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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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3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9화
제6장 깝죽거리지 마라 (3)
투아아앙!
유성도가 무진의 근처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무진이 가볍게 휘두른 손바람에 의해 형성된 기류가 북리중천의 돌진을 차단하며 오히려 날려 보냈다.
쿠다다당!
볼썽사납게 널브러진 북리중천은 전신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고풍스럽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은 봉두난발이 되었고, 비단옷으로 잘 차려입은 옷은 넝마처럼 찢겨졌다. 이를 악물은 북리중천은 포기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철퍼덕!
무진의 근처도 공격해보지 못한 북리중천은 비참하게 바닥을 뒹굴었다. 접근조차 못하는 상황에 허탈했다.
‘어떻게 이런 괴물 같은 자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중원16대고수들 중에서도 이런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대체 너는 누구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지. 지금 당장 내가 네놈을 죽일 것인가 아니면 살려줄 것인가가 중요할 텐데.”
“나…를 죽이면 정천맹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흥!”
무진은 북리중천의 같잖은 위협을 비웃었다.
“너는 내가 정천맹 따위를 겁낼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건!”
“이름뿐인 부맹주가 차가운 시신이 됐다고 어느 누가 관심을 기울여줄까.”
“이…익!”
부정할 수 없는 말에 북리중천은 분노했지만 반박하지 못했다. 정천맹에서 북리중천은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소모품에 불과했다. 잠시간 소란이 벌어지겠지만 금방 사그라질 것이다.
그러다 북리중천은 의문이 들었다. 이만큼 큰 소리가 나고, 기운의 파장이 퍼져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이곳으로 접근하는 자가 없었다. 그는 즉시 주변을 돌아보았다.
‘설…마?’
반경 5장을 감싸는 미세한 기운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그것이 무언지는 북리중천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펼칠 수 있는 하찮은 수법이 절대로 아니었다.
“무…형기막이라니!”
무진은 북리중천과의 오붓한 결투를 위해서 손수 기운을 발산하여 주변에 장막을 쳤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그 어떤 소리도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한다. 천둥이 치고, 화산이 폭발한다 해도 무진의 무형기막(無形氣膜)은 요지부동일 것이다.
우웅!
무진의 손에서 기운이 뻗어 나왔다. 숨을 몰아쉬고 있는 북리중천의 몸이 그 자리에서 붕 떴다.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 공중으로 부양한 것이 아니라, 무진의 기운에 사로잡혀 허공에 뜬것이다.
“말…도 안 돼!”
남아 있는 내공을 쥐어짜며 발악을 해 보았지만 무진의 기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북리중천의 눈동자가 거침없이 흔들렸다. 무진이 시전한 것은 내공을 운용하여, 거리를 무시하고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허공섭물이었다.
내공이 1갑자를 넘으면 작은 찻잔 정도는 한 자 정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2장은 떨어져 있었다. 족히 3갑자의 내공을 보유한 자가 아니고서는 시전할 수 없다.
더욱이 북리중천은 중원의 초절정고수 반열에 드는 무인이었다. 사람을 들어 올리는 것 자체도 어렵건만, 지쳐 있다고 해도 고수를 내공으로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라고 볼 수 없었다.
까닥!
무진이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이자 북리중천이 깃털처럼 끌려왔다. 온몸에 힘줄이 튀어나오도록 내공과 힘을 쥐어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무진의 바로 앞까지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끌려온 북리중천이 무진과 눈을 마주쳤다.
부르르르!
무정하면서도 전신에 소름이 돋게 만드는 패도적인 기운이 무진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포악한 지배자의 눈빛이 바로 저와 같으리라 확신을 갖게 만들었다.
북리중천은 정신을 차리기도 힘들었다. 그의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적인 충격이 엄청났다. 정신이 갈가리 찢겨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야 했다.
“뭘…원하는 것이오?”
북리중천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는 확신했다. 무진이 마음만 먹으면 그는 1초 지적의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까지 살려두었다는 것은 목적이 있다는 뜻이 되었다. 북리중천은 그리 멍청하지 않았다.
“살고 싶은가.”
“이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은 없소이다!”
“내 뜻에 따른다면 네 목숨을 보장해 주지.”
