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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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1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26화
제1장 상계장악(商界掌握) (1)
창공을 나는 청색의 매가 정천맹의 전서총통에 전달되었다. 긴급한 연락을 위해서 전문적으로 훈련시킨 매의 다리에는 작은 통이 매달려 있었다. 전달된 서신은 붉은색 인장이 찍힌 특급 서신으로 군사 이상의 지위 부에 전달이 되어야 하는 서신이다.
청명한 날에 전달된 한 통의 서신으로 정천맹이 발칵 뒤집혔다. 정도무림천하의 세상을 이룬 지 30년, 그동안 정천맹은 안정된 성세를 구가했다. 대전이나 분쟁은 전적으로 정천맹의 주도하에 이루어졌으며, 그 어떤 일도 정천맹의 재가 없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강호무림이 정천맹의 철저한 관리와 계획에 의해 유지되었다.
그런데 오늘 계획에도 없는 중차대한 사건이 발생했다.
느닷없는 패전.
정파무림의 후일을 기약하는 후기지수들 300명이 죽었다. 9파1방과 5대세가의 후기지수들의 죽음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후기지수들을 관리하기 위해 보낸 정천맹의 전투부대 풍룡대의 무사들 20명도 죽었다. 30년 동안 벌어진 사건 중에서도 최악의 출혈사태였다.
잔존 사파무림 세력의 토벌을 너무 쉽게 본 것이다.
정천맹에서 비상회의 소집령이 내려졌다. 맹주의 비상령에 의해 각 문파의 장문인 격에 해당하는 주요인사들이 모였다.
정천맹주 공오대사를 비롯한 각 문파와 세가의 장문인과 가주들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문파의 후기지수들은 미래의 정도무림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모든 노력의 총화(總和)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꼴이었다.
공오대사는 되도록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 이는 분노는 결코 작지 않았다. 금강신룡 명운은 공오대사의 진전을 이어받은 소림의 천재였다. 왕년의 자신에 못지않은 무재(武才)를 타고난 녀석이었다.
이제 그의 나이도 팔십이 넘어가고 있다. 그의 뒤를 이어 소림과 정도무림을 지탱할 수 있는 버팀목으로 자라날 신룡(神龍)이 잔인하게 두 조각이 나 버렸다. 사파무림을 결코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이번 일은 정도무림에 대한 사파무림의 도전이다. 응당 그에 대한 보답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맞습니다!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사파의 쓰레기들 따위가 정천맹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본보기를 보여야 합니다!”
공오대사의 말 한마디에 각 문파의 인사들은 분노를 터트렸다. 특히 후기지수들을 잃은 문파의 문주들은 솟구쳐 오르는 화를 다스리기 힘들었다.
이번 사건의 정확한 진상을 분석한 신기수사 제갈수혁이 조사된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갈수혁은 되도록 정천맹의 정보가 새어 나간 사실을 발설하지 않았다.
사실 이번 사건은 사파무림이 정천맹의 계획을 알고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또한 드러난 사파무림의 무력이 예상보다 더 강했다. 그로 인해 후기지수들이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결국 정천맹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벌어진 참사였다.
하지만 모든 일의 시발점은 각 문파들의 욕심 때문이었다. 후기지수들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여 문파의 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했다. 그렇기에 제갈수혁은 수뇌부들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모든 문제를 사파무림의 준동에 맞추었다.
“사파무림이 재기할 수 있다는 소문이 강호에 퍼지기 전에 소탕을 해야 합니다.”
“놈들의 위치는 파악이 됐나?”
“맹의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추적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소린가!”
공오대사의 목소리가 커졌다.
제갈수혁은 당장 답을 내지 못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놈들의 근거지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전투가 벌어진 후 연기처럼 사라졌다. 정강산 일대를 이 잡듯이 뒤지고는 있지만 흔적조차 없이 증발했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흔적을 지운 것처럼 느껴졌다.
