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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32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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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32화

제1장 상계장악(商界掌握) (7)

 

상계전쟁과 더불어 소금 전매권의 과다한 경쟁이 벌어졌다. 마치 누군가의 계략에 의해서 일어난 것처럼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였다.

평소보다 대륙의 상회들은 많은 자금을 쏟아 붓게 되었다. 관(官)은 들어오는 돈을 마다하지 않았다. 상인들의 돈을 얻어 재정으로 충당하고, 일부는 관리의 잇속을 챙기면 그만이었다.

그사이 사천성 곳곳에서 황금상회의 분점이 공격받고, 녹림도들이 표행을 방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황금상회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을 동시에 겪고 있었다.

소금 전매권을 다시 얻어내기는 했지만 3할이 아닌 2할도 되지 않았다.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자 협조를 하던 풍운상회의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황금상회의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태평상회의 마지막 저항이 극에 달하게 되었다.

무진은 은밀하게 천무상회의 지점을 사천성과 안휘성 곳곳에 배치를 시켰다. 혼란이 극에 달한 시점이라 천무상회의 움직임을 천하6대상단은 눈치 채지 못했다. 강소성 상계를 점령할 때와 비슷한 방법이었다.

6개월의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갔다.

대륙상단의 치열한 전쟁이 극에 달했다. 서로는 얻은 것도 없이 많은 피해를 보게 되었다. 자금 사정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대륙6대상단은 반년 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소모했다.

시기를 놓치지 않고 무진은 천무상회의 사천성, 안휘성 공략을 집중적으로 실행했다. 물고 뜯는 유혈사태 속에서 온전한 상태를 유지한 천무상회는 황금상회를 파죽지세로 점령해 나갔다.

황금상회와 태평상회는 완벽하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있었다. 천무상회의 자금력과 물량은 그들의 예상범위를 초월했다.

질풍노도와 같은 물량공세 속에서 그동안 고통받던 사천성과 안휘성의 백성들은 환호했다.

황금상회의 황금노 금만성은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무상회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더욱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대 상단의 경우 만일을 사태를 대비한 비자금이 있기 마련이다. 그를 위해 이익을 낼 때마다 여유자금을 비밀장소에 숨겨두어 누란(累卵)의 위기에 대처했다.

비밀장소는 남충(南充)에 있는 대운산(大雲山)이었다. 금만성은 황금상회의 정예무사들을 이끌고 대운산으로 향했다. 대운산에 감추어진 자금은 전부 황금이었다. 비자금을 황금으로 해놓은 것은 시대가 변해도 황금의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만성은 대운산에 비동(秘洞)을 짓기 위해서 동원한 인부들까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는 사악함과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심지어 아들에게조차도 알려주지 않은 것이 황금비동이었다. 황금을 위해서는 자식마저 버릴 수 있다는 황금충다웠다.

황금비동을 열고 황금을 수레에 실었다. 그 양이 실로 엄청났다. 수레로 족히 열 대 분량은 되었다. 누만금을 모아놓은 금만성의 능력이 대단할 따름이다.

금만성은 천무상회가 사천성과 안휘성을 공략하는 순간 깨달았다. 이제까지 뒤에서 갖은 계략을 꾸민 것이 천무상회라는 것을 말이다.

황금상회가 존폐위기의 기로에 선 상황이다. 칠십 평생을 일구어 놓은 황금상회가 휘청거리고 있었다.

“천무상회!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황금을 전부 동원하는 한이 있더라도 천무상회만큼은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천무상회에 당한 것은 치욕이었다. 적의 뒤통수를 친 적은 있어도 이처럼 어이없이 당한 경우는 금만성의 생애를 통틀어 최초였다.

금만성은 수레에 실린 황금이라면 황금상회를 정상으로 회복하고, 천무상회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부스럭!

대운산은 안개로 자욱한 산이다. 밤이 되면 안개와 어둠이 뒤섞여 한 치 앞도 구분하기 힘들다. 근처에 인가조차 없는 곳에서 사람의 발소리가 들린다는 것 자체가 수상한 일이었다.

안개와 수풀을 뚫고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색의 비단옷을 입은 젊은 청년이었다.

스르렁!

청년의 주변으로 황금상회의 무사들이 검을 뽑아들며 포위했다. 금만성은 청년이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았다. 비밀보장을 위해 상대가 누구이든 없애야 했다.

“운이 없구나. 처리해라.”

