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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229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9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29화

“사실 아넬이 떠난 뒤에 릴리아 씨, 어머님과는 여러 번 이야기 나누었어요. 아넬에게는 저 말고도 다른 여성이 생길 수도 있다고요. 아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 아넬이 저만 바라봐 주겠다고 약속했을 때 무척 기뻤지만, 계속 모험가를 하겠다는 말에는 이 약속이 언젠가는 깨지겠다는

생각도 함께했어요. 특히나 이전에 세룬 도시에 왔을 때, 아넬에게 확실하게 관심 보였던 셀린 양과 엘리시아 공주님의 경우엔, 이번 임무에 아넬과

함께 간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왠지 모를 느낌이 들었죠. 여성의 감일까요?”

“그런가요……?”

지금이야 소용없게 되었지만, 당시엔 정말로 그렇게 할 생각으로 말했다.

그런데 기뻐하기는 했지만 신뢰하지는 못했다는 레아 누나의 말에 적잖이 낙심했다.

‘그렇게 못 미더웠나?’

“오해는 하지 마세요, 아넬! 아넬을 믿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그때 제게 해 주었던 그 말이 진심으로 한 말이라는 것도 압니다. 단지,

이전에 아넬이 세룬 도시를 떠나기 전에 어머님과 했던 대화를 기억하시나요? 여행자로 있으면 좋든 싫든, 여성과 관계가 이어지리라 했던

이야기를요.”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레아 누나는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직업들도 마찬가지지만, 항상 몬스터를 비롯해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 모험가는 어느 의뢰에서든 목숨을 위협받습니다. 애당초 목숨을 대가로

돈을 버는 직업이니까요. 특히 남성과 여성끼리 파티를 이루면, 예기치 못한 여러 사태가 일어났을 때, 서로 의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남성과 남성끼리 파티를 이루어도 서로 의지하고 버팀목 삼는데, 그것이 하물며 남녀 관계라면 말할 필요도 없겠죠. 없던 사랑도 만들어지기

마련이고, 없던 책임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전에 어머니와 레아 누나가 내게 이야기해 주었던 것의 연장선이다.

당시엔 여성 모험가 중에는 돈 잘 버는 남성 모험가를 낚아채려고 다양한 술수를 부리거나 일부러 관계를 요구한 뒤에 자신을 책임지라는 등.

여러 가지 사유로 남성에게 접근하는 여성들도 적지 않아서 내게 조심하라는 말이었지만, 지금 하는 이야기는 모험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여러 상황에 대한 이야기였다.

“단순히 동료일 뿐인데도 그런 일이 막상 닥치면, 많은 사람이 책임지려고 마음먹고 상대방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하물며 그 상대방이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마음을 담은 사람이라면 말할 필요가 없겠죠. 서로 간 목숨이 위험하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을 때, 그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감정을 억제하기는 정말 힘든 일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점을 걱정했던 거예요. 만약에라도 영원의 숲에서 위험한 일이 벌어져 아넬이 셀린

양이나 엘리시아 양에게 목숨을 빚지거나 책임질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애써 무시할까 하고 말이에요.”

‘이번 일이 아니라도, 아넬이 모험가 생활을 계속하는 동안은 이런 걱정을 계속했을 거예요.’ 하고 레아 누나는 말했다.

“어머니는 그 이야기에서 저에 대해 뭐라고 하셨나요?”

“저도 그렇지만, 어머님께서도 아넬이라면 분명히 책임을 회피하기보단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정면으로 부딪쳐 오리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고요.”

“……정답이네요.”

역시나 어머니도 그렇고, 레아 누나도 그렇고.

내 주변 인물들은 나를 너무 잘 아는 것 같다.

아니, 이쯤이면 내가 그냥 알기 쉬운 단순한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루시안도 그렇고, 셀린도 그렇고, 만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엘리시아조차 내 속마음을 꿰뚫어 보듯 말하곤 했으니까 말이다.

