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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29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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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29화

제1장 상계장악(商界掌握) (4)

 

느긋하게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 있는 무진이 악마처럼 보였다. 개김성이 투철했던 호룡채의 채주 서영성이 끝까지 개기다가 갈가리 찢겨 죽었다. 무진은 한 번은 봐주지만 두 번은 봐주지 않았다. 사람이 뼈째로 찢어 발겨지는 충격은 실로 엄청났다. 그 뒤로 채주들은 쥐 죽은 듯이 조신하게 서서 무진의 명을 기다렸다.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되지?”

“30채의 인원을 총 동원한다면 8천 명은 됩니다.”

상당히 많은 수였다. 일반적인 대문파의 수보다 족히 서너 배는 더 많았다. 하지만 이것도 많이 줄은 것이다. 72채를 구가할 때는 5만에 달하는 녹림인들이 있었다.

“정예는?”

“1천이 조금 넘습니다.”

“다 모아.”

“예?”

“말귀를 못아 들으면 귀를 뚫어 줄 수도 있다.”

“아…닙니다. 곧바로 소집하겠습니다!”

무진은 허언을 하지 않는다.

녹림을 이용해서 최정예 무인들을 구성할 생각은 애초부터 갖지 않았다. 그저 녹림이라는 이름이 필요할 뿐이다.

“이제부터 황금상회의 표물을 공격한다.”

“황금상회를 공격한단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황금상회는 정천맹의 비호를 받고 있습니다. 건드렸다가는 녹림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광철남은 선뜻 무진의 명령을 따르기 힘들었다. 황금상회는 대륙제일상단이라고 불린다. 무력 또한 만만치 않으며, 정천맹이 뒤에 버티고 있어서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녹림이 사라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채주들 역시 낯빛이 좋지 못했다.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들어야 하는 일이었다.

무진은 채주들의 반응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녹림이 정천맹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건 정천맹이 황금상회의 뒤를 봐줄 때의 문제다.

“정천맹은 지금 당장 황금상회를 돕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천맹의 시선이 사파무림을 토벌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는 것은 광철남과 채주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정천맹의 힘은 강했다. 녹림으로서는 부담되는 일이었다.

“당분간 정천맹은 아예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될 거다.”

“그게 무슨?”

“따질 필요 없다.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채주들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한번 입을 놀렸다간, 그것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무진은 상회에서 가져온 책을 꺼냈다. 조금 낡아 보이는 책이지만 읽는 데는 별 무리가 없어 보였다.

책의 겉표지에 적혀진 글자를 본 광철남과 채주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백야진천권(白夜震天拳), 천무백팔권(天武百八拳), 폭뢰신정(爆雷神精), 광마이십사검(狂魔二十四劍)……!

무진이 꺼낸 것은 소실되었던 녹림의 10종절예였다. 녹림투왕 장용운이 만들어 냈다던 녹림최강의 절기였다. 10대 녹림왕 이후로 소실된 10종절예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채주들의 눈이 흔들렸다.

“내 말을 따른다면 이걸 돌려주지.”

녹림인들이 비록 산적이지만, 그들 모두 무인이다. 무인에게 비급은 목숨보다 소중했다. 만약 무진의 말대로 정천맹의 시선이 분산되어 황금상회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하겠습니다!”

“좋아.”

무진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녹림의 10종절예라고 해도 무진에는 별것 아닌 절예다. 그리고 이것은 진정한 녹림의 10종절예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비급은 무진이 만들어 낸 것이다. 과거 녹림의 10종절예가 펼쳐지는 현상을 되짚어서 간단하게 끄적거린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절기에 비에 떨어지는 것이냐? 그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절예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급이 아니다. 어차피 인간이 만들어 놓은 절기는 쓰는 사람에 따라서 위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얼마나 절실하게 익히느냐에 따라서 같은 무공을 익혀도 다른 위력을 내기 마련이다.

“가르침을 내려주지.”

“감사합니다. 주군!”

절대고수의 가르침은 억만금을 주고도 배울 수 없다. 광철남과 채주들은 무진이 가르침을 내린다고 하자 들뜨는 기분을 느꼈다.

무진은 녹림의 정예가 모이기 전에 채주들의 실력을 상승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보았다. 정천맹이 아니라 황금상회의 무인도 녹림도들에게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적당히 실력을 상승시키고 동시다발적으로 활용을 할 생각이다.

* * *

 

운룡상단이 회복되고, 황금상회가 강소성 상계에 영향을 끼칠 무렵, 강호무림에 또 다른 소문이 은밀하게 퍼졌다. 소문은 몇 마디 단어에 불과하지만 파장은 해일보다 거셌다.

 

-절대사천이 사파무림과 연계를 할 조짐이 보인다.