황금상회의 무사들이 명을 받자 지체하지 않고 청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고통 없이 단숨에 숨통을 끊어주려는 것이었다.

사아악!

검이 허공을 베었다. 황금상회의 일류무사인 혁세광은 검끝에서 전달되는 공허함에 놀랐다.

청년이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혁세광은 재차 검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그의 몸은 의지를 실행하지 못했다.

주르르르륵!

검을 휘두르려는 혁세광의 몸이 사선으로 예리하게 그어져 반으로 잘려 나갔다. 몸이 잘려 나가는 그 순간에도 혁세광은 무엇이 어찌 된 일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어…떻게?”

혁세광은 의문을 남기고 죽었다. 청년을 감싸며 포위망을 형성했던 호위무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혁세광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네놈은 누구냐?”

금만성이 노성을 터뜨렸다. 일류무인을 저토록 쉽게 죽일 수 있는 자는 절정에 달한 무인뿐이다. 절정의 고수가 중원 전체로 따지면 많을지 몰라도 인적조차 드문 산에서 만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금만성은 청년의 정체를 의심했다.

“큭!”

청년은 같잖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단말마에 불과한 웃음소리지만 금만성의 심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먼저 공격한 것은 네놈들이지 않나.”

“시끄럽다! 어서 정체를 밝혀라! 네놈이 강한 것은 인정하지만 혼자다! 혼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냐!”

금만성의 노안(老眼)이 분노로 붉게 물들어갔다. 그렇지만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마저 흐려지지는 않았다.

금만성이 말을 붙인 것은 무사들이 호흡을 가다듬고 진형을 짤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한 계책이었다.

혁세광을 죽인 방법을 알 수는 없으나 사술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컸다. 저토록 젊은 나이게 절정고수가 가당키나 할 수 있는가! 진형을 형성해서 조심스럽게 상대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여겼다.

“같잖은 수를 쓰는군.”

꿈틀!

청년이 금만성의 계책을 꿰뚫어 보았다.

금만성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젊은 놈에게 계속 조롱당하고 있었다. 소상단을 이끌던 시절을 제외하고 금만성을 상대로 교만을 부릴 수 있는 존재는 만나지 못했다.

놈이 태어나기 전부터 중원 상계를 좌지우지했던 금만성이다. 애송이에게 우롱당할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놈을 죽여라!”

휘리리릭! 차자착!

40명의 무인들이 청년을 감싸듯이 포진했다. 4명이 조를 이루어 사방을 두꺼운 수비진으로 형성했다. 3중으로 이루어진 수비벽 사이로 원을 그리듯이 보법을 밟아 나갔다.

금성철벽검진(金城鐵壁劍陣)이라고 불리는 검진으로 상고시대의 절진을 연구하여 만들어낸 수비형 검진이었다. 두터운 검진의 형태를 띠며, 감각을 극대화하여 빠른 신형에 대한 대처가 가능했다.

좀 전에 보인 청년의 수법이 쾌에 중점을 두었다면 사방을 제압한 금성철벽검진의 오감에 잡힐 것이다. 또한 차륜기공(車輪氣功)을 통한 공력의 집중이 가능하기에 절정고수라고 해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청년은 검진이 발동되는 순간 주먹을 뻗었다. 빠르지도 느리지 않는 평범한 주먹질이다. 일직선으로 뻗어나간 주먹이 대기를 순간적으로 때렸다. 마치 솜털을 가격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는 판단하기 힘든 위력을 가졌다.

파팟! 우우우웅!

부딪친 대기가 충격을 받더니 거대한 해일처럼 쏘아져 나갔다. 청년의 정면을 담당하고 있던 호위무사 4명이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대기에 형성된 무형의 기운이 호위무사들의 정신을 허공으로 날려 버렸다.

퍼어억!

“크아아앗!”

청년의 주먹질은 가공했다. 호위무사 4명이 권풍에 맞아 그대로 즉사에 버렸다.

차륜기공을 펼치기 전에 벌어진 일이라 호위무사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차륜기공을 펼친다 해도 막아낼 수 없는 무지막지한 권격이었다.

“말…도 안 돼!”

“권…풍이라니!”

허공을 격하고 날리는 주먹질이 권풍이었다. 절정고수라면 권풍을 형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류를 넘어서는 무인 4명을 폭죽 터뜨리듯이 터트려 버릴 정도의 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호위무사들은 등골을 타고 흐르는 한기를 느꼈다.

