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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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2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20화
제6장 깝죽거리지 마라 (4)
청풍장원의 주인이 결정되고 난 후 외지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청풍장원의 주변에 무인들이 깔리면서 경계가 너무 삼엄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일절 접근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후 소주 내 사람들은 권력자가 청풍장원을 사들이고, 비밀리에 여흥을 즐긴다고 한동안 떠들어댔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자 소문은 사그라졌다. 소문이라는 것도 대응을 해줘야 더 크게 번지기 마련인데, 계속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잦아들 수밖에 없었다.
청풍장원의 능선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개울을 따라 흘러 한 곳에 모여 큰 연못을 이루었다. 연못의 주변은 기이한 수목과 수풀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연못의 정중앙으로 돌담길이 반듯하게 이어져 그 중심에 정자가 마련되었다. 정자로 올라가는 계단에 박힌 돌도 미끈하게 세공이 되어 있었다.
그림처럼 지어진 정자에 청년이 앉아 있었다. 청년은 청풍장원의 주인이자 천무상회의 회주인 무진이었다. 무진은 강소성을 진입하기 이전에 청풍장원을 사들였다. 그 옆으로 밀영1호 차중천이 무진에게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단평상단과 청린상단으로 들어가는 품목을 조율해 놓았습니다. 사들일 수 있는 품목의 양이 한정된 상태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석가장은 어찌하고 있지?”
“석가장에 들어가는 품목도 정해놨기 때문에 서로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석가장은 내부적인 문제까지 외부로 알려지면서 내우외환을 겪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장악할 때가 오는군.”
석가장과 단평상단, 청린상단의 치열한 경합 속에서도 강소성 상계가 지속적으로 흔들린 것은 무진이 개입을 했기 때문이다.
석가장에서 취급하는 대부분의 품목이 서민경제에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들이다. 또한 천무상회에서 판매하는 물품과 유사한 점들이 많다. 그래서 강소성을 중원 진입의 교두보로 선정한 것이다. 천무상회에서 자연스럽게 진입하면서도 무리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천무상회에서 강소성으로 유입되는 품목을 정해 놓고, 일정부분 사들이면서 석가장과 두 상단이 가격을 내리지 못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로 인해 강소성 내의 세 상단에 대한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피를 흘릴 만큼 흘렸으니 반항할 힘도 없겠지.”
만신창이가 된 석가장과, 단평상단, 청린상단은 바람 앞에 촛불의 상태였다. 무진은 철저하게 부숴버린 후 다시 흡수할 계획이었다. 그들이 반항할 여지 따위는 애초부터 주지 않을 것이다.
“사들인 점포는 변경이 완료됐겠지.”
“모두 끝이 났습니다. 명령만 내리시면 바로 개점이 가능합니다.”
“좋군, 그럼 시행하라.”
“충!”
석가장과 단평상단, 청린상단이 서로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싸우는 동안 무진은 강소성 내의 중요 교역로에 위치한 집들을 비밀리에 사들였다.
사들인 집들은 전부 점포로 변경한 상태였다. 집을 변경할 때조차 강소성 상계는 천무상회의 개입을 알지 못했다. 단순히 집을 수리하기 위한 것으로 치부해 버렸다.
무진의 명령에 따라 천무상회가 본격적으로 개점을 했다. 갑자기 등장한 상회로 인해 분위기가 더욱더 어수선해졌다.
석가장과 단평상단, 청린상단은 지척에 등장한 또 다른 상회를 달갑게 않게 여겼다. 그러나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강소성 상계에 다른 상단이 진입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 적절한 압박을 주면 알아서 사라질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천무상회는 자연스럽게 강소성 상계에 자리 잡아갔다. 강소성 상단의 부족한 품목의 수량을 천무상회에서 적정수준으로 판매를 해 나갔기 때문이다.
가격의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저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하고, 가격변동이 적다는 것뿐이었다. 두 가지 장점이 결합이 되자 강소성의 민심이 천무상회로 기울게 되었다.
그동안 강소성 내의 상단이 경합을 하면서 피해를 많이 봐왔었던 것이다. 적정한 질을 갖추고, 적당한 가격을 내세우니 사람들이 천무상회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자금력과 물량의 차이가 확실했다. 석가장과 단평상단, 청린상단이 발버둥을 쳐도 천무상회의 자금력과 물량을 막아내기 어려웠다. 가지고 있던 점포들마저 천무상회의 점포에 밀려 문을 닫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청린상단과 단평상단의 회주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되었다. 석가장과 경쟁을 하느라 많은 자금을 쏟아 부었다. 또한 정천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서 뇌물까지 쓴 상태였다.
