’이라는 8명의 이름과 함께 ‘천 년 만에 다시 이어진 성자-아넬 폰 프로스트’ 이름이
추가되었다.
에필로그
“오빠, 정말이지 준비가 너무 늦어!”
“자, 잠깐만 리나!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시간은 아직 충분하잖아!”
“아이참, 누가 결혼식을 올리는 데 신부 신랑이 서로 딱 맞춰서 들어와? 신부가 어여쁘게 치장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이쁘다든지, 귀엽다든지 그런 말들을 해 줘야지! 인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좀 더 기억에 오래 남도록 해 주지 않으면 안 돼!”
리나의 질책에, 나는 윽! 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면 전생에서 결혼했던 삼촌이 내게 지금의 리나와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다.
단 한 번의 추억이니, 최대한 기쁘게 해 주어야 한다고. 또한 결혼기념일 등은 결혼 생활 도중에 절대,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고 말이다.
“자, 그래도 오빠는 꾸미지 않아도 원래 멋있으니까! 지금 그 상태 그대로도 충분한걸. 그러니까 언니들 준비가 다 끝나기 전에 어서 그쪽으로 가자.”
“그래, 알았어.”
계속 이어지는 리나의 재촉에, 결국 두 손 들고 항복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따라 옆에 걸쳐 놓았던 실버레이가 살짝 기울었지만, 실버레이를 가지고 갈까 잠깐 손을 뻗었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여태까지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한 소중한 검이었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애석하더라도 서로 떨어질 필요가 있었다.
이곳 특성상 도둑이 들어와 검을 가져갈 일도 없을 것 같아 실버레이를 다시 제대로 기울여 놓고, 먼저 방 밖으로 나간 리나를 따라 나 역시 방을 나왔다.
이어지는 걸음은 한참 웨딩드레스와 함께 그에 어울리는 어여쁜 화장을 할 레아 누나와 셀린이 있는 방을 향해서 걸었다.
정갈하게 정돈된 신전의 복도를 걸으며, 나는 감회에 찬 시선으로 창밖 너머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머니, 아버지. 저, 비록 전생에서는 하지 못했지만, 새롭게 태어난 이곳에서 드디어 장가갑니다.’
그것은 이 세계의 부모님께 하는 말이 아니라, 전생의 나를 낳아 주셨던 부모님께 드리는 말이었다.
전생에서 내가 사고로 죽었는지 아니면 그저 사라졌을지, 그도 아니면 평범하게 생을 마감하고 죽었을지? 그것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 내가 부모님에게 어떠한 모습을 보여 드렸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내 기억에는 부모님께 어엿한 직장을 가지고 결혼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하였다.
만약 후자라면 그래도 다행이겠지만, 전자라면 그 또한 큰 불효라 하겠다.
비록 내가 원해서 오게 된 이 세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때때론 전생의 부모님이 기억났다. 특히 오늘같이 축하받을 날에는 더더욱 말이다. 그래서 마음이라도 전해지도록 작게 염원을 담은 기도를 드린 뒤, 나는 재차 신부들이 기다리는 방으로 향했다.
이쯤이면 눈치챘겠지만, 오늘은 나와 레아 누나 그리고 셀린의 결혼식 날이다.
세르피안 왕국에 대대적인 행사가 있었던 뒤로, 무려 1년 만에 치러지는 결혼식이다.
‘설마, 금방이라도 치를 줄 알았던 결혼식이 이렇게 길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
영원의 숲에서 돌아오는 즉시 결혼식을 올리자는 애초 약속과는 다르게, 세르피안 왕국의 행사 준비 때문에 근 반년이 늦어지고, 행사가 끝난 다음에도 왕에게 수여받은 영지를 안정화하고, 주인이 없어도 무난하게 돌아가도록 관리인을 두는 등 뒷수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달이 두 달 되면서 이렇게 늦어졌다.