“죄송해요. 레아 누나, 결국 어머니와 레아 누나가 생각한 대로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셀린에게 목숨을 빚졌지만, 사실 그것 때문에

셀린과 관계 맺지는 않았어요. 결국, 저는 이전에 레아 누나에게 말했던 것과 달리 셀린과 감정을 정리하지 못했어요. 그녀와 관계 맺을 때도

제정신이었고, 오히려 셀린은 거부했지만 제가 먼저 셀린에게 다가갔습니다. 레아 누나가 이 사실을 안다면 분명히 슬퍼할 걸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한 거예요. 변명의 여지조차 없습니다.”

내 말에, 레아 누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비웃거나 나무라는 얼굴이 아니라, 슬퍼하는 표정이라 더욱 마음이 아파 왔다.

“……화 많이 나셨나요, 레아 누나?”

“화가 났냐고요?”

차라리 슬퍼하기보다는 버럭 화내거나 오히려 한 대 때려 주는 편이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아 한 말인데, 레아 누나는 느닷없이 자신의 한쪽 손을

내 뺨에 가져가더니, 내 볼을 아얏!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잡아당기며 말을 이었다.

“몇 번이나 불안했기 때문에 맺어지기 전에 그렇게 물어봤잖아요? 정말 저로 괜찮겠느냐고요?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저를 바라봐 주며 저만을 사랑해

주겠다고 말해 준 이가 고작 5개월 만에 바람을 피워서 돌아왔는데, 아무리 예상했다지만 화가 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녀가 볼을 늘어질 정도로 잡아당겨, 나는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 이런 일을 당하면 누구라도 화가 난다.

아무리 일부다처제가 가능한 세계라도, 반대로 생각해서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워 놓고 돌아와서 한다는 말이 ‘저는 그이를 사랑해요. 하지만

당신도 여전히 똑같이 사랑해요!’라고 말한다면, 과연 어느 남편이 화내지 않고 아내를 이해해 줄까?

욕심부리고, 이기적인 것도 어느 정도지!

레아 누나 처지에서 보자면, 결혼 약속까지 잡아 놓곤 한참 깨 볶을 시간에 다른 여자와 바람피우고 돌아온 셈이니, 그동안 정도 순식간에

사그라져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 이 경우엔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와 레아 누나가 결혼식을 이미 올린 시점이었다면, 이혼이라는 선택지는 그녀 인생에 큰 오점으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내게 정이 떨어졌어도 결혼식을 올리진 않았으니, 이혼이라는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다.

나라는 사람을 잊고, 길드에서 일하지 않으며, 더욱 자유롭게 산다면, 레아 누나 정도 여성이라면 충분히 다른 남자와도 재차 사랑을 나눌 것이다.

레아 누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지만, 그 말을 믿어 줄 리 만무한 상황에서 억지로 그녀를 붙잡으면 마지막까지 염치없는 짓이겠지.

사실 내 면상을 한 대 후려갈기고 싶은데도, 마음이 여려 대신 꼬집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은 떨어져 버렸겠지.’

그녀와 관계가 끝날 것을 생각하며 입술을 꾸욱 깨물려니, 점차 내 볼을 잡아당기던 레아 누나의 손에서 힘이 풀려 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 후엔

어떤 말이 그녀에게서 들려올까?

불안한 마음으로 눈을 꼭 감은 채,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리려는 순간, 내 어깨에 뭔가 살짝 묵직한 것이 얹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레아 누나의 머리였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며 몸을 살짝 떨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목소리엔 살짝 울음기가 섞였고, 약간의 원망도 조금 그리고 어째선지 자신을 탓하는 듯한 여러 복잡한 감정이 한데 뭉쳤다.

“저, 정말로 화 많이 났어요. 아넬이 약속을 어겨 화가 남과 동시에 제게도 화가 나요.”

