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35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35화
먼저 루시안에게 작위와 영지를 수여한 뒤, 이어서 베이트론 국왕은 셀린에게도 마찬가지로 작위와 영지를 수여하였다.
“셀린 폰 이그니스, 그대의 아버지인 페이라 폰 이그니스 백작의 명성에 걸맞은 놀라운 업적을 이루어 주었다. 루시안 폰 지어스 자작과
마찬가지로, 그대 역시 모험가 길드의 신성으로서 많은 이상 현상 몬스터를 토벌해 주었고, 그대의 검격은 검은 드레이크의 창칼조차 들어가지 않는
단단한 비늘을 깨부수고 큰 피해를 주었다고 들었다! 또한 첫 검은 드레이크와의 조우에서 위기의 순간이 닥쳤을 때, 자신을 희생해 일행을 구하려고
한 그 용감한 행동은 결과적으로 전멸의 위기를 겪을 뻔한 조사대를 구하고, 이후 재차 이어진 토벌에서 설욕함으로써 조사대가 아무런 피해 없이
전원 무사히 복귀하게 했다. 그것은 그대의 공이다! 그대에게 자작의 지위와 함께 남서쪽 콜트런 영지를 하사하며, 보물 10점과 앞선 이들과 같은
면죄부를 부여한다!”
“국왕 폐하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루시안과 셀린은 사람들에게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왕 옆에 섰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사람들과 같이 손뼉을 친 뒤에, 후우우! 작게 심호흡해 다시금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가슴의 고동을 느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시아를 비롯한 다른 인원들과 똑같이 단상 뒤쪽으로 이동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걷는 폼이 영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 모습에 나는 스스로 피식 웃고 말았다.
‘하기야, 전생에서는 꿈도 못 꿔 봤을 일이지.’
평범한 학생 시절, 졸업 후에는 군대, 제대 후에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았던 내가 이런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곳에 오르리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나 자신조차 상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지금은 그것이 실시간 현실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제대로 못 하면 엘리시아가 말했던 것처럼, 평생 이불에 발차기를 날리며 이날의 쪽팔림을 후회할 것이다. 어쩌면 자살하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수정구를 통해 내가 말을 더듬거리거나 몸을 덜덜 떠는 모습이 그대로 평생 기록에 남을 테니까 말이다. 후세에도 쭉.
“후우우……!”
아무도 없을 때, 재빨리 온몸에 오러를 가득 운용하여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눈을 떴다.
그러곤 곧 호명될 내 이름에 맞춰, 밖으로 나가려고 준비하려니, 누군가가 내 손을 잡는 것이 느껴졌다.
“……응?”
“아빠!”
내 손을 붙잡은 사람은, 다름 아닌 세레나였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기척도 없이 내게 다가온 세레나의 모습에 깜짝 놀라 주위를 돌아봤지만, 우리가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에 세레나를 돌봐 줄 아버지나 어머니, 리나나 레아 누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혼자 왔나?’
어떻게 이곳을 알고 여기까지 세레나 혼자 왔는지 알 수 없는 내 걱정을 이 아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내 손을 붙잡고 나를 향해 방긋방긋 미소
지었다.
이곳에 혼자 찾아왔다고 해서, 세레나를 혼내거나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하는 수 없이 세레나를 들어 품에 안으려니, 갑자기 세레나의
머리 부근에서 이전에 맡아 본 적 있는 새콤달콤한 향이 코끝이 찡하게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잠깐, 이거 혹시 최면향?”
그 향의 정체가 이전에 세레나의 능력을 확인하면서 많이 맡아 보았던 최면향임을 눈치채고,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왜 세레나가 내게 최면향을 썼을까?
그것에 의아해하려니, 어느 순간 미세한 떨림조차 멈춘 내 모습을 눈치챘다.
살짝 놀라 세레나의 얼굴을 돌아보자, 세레나는 여전히 해맑은 미소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세레나, 혹시 나 도와주려고 왔니?”
“응, 아빠! 힘내세요!”
