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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 것은 검 6화

무료소설 내가 믿는 것은 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내가 믿는 것은 검 6화

006. 상행

 

 

“이번 7월에 있을 상행에 합류할 훈련생의 명단을 발표하겠다.”

 

바짝 언 훈련생들의 피부로 식은땀이 맺혔다. 결국 언젠가 가야 할 곳이었고, 그를 위한 수련이었다. 하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폴로스. 테드. 탈레이. 코나반…….”

 

한 사람씩 호명된 훈련생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자신 스스로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여기는 훈련생은 그나마 표정이 한결 나았고, 아닌 훈련생은 표정이 어두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톤. 이상이다.”

 

그것으로 교관의 명단 발표가 끝이 났다.

 

기대건 두려움이건, 저마다 반응이 있던 훈련생들과는 다르게 안톤의 표정은 이름이 불리기 전과 똑같았다.

 

아무런 감흥이 없는 표정.

 

훈련 교관 잭은 그것을 슬쩍 흘겨보고는 혀를 찼다.

 

‘쯧쯧. 여전히 기분 나쁜 녀석이군.’

 

피보다 붉은 머리색에 조금 탔어도 여전히 하얗기만 한 북부인 특유의 살색.

 

상반신 전체에 새겨진 기이학적인 형태의 문신.

 

그리고 이질감이라고나 할까.

 

구질구질한 환경 속에서도 왠지 모르게 안톤에게선 푸른 피의 냄새가 났다. 시간이 지나 어느덧 건장하게 성장한 지금에선 특히나 더.

 

‘왠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까지 정이 가지 않는 녀석이야.’

 

감히 자신에게 반항을 한 놈이라는 첫인상 때문이라고만 설명하기엔 무언가 부족했다.

 

이제는 콜로세움으로 떠나 버려 없는 앤더슨이 대련을 빙자하여 두들겨 패는 것을 볼 때도 속이 시원하기는커녕 뭔가 석연찮은 느낌이 자꾸 들었다.

 

눈엣가시 같은 놈.

 

‘이런 녀석은 그냥 눈에서 사라지게 해야지.’

 

몸만 커다랬지 아직 콜로세움에 입성하기에는 실력이 턱없이 부족한 안톤을 명단에 넣은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오늘은 알아서 수련하도록!”

 

잭이 자리를 떠나고 명단에 뽑힌 훈련생을 중심으로 무리들이 지어졌다. 그리고 방금 있었던 콜로세움행에 대한 것을 화제로 한참이나 떠들어 댔다.

 

“젠장! 솔직히 말해서 아직은 자신이 없는데!”

 

“나는 오히려 기대돼. 그곳에서 두각을 보이면 비싼 값에 귀족들에게 팔려 갈 수도 있댔어.”

 

“왜 나는 뽑히지 않은 거지? 내가 저놈보다 훨씬 실력이 좋은데!”

 

안톤은 바로 그들 틈에 끼지 않고 잠시 제자리에 서성였다.

 

훈련생들 중에 유일하게 친분이랄 것이 있는 레온이 다가와 말을 붙여 보려다 무언가 골똘히 고민하는 그의 표정을 보고 그만뒀다.

 

‘벌써인가……. 하긴 3년이나 지났지. 그런데 왜지? 난 전생에 비해 훨씬 못난 모습을 보였는데…….’

 

만전을 기하겠다는 일념으로 적어도 5년은 이곳에서 수련을 할 셈이었는데, 결국 이전의 삶과 완전히 똑같은 시기에 콜로세움으로 팔려가게 되지 않았는가.

 

‘뭐 그래도 최소 조건은 충족되었으니, 만일의 사태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괜찮을 거야.’

 

어찌어찌 훈련 시간이 끝나고 안톤은 숙소로 돌아왔다.

 

레온이 걱정이 담긴 어조로 말을 걸어왔지만 대충 성의 없이 대답하며 간만에 일찍부터 몸을 뉘었다.

 

이 기분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꽤나 심사가 복잡했다.

 

‘이제 ‘그날’까지 얼추 사오십일 정도 남은 건가…….’

 

콜로세움으로 향하는 상행의 출발일은 2주일 뒤였고, 도착하는 데까지는 한 달 정도가 소요됐던 걸로 기억한다.

 

‘자유냐, 죽음이냐.’

 

모든 것은 그날 결정되리라.

 

그렇게 떨리는 가슴을 한동안 죽이지 못하고, 안톤은 한참이나 잠들지 못했다.

 

그날은 생각보다 금방 찾아왔다.

 

 

* * *

 

“여긴 언제 와도 덥군그래.”

