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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 것은 검 15화

무료소설 내가 믿는 것은 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8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내가 믿는 것은 검 15화

015. 관심

 

 

“내 병사가 다섯이나 살아 있으니, 음…… 하나당 20실버씩 해서 1골드 되겠소.”

 

“이이……! 한 번 더 해요. 이제 좀 하는 방법을 알겠어요.”

 

“하하! 뭐 저야 공돈을 벌어가니 좋지만…… 괜찮겠습니까? 벌써 네 번째인데.”

 

린디아스 공녀가 이를 악물며 파란 머리의 상인에게 돈을 건넨다.

 

그 둘 사이 정중앙에는 탁자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고, 그 위엔 목재로 만들어진 판자와 여러 형태의 조각 인형들이 규칙적으로 서 있었다.

 

‘체스트? 상인들 사이에선 이게 벌써부터 유행하고 있었나 보군.’

 

체스트란 단순한 놀이라고 치부하기엔 하는 동안에 꽤나 머리가 아팠다.

 

그 속에 기본적인 전략과 기본 지식. 그러고 나서도 치열한 머리싸움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체스트는 처음엔 상류층 중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놀이였다.

 

그러다 전쟁에 대한 관심이 급등한 대전쟁 당시, 일반 서민층까지 이 놀이가 퍼지며 본격적으로 유행했고.

 

안톤이 체스트를 접하게 된 것도 그 당시였다. 대전쟁이 발발하고 병기사로 전장을 구르던 시절, 그의 부관이었던 자가 처음 소개를 해 주었었다.

 

‘그나저나 내기 도박이라…….’

 

어떻게 생각하면 명가의 자제라는 것 자체에 갖고 있는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어울리면서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감상이 먼저 들었다.

 

나쁜 의도로 한 뜻이 아니다.

 

오히려, 오기에 차서 상인에게 덤벼드는 린디아스를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한 수 한 수.

 

그녀는 집중해서 인형의 칸을 옮겼다.

 

안톤은 멀찍이 떨어져 그것을 바라보았다.

 

척 보기에도 상인은 경험이 월등히 많아 보였다.

 

‘너무 압도적이지 않게끔 봐주고 있군.’

 

안톤이 보기엔 시간 끌기에 불과한 수들이 이어지다 놀이는 끝이 났다.

 

“또 제가 이겼군요. 하하!”

 

워낙 초보인 린디아스가 상대였던 탓에, 상인의 본실력을 감상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상인의 실력이 그가 평소 체스트를 두었던 부관에 비하면 많이 달린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이걸 기회로 그녀와 말문을 틀 수도 있겠군.’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계산을 마친 안톤이 그들 무리로 더 다가갔다.

 

남은 병사 인형의 개수만큼 상인에게 돈을 건네는 린디아스는 아직도 한 번 더 도전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안톤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다음은 제가 해 봐도 되겠습니까?”

 

그제야 사람들의 시선이 안톤을 향했다.

 

안톤의 행색을 보면서 잠깐 의외라는 눈을 하던 상인이 호쾌하게 웃었다.

 

“물론이지요. 규칙은 아십니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과연 말로 먹고사는 직종이라는 것일까.

 

상인은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설명을 끝냈다.

 

안톤이 알고 있던 체스트와 다른 점이 있을까 하여서 설명을 들은 것이지만, 딱히 주의할 사항은 없는 듯했다.

 

“그냥 하면 재미가 없지요. 남은 병사 하나당 얼마로 할까요?”

 

안톤은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린디아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공녀님은 얼마를 잃으셨습니까?”

 

자존심이 상한 티를 팍팍 내면서도 그녀는 의외로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4골드.”

 

“그럼 병사 하나당 1골드로 합시다.”

 

상인은 앞선 대화를 통해 뒤에 있는 린디아스 공녀와 관계가 있음이 증명됐기에, 지불 능력에 대해서 묻기보단 다른 질문을 던졌다.

 

“호오……. 자신이 넘치시는군요. 혹시 경험자십니까?”

 

“예전에 고향에서 비슷한 것을 해 본 적 있습니다.”

 

잠시 고민을 하느라 말이 없던 상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1골드라……. 좋습니다. 이런 큰 판에서 뒤로 물러서면 사내가 아니지요.”

 

상인이 처음 병사를 두 칸 앞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판이 시작됐다.

 

안톤도 거침없이 착수를 해 갔다.