아무래도 그게 맞는지, 세레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요 녀석, 아빠 생각해 주는 건 고맙지만, 그렇다고 이곳까지 혼자 오면 어떻게 하니?”
“아, 아넬! 혹시 여기에 세레나가……!”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뒤늦게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레아 누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는 세레나를 품에 안은 모습으로 레아 누나에게 차분히 말을
이었다.
“네, 여기에 있어요! 갑자기 세레나가 나타나 깜짝 놀랐는데, 아무래도 나를 도와주고 싶었나 봐요.”
“아아, 다행이에요! 반대쪽 장소에서 행사 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세레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찾아다니던 참이었어요. 미안해요, 아넬!”
“미안하기는요, 세레나는 오히려 절 도와줬는걸요!”
부모님과 레아 누나 그리고 리나는 세레나와 함께 이곳 반대쪽에 위치한 미러 마법이 걸린 방에서 행사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았다.
세레나가 이곳의 정확한 위치만 안다면, 충분히 뛰어올 거리였다.
단지, 어떻게 내가 떠는 걸 알고 세레나가 나를 도와주려고 이곳까지 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세레나의 최면향으로 몸을 진정시켰기에 품에 안긴
세레나의 볼에 가볍게 키스해 주었다.
“고마워, 세레나! 네 덕분에 많이 진정됐어.”
“에헤! 아빠, 좋아! 힘내세요!”
“자, 세레나! 아빠는 곧 단상 위로 올라가야 해요. 자, 이리로 오렴.”
“네.”
이제 자신의 할 일은 끝났다는 듯, 레아 누나를 향해 손을 뻗어 레아 누나의 품을 향해 옮겨 가며, 세레나는 내게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레아 누나 역시 빙그레 웃으면서, 이곳에 온 김에 단상으로 나가려고 준비하는 내게 살며시 응원의 말을 해 주었다.
“힘내세요, 아넬!”
“네, 그럼 다녀올게요!”
검은 드레이크를 상대할 때도 이렇게 떨지 않았건만, 지금은 세레나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떠는 것을 멈춘 내 모습에 작게 ‘피식’ 웃으며, 곧이어
왕에게 호명된 내 이름을 듣고, 나는 단상 위를 향해 올라갔다.
그 뒤로 세레나와 레아 누나는 내게 웃으며 계속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아넬 프로스트! 앞으로 나오라!”
베이트론 국왕의 호명을 받고, 세레나와 레아 누나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천천히 단상의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때마다, 등 뒤로 수많은 시선이 나를 향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아까와 달리 몸이 떨리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았다.
세레나의 최면향이 확실히 효과를 발휘하는 것에 또다시 감사하며 평소와 다름없는 침착한 얼굴로 왕 앞에 선 나는, 다른 친구들이 했던 것처럼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넬 프로스트, 그대는 이전에도 길드의 세 신성과 함께 왕국을 위해 수많은 이상 현상 몬스터를 퇴치해 주었지. 킹 스네이크를 시작으로 머리
다섯 달린 트롤 등을 처치하여 국민들을 보호하고, 세르피안 검술 학교 토벌대에 참여해 이상 현상 몬스터인 검은 고블린을 토벌하여 많은 학생을
구하였다. 그리고 이번엔 영원의 숲 조사대에 참가하여 검은 드레이크의 목에 검을 틀어박으면서 녀석의 숨을 끊어 놓았다고 엘리시아 공주에게
들었다네. 18살 나이에 이루기 쉽지 않은 업적들을 이루어 내고, 오러 익스퍼드 중급에 달하는 검술 재능과 더불어 에레나 여신님의 말씀을 천 년
만에 대륙으로 전할 그대의 이름은 역사서에 기록되어 후세에 전해질 것이다. 아넬 프로스트, 그대에게 백작의 작위와 함께 ‘프로스트’의 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음을 알리며, ‘아넬 폰 프로스트’의 이름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또한 그대에겐 서쪽 가이락 평야를 영지로 하사하며, 보물
10점과 함께 다른 이들에게도 부여한 면죄부 역시 함께 부여한다.”
