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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 것은 검 25화

무료소설 내가 믿는 것은 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3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내가 믿는 것은 검 25화

025. 외출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 시간 동안 검에 의지를 담는다는, 그 애매한 말을 실현시키기 위해 안톤은 그동안 매일같이 육신과 정신을 혹사시켜 왔다.

 

나는 할 수 있다.

 

그렇게 스스로를 세뇌시키듯 수천 번 되뇌었음에도, 가끔씩 고비는 있었다.

 

이 모든 게 정말 실현 가능한 무리인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의심부터 시작해서, 설령 그렇다 한들 자신이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좌절감까지.

 

깊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번뇌는 한도 끝도 없이 나타났다.

 

하지만 안톤은 꿋꿋이 하루하루를 버텨 나갔다.

 

어쩌면 안톤이야말로 이런 무지막지한 수련을 행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제 거의 1년이 지나 새 가을이 찾아오는 지금.

 

안톤은 씩씩거리는 숨으로 앞에 있는 철강석을 바라보았다.

 

수천 개의 검흔들이 새겨진 그 철강석은 반듯한 선으로 두 동강이 나 있었다.

 

해냈다.

 

달뜬 성취감을 감추지 않으며 안톤은 고개를 돌려 온-누르를 바라보았다.

 

그 또한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스승님의 감상은?”

 

“뭐, 한 번 쓰고 이렇게 탈진해서야 하루에 여러 번은 쓰지 못하겠구나.”

 

“그게 다입니까?”

 

1년간 갖은 고생 끝에 해낸 성과였다. 그런데 고작 저런 반응이라니.

 

들뜨는 것도 잠시. 조금은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녀석 하고는…….”

 

잠시 안톤의 시선을 피하던 온-누르가 콧잔등을 긁적였다.

 

“멋진 일검이었다. 고생 많았다.”

 

“스승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마도 옆에서 온-누르가 계속해서 다잡아 주지 않았다면 진즉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안톤은 온-누르에게 고개를 푹 숙였다.

 

남부의 문화상 절을 해야 하는가 싶었지만, 그건 너무 민망했던 것이다.

 

“좋으냐? 그만 실실대거라. 아주 어색해 죽겠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소천교에 대해선 걱정은 완전히 덜었구나. 소천교에 참가하는 무인들의 수준으로는 네 일검을 막아 낼 수 있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을 테니 말이다.”

 

안톤은 의기발현(意氣發現)을 완성했다.

 

때는 소천교가 시작되기 30일 전.

 

모여든 무인들로 조르디 가문령이 한창 어수선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그러고 보니 네가 이곳에 도착한 지도 어언 1년이 되어 가는데, 그동안 수련만 하느라 별채 바깥으로 나간 적이 그다지 없던 것 같구나. 이제 한동안은 바깥 구경이라도 좀 하면서 쉬다 오는 건 어떻겠느냐?”

 

안톤의 외출이 결정됐다.

 

 

* * *

 

고기도 먹어 본 사람만 맛을 안다고, 막상 바깥을 돌아다니려 해 보니 막막했다.

 

그래서 안톤은 린디아스를 찾았다.

 

이곳에서 살아온 그녀라면 지리나 문물에 대해서도 빠삭할 것이었고, 무엇보다 이런 걸 부탁할 사람이 그녀밖에 없었다.

 

‘나도 정말 꽉 막힌 채로 살아왔군.’

 

조르디 가문령에 도착하고서 이제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지만, 그간에 말을 나눈 사람들이라곤 별채에 거처하는 시녀 몇몇과 온-누르, 린디아스뿐이었다.

 

“바깥을 구경하고 싶다고요? 좋아요.”

 

밑도 끝도 없는 요청에 조금 놀란 기색이었으나 린디아스는 안톤의 부탁을 흔쾌히 승낙했다.

 

다만.

 

“대신 내일 나가요.”

 

“아, 오늘은 일이 있으십니까?”

 

“딱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내일 가요. 여자는 나가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는 법이에요.”

 

츠레이바의 사막부터 이곳까지.

 

두 달가량이 넘는 기간 동안에 노숙하며 여정을 같이했던 기억이 있는 안톤은 그 준비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지만 표하진 않았다.

 

자신은 부탁하는 입장이었고, 그녀가 더욱더 까탈스럽게 굴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오전 중에 별채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고 둘은 헤어졌다.

 

그리고 그날 밤, 린디아스가 보낸 시녀가 안톤에게 의복을 가져다주었다. 단색의 회색 장포였다.

 

장포는 전체적으로 수수하였지만, 소매 같은 곳에 붉은색 매화 수실들이 새겨져 있어 조금 느낌이 달랐다.

 

밤이 지나고 날이 밝자 자리에서 일어난 안톤은 지난밤에 받은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딱 맞는군.”

 

소매와 허리, 어깨선까지. 마치 맞춤제작을 한 듯 옷이 몸에 딱 맞았다.

 

안톤은 서둘러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형식상의 인사를 건네는 린디아스를 보며 잠시 몸이 굳었다.

 

“지난밤은 잘 주무셨나요?”

 

“아, 예……. 덕분에.”

 

그녀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선홍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소매나 허리폭이 넉넉한 안톤의 옷과는 달리 그녀가 입은 옷은 몸에 쫙 달라붙어 몸매의 굴곡이 완연했다.

 

갈 곳을 잃은 안톤의 시선이 린디아스의 얼굴로 향했다.

 

그런 안톤의 시선이 불편했을까.

 

린디아스가 작은 어깨를 더욱 움츠렸다.

