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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5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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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5화

제5장 석가장 (3)

 

신풍객잔은 태호의 주변치고는 비교적 한적한 곳에 위치했다. 객잔의 뒤로 조금만 더 가면 청평산(靑平山)이라는 낮은 산이 있다. 청평산은 높이가 낮은 반면에 나무와 숲이 우거지고, 달이 뜨면 밤인데도 불구하고 푸르게 변하는 절경을 자아내었다.

늦은 밤에 신풍객잔을 나서는 청년들이 있다.

걸음걸이는 느긋하며, 조용했다. 천천히 경치를 즐기며 청평산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걸었다. 밤의 어둠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달빛이 아무리 밝다 해도 산은 나무와 숲으로 인해 몹시 어두웠다. 어둠 속에 가려진 산에 들어가면서도 청년들은 개의치 않았다.

“회주님! 놈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

무진은 석가장의 도발을 예상했다. 그렇기에 일부러 산행을 유도했다. 소문이 나는 것은 무진도 바라지 않았다. 의심은 심되 증거는 남기지 않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다.

석가장의 정보력이 제법이기는 해도 작정하고 숨는다면 무진을 잡을 수 없다. 이렇게 대놓고 신변을 노출시킨 것은 번거롭게 하지 않기 위해서다. 태호 주변의 객잔 중에서도 외진 곳에 자리를 잡은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청평산이 비록 낮고, 작은 산이지만 풀벌레 소리조차 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소리가 잦아들었다. 이유는 누군가 무진을 에워싸며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놈들은 무진 일행이 완벽하게 산속으로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진은 그들의 바람대로 움직여 주었다. 무진이 도망갈 것을 염두에 두었는지 석가장은 생각보다 많은 수의 무인들을 동원하였다.

무진 일행이 산중턱의 공터에 다다르자 그들은 거리낌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50명에 달하는 무인들이 무진과 밀영단을 완벽하게 에워쌌다. 조용히 나타나서 사방을 차단하는 모습이 제법 잘 단련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무진은 무인들이 에워싸는 것을 알면서도 괘념치 않았다. 오히려 산중턱에서 훤히 보이는 보름달을 구경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달이 참 밝군.”

“그렇습니다. 회주님!”

꿈틀!

산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작은 말소리도 잘 들렸다. 에워싼 무인들 전부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들이었다. 무진의 나지막한 말을 듣지 못했을 리 만무했다. 자존심으로 뭉쳐진 무인들에게 무시는 명백한 도발이었다.

“건방지구나!”

잘 단련된 다부진 신체를 지닌 마흔 중반의 중년인이 걸어 나왔다. 달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조금 붉어 보였다.

“무슨 일이지?”

무진은 짐짓 모른다는 듯이 홍안의 중년인에게 물었다. 왜 할 일 없이 이곳에 나타나서 달구경을 방해하느냐는 말투였다. 말 하나하나가 무인들의 신경을 거스르고 있었다.

“석가장을 건드리고 무사하리라 생각했나!”

붉은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굵고, 낮은 목소리를 지닌 중년인이었다. 중년인은 상대의 도발에 쉽사리 화를 낼 정도로 수양이 얕지는 않았다. 그는 강소성10대고수 중에 귀신의 검으로 불리는 홍안귀검 진무심이었다. 석가장 내 3대 빈객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로 한번 화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진무심은 말과 동시에 상대를 압박하는 기운을 쏘아 보냈다. 애송이라면 무형의 기운에 의해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강무진이었다.

“훗!”

무형지기가 무진의 작은 웃음소리에 의해 와해되었다. 진무심의 눈빛이 순간 변했다가 원래의 신색을 찾았다.

“잘잘못을 따진다면 누가 잘못했는지 알 텐데.”

“제법 실력이 있긴 하다만 주제 파악을 못하는구나!”

“주제파악 못하는 것이 누군지 곧 알겠지.”

무진은 진무심과 50명의 고수들에게 포위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태연하게 말을 했다.

꿈틀!

진무심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인내라는 것도 상대하는 자에 따라 달라진다. 이제 막 애송이 티를 벗은 놈들이 감히 절정고수인 자신을 앞에 두고 도발하고 있었다. 참아주는 것도 엄연히 한계가 있다. 진무심은 가면을 벗어 던졌다.

“결국 화를 자초하는구나!”

진무심이 노기를 터트렸다. 움찔거릴 만도 하건만 강무진은 진무심의 노기에 그 어떤 감흥도 없어 보였다. 그것이 무인들의 심기를 지속적으로 자극했다. 검을 뽑아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놈에게 세상이 무섭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씨익!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은 강무진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얼마든지 덤벼보라는 듯했다. 이곳에 모인 무인들 모두 석가장에서 자랑스럽게 내놓는 일류의 무인이다. 상대의 오만불손함을 봐주는 것도 한계에 도달했다.