“폐하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아 있다. 프란츠 대신관. 이곳으로 나와 주시오.”
베이트론 국왕은, 자리를 살짝 비켜서 이곳으로 걸어 나오는 흰 옷을 입은 신관에게 내 앞에 설 것을 권하였다.
프란츠 대신관.
그는 수도 라티움에 있는 에레나 여신의 신전을 총괄하는 대신관이며, 동시에 내게 에레나 여신의 신성력이 있음을 증명해 주었던 이였다.
그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감개무량한 얼굴로 내게 자리에서 일어나 줄 것을 말했다.
“그대에게는, 몇 번을 감사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그대 덕분에 대륙은 천 년 만에 다시금 여신의 뜻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대 몸 안에 있는
그분의 신성력이 당신이 여신님께 선택받은 ‘소통하는 자’이며, 또한 그분의 뜻을 이 대륙에 전하는 성자임을 증명합니다. 이는 이 자리에서 에레나
여신님의 종이자, 부끄럽게도 대신관의 직책을 맡은 저 프란츠 폰 루벨르튼이라는 이름을 걸고 증명하는 바, 그대가 ‘성자’임을 공표하는
바입니다.”
“오오……, 성자, 성자시다!”
“이 땅에, 성자가 다시 나타나셨다!”
“에레나 교의 대신관이 직접 인정하셨다. 이번에는 진짜다, 진짜야!”
“에레나 여신께서 대륙을 버리지 않으셨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프란츠 대신관이 말을 끝마치자, 누군가가 서서히 말문을 열기 시작해 다시금 우레와 같은 함성이 단상을 크게 뒤흔들었다.
그것은 천 년 만에 다시 이루어진 여신과의 소통에서 나온, 대륙인들의 기쁨의 목소리였고, 그와 동시에 버려지지 않았다는 것에서 나온 안도의
목소리였다. 그 천 년의 시간 동안 무수히도 많이 배신당해 왔다.
그것도 여신이 아니라, 같은 인간에게 속으면서 간절히 바라는 희망이 차츰차츰 꺾여 갔다.
그 마음을 되살려 줄 여신은 답이 없었고, 공허한 물음만이 허공에 메아리쳐지는 가운데, 포기와 확신이 서서히 그들의 마음에 자리 잡아 갈 때.
다시금 울려 퍼졌다.
여신이 아직 그들을 버리지 않았음을 또한 아직도 그들을 자애의 눈으로 지켜봄을 말이다.
그 순수한 ‘기쁨’에는 나 역시 깜짝 놀랐고, 프란츠 대신관은 만면의 미소로 내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게 부탁해 왔다.
“부디, 이 자리에서 여신께서 말씀하신 바를, 그대의 목소리로 우리에게 들려주시겠습니까, 성자시여!”
“그것이 제가 에레나 여신님께 받은 신명입니다. 이대로 말하면 될까요?”
어떻게 말해야 저 수많은 사람이 내 목소리를 들을까, 오러라도 사용해야 하나 고민하려니, 베이트론 국왕은 손을 들어서 내 행동을 잠시 제지하고,
자신의 목에 착용한 목걸이를 빼서는 내게 건네주며 말을 이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게. 이 목걸이엔 증폭 마법 효과가 부여되지. 착용하고 ‘발동’이라고 속으로 외치면, 증폭 마법 효과가 발동될 걸세.”
베이트론 국왕은, 아까와는 달리 내게 반 존대했다.
이는, 아까까지의 나는 이 나라의 국민인 아넬 프로스트였지만, 지금은 공식적으로 성자의 지위를 받아 여신의 뜻을 대륙에 전함을 존중했다.
베이트론 국왕에게서 목걸이를 받아, 나는 그것을 목에 착용하고 속으로 ‘발동’을 외쳤다.
희미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지며 목걸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음을 느껴, 나는 속으로 작게 심호흡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