석가장의 힘이 어느 정도 약화되어 강소성 상계를 지배할 수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다른 상회에 기반을 넘겨야 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단평상단주 조동성과, 청린상단주 임수철이 열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다 해놓은 밥상을 누군가 가로챈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천무상회가 여기까지 진출을 하다니 !”
“요동성의 상권이 천무상회에 넘어간 후 빠르게 세를 불린 것 같소이다!”
천무상회가 요동성의 상계를 좌지우지한다는 소문이 있기는 하지만 변방의 상단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또한 거리가 멀기에 강소성까지 상권을 넓힐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방심하다 완벽하게 뒤통수를 맞은 꼴이었다. 그것이 몹시 분한 두 상단주였다.
“변방의 상단 따위가 감히 강소성 상계를 넘보다니 절대 그냥 둘 수 없소이다!”
“그렇소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강소성 내에서 우리의 상단은 사라지게 될 것이오.”
조동성과 임수철의 표정에서 잔인한 살심(殺心)이 흘러나왔다. 물량과 자금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은 정해져 있었다. 정당한 대결을 하기에는 지금까지 너무 많은 무리수를 뒀다. 모든 기반을 잃어버릴 판국에 정당성을 따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그들을 동원합시다!”
“그럽시다.”
두 상단주는 지체하지 않고 실행에 옮겼다. 망설일 틈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천무상회는 영역을 넓히며 강소성 상계를 지배해 나가고 있었다.
* * *
사사사삭!
어둠을 틈타 천무상회의 점포지역을 향해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자들이 있었다. 점포의 문을 닫을 시기라 사람들의 이동이 많지 않았다. 은밀하게 다가간 그들은 점포 주변을 에워쌌다.
“부숴라!”
낭인으로 구성된 이들은 천무상회의 점포를 직접적으로 노리고 있었다. 10명의 낭인이 1개의 조가 되어 강소성 내의 점포들을 한꺼번에 공격하였다.
인적이 드문 시각이기는 하나 대놓고 공격하는 대범한 짓을 하고 있었다. 낭인들은 단평상단과 청린상단에 의해 고용이 된 이들이었다. 원래는 석가장을 공격할 때 사용할 이들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낭인들이 에워싸고 공격을 할 때 천무상회의 점포에서 검을 든 자가 마중을 나왔다. 마치 공격할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무인이었다. 낭인들은 상대가 혼자라는 것을 알기에 지체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슈슈슈슛! 푸우욱!
검이 심장을 뚫었다. 일검을 맞은 낭인이 찬 바닥에 쓰러졌다. 낭인이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천무상회의 무인은 다른 이를 노렸다. 그는 손속에 인정을 두지 않았다.
한순간에 펼쳐진 무섭도록 빠른 검법에 낭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다. 몇 번 검을 출수하자 남아 있는 낭인은 고작 3명에 불과했다. 삽시간에 7명이 죽은 것이다. 천무상회의 무인은 차가운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살…려! 으아아악!”
살려달라는 낭인의 목을 쳐낸 무인은 도망가려던 낭인들까지 도륙해 버렸다. 예리한 검은 핏물조차 남지 않았다.
강소성 내의 천무상회에는 모두 그와 같은 자들이 파견이 되어 있었다. 낭인들의 수가 많다고는 하나 무공의 질적 수준이 달랐다. 낭인들 모두 살아남기는 어려웠다.
천무상회를 지키는 이들은 모용세가, 철혈세가의 무인들이었다. 무진의 강압에 의해 지배를 당하고 있는 이들은 성정마저도 차갑게 변해 있었다.
이유는 혈독고 때문이었다. 피를 머금은 벌레는 사람의 심성마저 잔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변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자연스럽게 느낄 뿐이었다. 또한 혈독고는 독을 품을 벌레이기는 하지만 피의 마성을 지녀 무공을 상승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낭인들은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일을 의뢰받은 것이다.
다음 날 소식을 들은 두 상단주는 기겁하고 말았다. 300명이나 되는 낭인들 전부가 죽은 것이다. 제법 실력이 있는 낭인들만 고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하고 말았다.
실패도 문제지만 낭인들을 고용한 막대한 돈이 허공을 사라져 버린 것도 큰 곤혹이었다.
