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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 것은 검 28화

무료소설 내가 믿는 것은 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9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내가 믿는 것은 검 28화

028. 대진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안톤은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후원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미 저번 날 반쪽이 난 철강석을 향해서 쉴 새 없이 검을 내리쳤다.

 

‘어째서지?’

 

검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구렁텅이로 잠겨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바로 이틀 전까지만 해도, 안톤은 이 단단한 철강석을 두 동강 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어떤가.

 

미친 듯 검을 휘둘렀음에도, 모두 지난날의 흔적일 뿐, 작은 검흔조차 낼 수가 없지 않은가.

 

온-누르는 의심은 독이라고 했다.

 

하지만 독이 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는 걸까.

 

챙챙!

 

안톤은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로부터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제자야.”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안톤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어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더냐?”

 

온-누르는 걱정스러운 속내를 숨기며 은근하게 물어 왔다.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그래, 별일은 없었겠지.”

 

그런 삭막한 대꾸에 조금 무안스러울 법도 한데, 온-누르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래도 너만 괜찮다면 내게 들려주지 않겠느냐? 어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안톤은 지금 온-누르의 시선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고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여기서 대답을 피하면 더 이상해 보이겠지.’

 

안톤은 담담한 목소리로 어제 있었던 일들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묵묵히 듣던 온-누르가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은 안톤이 헤스갈과 하였던 마지막 대화 부분에서였다.

 

“음…… 혼사라. 하긴 가주에게 스스로가 무인이길 포기한다 말하였으니 필연적인 일일지도 모르겠구나.”

 

“그거랑 혼사가 무슨 연관입니까?”

 

“암만 이곳에 처박혀 지냈다 해도, 너도 이곳에서 생활해 보았으니 알 것이다. 이곳 소우든의 정서가 어떤지 말이다.”

 

검의 종주국. 무인의 나라.

 

지나가는 행인들 중에서도 절반이 병장기를 소지하고 다니며, 평범한 좌판대의 상인조차 무술을 익힌, 본신의 무위가 낮으면 입신양명의 길조차 막히는 곳.

 

“모두에게 기회를 주되, 포기한 자에게는 가차 없는 것이 소우든이다. 너도 북부에서 나고 자랐으니 알지 않느냐. 설령 귀족 가문이 아니라 하여도 여인의 대접이 어떤지 말이다.”

 

권세가의 경우 절대다수가 정치적인 이유로 가문이 정해 준 배우자와 혼약을 맺고 살아간다.

 

그게 아닌 일반 서민 가정 같은 경우에도 가장이 배우자를 정해 주는 것은 흔하디흔한 경우였다.

 

그리고 조르디가는 소우든에서도 명문 중의 명문 권세가였고 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왜 자신은 그 사실에 그토록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낀 것일까.

 

안톤은 알 수가 없었지만, 온-누르는 이를 잘 아는 듯했다.

 

“이제 보니 네 마음을 흐리게 하는 것이 이것이었구나.”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자신에게 온 신경을 쏟고 있는 안톤을 바라보며 그는 껄껄 웃었다.

 

“그래도 실망하지 말거라. 무를 숭상하는 나라답게, 지닌 바의 무위만 뛰어나다면 배경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이 이놈의 나라니까.”

 

“그런 거 아닙니다.”

 

“녀석. 아니기는.”

 

말은 그렇게 하였으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이 마음가짐으로 검을 휘두르면 저 철강석을 베어 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더욱 떨떠름한 기분이다.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감정이란 것은, 안톤에겐 알지 못하는 괴물과도 같았다.

 

그런데 어째선지 그 괴물과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나저나 소천교에서 우승하면 상금도 있다던데, 얼마나 됩니까?”

 

“그건 왜 묻느냐? 그냥 출전만 하고 바로 기권한다던 녀석이. 이제 와서 생각이 변하기라도 했더냐?”

 

“어제 밖을 나가 보니 무언가를 사려면 돈이 들더군요. 뭔가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돈이 있어야 합니다.”

 

“뭔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게냐? 그래서 거기서 우승이라고 하겠다고?”

 

온-누르를 보니, 이건 또 뭔가 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넌 이따금씩 알 수 없는 소리를 해 대는구나.”

 

“세상이 그렇더군요.”

 

안톤이 느끼기엔, 세상은 정말로 그랬다.

 

 

* * *

 

한 달 후.

 

소천교의 예선이 치러지는 날이 밝았다.

 

“예선에서 네 번. 본선에 나가서는 여덟 번. 우승을 하려면 총 열 두 번의 대전을 치러야 하는군요.”

 

안톤은 북적한 대기실에서 예선 대진표를 보고 있었다.