석가장의 무인들 중에 4명이 지면을 박차고 덤벼들었다. 바닥을 박차는 탄력을 받아 뻗어 나가는 동시에 검이 출수되었다. 상당히 매끄러우면서도 위험한 살초를 구사했다. 예리한 검로에서 제법 풍부한 경험과 절륜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르륵!

무진이 눈짓을 보내기도 전에 움직이는 존재가 있었다. 밀영6호 우중백이었다. 우중백은 다가오는 4명의 참검(斬劍) 속으로 망설이지 않고 뛰어 들어갔다. 검격 안에 무방비로 달려들다니 죽고 싶어 환장한 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중백의 시선은 검의 궤도에 집중되었다. 검수(劍手)의 움직임이 우중백의 시야에 잡혔다. 상대의 숨소리는 물론 몸에서 들리는 작은 심박소리까지 전부 들린다.

빠르고 간결한 무인들의 검에서 공간을 발견하였다. 상대의 시각과는 족히 두 배의 차이를 보였다. 공간을 보는 것과 파고드는 것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우중백은 상대의 시간을 정지시키고 파고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슈슈슈슉!

먹이를 노리는 집요한 뱀처럼 뻗어간 우중백의 조수(爪手)가 무인의 목을 잡았다. 잡은 찰나 바로 꺾는다. 상대방이 반격할 시간은 주지 않았다.

털썩!

검격의 간격을 피한 동시에 이루어진 깔끔한 살수(殺手)였다. 동료가 순식간에 쓰러지자 석가장의 무인들은 작은 망설임이 생겼다. 적을 눈앞에 두고 주저함을 보이다니 어처구니없는 실수다. 대결에서 실수는 죽음을 부른다. 우중백의 우수와 좌수가 호랑이의 날카로운 발톱이 되어 적의 목과 심장을 후벼팠다.

털썩! 털썩! 털썩!

극히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우중백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시간은 대단히 짧았다. 공격하는 찰나의 간극을 그나마 제대로 본 사람은 진무심뿐이었다. 나머지 무인은 왜 이런 결과가 벌어졌는지 지켜보면서도 깨닫지 못했다.

“아니!”

“이…럴 수가!”

진무심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전해진 내용과는 전혀 달랐다. 진무심조차 제대로 된 반응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홍안귀검 진무심의 눈빛이 진중해졌다. 상대하는 자가 만만치 않았다. 나머지 무인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실력을 숨겼구나.”

진무심이 무진을 보며 이를 갈았다. 그 말을 들은 무진은 당연한 대답으로 진무심을 힐난했다. 삼류무인도 알고 있는 격언이다.

“강호에서 지닌 바 실력을 모두 까발리는 병신도 있나.”

무진의 조롱을 들은 진무심의 눈빛에 귀기(鬼氣)가 감돌았다. 이미 단전에서 끌어 오르는 귀안천인공이 사지백해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붉은 귀기가 전신을 희미하게 덮었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귀신을 보게 만들었다. 이제까지 귀안천인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리고 나서 살아난 놈은 거의 없었다.

“언제까지 오만할 수 있는지 보겠다!”

진무심이 눈짓을 보내자 석가장의 무인들이 포진을 변형했다. 전후좌우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위를 점하는 듯했다. 적의 실력이 강하고 소수라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도망치거나 합공을 하는 것이다.

합공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합격진(合格陣)이 형성되었다. 석가장에 내려오는 단천무극검결(斷天無極劍結)을 합격진에 맞도록 개조하여 탄생시킨 단천무극진(斷天無極陣)이었다. 단천무극검결은 300년 전의 강호백대고수 중에 일인이었던 무극검(無極劍) 석중립의 독문 검결이다.

시대가 바뀌고 발전이 이루어져 현재의 고수들과는 수준이 다를지라도 오의가 섞인 뛰어난 검결이었다.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검법이 아니다. 강호백대고수에 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절정 이상, 그 당시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초절정에 근접한 고수일 수도 있었다.

무진은 합격진이 펼쳐지는 것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무진이 눈짓을 보내자 밀영대의 신형이 활처럼 뻗어 나갔다.

밀영대는 신속하게 세 방향으로 퍼지면서 오른쪽, 중앙, 왼쪽을 선점해 나갔다. 석가장의 무인들도 밀영의 움직임에 주시하고 있었기에 재빠른 반응을 보였다.

퍼퍼퍼펑!

밀영1호 차중천의 주먹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서운 기운이 형성되었다. 주먹을 뻗는 동시에 권풍(拳風)에 내공이 가미되어 가공할 힘을 품고, 적을 향해 날아갔다.

순간적으로 허공에 세 번의 주먹질을 하자 정면에 있던 5명의 무인이 감히 받아치지 못하고 사방으로 튕겨 나가 폭죽처럼 터져 버렸다. 권풍에 실린 권경의 회전력으로 인해 폭풍처럼 광폭했다. 무영살권(無影殺拳)의 발경(發勁)에 해당하는 음영살격(陰影殺擊)이었다.