“정천맹의 정보망을 총 가동하고 있습니다. 개방에서도 협조해 주기로 했으니 곧 찾아낼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내게.”
후기지수들의 죽음이 안타깝기는 하나, 정천맹의 전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천하무림을 지배하는 정천맹의 힘은 아직도 건재하며, 강력하다. 하지만 명성과 명예를 중시하는 정파인들의 습성상 결코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을 것이다.
싹은 피어오르기 전에 밟아야 한다. 사파무림의 준동에 대한 소문이 강호 전체로 흘러가게 될 경우, 그동안 잠잠했던 사파인들이 들고일어날 가능성이 컸다. 정천맹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 이번 사건을 일으킨 사파인들을 추적해서 발본색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우스운 사실이지만 후기지수들만으로 사파무인들을 물리쳐 정도무림의 건재함과 위대함을 알리려던 일이 역효과를 일으키고 말았다.
공오대사가 맹주령을 내려 사파무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령을 내렸다. 정천맹의 정예 무력부대도 출동시켰다. 무림의 모든 정보력과 무력이 사파무림 토벌에 쏠리게 되었다.
* * *
정파무림의 눈과 귀를 피해 숨은 담소극을 비롯한 사파무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성에 버금가는 공터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외부에 마련된 성이라면 놀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곳은 지하동굴이었다. 이만한 규모의 지하동굴은 그리 흔치 않다. 5백이 넘는 사파인들이 생활을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담소극이 우발산을 보았다. 지하동굴의 위치를 알려준 것이 그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정파무림의 집요한 추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도망치면서 그가 보여준 재주는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신력과 무력에 비해 우둔한 머리를 지녔다고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그의 정체를 의심할 수는 없었다. 정도무림의 간자라고 하기에는 그가 보여준 대처가 너무 과했다. 비열한 수를 쓰지 않더라도 정천맹은 강했다. 솔직히 이곳에 모인 무인들을 이끌고 정면대결을 펼치면 일각 안에 전멸당할 것이다.
담소극은 청수도장과의 일전을 상기했다. 일개 대주에 불과한 그가 초절정의 경지에 든 무인이었다. 새삼 정천맹의 전력이 무섭게 느껴졌다.
“뭔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합니까?”
“별거 아니다. 그런데 이제 어찌할 생각이지?”
우발산은 담소극에게 편하게 대하라고 했다. 이제부터 한 식구나 마찬가지인데 서로 벽이 느껴지면 불편하다는 이유를 대었다.
담소극도 마다하지 않았다. 우발산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권위를 양보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어디까지 사파무림의 수장은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이곳에서 전력을 가다듬으며 무공수련을 할 겁니다.”
“무공수련? 그동안 우리가 먹고 마실 수 있는 식량이 있다는 소린가?”
우발산은 공터의 안쪽으로 이어지는 통로의 끝에 담소극을 데리고 왔다. 담소극은 3개의 철문으로 되어 있는 장소를 볼 수 있었다. 우발산은 철문을 하나하나 열었다. 안을 들여다본 담소극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설마?”
“그렇습니다. 이곳은 흑룡성주께서 비밀리에 만들어 놓은 장소입니다. 후일 사파무림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사용하기 위한 곳입니다.”
철문 안에는 흑룡성에서 모아 놓은 비급과 영단, 병기, 벽곡단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담소극은 비급을 살펴보았다. 비급은 흑룡성의 절기를 담고 있었다. 특히 흑룡성주의 무공인 흑룡천강기(黑龍天剛氣)는 담소극의 심령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할아버지가 마련했던 비궁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이었다.
“비급을 풀어 수련을 한다면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입니다. 그러니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합니다.”
“자네의 뜻대로 하겠네.”
담소극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꺼져 가는 사파무림의 희망을 다시 본 것 같았다. 여기에 적힌 무공을 연성한다면 사파무림의 부흥을 위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담소극은 우발산에 대한 의심을 지웠다. 우발산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흑룡성 8대 장로의 진전을 이은 전인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다.
씨익!