더군다나 일 처리해야 하는 것이 나뿐만 아니라 결혼하는 셀린 역시 마찬가지였고, 이왕 돈도 많이 생겼고 앞으로 생활고에 충분한 여유도 있겠다, 내친김에 부모님과 리나를 세룬 도시에서 수도로 올라와 지내도록 길드 지부를 다른 이에게 인수인계함과 동시에, 집을 마련해 이삿짐을 옮기고 또한 나와 레아 누나, 셀린과 세레나가 함께 살 제법 커다란 집을 마련하는 데도 시간을 투자하며 결혼식 준비까지 하려니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렇게 가능하면 할 모든 준비를 하려다 보니, 지나간 시간이 일 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안정을 되찾았다.
영지는 관리인이 잘 운영하는 모양이고, 신혼집 역시 내부에 가구들을 전부 준비해 놨다.
부모님과 리나도 새로 정착한 집에서 잘 적응하며, 친구인 루시안 역시 수도에 부모님을 모셔 와 함께 살 집을 마련했다.
이젠 그저 돈 걱정 없이 그야말로 행복하게 사는 일만 남은 셈이다.
“오빠,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곰곰이 해?”
“어, 응? 아아, 별거 아니야! 그냥 행사가 끝난 뒤 여기까지 오는 데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렸구나 싶어서.”
“그야, 원래 예정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오빠 나이를 생각하면 그렇게 느린 편은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니 또 그러네!”
성인식을 치른 뒤, 약 1년 반 만에 결혼식을 올린다.
귀족들이야 성인식을 치르기 전에 이미 혼약을 올리고, 성인의 나이가 되자마자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지만, 일반 평민치고는(지금은 귀족이지만, 얼마 전까지는 평민이었으니) 매우 빠르다고 볼 결혼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리나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으려니, 제법 안이 소란스러운 방 앞에 우리 두 사람은 도착했다.
잠깐 머뭇거린 후 차분히 심호흡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이쪽을 향해 새하얀 순백 웨딩드레스를 차려입은 두 여성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여성들의 모습에, 나는 순간 넋을 잃고 나를 바라보는 두 여성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특유의 검은 머리카락과 붉은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내렸으며, 얼굴엔 그리 과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화장을 해 각자가 가진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두 사람.
하지만 나로선 아주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데도, 레아 누나와 셀린은 그게 아닌지 살짝 몸을 비틀면서 자신들의 모습을 숨기듯 움직이곤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아, 저,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요……!”
“아니에요. 아주 예뻐요, 레아!”
“그, 그런가요? 아넬도 멋있네요!”
“그래도 역시 아넬은 허리에 검을 차는 편이 더 멋있는 것 같아.”
“하지만 오늘 같은 날까지 검을 찰 순 없잖아! 실버레이는 일부러 놓고 왔어.”
“음, 그건 그렇네.”
셀린은 자신의 웨딩드레스 차림을 보여 적잖이 부끄러운지 어색하게 아하하! 웃으며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했지만, 레아 누나에게도 그렇고 셀린에게도 또다시 예쁘고 귀엽다는 진심 담긴 말을 전해 주자, 두 사람은 동시에 빙그레 미소 짓는 얼굴로 내게 고맙다고 말해 주었다.
리나를 슬쩍 바라보니, 그럭저럭 합격점인 모양인 듯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나의 합격점을 받아 작게 안도의 한숨을 한 번. 방 안에 레아 누나와 셀린 그리고 두 사람의 치장을 도와주는 도우미 한 명씩만 있는 것을 보고,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세레나는?”
“아마, 어머님이 데리고 있으실 거예요.”
“결국, 엘리시아는 오지 않을까요?”
왜 갑자기 엘리시아의 이야기를 꺼냈냐면, 현재 이 자리에는 나와 셀린 그리고 레아 누나를 제외하면, 세레나가 가장 잘 따르는 사람이 바로 엘리시아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할머니라고 부르며 곧잘 따르지만, 아무래도 영원의 숲에서부터 가장 오랫동안 봐 온 엘리시아가 더 좋은지, 세레나는 셀린을 제외하면 엘리시아와 같이 있는 것을 좋아했다.
엘리시아 역시 자신을 따르는 세레나를 잘 챙겨 주었으며, 만약 이 자리에 엘리시아가 있었다면 어머니가 아니라 아마도 엘리시아가 세레나를 돌보았을 텐데. 어머니가 세레나를 돌본다는 것을 보면, 엘리시아는 아직 결혼식장에 도착하지 않은 듯해 그녀 이야기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