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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25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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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25화

제7장 밀영100호 (3)

 

우발산은 그들의 표정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계획대로 되는군.’

담소극과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우발산은 이처럼 계획적이고, 조리 있게 말하는 인간유형이 아니다. 그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발산은 바로 천득구였다. 천득구는 우발산의 얼굴을 생으로 뜯어내고, 면피를 만들었다.

“어차피 놈들은 방심하고 있을 것이오. 놈들이 올라오는 곳곳에 함정을 파고, 매복을 한 후 기습 작전을 펼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오.”

그럴듯한 의견이었다.

이제 막 강호에 모습을 드러낸 초출이 사파인들 특유의 비열한 수법을 막아낸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평정심을 잃은 무인은 상대하기 어렵지 않았다. 만약 계획대로만 된다면 떨어졌던 사파인들의 자긍심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천득구는 그들과 회의를 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함정과 진영을 짜는 데 주력했다. 반면에 중요한 의사결정에서는 반드시 한발 물러서며 담소극의 의견을 따랐다. 너무 뛰어난 모습을 보이면 시기와 질투가 따라온다. 결국 반목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원인이 된다.

천득구는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 데 뛰어났다. 담소극은 겉으로는 대범한 인물이나 그 못지않게 자존심이 강한 무인이다. 그런 무인일수록 비위를 맞추어줄 필요성이 있었다.

‘어차피 쓰다 버릴 놈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버텨 주어야지. 그래야 주군한테 혼나지 않지.’

천득구가 생각하기에 주군은 인간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놈들에게 잡혀서 죽을 고생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영악했던 천득구다. 또한 또래에 비해서도 훨씬 강했다. 일반 장정을 고작 일곱 살에 죽였을 정도로 강했다. 물론 정체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태생적으로 강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 웬만한 무리는 자동적으로 이해하고 몸으로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존재들은 괴물 같았다. 천득구가 아무리 강해도 결국에는 무공을 익히지 않은 소년이었다. 힘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결국 천득구는 정체불명의 집단에 끌려가 온갖 수련과 고생을 다하고 말았다. 천득구는 무공을 수련시켜 준다고 해서 원한을 잊는 녀석이 아니다.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주군에게 덤벼든 적이 있었다. 일단은 대빵을 먼저 조져버리고 나머지는 차근차근 부숴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날 정말 죽도록 맞았지.’

한 대도 못 때렸다. 비록 서열은 100위지만 죽기 살기로 덤비면 상위서열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주군을 몰라서 하는 소리였다.

주군은 괴물 같은 놈들 100명이 덤벼도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내면에 숨죽이고 있는 천살(天殺)의 기운까지 써 봤지만 소용없는 짓에 불과했다.

주군의 살기는 천살마저 능가했다. 가공할 살기에 그만 천득구는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그때 주군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지, 암! 암!’

살기에 주눅이 들어버린 천살성(天殺星)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두 번 다시 개긴다는 생각은 갖지 못했다.

상대가 어느 정도 약점이라도 있으면 파고들겠지만 주군이라는 인간은 약점도 없었다. 인간의 정 따위는 애초부터 지니고 있지 않은 악마와 같았다.

완벽무결한 존재 앞에서 천득구는 고개를 수그렸다. 그게 당연한 것이라 여겼다.

‘그날 손바닥에 손금이 없어지는 줄 알았지.’

빌고 또 빌었다.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당했기 때문에 살고 싶었다.

* * *

 

산의 초입을 지나 중턱까지 무인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무인들 대부분이 약관을 갓 넘은 젊은이들이었다. 흰색의 영웅건에 백청색의 고급 무복을 입은 그들의 옷에는 잠룡이 수놓아져 있었다.

이들은 잠룡십관(潛龍十關)을 통과해 잠룡단(潛龍團)에 배속된 각파의 후기지수들이다. 500명으로 구성된 잠룡들은 5당 8대 12단 중 12단의 마지막 단에 속해 있지만 정도무림의 세상에서 그 안에 드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라 할 수 없다. 하나같이 정파무림의 뒤를 이을 재목이라 그런지 자긍심과 자부심으로 뭉쳐져 있었다.

잠룡단을 이끄는 이는 풍룡대(風龍隊)의 대주인 유운신검(流雲神劍) 청수도장이었다. 무당이 내놓은 절정검객이다. 무당의 3대검법인 유운팔검(流雲八劍), 태청십이검(太淸十二劍), 태극혜검(太極慧劍) 중에 유운팔검을 대성한 인물이다.

그는 구름과 같이 표홀하고, 부드러운 검법을 익혔다. 그가 펼치는 검의 절기는 가히 일절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정천맹의 대주라고 하면 각 문파의 장로격에 해당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

청수도장을 비롯한 풍룡대원 30명이 후기지수들의 실전경험 및 안전을 책임졌다. 후기지수들의 능력이 역대 최강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아직 실전을 치르지 못한 점을 고려하여 풍룡대를 지원한 것이다.