우발산은 담소극의 신뢰를 얻은 것에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지금 밖으로 나가면 곤란하지.’
여기에 모인 무인들을 데리고서는 정천맹의 무력부대 한 개도 무너뜨리지 못한다. 일단은 숨어서 정천맹의 정보력을 집중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쯤 정천맹은 사라진 사파무인들을 찾기 위해서 혈안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무진이 계획한 비밀장소다. 정천맹이 아무리 대단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찾아내지 못한다. 찾는다 해도 그때쯤에는 모든 일이 마무리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역시 주군이라니까! 크크크!’
한계에 달한 인간은 발버둥치게 되어 있었다. 사파무인들은 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매달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갖는 힘은 무진이 계획한 일의 도구에 불과했다.
* * *
강소성 상계가 안정을 찾아갔다.
천무상회가 단평상단과 청린상단을 흡수하고, 군소상단을 모두 통합해 버렸다. 시작부터 강소성 백성들의 민심을 얻었기에 무리 없이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천무상회는 관과도 유동적으로 연계를 했다. 관인을 뇌물로 포섭하여 관행처럼 되어 오던 일을 천무상회에서 도맡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관인에게 이끌려 다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의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보이는 이면일 뿐이다. 관인들 대부분이 무진의 손아귀에 장악이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무진은 그들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절대 배반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고 만 이들은 무진의 뜻을 거역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복종은 단과를, 배신은 절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든 이들은 알고 있었다. 무진은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고, 조종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강소성 내 대부분의 상단이 천무상회에 복속된 상황에서 석가장의 운룡상단만이 유일하게 남아 대항하고 있었다. 운룡상단도 천무상회의 자금력과 물량공세에 쩔쩔매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석가장 내부의 분열까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석가장도 얼마 안 있으면 천무상회의 지부가 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요동성을 기반으로 하여 강소성을 단시일 내에 장악한 무진은 석가장에 대한 공세를 늦춰서 숨통을 트여 주었다. 천무상회의 파상공세를 겨우 벗어난 석가장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무진의 계획이었다. 너무 일방적으로 석가장을 궁지로 몰아붙이면 강소성의 민심이 흔들릴 수 있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상단에 대한 예의와 관용을 베풀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천무상회는 강소성 상계에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명분과 신뢰를 얻었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무진은 민심 따위를 걱정하는 위인이 아니다. 무진의 내면은 만족을 모르는 포식자이자 지배자다. 강소성에 안주하여 만족할 리가 없다. 강소성은 서전을 알리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시기에 무진은 안휘성의 경석산(磬石山)에 당도해 있었다. 경석산의 반은 절애와 계곡이며, 반은 완만한 능선과 산행에 적합한 지대로 이루어졌다.
특이한 것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기암괴석과 수풀이 기형적으로 형성이 되어 절경을 이루지만 미로처럼 이어진 곳이라 진입하거나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경석산의 진입로에 다다른 무진의 뒤로 밀영1호 차중천이 유령처럼 나타났다. 신기에 가까운 은신술과 잠영술이 아닐 수 없었다. 무진이 아니라면 귀신조차 차중천의 신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석가장이 황금상회에 도움을 청해, 황금노가 직접 움직였다고 합니다.”
“죽을 때가 얼마 남지 않은 노인네가 과욕을 부리는군.”
황금상회는 사천성(四川省)을 기반으로 하여 활동하는 대륙6대상단이다. 대륙의 삼분지 일에 해당하는 지역을 총괄하는 상회로, 대륙6대상단 중에서 대명상단을 제외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대명상단의 경우 황실과 연계가 되어 있었기에 대륙6대상단에 속한 것이지만 황금상회는 달랐다. 황금상회의 회주인 황금노(黃金老) 금만성은 소상단에서 시작해서 대상단의 반열에 든 상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황금노라는 별호는 그가 나이가 들어 붙여진 별호에 불과하다. 진정한 별호는 황금천공(黃金天工)이다. 황금에 둘러싸여 있으며, 황금을 만들어 내는 존재라는 뜻이었다.