 

한때 중원무림에 혈풍을 몰고 왔던 절대사천이다. 흑룡성과 정천맹이 연합해서 겨우 몰아내긴 했지만 당시에 벌어진 혈풍은 아직까지 회자될 정도로 심각했다.

사파무림의 준동과 더불어서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정천맹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은밀한 소문이라, 정보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접할 수 없는 소문이었다. 정천맹을 비롯한 개방과 하오문 정도만이 간신히 파악할 수 있는 정보였다.

요즘 들어 변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중원침공 후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벽력마궁(霹靂魔宮)이 부활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변황무림이 조금씩 준동하는 시점에서 사파무림의 무력이 정천맹의 예상보다 강했다.

더군다나 사파무림의 무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500명이나 되는 무인들이 정천맹의 추격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파무림의 갑작스럽고, 민첩한 대처에 공조세력이 있다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천맹에서는 긴급한 회의가 또다시 이루어졌다. 소문의 진원지는 알 수 없지만 근거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교묘하게 맞물려 가는 톱니바퀴를 보는 것 같았다.

사파무림의 토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절대사천의 움직임이다. 대외적인 모든 정보력을 사파무림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시점에서 변황의 준동까지 파악해야 했다.

“소문의 진위는 파악이 된 건가?”

“사파무림과 변황무림이 연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변황의 절대사천이 예전의 성세를 회복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음!”

회의장 안에 침음성이 감돌았다.

30년 전 패퇴를 한 절대사천은 급격한 쇠퇴를 했다. 당시 변황으로 쳐들어가 끝장을 보자는 주장이 팽배했지만 정사대전이 일어나는 바람에 사그라졌다.

정천맹은 정사대전 이후 다시 한 번 변황을 정복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변황의 혹독한 사막의 열기를 뚫고 대규모 원정을 꾸리기에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았다.

적진의 한복판에서 치러야 하는 전쟁이다.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었고, 변황을 점령한다고 해도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라 무리한 원정은 원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 뒤로 30년이 속절없이 지나갔다.

“그렇다면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겠지.”

“전시명령체제를 내려, 맹 내의 무력을 변황무림과 사파무림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게.”

사파무림이야 그리 걱정할 수준은 되지 못한다. 다만 그들이 변황무림과 연계하여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면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절대사천이 중원을 공략한 시기는 흑룡성과 정천맹의 구도 속에서 혼란이 가중되었던 때였다. 혼란한 틈을 이용한 급습으로 중원무림은 예기치 않게 많은 피를 뿌렸다.

당시의 기억이 생생한 공오대사와 장로들은 신중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외에 다른 문제는 없나?”

“강소성 상계에 황금상회가 개입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사안은 없습니다.”

“황금상회의 황금충이 움직인 건가.”

“그렇습니다.”

“욕심이 과하군.”

“황금노는 강소성에 만족할 위인이 아닙니다.”

“어차피 상계의 일, 우리가 관심 가질 필요는 없겠지. 먼저 처리해야 할 일부터 정리를 하게.”

“알겠습니다.”

정천맹은 맹주령을 발동시켜 전시체제를 갖추었다. 정천맹 산하의 대문파와 중소문파의 무인들을 정천맹으로 불러들였다. 정천맹의 맹주령은 전 무림의 비상령이었다. 무림에 속한 이상 정천맹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다.

* * *

 

50명의 검을 찬 무인들과, 60명에 달하는 인원이 물품을 잔뜩 실은 수레를 끌고 산길을 넘어가고 있었다. 안휘성을 지나 강소성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이들은 황금상회에서 운영하는 황금표국의 표사와 쟁자수들이었다. 황금상회는 자체적으로 황금전장과 황금표국을 운영하였고, 특히 황금표국은 대륙5대표국에 들어갈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황금표국의 표두와 표사들은 모두 일류 수준에 달하는 무공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웬만한 산적들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정천맹의 비호를 받고 있는 황금상회를 건드릴 간 큰 산적들은 없었다.

표행을 지휘하는 인물은 청송검(靑松劍) 남철인이었다. 팔극청송검(八極靑松劍)을 연마한 그는 황금표국에서 서열 10위 안에 드는 고수였다. 여태까지 맡은 임무를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을 정도로 신중한 인물이기도 했다.

남철인은 표물과 표사들 간의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고 정해진 일정과 계획대로만 움직였다. 만일의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에 만전을 기했다.

“응?”

강소성으로 넘어가는 산길의 정중앙을 누군가가 막아서고 있었다. 산길을 막고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는 이들은 산적들밖에 없다.

황금표국을 상징하는 표기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산적들은 그냥 물러설 기세가 아니었다. 표사들 대부분이 어이없다는 듯이 산적들을 보았다.