 

전부 다 생소한 이름들이었다. 온-누르도 가만있는 걸 보니 대전 상대 중 유명한 인물들은 없는 듯하였다.

 

“왜, 자신만만하더니 이제 겁이라도 나는 것이더냐?”

 

“겁이라기보다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저는 약점이 뚜렷하니까요.”

 

정신을 집중해 내찌르는 일검.

 

이 일검은 검기를 두른 검이라도 능히 베어 내는 힘을 지녔다.

 

다만, 그 강력함만큼이나 약점 또한 명백하다.

 

한 번의 검격에 막대한 정신력이 소모되는 탓에 하루에 몇 번이고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건 하루에도 몇 명이나 되는 대전을 치러야 하는 토너먼트 형식의 대전에서는 크나큰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많아 봐야 두 번 내지인가.’

 

하루에 정신 집중을 할 수 있는 총 횟수였다.

 

그조차도 원래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온 기력이 쇠하던 것이, 지난 한 달 사이 많이 늘어서 이 정도가 된 것이다.

 

안톤은 호명받기 전까지 흰 천으로 검신을 닦으며 무기를 점검했다.

 

조금 심심한 기색을 내비치던 온-누르가 말을 걸어왔다.

 

“껄껄. 이전과는 다르게 의욕이 넘치는 눈이구나.”

 

“아무래도 살아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니까요.”

 

“돈을 목적으로 여기에 나온 녀석은 너뿐일 게다. 정말 돈이 목적인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껄껄.”

 

그때 정신없이 북적이는 대기실에 우렁찬 외침이 잇달아 울려 퍼졌다.

 

“다음 순번 대기자는 앞으로 나와 기다려 주십시오!”

 

“아무래도 이제 네 차례인가 보구나. 어서 가 보거라.”

 

 

* * *

 

‘예선이라 그런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수준이 낮군.’

 

반나절 동안 안톤은 총 세 번의 대전을 연달아 치렀고, 다소 맥이 빠질 만치 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대기실에서 쉬며 다음 대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안톤은 차례대로 지난 시합 상대들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첫 번째 대전자는 마나에 입문도 하지 못한 삼류 낭인이었다. 그는 무심하게 휘둘러지는 안톤의 첫 일격에 검이 부러지고는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패했다는 분함조차 없었는지, 호쾌하게 웃으며 시합장을 벗어났다.

 

‘그럴 거면 뭐하러 나온 건지 정말로 모르겠군.’

 

재차 생각해 보아도 이해가 불가능한 심리였다.

 

그나마 나름 지역에서 이름 있는 무가의 자제인 듯하였던 두 번째 대전자는 조금 나은 편이었다.

 

자세부터 호흡까지, 완전히 엉망이던 처음 상대와는 달리 어느 정도 기본기가 제대로 잡힌 상대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처음의 삼류 낭인처럼 일격에 나가떨어지진 않았지만, 시합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급소 부위에 공격을 허용하며 기절했다.

 

마지막 상대는 영세 가문 출신의 검객이었다.

 

그나마 지난 셋 중에 가장 성취가 높고 경험도 많은 상대였다.

 

하지만 검기를 사용했음에도 안톤의 대검에 상처도 나지 않자 짐짓 당황하며 허점을 노출했고, 안톤은 이를 바탕으로 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본선까지 한 경기가 남았으니, 다음 상대는 누가 나와도 이길 수 있겠군.’

 

정신을 집중한 일격.

 

그 일격이라면, 현경의 무인이 아닌 한 충분히 이겨 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대단한 무인들은 이런 대회에 잘 참가하지를 않는다.

 

게다가 소천교는 25세 미만의 후기지수들이 서로 겨루는 대회였고 말이다.

 

이제 잡생각은 슬슬 뒤에 하기로 한 안톤이 명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누군가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대전표에 변동 사항이 생겼으니, 참가자분들은 모두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만히 앉아 다음 대전을 기다리거나, 옆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던 무인들이 다들 일어나 벽에 새로이 붙은 대전표를 확인했다.

 

순식간에 벽보 앞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변한 게 하나도 없잖아? 아쉽게 됐군.”

 

“챙-드란? 처음 듣는 이름인데 누구지?”

 

바뀐 대전표로 인해 제각기 웅성거림이 커져 갔지만, 안톤은 그 속에 끼지 않고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다.

 

대전 상대가 누구든 그다지 중요치 않다고 여긴 것이다.

 

무엇보다 이름을 확인한들 상대가 누군지, 또 어느 정도의 실력을 지녔는지 알 수 있을 만큼의 식견도 없었고 말이다.

 

다시금 눈을 감고 명상이나 하며 시간을 죽이려던 차에,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악의가 느껴지는 질척한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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