동시에 세 방향에서 무영살권이 펼쳐졌다. 내공을 권풍에 실어 마음먹은 대로 날리는 고수는 극히 드물었다. 음영살격과 비슷한 권격술이 있다면 소림의 칠십이절기(七十二絶技)중에 하나인 백보신권(百步神拳)정도다. 소림에서도 백보신권을 대성하여 자유자재로 펼칠 수 있는 고수는 소수였다.

진무심은 믿을 수가 없는 표정이 되었다. 설마 이처럼 엄청난 고수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처음에 4명이 죽을 때만 해도 승산이 있다고 보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고작 3명이지만 모두 절대고수들이었다. 강소성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10대고수에 속한 자신조차 저 정도의 신위(神威)는 불가능했다.

저벅!

밀영대의 가공무쌍한 무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석가장의 무인들은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도저히 상대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들었다.

진무심은 밀영대에 정신을 팔다가 순간 소름이 돋았다. 눈앞으로 무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 걸음 움직였을 뿐인데 진무심은 뒤로 다섯 걸음이나 물러났다. 수치심이 달아오를 만도 한 일이지만 진무심의 뇌리는 차갑게 식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위압감이라니!’

날카로운 용아(龍牙)에 찔린 것처럼 숨도 못 쉴 정도의 엄청난 압박감이 진무심의 전신을 조여 왔다. 좀 전까지 기세조차도 없었던 자의 존재감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무진의 극강패력(極强敗力)은 초절정고수라도 버틸 수 없는 기운이다. 절정고수 따위가 받아낼 수 있는 범위를 한참이나 초월했다.

“으윽!”

주르르륵!

진무심은 무진의 기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귀안천인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려야 했다. 이를 악무는 통에 입술을 비집고 핏물이 흘러내렸다.

대기가 진무심을 전후좌우로 억누르는 것 같은 충격이다.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할수록 눈앞에 있는 무진의 무서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내가 두려움에 몸을 움직이지도 못한단 말인가!’

진무심은 싸우기도 전에 두려움을 느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수치심이 진무심의 뇌리를 강타했다. 이대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는다면 너무 억울했다.

“이얍!”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기함을 터트렸다. 극성으로 귀안천인공을 운용하여 독문검법이라고 할 수 있는 천살귀검술(天殺鬼劍術)을 펼쳤다. 천살귀검술의 가장 빠른 초식인 귀불간섬(鬼不看閃)을 출수하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고 하여 붙여진 귀신의 검격이었다. 강소성 10대고수의 반열에 들게 해준 홍안귀검 진무심의 일생일대 최강 초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죽어랏!”

퓨유우웅!

무진의 가슴을 향해 쏘아져 가는 진무심의 절초는 빠르고 날카로웠다. 최소한의 간격으로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줄였다. 흔히 상대를 일검에 죽이기 위해 머리를 노리는 우(愚)를 범하기 쉬운데 얼굴은 본능적으로 피할 수도 있기에 노리는 장소로 적절하지 못하다. 차라리 몸통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심장을 노리는 것이 더욱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푸우욱!

검이 살을 찌르고 들어갔다.

검에 실린 막강한 경력(勁力)에 전신이 번개에 맞은 것처럼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핏줄이 타고 올라간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이…것은…설마!”

털썩!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진무심은 경악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가슴을 뚫고 지나간 흔적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에 검을 찔렀는지 전혀 보지 못했다. 쾌검술의 고수라고 불리는 자신의 안법(眼法)에도 발출조차 확인이 되지 않았다. 정작 그를 놀라게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무…형검기이라니!”

무진은 무형의 기운을 검으로 만들어 사용을 했다. 절정의 고수라고 불리는 진무심조차 발끝에도 쫓아가지 못하는 경지의 무인이라는 소리였다. 그 순간 진무심은 허탈감이 밀려들어왔다. 이미 심장이 박살이 난 상태다. 단전에 차 있는 공력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죽어 가는 진무심은 오히려 석가장이 불쌍했다. 이런 자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었다. 그때 진무심은 마지막으로 무진을 올려다보았다.

‘웃…어…설…마?’

죽음의 순간 진무심은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이 무진의 의도였다는 것을. 석준걸을 미끼로 석가장이 도발해 오기를 기다린 것이다. 먹이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맹수와 같았다.

무진의 주변으로 3밀영이 대기했다. 주변에는 널브러진 시체들만 남아 있었다. 석가장이 자랑하는 일류무인들이 도망조차 치지 못하고 전멸해 버렸다.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훗!”

무진은 석가장의 대처에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었다. 아주 작은 실수라도 제대로 파악을 해야 한다. 실수 하나로 인해 이루어 놓은 모든 것들이 무너질 수 있다. 석가장은 공격하기 전에 좀 더 신중하게 상대를 파악했어야 했다.

“주제를 모르면 오래 살지 못하지. 이제 그만 대가를 받으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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