황금상회의 정예무사들이 놀라든 말든 청년의 주먹질은 멈추지 않았다. 가볍게 살포시 휘두르는 주먹질에 가공할 위력이 형성되어 뻗어 나왔다. 최강의 수비형 검진이라고 불리는 금성철벽검진이 무참히 박살났다.

퍼퍼퍼퍼펑!

추풍낙엽과 같았다. 호위무사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한참이나 벗어나는 가공할 권풍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권풍에 맞은 호위무사는 살과 뼈째로 뭉개져 버렸다. 단 방에 일류무인들은 즉사를 면치 못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처참한 곤죽 상태로 죽어나갔다.

“도…망쳐야 한다!”

“사…신이닷!”

살아남은 호위무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했다. 무진은 도망치는 놈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격전이 허무하게 끝이 나는 순간이었다.

그때 무진의 사각지역에서 가공할 힘의 여파가 느껴졌다. 밤을 감싸는 어둠 속에서 황금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퍼퍼펑!

산천초목을 떨게 만들 위력적인 장법이 청년의 신형을 강타했다. 단숨에 쇄도 분쇄시켜버릴 수 있는 위력이었다. 그는 장법을 멈추지 않았다. 청년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려는 것 같았다. 그의 눈빛에 살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퍼퍼퍼퍼펑!

천지사방으로 흙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반경 3장이 초토화되어갔다. 무쌍의 위력을 자랑하는 장법을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내공이 천외지경(天外之境)에 이르렀다는 뜻이었다.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는 존재가 숨을 가다듬으며 장력을 거두었다.

“후우우우!”

놀랍게도 그는 황금노 금만성이었다. 상인으로만 알려진 그가 무공의 고수였던 것이다.

그는 호위무사들을 이용해서 놈의 무위를 계산하고, 치밀하게 기다렸다. 청년의 무위는 역시나 범상치 않았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무력이었다.

황금노는 최후의 순간까지 기다리다가 황금신장(黃芩神掌)을 날렸다. 절대고수라도 방심하면 죽을 수 있다. 청년이라고 해서 황금신장을 정통으로 맞고 무사할 리 없다고 확신했다.

금만성은 젊은 시절 황금왕(黃金王)의 비도(秘圖)를 얻었다. 그곳에서 황금과 더불어 황금신공(黃金神功)이라는 절세의 비급을 얻었다.

상인은 최후까지 비장의 수를 감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까지 대외적으로 무공을 선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황금신공을 운용한 금만성은 꾸부정한 노인이 모습이 아니었다. 그의 육체는 황금신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기(黃金氣)로 인해 건장한 육척의 장년인이 되어 있었다.

“네놈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방심하면 죽는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금만성이 득의한 표정을 지을 때.

“그 말은 내가 하고 싶군.”

“아…니?”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금만성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청년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황금신공을 연성하기 위해서 금만성은 영약이란 영약은 모조리 다 수집해서 흡수했다. 내공에 한해서는 16대고수라고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 자신의 황금신장에 청년은 적중당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였다. 청년의 가공한 신법과 능력에 금만성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등 뒤를 점령당했다. 이 상태에서는 반격을 하기도 만만치가 않았다. 최대한 시간을 끌고, 놈이 걸려들기를 유도해야 했다.

“네게 황금을 모두 주겠다!”

“필요 없다.”

금만성은 당황했다. 청년이 이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는 제쳐두더라도 황금을 거절할 줄은 몰랐다. 황금충이라는 칭호까지 들으며 악착같이 살아온 금만성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황금에 초연한 청년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도대체… 네놈은 누구냐?”

“알려줄까.”

“말해라!”

“네가 가장 증오하는 존재.”

무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금만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가 여기까지 몰리게 된 이유가 상기된 것이다.

“네…놈은 설마?”

“무진이다.”

부글! 부글!

금만성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제까지 놈의 계략에 휘말려 피땀을 흘려 이룩해 놓은 황금상회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다. 마지막 반전을 노리고 비동까지 열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금만성은 무진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었다.

치밀어 오르는 굴욕감과 수치심이 금만성의 이성을 뒤흔들었다.

“어떻게 여기를 알았지?”

“별것 아니더군.”

금만성은 이해할 수 없었다. 비동의 존재는 아들조차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사사삭!

금만성의 시야로 도망쳤던 황금상회의 정예무사들이 나타났다. 죽은 이들을 제외하고 정확히 10명이었다. 그들은 태연하게 금만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수치심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네…놈들이 나를 배신한 것이냐?”

