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30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30화
결과는 레아 누나가 예상했듯, 내가 망가지거나 셋 모두 큰 상처를 입고 너덜너덜해질 것이다.
레아 누나는 그 부분에서 내게 제안했다.
“아넬, 이 자리에 셀린 양을 불러 주세요. 세레나라고 했던가요? 그 아이는 되도록 이곳에 데려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셀린을요?”
레아 누나는 살짝 눈물 맺힌 자신의 눈가를 손으로 닦아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적어도 아넬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면, 서로 간 대화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타르헨 씨가 뤼피올 마을을 떠나기 전 내게 조언해 주었던 것처럼, 레아 누나 역시 우리 세 사람 간 문제엔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레아의 제안(2)
왕궁 내 귀빈실은 다시금 무거운 침묵에 빠져들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레아 누나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셀린을 바라보았다.
셀린은 내가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레아 누나에게 보인 반응과 거의 흡사하게 그녀와 제대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어깨를 움츠렸다.
아마, 셀린 자신 역시 레아 누나에게 상당한 죄책감을 느끼리라 생각한다.
그녀와 관계 맺은 것은 분명히 내 선택에 의한 것이었다. 책임이라면 내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나와 그러한 관계를 받아들인 것은 결국 셀린 자신의 의지였으니, 먼저 관계 맺은 상대인 레아 누나에게는 자신이 나와 레아 누나 관계에 끼어들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셀린은 왕궁으로 복귀한 뒤에, 레아 누나와 내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수시로 고민하며 끙끙거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그런 셀린을 어떻게든 달래 보긴 했으나 나 역시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었기에, 그래도 셀린보다 먼저 비난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번에 부모님과 레아 누나가 있는 자리에서 셀린과의 관계를 솔직히 밝혔다.
그런데 레아 누나 자신이 셀린을 만나 직접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뜻을 전했으니, 셀린은 갑작스러운 레아 누나의 호출에 당황해하면서도 어차피 비난받을 것이라면 빨리 받는 게 낫다며 나와 함께 이곳으로 왔다.
내가 셀린을 데리고 이곳에 오는 동안, 메이드를 불러 새로운 차를 받아 놓았는지 테이블 위엔 새로 끓인 찻주전자가 놓였다.
레아 누나는 조용히 찻주전자를 들어, 빈 찻잔에 차를 따르고 셀린 앞으로 건네주었다.
단순한 행동일 뿐이었지만, 셀린은 레아 누나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몸을 흠칫 떨면서 그녀가 얼마나 긴장하는지 알게 해 주었다.
셀린과는 과거 세르피안 검술 학교에서 몬스터 토벌 일로 세룬 도시를 함께 방문해 인사를 나눈 적이 있는 만큼, 레아 누나는 서로 간 인사는 생략하고 천천히 차를 마시면서 셀린을 향해 말했다.
“식은 어떻게 올릴 생각인가요? 역시 다 같이 동시에 올리는 편이 좋겠죠?”
“……네?”
갑작스러운 레아 누나의 말에, 나와 셀린 두 사람 모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우리 두 사람의 반응에, 레아 누나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어차피 식을 올리려면, 굳이 번거롭게 두 번씩 할 필요는 없잖아요? 꼭 한 사람씩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는 법도 없으니까요. 조금 보기 드문 결혼식이겠지만, 어설픈 관계로 주위에 혼란을 주기보단 확실히 하는 것이 저나 아넬 그리고 셀린 양에게도 두 사람의 아이가 된 세레나에게도 좋을 거예요.”
“아, 저, 그게…….”
셀린은 레아 누나의 말을 듣곤 당황스러운 듯 말을 더듬었다. 레아 누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에 셀린을 바라보았다.
“네, 궁금하면 물어보세요.”
“저를 받아들여 주시는 건가요?”
그런 셀린의 물음에, 레아 누나는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나와 셀린은 그 웃음에 비웃음이나 조롱의 감정은 없음을 알았다.