산적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소리쳤다.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내려놓고 가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마!”

당치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었다. 일정 수준의 통행료를 지불하라고 해도 줄까 말까 한 상황에서 표물을 전부 내놓고 가라니! 거래 자체가 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더군다나 표물의 대부분이 고가품이다. 달라고 해서 쉽게 내줄 수도 없는 물품들이다.

남철인은 쟁자수들을 뒤로 물리고, 표사들을 전면으로 배치했다. 타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했다.

“겁도 없이 황금표국을 건드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지금이라도 길을 비키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

남철인으로서는 최대한 인내를 한 것이다.

산적들의 수가 족히 100명은 돼 보였다. 이대로 싸움이 벌어지면 자신들도 어느 정도의 희생은 불가피했다. 불필요한 희생은 남철인도 원하지 않았다.

“미친놈! 지금 굶어 죽게 생겼는데! 무슨 개소리야!”

“기어이 화를 자초하는구나!”

“녹림을 아주 물로 보는구나! 어디 죽고 나서도 건방질 수 있는지 보겠다! 얘들아! 쳐랏!”

산적의 우두머리는 애초부터 타협할 뜻이 없었던 것이다. 남철인의 대꾸에 화를 내며 다짜고짜 공격명령을 내렸다.

산적들이 병장기를 들고 돌진했다. 표사들도 병기를 뽑아들며 맞서기 시작했다.

차차창!

병장기가 부딪치며 쇳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표사들은 산적들의 수가 많다 하여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산적들의 실력이 굉장했다. 표사들과 일대일로 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남철인은 밀리고 있는 표사들을 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산적들은 평소 알고 있는 산적들과 수준이 달랐다. 실력도 문제지만 살기와 독기로 뭉쳐진 산적들의 기세로 인해 표사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대로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남철인도 검을 뽑아 전투에 나섰다. 그때 남철인의 정면을 가로막는 자가 있었다. 남철인은 지체하지 않고 검을 뿌렸다.

터엉!

충격을 받고 뒤로 밀려난 남철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상대를 보았다. 검신을 타고 느껴지는 위력이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일개 산적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지경이다.

“도대체 네놈은 누구냐?”

“귀 씻고 잘 들어라! 본 채주는 무호채의 철산대도 흑웅이니라!”

“무호채는 절강성에 있을 텐데.”

“장사가 안 돼서 이사왔다! 꼽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흑웅의 대도가 휘둘러졌다. 흑웅의 철산경천도법(鐵山驚天刀法)이 강맹한 위력을 뿜어내었다.

남철인은 팔극청송검법으로 대응을 하지만 연신 뒤로 밀렸다. 흑웅이 펼쳐내는 도력(刀力)과 실전경험이 예상 밖으로 무겁고 파괴적이었다.

‘왜 이곳에 난데없이 무호채가 나타난단 말인가!’

의문을 풀 여유도 없이 남철인은 몰아붙여졌다.

흑웅이 남철인을 맡고 있는 동안 표사들이 산적들에게 당하기 시작했다. 실력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수적인 열세는 패배의 지름길이 되었다.

남철인의 표정이 다급하게 변했다. 청송거목의 여유로움과 굳건함이 묻어나야 할 검로(劍路)에서 다급함이 보이고 있었다.

검의 궤적이 부자연스럽게 변하자 면면히 이어져야 검력이 흔들렸다. 그 틈을 본 흑웅이 망설이지 않고 끊긴 검로에 경천일파(驚天一破)를 꽂아 넣었다.

쿠우우웅!

도파(刀破)에 충격을 받은 남철인이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울컥 올라오는 기운을 잠재우기도 전에 흑웅의 도가 남철인의 가슴을 꿰뚫었다.

“커억!”

남철인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떠졌다.

“이…런…짓을…하고 녹림이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안 하면 그 전에 죽게 생겼다!”

흑웅도 하고 싶어서 하는 짓이 아니다. 하지 않으면 황금상회에 죽기 전에 갈가리 찢겨 버릴 것이다.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오금이 저려 왔다. 사람을 죽이고서 태연하게 차를 마시는 인간이 바로 무진이었다. 용기를 넘어서 무모하다고까지 생각했던 흑웅도 개가 처맞듯이 맞고 나서 꼬리를 말았다.

흑웅은 남철인을 죽이고, 남아 있는 표사들을 대도로 처리해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표사들은 모두 죽었다.

황금표국의 쟁자수들은 한쪽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들은 표사들이 산적들에게 당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 다행히 산적들은 표물만 빼앗고 쟁자수는 보내주었다.

“돌아간다.”

흑웅과 산적들은 표물을 챙기고 신속하게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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