“……네?”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는 레아 누나에 말엔, 고개가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레아 누나는 눈치 없는 내게 살짝 말아 쥔 주먹으로 가슴팍을 툭! 때려 입을 막고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이런 일이 생기리라 늘 속으로 생각하며, 한편으론 일이 벌어졌을 때 아넬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자고 마음먹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아넬은 제게

과한 아이였고, 제가 독차지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렇기에 조금 전, 아넬에게서 셀린 양 이야기를 들었을 땐 우습게도 ‘올 게

왔구나!’ 싶었어요. 제게서 그 어떤 말을 듣더라도 변명하지 않고 비난을 받아들일, 금방이라도 고개를 떨어뜨릴 것 같은 죄스러운 표정을 지은

아넬에게 괜찮다고, 실은 예상했다고 위로하고 싶었죠.”

“…….”

자신을 너무나 비하하는 듯한 레아 누나의 말엔, 입을 열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내 가슴팍에 닿는 그녀에 손에서 아직 힘이 느껴졌다.

나는 그것이 조용히 자신의 말을 들어 달라는 뜻임을 눈치채고 입을 다물었다.

잠깐 심호흡해 속을 가라앉히고, 레아 누나는 재차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하면서 저는 속으로 조금씩 화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어요. 그건 질투였죠. 아넬은 다른 여성과 나누고 싶지 않다는 감정.

그런데도 아넬이 제가 아닌 다른 여성에게도 사랑을 주어 생긴 질투의 감정이었어요. 그래서 제게도 화가 났어요. 아넬이 저를 선택해 준 시점에서

그것이 과한 사랑임을 알았고, 그 때문에 마음 다잡았는데도 결국 아넬에게 화내 버렸죠. 그거 아시나요, 아넬?”

“……?”

“아넬은 제가 이번 일로 자신을 향한 마음이 식었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겠지만, 그 반대예요. 저는 아넬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아요. 이제

겨우 사랑이 무엇이며, 가정을 이루는 행복을 알았는데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아넬과 함께 더 많은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것을 방해한 셀린 양이 그다지 반갑지 않아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녀 역시 이러한 사랑의 감정을 깨달은 이상, 아넬을 쉽게

포기하려 들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선택지는 두 가지뿐일 거예요. 아넬에게 저나 셀린 양, 둘 중 하나의 선택만 강요하거나 셀린 양을

받아들이거나.”

“그건…….”

“네, 아마도 아넬에겐 무리겠죠. 제가 아는 아넬이라면, 정말로 저와 셀린 양을 모두 똑같이 진심으로 사랑할 테니까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수많은 고민을 할 것이고, 끝내는 결정하지 못하리라 생각해요. 누구에게도 상처 주고 싶어 하지 않겠죠. 아넬이 망가지거나 결국은 셋

모두가 깊은 상처만을 남기고 파멸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소식을 전했는데도, 레아 누나는 여전히 나를 사랑해 준다고 말했다.

셀린의 존재가 절대 달갑지 않다고 또한 질투가 생기며 원망도 한다지만, 그것은 내 행동 때문에 그녀가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뿐이다.

결코 그녀가 속이 좁거나 해서 생기는 감정들이 아니다. 도리어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한 내가 죽일 놈이지.

사랑해 버림받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쭉 이 사랑과 행복을 계속 나와 함께 이어 가고 싶다는 레아 누나의 달콤하면서도 서글픈 사랑 고백엔 얼굴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요동쳤지만, 이어지는 ‘레아 누나와 셀린 중 한 명을 선택’하라는 말엔 다시금 모든 감정이 차갑게 얼어붙는다.

그녀 말대로, 나는 이 문제를 선택 내릴 수 없다.

우유부단한 성격 탓이다. 결정력이 부족하다. 자기 잘못인데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한다. 온갖 비난을 받더라도, 끝내 결정 내리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두 사람 모두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어느 한쪽이 내게 지쳐 떠난다면 몰라도, 나 스스로 버리는 행동 따윈 죽어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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