“각오를 다지고, 방심하지 마라. 비록 놈들이 꼬리를 만 개에 불과하나, 비열한 수를 잘 쓰는 놈들이다. 행여 수법에 넘어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

“예!”

청수도장을 비롯한 풍룡대원들이 잠룡단의 주변에 섞여 지휘를 했다. 잠룡단의 후기지수들은 그들을 따르면서도 각자 품은 뜻이 있었다.

같은 잠룡단에 속해 있다고 해도 잠룡단원들 간의 실력차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들 간에도 이미 서열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금강신룡(金剛神龍) 명운.

-무당일룡(武當一龍) 정명.

-창천검룡(蒼天劍龍) 남궁진.

-아미소선녀(峨嵋小仙女) 이가인.

-파천권룡(破天拳龍) 황보진강.

 

이 5명이 상위 서열의 잠룡들이다. 이번 사파무림 토벌은 잠룡단의 최초 임무이자 단주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었다. 잠룡단의 단주가 된다 함은 다음 대 정천맹의 수뇌부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영광을 얻는 것과 진배없었다.

당연히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그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는 각 문파의 후기지수들도 이번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무인으로 태어나 더 높은 명예와 무공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진리였다. 하지만 과욕은 금물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아야 했다.

풍룡대와 잠룡단이 기세 좋게 산 위로 올라섰다. 정천맹의 비밀조사추적기관인 암룡대(暗龍大)에서 정확한 장소와 인원을 파악한 지 오래였다. 인원수가 10명 안팎으로 차이가 날 수도 있으나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천득구와 담소극이 산 아래서 기세를 풍기며 올라오는 잠룡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은밀히 움직여도 부족한 판국에 기세까지 끌어 올리고 있다니, 사파무림을 얼마나 얕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 계획대로 하겠소이다.”

“그렇게 하시오.”

담소극은 후기지수들 중간 중간에 만만치 않은 자들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분하기는 하지만 정면대결에서는 승산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일단은 놈들의 힘을 빼 놓는 것이 우선이었다.

 

청수도장의 안색이 변했다.

산의 중턱으로 지나 정상이 바로 코앞이었는데, 길이 변한 것이다. 미세하게 흐름이 변한 것이 파악이 되었다.

“진법이다. 모두 조심하라!”

청수도장은 진세의 변화를 파악하며, 수상한 기류가 형성되는지 풍룡대원들에게 살피라고 전음으로 지시했다.

잠룡단원들 중에서도 진법에 뛰어난 자가 있었다. 특히 신기제갈의 세가라고 불리는 제갈세가의 만수룡(萬修龍) 제갈진명이 진법을 파악하는 데 남달랐다. 그는 구궁(九宮), 팔괘(八卦), 삼재(三才), 오행(五行)을 짚으며 진법이 펼쳐지는 기운의 흐름을 역으로 파고 들어갔다.

끝이 있으면 당연히 시작이 있기 마련이었다. 진법의 원리는 바로 순행(順行)과 역행(逆行)에서 시작이 된다.

제갈진명은 세가에서도 촉망받는 기재다. 진법총론을 비롯한 제갈세가의 10대 진법 중에 다섯 가지나 터득한 천재였다. 그런 그가 진법을 풀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어떤가?”

“환상진과 미로진이 섞인 진이지만 기초적인 진법입니다.”

“그럼 자네가 길을 잡게.”

“알겠습니다.”

청수도장은 제갈진명에게 길을 찾도록 했다. 진법은 무공만 익힌 무인이 상대하기 껄끄러운 수법이다.

제갈진명이 길을 찾자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청수도장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놈들이 우리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나?’

단순히 만일에 상황을 방비하기 위한 술책이었다면 상관없지만 잠룡단의 움직임을 파악한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했다. 청수도장은 풍룡대와 잠룡단이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단속했다.

제갈진명의 안내에 따라 환상미로진(幻想迷路陣)을 빠져나가려는 찰나였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거대한 통나무들이 밀려 내려오고 있었다. 내려오면서 속도가 붙은 통나무가 제법 강력한 위력을 보였다.

하지만 풍룡대와 잠룡단은 어지간한 무인들이 아니다. 저 정도에 물러설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잠룡단의 후기지수들이 앞으로 나아가며 지닌 바 무력을 방출했다.

퍼퍼퍼펑! 쿠다다다당!

떨어져 내려오던 통나무들이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무인에게 일반 병사들에게나 사용하는 전술이 통할 리 만무했다.

그때 청수도장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모두 호흡을 멈춰라!”

성급하게 절기를 출수했던 잠룡단이다. 한 호흡이라도 숨을 들이쉬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도 재빨리 상황을 파악한 청수도장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잠룡단원들이 호흡을 멈추었다.