북리중천은 순간 이해를 하지 못했다. 무진의 무력이라면 정천맹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왜 아무 세력도 없는 자신을 끌어들이려는지 뜻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네가 왜 필요한가를 고민하는 건가.”
“……!”
머릿속까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북리중천은 무진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괴물이 탄생할 수 있는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세상에 복수는 여러 가지지. 단순히 파괴하여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아주 사소한 복수에 불과해. 나는 그 정도에 만족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나?”
“내…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이오?”
북리중천은 물어보기도 겁이 났었다.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협력을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더군다나 상대는 정천맹에 지대한 원한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선택에 따라서 중원의 공적이 될 수도 있었다.
“으윽!”
무형의 기운이 북리중천의 몸을 옥죄었다.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압박이 전해졌다. 조금만 더 힘이 강해지면 북리중천의 몸이 우그러져 버릴 것이다.
“그…만!”
“나는 거절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내가 화나면 너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게 좋을 거다.”
움찔!
북리중천은 무진의 말이 진심임을 깨달았다. 그는 여기서 북리중천을 죽이고, 북리세가도 부숴버릴 것이다. 애초부터 그에게 선택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서 죽기에는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너무 아까웠다. 북리세가는 아직 일어설 기반을 얻지 못했다.
“따…르겠소.”
“말투가 건방지군.”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무진은 사람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야망을 지니고 있는 북리중천은 절대 배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잃은 것을 다시 일으켜야 하는 목적이 있다. 목적을 이룰 때까지 그는 무진의 수족처럼 움직이게 될 것이다.
“주군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나는 중원인이 아니다.”
“예?”
북리중천은 무진이 중원인이 아닐 줄은 몰랐었다. 솔직히 중원인들은 타 민족에게 무척이나 배타적이다. 중원이 중심이고 세상이라는 이념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조금 전에 충성을 맹세한 자에게 내력을 거침없이 밝히는 무진의 배포가 황당하기까지 했다. 나중에 배신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듯한 태도였다.
“세상의 중심이 중원이라고 여기는 놈들에게 확실하게 가르쳐 줄 것이다. 세상의 중심은 바로 나고, 내가 바로 세상의 중심이라는 것을 말이다. 모든 것은 나를 위해 돌아간다. 대륙의 풀 한 포기조차 내 명령에 의해 숨죽여야 한다.”
“그…런!”
지존광대(至尊廣大).
그것이 무진에게 딱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북리중천은 무진의 말이 실현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니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이었다. 무진의 전신에서 퍼져 나오는 패도적인 기운이 세상을 뒤엎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자는 폭군이다!’
명령에 따르지 않는 자는 절대 살려두지 않는 폭군이 바로 무진이었다. 그 어떤 폭군도 대놓고 이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대의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진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만을 위해 모든 것을 지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네게는 정천맹주의 자리를 주지.”
“감…사합니다.”
더 이상 놀랄 기력도 없는 북리중천이다. 정도무림천하의 세상에서 정천맹주는 모든 무인들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온갖 부귀영화와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자였다. 그런 지위를 말 한마디로 던져주는 무진이었다. 세상을 지배하는 자에게 정천맹주의 자리도 너무 작아 보였다.
북리중천의 마음속에 정천맹주라는 자리는 꿈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자 그 손을 잡고 날아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씨익!
무진은 북리중천의 야심이 보였다. 야심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지금까지 자신을 감추고 있었겠지만 그도 인간이다. 욕망을 솟구치게 만드는 원동력을 제공했으니 알아서 모든 일을 마무리해 줄 것이다.
‘이제 건방지게 덤벼드는 날 파리들의 처리만 남았군.’
* * *
석가장이 운영하는 운룡상단이 흔들리는 틈에 청린상단과 단평상단이 연합을 하여 공격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었다.
운룡상단도 새로운 석가장주인 석관혁의 지휘에 따라 강소성 상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자금운용이 쉽지 않는 운룡상단은 사사건건 방해를 하는 청린상단과 단평상단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석가장 참사에 대한 정천맹의 원조가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석가장을 들쑤시고 다니고 있기에 운룡상단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정천맹은 이번 참화를 석가장 내부의 알력 다툼으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석관혁이 형의 지위를 찬탈하기 위해서 수작을 부린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정작 당사자인 석관혁으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를 의심하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석가장이 쌓아 놓은 인맥이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지금 당장 부맹주를 만나봐야겠다.”