 

“잠깐, 너무 생각 없이 놓는 거 아니에요?”

 

린디아스를 비롯한 주변 구경꾼들의 웅성임은 판이 진행될수록 경탄으로 바뀌었다.

 

여유만만하던 상인은 어느덧 머리를 쥐어짜 내고 있었다.

 

안톤은 오랜만에 자신에게 체스트를 처음 알려 주었던 부관을 떠올렸다.

 

무보다는 문 쪽에 더 재능을 보이던 부관은 그 직위로 썩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운 인물이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거나, 혹은 유례없는 대전쟁이 벌어진 이 시대가 아니었다면 분명 본인의 능력을 발휘해 높은 위치에 올랐을 것이라고 안톤은 늘 생각했었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부관은 처음 안톤을 만나고 1년도 되지 않아 죽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부관이 안톤에게 끼친 영향은 거대했다. 함께 있던 시간이 더 길어졌으면 그의 인생관 자체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야전 기습을 준비하다 그만 눈먼 화살에 치명상을 입었고, 시름시름 앓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전쟁이 시작되기 한참 전의 시기다.

 

‘언젠가 우연히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탁.

 

안톤이 기사 인형을 움직인 것을 마지막으로, 상인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참이나 시간을 끌다 결국 패배를 인정했다.

 

안톤에겐 정확히 네 개의 병사 인형이 남아 있었다.

 

“……여기 받으시오.”

 

상인에게 4골드를 건네받은 안톤은 받자마자 린디아스 공녀에게 전해 주었다.

 

“됐어요. 당신이 이겨서 받은 걸 내가 왜 받아요? 설마 내가 당신이 졌을 때 대신 돈을 내주기라도 했을 거 같아요?”

 

린디아스는 외려 화를 내며 자리를 벅차고 떠났다.

 

‘조금 말문이라도 트려고 했는데…… 실패했군.’

 

허탈한 너털웃음을 내지으며 안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돈을 되찾아 주었는데 왜 화를 내는 걸까.

 

안톤으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는 행동이었고, 결국 그가 린디아스와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온-누르까지 함께 셋이서 식사를 하던 때였다.

 

“그…… 체스트라는 거.”

 

그녀의 첫마디에는 서두가 없었다.

 

“예전부터 할 줄 알던 거예요?”

 

예전은 아니고 미래에서 배웠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그렇다고 아니라고 대답하면 분명 자존심이 상하겠지.’

 

“예.”

 

“누구한테요? 당신은 노예였잖아요.”

 

다소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이었지만, 그 말에 악의는 실려 있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무례하다고 여길 것도 없었다.

 

지금 안톤의 신분이 애매하게 붕 떠 버렸지만, 사실만 놓고 얘기하자면 온-누르라는 사람에게 속한 노예였으니까.

 

“아, 혹시 예전 주인한테 배운 건가요?”

 

“…….”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하는 중에 대화에 누군가 난입했다. 온-누르였다.

 

“껄껄. 이제야 공녀님께서도 안톤에게 관심이 생겼나 보군요.”

 

그중에도 관심이라는 단어가 거슬렸을까.

 

린디아스의 곱상한 눈매에 주름이 잡혔다.

 

“그나저나 체스트라는 게 뭡니까?”

 

“북부인들이 만든 일종의 놀이 같은 건데요…….”

 

체스트에 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린디아스는 오늘 있었던 얘기들을 모두 그에게 전해 주었다.

 

“상당히 흥미로운 놀이군요. 저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해 봐야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그 정도로 깊게 흥미를 느낀 것은 아닌 듯했다.

 

다만 안톤이 그 놀이에 관해 상당한 실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은 조금 흥미로웠나 보다.

 

“그럼 오늘은 네 과거에 대해서 조금은 말해 줄 터냐?”

 

온-누르는 떠보듯 무심하게 말을 던졌다.

 

“온-누르 님께서 먼저 말씀해 주시면 저도 말하겠습니다.”

 

“어허, 스승님이래도.”

 

“아직 정식으로 맺은 것은 아니잖습니까?”

 

“하여튼 한 마디도 지려고 하질 않는군. 껄껄. 그래, 언젠가는 서로 터놓고 말하는 날이 오겠지.”

 

그 뒤에는 별다른 화제 없이, 석식 시간이 끝이 났다.

 

사실 그 시간 동안 안톤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정말로 그날이 올까. 만약 그렇다면 자신은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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