진의 출구에 산공독을 뿌려 놓았다. 통나무로 무력을 사용하도록 한 것은 산공독의 유무(有無)를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수작이었다. 더불어서 무력을 사용하여 빠른 호흡을 유도한 것이다.

간단하지만 치밀한 연계가 한순간에 이루어졌다. 청수도장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진을 모두 빠져나간 후 청수도장은 풍룡대와 잠룡단의 상태를 파악해 보았다.

“모두 어느 정도지?”

“1성 가량 공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크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절체절명의 순간에 1성의 공력이 생과 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이대로 위험을 감수하며 올라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결정인지 생각을 해보았다.

청수도장이 잠룡단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눈빛은 아직 식지 않았다. 돌아가려는 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화르륵!

불이 번져 오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번진 불은 아래로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부는 상황이라 아래로 내려가는 짓은 오히려 위험했다. 차라리 위로 올라가서 분지의 반대쪽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모두 공력을 끌어 올려 화기를 막아라!”

화마(火魔)는 무서운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불길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교차점이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잠룡단원들 모두 최대한 공력을 조율하여 분지 위로 올라섰다. 그들은 결국 분지 안까지 올라오고 말았다. 잠룡단과 풍룡대 모두 독이 잔뜩 올랐다. 사파의 개잡놈들을 죽여야 분이 풀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하는 사파무인들의 독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제까지 정파무인들에게 당한 멸시와 원한이 뼈에 사무쳤던 것이다. 애송이들이 가지고 있던 독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크음!”

청수도장의 입가에서 침음성이 터져 나왔다. 사나운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상황을 대처하기도 전에 난전이 시작되었다. 사방에서 치열한 생사투가 벌어졌다.

차차차창! 채채채챙!

시작하자마자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그것이 애석하게도 잠룡단원이었다. 산공독과 화마를 통과하느라 소비한 공력과, 심적인 피로가 몸을 굳게 만들었다. 그래서 실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사파무인들은 잠룡들이 정신을 차릴 기회를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수법조차 악랄하고 비열해서 상대하기가 무척이나 껄끄러운 상황이다. 밀리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청수도장이 유운팔검의 운룡출해(雲龍出海)를 펼치며 검력을 발출했다.

타아앙!

검이 뻗어 나가기가 무섭게 앞을 가로막는 이가 있었다. 검력과 검력이 부딪치며 맹렬한 기파(氣波)가 공간을 뒤흔들었다.

청수도장은 검끝으로 타고 전달된 상대방의 능력에 놀라는 기색이 완연했다. 결코 자신의 밑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청수도장의 검을 막은 이는 흑풍마객 담소극이었다.

담소극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일개 대주의 실력이 담소극과 맞먹고 있었다.

‘이 정도였나!’

새삼 정천맹의 저력이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비대해진 것뿐만 아니라 실력도 강해졌던 것이다.

쿠아아앙!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은 진동음이 퍼지고 난 후 잠룡단의 잠룡 3명이 분시되어 조각조각 분리되었다. 일시에 3명의 잠룡을 저승으로 보낸 이는 천득구였다. 만면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잠룡들을 죽여 나갔다.

풍룡대원 2명이 덤벼들었지만 소용없는 짓에 불과했다. 좌에서 우로 찔러 들어가는 대도의 기이한 궤적에 풍룡대원은 꼬치가 되어 버렸다.

푸아아악! 푸아아악!

“좋은데.”

핏물이 튀고, 살점이 사방으로 튀는 시산혈해(屍山血海)의 전장이었다. 천득구는 얼굴에 튄 잠룡의 피를 살포시 혀로 맛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역시 피가 튀어나 살맛이 난단 말이야! 크크크크!”

천득구의 기괴한 웃음소리가 풍룡대와 잠룡단에게 공포를 주었다. 지금 그들은 악몽을 겪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이겨야 할 전투에서 오히려 엄청난 희생자를 내고 있었다. 정도무림천하를 이룩하고 난 후 겪는 최악의 사태였다.

천득구는 금강신룡이라는 놈의 몸이 단단한지 시험해본다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양단해 주었다. 그와 동시에 천득구의 대도가 아미소선녀의 가슴을 뚫었다. 아미소선녀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천득구는 아름다움보다는 피가 더 좋았다.

‘제법이란 말이야!’

몇 수 공방을 펼칠 정도로 금강신룡과 아미소선녀의 실력은 대단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상대는 천득구였다. 그에게 무력을 드러낸 것이 화근이었다. 봉황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는 존재를 남겨두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청수도장은 혼란한 심기를 다스리기 힘들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전멸이었다.

푸아아앙!

유운팔검의 마지막 초식인 유운만리세(流雲萬里世)를 펼쳐 담소극의 혈천마라흑풍검의 검력에서 거리를 벌렸다. 그는 즉시 남아 있는 풍룡대와 잠룡단을 뒤로 후퇴시키는 데 주력했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까지!’

후회를 해도 이미 늦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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