“배신은 아니지.”

무진이 한마디 하자 태연하게 서 있던 정예무사들의 얼굴과 골격이 변화를 일으켰다. 이제까지 수족처럼 따르던 존재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금만성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무진은 궁지에 몰린 존재가 어찌 행동할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밀영대를 위장시켜 황금상회의 내부로 잠입했다. 항상 철두철미하게 행동하던 금만성도 여러 번의 낭패를 겪자 흔들렸다. 조금만 세심하게 관찰을 했다면 오늘처럼 어이없는 경우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금만성은 무진의 가공할 암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약관을 갓 넘어 보이는 외모와는 다른 무서운 심계였다.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끝을 알 수 없는 잔혹한 심성과 심계였다.

그러나 이대로 모든 것을 무진에게 빼앗길 수는 없다. 금만성은 기다리지 않고 돌아섰다. 회풍보(回風步)를 펼쳐, 신속하게 방향을 틀었다. 그와 동시에 끌어 올렸던 황금신공의 전 공력을 황금신장에 퍼부었다.

금만성은 무진만은 죽이고 싶었다. 놈의 손아귀 안에서 장난감처럼 움직였던 것이 분했다. 그리고 이놈이 살아 있으면 중원 상계는 끝장이다. 변방의 상단 따위에게 중원 상계를 넘겨주기 싫었다.

순간 날카로운 검날이 금만성의 등 뒤를 뚫고 들어왔다. 밀영대가 금만성의 등을 찌른 것이다.

“으…윽! 이…놈!”

금만성의 바로 앞으로 무진이 걸어왔다. 등과 단전이 검에 뚫렸다.

금만성은 눈을 부릅떴다. 한순간도 무진은 금만성을 진심으로 상대하지 않았다. 그저 상계를 장악하기 위한 장기판의 말 정도로 여겼다. 졸(卒)을 죽이기 위해 왕(王)이 손을 쓰지는 않는다.

“과욕을 부린 대가다.”

“죽어…서도 용…서하…지 않겠……!”

우드득!

더 들을 필요도 없이 무진은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리듯이 금만성의 목을 꺾었다.

“죽음은 죽음일 뿐이다.”

죽어서 용서를 하지 않던 그게 무슨 상관인가! 이미 죽어 버린 이상 세상의 법칙에서는 벗어나 버린다.

하늘이 정한 천기마저 무너뜨리려는 무진에게 두려운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목적을 위해서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황금은 쓸모가 있겠군.”

그동안 황금노가 모아 놓은 황금이 무진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황금상회의 위기를 해소하려던 황금이 오히려 비수가 될 것이다. 금만성은 하늘에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정리해라.”

“예.”

밀영대에게 뒤를 맡기고 무진은 돌아섰다.

 

대륙을 양분했던 황금상회가 무너지고, 그와 연계를 했던 풍운상회마저 허물어졌다. 대륙6대상단이 이토록 허무하게 무너질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황금상회와 풍운상회를 무너뜨린 것은 태평상회와 천금상회가 아니라 변방의 상단으로 여기고 있었던 천무상회였다. 유령처럼 나타나서 천하 상계의 절반을 송두리째 집어삼켜 버렸다. 어디서부터 진행이 된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황금상회와 경쟁을 했던 태평상회와 천금상회 역시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입은 상황이었다.

천무상회는 사천성, 안휘성, 강소성, 요동성을 일직선으로 관통하는 천하상계이분지계를 이뤘다. 상대할 수 있는 범위를 한참이나 벗어나 버리고 말았다.

특히 안휘성에 거점을 두고 있는 태평상회는 배를 저을 노조차 없는 난파된 구조선이 되었다. 심각한 재정난으로 인해 지점과 분점의 매각이 이루어졌다.

태평상회는 본점을 비롯한 중요한 지점만은 지키려고 애를 썼었다. 하지만 천무상회는 해일과 같았다. 난파된 구조선을 휩쓸어 버리고 지나가 버렸다.

태평상회의 회주 선승백은 무진에게 무릎을 꿇었다. 최소한 살아남기 위해서 선승백은 남아 있는 상회 전체를 무진에게 헌납해 버렸다. 그리고 스스로를 낮추어 지점장의 자리에 만족했다.

무진을 보는 순간 선승백은 얼어버렸다. 선승백으로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지배자였다. 그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어리석은 선택이 아니라 확신했다.

이로써 천하6대상단 중 4곳이 무진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천무상회가 천하제일상단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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