세수가 환갑을 넘어 대부분의 일은 아들인 금선기가 처리를 하지만 아직도 그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황금노가 직접 나선 일치고, 성사되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였다.
“어찌할까요?”
“우선은 놔둬.”
“알겠습니다.”
황금노의 계획은 뻔했다. 사천성과 강소성을 연계한 후 그 중간에 있는 안휘성까지 집어삼키려는 것이 분명했다.
안휘성에는 천하6대상단에 속하는 태평상회가 자리하고 있다. 황금상회에 비해서는 손색이 있지만 태평상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석가장이 태평상회에 손을 내밀지 않은 것은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었다.
사천성과의 거리에 비해 안휘성은 인접해 있었다. 강소성 상계를 안정시킨 후 석가장의 독립을 위해서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상단의 도움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인접해 있다 보니 상인들 간의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사이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던 천하6대상단 간의 율법이 존재하는 한 태평상회는 강소성 상계의 일에 관여할 수 없게 되었다.
무진은 일단 기다리면서 황금상회가 강소성 상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시작부터 막아버리면 눈치 빠른 황금충이 미리 알고 빠져나갈 염려가 있다. 적당히 기회를 주어야 황금상회도 미끼를 물고 더욱더 많은 물량을 쏟아 부을 것이다.
발을 빼기 어려운 상황이 다가오면 그때를 노려 단숨에 숨통을 끊어 놓아야 한다. 정천맹이 다른 곳에 신경을 쓰는 이때야말로 최적기였다.
무진은 우선 한 곳을 정리하기 위해서 경석산에 올랐다.
경석산의 완만한 산행길을 따라 중턱에 오르자 누군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털가죽에 무거운 중병기,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존재들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길 한복판을 막아섰다.
그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녀석이 큰 도끼를 휘두르며, 무진을 위협했다. 보통 행인이라면 두려움에 돈부터 꺼내들고, 살려달라고 빌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는 무진이었다.
“내가 바로 광마부 우칠님이시다! 지나가고 싶으면 통행료를 내라! 아니면 네 머리통이 반으로 쪼개질 것이다!”
산을 울리는 목청이었다. 귀가 멍멍할 정도로 큰 목소리가 무진의 귀를 자극했다. 그는 시끄러운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구룡채인가?”
“그렇다! 아홉룡의 지배자이신 녹림철왕께서 계시는 구룡채다! 어서 가진 것을 전부 바쳐라!”
“잘됐군.”
우칠은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묻는 말에 저절로 대답을 했다. 또한 상대가 반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깨닫기가 무섭게 우칠은 불같이 화를 내었다.
“네놈이 도끼에 찍혀 봐야 ‘아! 좀 전에 내가 왜 그랬을까!’하면서 땅을 치고 후회할 거야!”
“잡졸은 빠지는 게 좋아.”
“되도록 죽이지 말라는 명령이 있어서 참으려고 했건만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우칠이 아둔한 머리를 지니고 있기는 해도, 무력 자체는 녹림인 중에서도 강한 편이다. 원체 무식한 종자이며 힘만 믿고 설치는 놈이었다. 거친 성격답게 참을 인(忍)자 하고는 담을 쌓고 사는 종자였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무진을 향해 도끼를 내리찍었다.
타앙!
무식하게 내리치는 우칠의 도끼를 무진은 피하지 않았다. 왼쪽 어깨에 우칠의 도끼가 내리 찍혔다. 우칠은 어깨에서 허리까지 쪼개지는 것이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끼는 거짓말처럼 어깨에서 멈췄다. 도끼를 쥔 우칠의 손이 충격을 받고 경련을 일으켰다. 그의 눈이 함지박만 하게 커졌다.
“고…수?”
“주제도 모르고 덤비면 어찌 되는지 알고는 있겠지.”
무진의 무덤덤한 말투가 우칠의 전신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우칠은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