“지금은 안 됩니다. 찾아가서 역정을 냈다가는 더 큰 의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나보고 이대로 손 놓고 있으라는 말인가!”
나 총관도 딱히 할 말이 없는 상태였다. 정천맹에 도움을 청하라고 권유한 사람이 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도 정천맹이 이처럼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석가장이 정천맹에 바친 돈을 감안하면 너무 무례한 처사가 아닐 수 없었다.
“정천맹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이 가는가?”
“정천맹은 석가장과의 의리를 중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를 그저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이번 강소성 상계의 일도 우리들끼리 치고받다가 승자에게 적당한 보상을 받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친단 말인가.”
정천맹에 청린상단과 단평상단이 비밀리에 서신을 보내는 것을 석가장에서 알아냈다. 서신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에 정천맹의 인사들이 보인 행동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석관혁은 정천맹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에 치를 떨었다. 겉으로는 대의를 위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배를 불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맺어온 의리조차 간단하게 짓뭉개 버렸다.
뿌드득!
석관혁은 화가 났는지 이를 거세게 다물었다. 정천맹의 의심은 단순하지 않았다. 외부의 시각도 문제지만 내부적으로 단결해야 하는 석가장의 체계를 흔들 수도 있었다.
지금 당장은 운룡상단을 정상화시키는 일로 인해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있지 못하지만 이후에 문제가 지속될 경우 장담할 수 없었다.
“단평상단과 청린상단은 어찌하고 있지?”
“저희들과 손이 닿아 있는 대륙전장에까지 자금을 대며 회유하려는 듯합니다.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해온 대륙전장이기에 쉽게 등을 돌리지는 않을 겁니다.”
“대륙전장마저 등을 돌리면 자금 운용이 힘들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 놈들이 더 이상 손을 쓰지 못하도록 나 총관이 직접 찾아 가봐.”
“알겠습니다.”
강소성 상계가 다시 예전처럼 혼탁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운룡상단이 잠식해 들어오는 청린상단과 단평상단의 기세를 막기 위해서 투입한 돈이 천문학적으로 쌓여 가고 있었다.
세 상단의 대립으로 인해 물품의 가격이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했다. 물가의 변동이 심할수록 서민들의 경제는 침체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경쟁으로 인해 물품의 가격이 내려가는 이점도 있지만 아예 물품 자체를 살 수 없는 사태도 벌어지기에 마냥 좋은 일이라고 할 수만은 없었다.
한 상단이 물품을 독점하려면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운영되어야 한다. 당연히 가격이 오른다. 또한 다른 상단이 다시 물품을 확보하기 위해서 경쟁을 한다.
이번에도 많은 자금을 썼기에 다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자 서민경제를 쥐고 흔드는 생필품의 가치가 들쭉날쭉해졌다. 그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백성들이었다.
강소성의 민심이 흉흉하게 돌아갔다. 운룡상단과 청린상단, 단평상단의 평판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정천맹에서 석가장의 참화를 내부적인 다툼으로 몰아가는 형국이 되자 강소성 상계는 점점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강소성 소주의 청풍장원.
소주에서 알려진 최고의 장원으로 손에 꼽히는 장원이다.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작은 능선 자체를 장원에 어울리도록 개조하여 주변의 풍경이 절경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능선에서 흘러나오는 개울물이 장원의 운치를 더해주며, 식수를 제공해 주었다. 장원을 구성하는 전각과 담벼락 등도 장인들의 솜씨가 스며들어 있었다.
담벼락에 쓰인 벽돌 하나조차 우아한 세공술이 녹아들어 있었다. 그렇기에 장원의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다. 청풍장원을 세운 이조차 장원을 짓기 위해 전 재산을 쏟아 부어 파산했다는 설이 있었다.
이후 경매에 줄기차게 계속 나오기는 했지만 누구 하나 섣불리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다.
수년간 주인이 없던 장원이 어느 날 갑자기 팔렸다.
시세만 해도 황금으로 10만 냥에 해당하는 청풍장원이 낙찰된 것은 한동안 소주 내에서 화젯거리가 될만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