 

“제가…… 이상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공녀님이 이렇게 치장하신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지 조금 색다른 느낌을 받았을 뿐입니다.”

 

평소 긴 생머리를 그냥 곱게 빗어 내리거나, 끈으로 묶고 다니던 그녀였다.

 

그런데 오늘은 가느다란 머리카락은 귀가 보이도록 양쪽 모두 귓등으로 넘겼고, 이를 하얀 꽃 모양의 머리 장식으로 고정시키고 있었다.

 

“역시 저한테 이런 건 안 어울리죠……?”

 

풀 죽은 얼굴로 고개를 숙인 린디아스가 자신의 차림새를 내려다보았다.

 

그렇다고 했으면 당장에라도 방으로 돌아가서 옷이라도 갈아입고 나올 기세였다.

 

“아닙니다. 아주 잘 어울리십니다.”

 

“그런가요……?”

 

다시 고개를 들은 린디아스가 안톤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럼 가 볼까요?”

 

린디아스가 먼저 발걸음을 떼던 차에 정면에서 진득한 꽃내음을 품은 실바람이 불어왔다.

 

그녀의 옷에 새겨진 노란 수실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듯 펄럭인다.

 

안톤은 이보가량 거리를 유지하며 그녀를 쫓아갔다.

 

“그래서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음. 가 보고 싶은 곳은 있어요?”

 

“딱히 그런 곳은 없습니다만…….”

 

애초에 조르디 가문령에 무엇이 있는지도 몰랐다.

 

아마 린디아스가 함께하지 않았다면 대충 주변이나 돌아다니다가 돌아왔을 것이다.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럼 따라와요. 제가 제대로 구경시켜 줄 테니까.”

 

무슨 사명감이라도 지니고 있는 듯, 린디아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앞장섰다.

 

“그럼 오늘 하루는 신세 지도록 하겠습니다.”

 

“네. 근데 언제까지 그렇게 어정쩡하게 따라오실 거예요? 어서 이리 와요.”

 

안톤은 린디아스의 옆으로 가 보폭을 맞춰 걸었다.

 

왠지 모르게 달달하고 향긋한 냄새가 더욱 강하게 맡아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 바깥으로 나가는 대문이 나타났다.

 

그 앞에는 세 명의 남성이 서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안톤에게도 안면이 있는 자였다.

 

일전에 안톤이 보영전에 출입할 때 만난 적이 있었던 염소수염의 남자였다.

 

“아이고, 둘째 공녀님! 어디 나가십니까?”

 

“아! 총관님, 안녕하세요. 잠깐 바깥에 볼일이 있어 가지고 나가는 길이에요.”

 

“옆에 그치는?”

 

총관이 눈으로 안톤을 흘겼다.

 

“같이 가야 할 곳이 있어서요.”

 

“그러십니까.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금방 열어 드리겠습니다.”

 

문이 활짝 열리고 바깥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는 이리저리 어디론가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성의 문턱을 넘어가며 안톤은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여기 바깥을 나가는 것도 1년 만이군…….’

 

왜 그랬을까.

 

그동안 자신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말이다.

 

안톤의 술주인 온-누르는 그를 친근한 제자로 대하였다.

 

무지막지한 수련을 시켜 대긴 했지만, 항상 선택권을 쥐여 주며 안톤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주었다.

 

그런데도 자신은 그간 수련의 성과를 내고서, 온-누르가 먼저 쉬고 오라고 말하고 나서야 바깥으로 나갈 생각을 했다.

 

‘나도 참 문제가 많은 인간이군.’

 

혹시 이 마법각인술을 완전히 벗겨 내면 달라질까.

 

그런 생각을 해 보았지만 금방 그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자유로워지는 것에도 수련이 필요한가. 검도, 세상도 쉬운 건 없군.’

 

그런 상념에 빠져 있을 때였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아, 그냥 잡생각이었습니다.”

 

“뭔데 그래요? 궁금해지게.”

 

“그냥 단지…… 이 성에서 나가는 것이 1년 만이라는 사실이 떠올랐을 뿐입니다.”

 

“잠깐. 그럼 그때 이후로 밖으로 나가는 게 오늘이 처음이란 말이에요?”

 

“이상합니까?”

 

그렇게 되물으면서도 스스로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기에 마음이 씁쓸해졌다.

 

“그걸 말이라고…….”

 

뭔가 이어서 더 말하려던 린디아스가 고개를 도리질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휴…… 일단 우리 식사부터 해요. 설마 아침을 먹고 나온 건 아니죠?”

 

“식전입니다만…….”

 

안톤이 말꼬리를 흐리자 린디아스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요?”

 

“생각해 보니 돈을 가지고 오질 않았습니다.”

 

나가서 식사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그것에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깜박하고 말았다.

 

전생에서는 노예로 살아와 항상 주인이 주는 대로 식사를 했고, 조르디 가문령에 도착해서는 매일 시녀가 식사를 챙겨 주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무언가를 내 돈 주고 사 본 적도 없군.’

 

새로운 사실을 깨달으며 잠시 얼떨떨해 있던 때.

 

이런 칠칠이를 보겠냐는 시선이 날아든다.

 

“그게 뭐예요. 뭔가 했잖아요. 걱정 말아요. 이래 봬도 이 가문령의 둘째 딸이 나예요. 당신 하나 못 먹여 살릴까 봐요?”

 

“먹여 살린다니…….”

 

“말이 그렇단 거예요, 말이! 자, 가요. 우리 가문령에서 최고로 맛있는 집으로 데려가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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