 

“그러게 말이야. 올여름은 유독 더운 듯해.”

 

“사막의 저주도 점점 심해지는 것 같네. 조금 더 심해지면 이제 마차는 끌고 올 엄두도 내지 못하겠어.”

 

모두들 가뜩이나 지쳐 있었다.

 

암만 긴 여정에 익숙하다고 한들, 또 기후에 맞게 옷차림도 바꾸어 입었다 하여도 마찬가지다. 다들 이제 슬슬 한계였다.

 

“탈로스다!”

 

저 멀리 언덕 너머로 회색 성벽이 보이자, 상단에 속한 인부 중 하나가 누구보다 빨리 외쳤다. 내리쬐는 무더위 속에서 벨토스 상단의 마차가 출발한 지도 어느덧 43일.

 

츠레이바의 국경을 넘은 지도 나흘이 지난 때였다.

 

“후……. 드디어 도착했구만.”

 

벨토스 상단의 사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것은 팔려 가는 신세인 검투사 양성소의 훈련생들도 마찬가지다. 이 순간만큼은 그들도 본연의 처지를 잊고 기뻐했다.

 

목적지가 눈앞에 보이는 만큼 이동속도가 빨라졌다.

 

그렇게 달리던 벨토스 노예 검투사 양성소의 마차는 금세 탈로스의 정문 앞에 섰다.

 

“남쪽의 방패 탈로스에 오신 걸 환영하오.”

 

이미 수십 차례나 걸친 상행으로 안면이 있던 벨토스 상단은 형식상의 간단한 절차만으로 도시에 들어설 수 있었다. 도시에 들어서서도 마차는 쉬지 않고 탈로스의 중심부를 향하여 도로 위를 달렸다. 쇠창살 너머로 보이는 탈로스 주민들의 시선이 틀어다 박혔다.

 

“오! 벨토스의 신입 검투사들이군!”

 

“저기 저 사람은 덩치에 비해 얼굴이 너무 앳됐는데?”

 

“와아아아아!”

 

몇몇 어린아이들은 달려서 마차를 따라오기도 했다.

 

그런 반응들이 굴욕적으로 느껴졌던 것일까. 같이 마차를 타고 온 다른 훈련생들이 고개를 푹 숙인다. 자세히 보니 몇몇은 다리를 후들후들 떨고 있다.

 

‘두려운 거군…….’

 

처음 오는 국가에, 전혀 다른 문화, 도시.

 

그것만으로도 위축되기도 할 텐데, 지금 우리들은 그 악명 높은 콜로세움에 노예 검투사로 팔려 가고 있다. 암만 양성소의 교관들이 독기를 심어 준다고 했어도, 정말로 두렵지 않을 리가 있나.

 

‘하긴 나도 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겠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잔뜩 긴장하다가 콜로세움에 도착했던 전생과 다르게, 안톤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쇠창살 너머의 탈로스 거리를 관찰했다.

 

탈출할 때 도움이 되라고 길을 외우기 위함이었다.

 

사실 전생에 이 도시에서 5년간 살았던 전적은 있지만, 항상 콜로세움 내부에서 갇혀 지냈던 터라 탈로스의 지리라든가 문화에 대해서는 조금 생경했다.

 

츠레이바는 부유한 국가이고, 남부 최대 도시인 탈로스는 특히 부유한 도시라는 것. 안톤이 아는 것이라곤 이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얼굴에 생기가 가득하다. 여유와 만족 등, 긍정적인 감정이 몸짓에 묻어난다.

 

이것이 인간의 양면성이라는 것일까.

 

‘저렇게 멀쩡해 보이는 이들이…….’

 

관중석에 들어앉는 순간 피에 굶주린 악마가 된다니.

 

경기장에서 바라본 관중들이 이토록 평범한 표정을 짓고 살아간다는 게 안톤은 믿기지가 않았다.

 

덜컹.

 

마차가 멈춰 섰다. 이때까지 바닥만 보고 있던 훈련생들이 하나같이 움찔하며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창살 바깥으로 거대한 석제 건축물이 위압감을 주며 서 있었다.

 

안 그래도 얼굴이 퍼렇게 질려 있던 훈련생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언젠가 보았던 양성소의 교관 중 하나가 마차로 다가와 자물쇠를 풀며 웃는다.

 

“뭘 그렇게 얼어 있어? 자, 도착했으니 이제 내리라고. 우리 양성소의 실력을 보여 줘야지.”

 

요동치는 다른 훈련생들의 눈빛과는 다르게, 놀랍도록 진정된 안톤의 눈이 서슬 퍼런 빛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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