그저 셀린이 한 질문에 레아 누나가 대답하기 난감해함을 파악했다.
“아넬이 셀린 양을 받아들였지, 제가 아니에요. 저는 같은 여성을 좋아하는 취미는 없는걸요?”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셀린이 당황하며 손을 내젓자, 레아 누나는 빙그레 웃었다.
“네, 알아요, 셀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잘 생각나지 않아 농담으로 얼버무린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셀린 양을 좋아하기엔 아직 무리인 것 같아요. 아넬은 오랜 시간 셀린 양과 지내 와서 셀린 양을 사랑하겠지만, 저는 셀린 양을 봐 온 시간이 지난번에 셀린 양이 세룬 도시에 머문 잠깐의 시간뿐이었으니까요.”
실제로 레아 누나가 길드 본부에 머물 땐, 셀린이 아직 길드 마스터에게 구해지기 전이었다.
길드 마스터의 양녀가 된 것도 후에 안 사실이고, 레아 누나는 사실상 내 편지와 세룬 도시에서 만난 단 며칠을 제외하곤 셀린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그렇기에 아넬이 셀린 양의 어느 부분을 좋아하는지 또한 사랑스럽다고 느끼는지에 아무것도 몰라요. 그저 한 가지, 아넬이 저를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셀린 양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아넬을 계속 사랑하려면 셀린 양을 저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압니다. 그건 아마 셀린 양도 마찬가지겠죠.”
셀린은 레아 누나가 하는 이야기가 어떤 것을 뜻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린 듯, 나지막이 ‘네!’ 하고 그녀에게 대답했다.
“아마도 같이 생활하다 보면, 서로 의견 차이도 있어요. 셀린 양과 저는 모두 아넬을 잘 알지만, 서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그러나 공통적으론 아넬을 사랑합니다. 그런 만큼 서로 불만이 있다면, 쌓아 놓기보다 그것이 오해와 원한으로 변질되기 전에 대화로 풀어야 해요. 그래야 가정이 이루어지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도 더욱 따뜻한 사랑을 나누어 주지요.”
“자,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 이건 저 혼자만의 의견일 뿐이라, 아넬의 부모님껜 나중에 시간 내서 따로 인사드려야겠지만요.”
“히, 힘내겠습니다…….”
내 부모님이라는 단어에, 셀린은 다시금 몸을 조금씩 오들오들 떨었다.
가장 큰 난관인 레아 누나에게 어찌어찌 허락받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무거운 모양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레아 누나는 손을 뻗어 셀린의 손을 다정히 잡아 주었다.
“셀린 양, 당신에게는 사적인 감정에 앞서 우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야겠네요. 당신의 노력 덕분에 아넬이 죽을 뻔한 위기에서 살아남았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해요.”
“감사라뇨, 아넬 덕분에 살았던 것은 오히려 제 쪽이었는걸요. 아넬은 저를 구하려다 도리어 위험에 빠졌어요. 아넬이 오히려 저를 구해 주었어요.”
“일행을 구하려고 일부러 위험을 자처한 것은 적어도 일행들에게는 비난을 살지 모르겠지만, 같은 모험가로서 그 용기와 결단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넬이 셀린 양을 구하러 간 것은 자신의 선택이었어요. 하지만 그것도 포함해서 셀린 양이 그의 목숨을 살려 주었음은 달라지지 않아요.”
“아, 그, 레, 레아 씨……!”
“언니라고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대신, 저도 셀린으로 편하게 부르겠습니다.”
“네, 네! 레, 레아 언니……!”
“후후, 예전 세룬 도시에서 봤을 때도 느꼈지만, 귀여운 아이네요! 셀린은요.”
셀린을 편하게 대해 주는 레아 누나의 모습에, 나는 그녀에게 감사했다.