조동성과 임수철은 불안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이오!”
“문득 소름끼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소.”
“무엇이오?”
“강소성 상계에서 벌어진 모든 일이 천무상회에서 꾸민 일이 아닐까 하는 것이오!”
“크음!”
무거운 침음성을 터져 나왔다.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이해가 되었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었다. 석가장에도 사실을 알리고, 정천맹에도 도움을 청해야 했다.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천무상회의 수작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었다.
푸아앙!
조동성과 임수철은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조동성과 임수철이 문을 열고 헐레벌떡 방에서 나왔다. 그들은 나오자마자 펼쳐진 참혹한 지옥도에 몸이 굳어 버렸다. 곳곳에 처참하게 망가진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상단을 쳐들어온 적은 압도적인 무력을 자랑했다. 단평상단과, 청린상단의 호위무사들은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일방적으로 도륙당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잔혹한 손속을 지닌 자들이었다. 도망치는 자들까지 인정사정없이 죽이고 있었다.
“크아아악! 살려줘!”
시끄러운 비명성은 검이 스쳐지나가자 잦아들었다. 일검에 생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있었다. 거치적거리는 방해물을 치워버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저벅! 저벅!
비명성과 병장기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는 가운데서도 발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활짝 열려진 대문에서 무진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무진은 주변 상황과는 다른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타인의 죽음 따위는 그의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죽음의 기운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를 여유롭게 산책하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무진이 걸어들어 와서 조동성과 임수철을 응시했다.
두 사람은 무진이 이 모든 일을 주재한 자라는 것을 보자마자 알았다. 무진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며, 전신의 털이 곤두서고 있었다. 기운을 발산한 것이 아니지만 무진이 보여주는 기도만으로도 그들은 기가 꺾이고 있었다.
“도대…체 너는…누구냐?”
“어젯밤 습격은 잘 받았다.”
무진의 대답에 그제야 정체를 파악한 조동성과 임수철이었다. 그들은 반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목이 잘려 나갈 것 같은 공포를 맛보고 있었다. 포악한 육식동물 앞에 먹이로 놓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물러서겠습니다!”
“그렇…소! 절대 천무상회와 적대…하지 않겠습니다!”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오고 있었다. 무진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지옥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 가는 상인들과 식솔들을 보니 바지에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고작 그 정도로 내가 만족할 것 같은가.”
“그…럼 우리…가 천무상회의 휘하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들은 살기 위해서는 상단마저 포기해 버렸다. 평소라면 끝까지 대항을 할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그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뭘 모르고 있군.”
“무…얼 말입니까?”
“주제도 모르고 나서는 놈들을 내가 왜 그냥 둘 것이라 생각하지. 더군다나 나는 멍청한 놈들을 수하로 두고 싶은 마음이 없다.”
조동성과 임수철은 다급해지고 있었다.
“우리를 죽이면 당신은 강소성 상계의 지탄…을 받을 겁니다.”
“정천맹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훗! 아직도 모르고 있군. 내가 설마 그따위 것들을 신경 쓸 거라 보는 건가. 나는 애초부터 너희들을 다 죽이려고 작정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귀찮게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었겠지.”
무진이 눈빛에 힘을 주자 좌우의 대기가 요동쳤다. 조동성과 임수철은 짐작하고 있던 모든 것들이 무진의 손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진은 사실을 숨기지 않고 밝혔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반드시 죽여 살인멸구를 하겠다는 것과 진배없었다.
조동성과 임수철이 도망치기 위해 뒤로 돌아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무형의 기운이 그들의 몸을 잡아챘다.
“으윽!”
주위의 대기가 임수철과 조동성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조여 오는 숨 막히는 기운에 몸을 움직이기는커녕 숨도 쉴 수 없는 지경이었다.
“안…돼!”
“살…려!”
으드드드득!
“으아아아아악!”
온몸이 압축되어갔다. 뼈가 으그러지고, 살이 짓이겨지고 있었다.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또한 얼굴이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눈동자가 터져 나왔다.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든 참혹한 장면이었다.
조동성과 임수철은 마지막까지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가 한줌의 육편 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완벽히 압축이 되어 혈구(血球)로 변했다.
퍼어어엉!
무진은 죽어 버린 핏덩어리를 터뜨리며 삼매진화를 일으켰다. 한순간에 조동성과 임수철의 모든 것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내 앞에서 깝죽거리지 말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