레아 누나에 처지에서 보자면, 그녀가 했던 말처럼 셀린을 좋아하기엔 여러모로 무리다.
그런데도 여태껏 내게, 루시안에게 또 다른 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셀린에게도 마찬가지로 다정하게 대해 준다.
비록 속으로는 셀린이 마음에 안 드는지 몰라도, 다정히 대해 주는 그 모습에 감사했다.
레아 누나는 잠깐 여러 가지 사소한 대화를 나누며 셀린의 긴장을 풀어 주고는, 빙그레 웃으며 셀린에게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럼, 기왕 시간이 생긴 김에 확실히 정할까요, 셀린?”
“네, 무엇을?”
“셀린은 그간 아넬과 쭉 같이 있었지만, 저는 요 몇 년간 아넬과 쭉 떨어져 있다 간신히 함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빈말로라도 셀린에게 무조건 아넬을 양보해 줄 수는 없어요. 일주일에 네 번은 제가 그리고 남은 세 번은 셀린이 아넬을 가지기로 하죠. 그 후에 엘리시아 양이 추가된다면, 세 번은 제 몫이고, 나머지 네 번 중 두 번을 각각 셀린과 엘리시아양이 나눠 가지세요.”
“……쿨럭?”
“……!”
나는 레아 누나의 폭탄 발언에 마시던 홍차를 내뿜었고, 셀린은 갑자기 눈을 빛내더니 레아 누나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그, 세, 세 번이나 양보해 주셔도 괜찮나요? 저는 두 번, 아니, 하, 한 번이라도 괜찮은데…….”
“그럴 순 없어요. 저 혼자서 아넬을 감당하기엔 무리고, 그런 독점은 아넬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겠죠. 한 번을 제게 양도해 주는 것으로 전 만족합니다. 오히려 한참 젊은 셀린이 한 번을 참아야 한다는 것이 힘든 일이겠죠.”
“……레아 언니!”
“저기, 저를 나누는 것은 상관없지만, 어째서 거기에서 엘리시아의 이름이 나오죠?”
그렇게 물어보자, 레아 누나와 셀린은 동시에 이쪽을 바라보며 내 질문에 대답했다.
“그야, 이미 기정사실이니까요.(이잖아?)”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잘 맞는 것이 아닐까 두 사람은 생각했다.
“그나저나 기정사실이라니……!”
마치 소중한 연인에게 대놓고 ‘너 바람둥이잖아!’라고 질타받는 것 같아 크게 한숨 쉬며 말하자, 레아 누나는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대답했다.
“그야, 아넬은 엘리시아 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물론 관심이 아예 없진 않겠죠? 그랬다면 엘리시아 양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아넬에게 고백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에요.”
“…….”
찔리는 것은 있었기에,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엘리시아에게 아직 레아 누나와 셀린만큼의 ‘사랑’을 느끼진 않는다. 그러나 관심 있을 것이라는 그녀의 말에는 부정하지 못하였다.
또한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세르피안 검술 학교에 있을 때도 그녀에게 몇 번인가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 역시 사실이다.
예를 들면, 항상 대련이 끝난 후엔 눈에 보이는 자세의 빈틈을 직접 집어 교정해 준다든지, 검술에 관한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귀찮아하기보단 그에 파생될 여러 가지 상황까지도 세세하게 설명해 준다든지.
‘어라, 호감이 갈 만한 상황이었던가?’
어째 관련된 건 전부 검술뿐이었는데, 거기서 호감이 어떻게 생기는지 의아해하기도 잠시, 레아 누나와 셀린은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고 말했다.
“문제는 엘리시아 양과의 결혼이 기정사실일 정도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응, 엘리시아의 신분도 신분이지만, 이번 일로 더 확정적으로 변했어.”
애당초 엘리시아의 신분은 이 나라의 공주님이다.
보통 귀족 집안의 여식은 가문과 가문을 잇는 정략결혼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은 왕족이라도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