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3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6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3화
제5장 석가장 (1)
강소성(江蘇省) 소주(蘇州).
강소성은 제국의 동쪽으로 황해와 서쪽으로 안휘성(安徽省), 북쪽으로 산동성(山東省), 동남쪽으로 절강성(浙江省), 상해(上海)와 인접하는 교통의 요충지다. 또한 장강(長江)의 하류에 위치하는 있는 성도 남경(南京)은 춘추시대부터 도읍지로서 유명하다.
강소성은 장강 삼각주에 위치하는 평원이 대다수여서 자연조건이 우월해 경제기초가 튼튼한 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로가 그물망처럼 이어져 있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성으로 각광을 받는다.
특히 소주는 남부의 장강 삼각주 평원의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동쪽으로 상해, 남쪽으로 항주를 바라보고 있다. 소주는 예로부터 아름다운 정원과 미인으로 유명하고, 대운하와 외성화(外城河)가 마치 옥으로 만든 두 개의 허리띠처럼 아름다운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다.
소주는 기후가 온난하고 토지가 기름져서 생산이 풍부한 ‘어미지향(魚米之響)’의 도시로 유명하다. 그래서 민물고기를 위주로 한 각양각색의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으며, 항주와 더불어 이대미향(二大美響)도시로 불린다.
소주는 경제기초가 튼튼하고, 유통이 활발한 지역이기에 상권이 크게 번성하였다. 초기에는 상권이 난잡하게 유지되고, 한 상회가 확실하게 기득권을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랜 시간 소주의 토박이로서 자산을 모아온 석가장이 본격적으로 상권을 휘어잡기 시작하면서 안정이 되었다.
석가장은 원래 소주의 토지를 기반으로 하여 농사를 통해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자산이 쌓이다 보니 점차적으로 상권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뒤늦게 상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상단의 시작이 늦은 것이지 역사가 짧다는 것은 아니었다. 역사를 따지면 다른 상단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유지해왔다.
석가장이 개점한 운룡상회(雲龍商會)는 확실한 기반을 바탕으로 천하6대상단에 들 정도로 대단한 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석가장을 중심으로 강소성 내의 상권에만 집중하다 보니 타 지역을 확실하게 휘어잡지 못해 천하6대상단의 말단에 속하고 있었다.
대신에 탄탄한 재력을 바탕으로 튼실함은 가장 확실한 상단이다. 순수 보유한 자금력만 따지만 천하 어떤 상단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운룡상회가 취급하는 물품은 대부분이 강소성에서 나오는 특산물과, 일반 백성들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들이었다. 하급물품을 취급하기에 고가의 이윤을 남기기는 힘들지만 많은 물품들을 박리다매로 판매하기에 꾸준한 이윤을 남길 수 있다. 생필품은 사람이 살아가는 필수적인 것이기에 값만 적당하다면 무너질 염려는 없었다. 따라서 운룡상단이 천하6대상단 중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평판을 받는다.
운룡상단의 상단주는 석가장주다.
대륙에서도 가장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다는 석가장주 석철심. 어린 시절부터 총명했고, 일을 확실히 마무리 짓는 치밀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역대 운룡상단의 주인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오랜 시간 가문 대대로 형성한 인망과 축적된 경험이 운룡상단의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주었다. 상단은 예전과 다름없이 무난하게 운영해 나가고 있는 반면에 석철심의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골칫거리가 있었다.
나이 서른이 넘어 얻은 자식이 말썽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너무 오냐오냐 키웠는지 소주 내에 악명이 자자하다. 들리는 소문마다 아들의 부적절한 관계와 타락한 행실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빼어나고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지어준 준걸(俊傑)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소주의 기루란 기루는 하루가 멀다 하고 들락날락거렸다.
어떻게든 버릇을 고쳐놔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아내인 단소련이 싸고도는 바람에 방법이 도통 없었다. 그렇다고 매몰차게 아들을 대하지도 못했다. 아들 볼 때마다 드는 부정(夫情)이 단호함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총관! 걸이는 어디에 있는 건가?”
“그게…….”
“말해보게.”
“운성루에 계십니다.”
“끄응! 또 술을 마시는 건가!”
석철심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 같았다.
운성루는 강소성에서 가장 큰 호수인 태호(太湖)에 지어진 식당으로, 소주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고급 주루다. 서민계층은 들어가서 술 한잔 마실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로 비싸기에 고관대작이나 대상인들만이 출입을 할 수 있는 고급식당이었다. 그런 곳을 석준걸은 제집 드나들듯이 하고 있었다.
문제는 술값이 아니었다. 돈이 든다 한들 그게 무슨 대수랴! 정작 중요한 문제는 아들이 정신 못 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석철심도 육십이 넘어섰다. 언제 어느 때 변고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 석가장과 운룡상단을 석준걸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때가 다가온 것이다.
석가장은 대대로 혈족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렇기에 폐쇄적이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가문 대대로 이어져온 가풍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데려오게.”
“알겠습니다. 장주님!”
이번에는 따끔하게 손을 봐줄 작정이다. 아들의 삐뚤어진 행동을 계속 방치했다가는 석가장의 미래가 암울했다. 아무리 아들이 중요해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석가장보다 중요할 수는 없었다. 죽어서 조상을 뵈려면 아들 단속을 이제는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부인이 날 가만두지 않겠군.’
* * *
운성루(雲星樓).
와당탕!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의자가 날아가고, 술상이 엎어져 있었다. 운성루의 최상층인 5층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5층은 부자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층이다. 간단한 식사를 하는 데만도 금자로 10냥 이상이 들어간다. 운성루의 최상층에 올라온다는 것 자체가 범상한 지위라고 할 수 없다.
사건은 반 시진 전에 벌어졌다.
석가장의 독자인 석준걸이 반 시진 전에 5층으로 올라왔다. 5층은 한산했다. 잘 차려입은 청년 4명이 앉아 식사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한적했다. 먼저 자리한 4명은 식사를 하고 태호를 구경하면서 담화를 즐겼다.
석준걸도 처음에는 의식하지 않고, 평소 앉던 자리에 가서 앉았다. 같이 데리고 다니는 호위무사들이 주변을 돌아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
“@$%#@&^*$*($($.”
석준걸은 창가에 앉은 청년들이 하는 말소리를 듣자 기분이 더러워졌다. 중원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중원제일객잔이라고 생각했던 곳의 최상층에 오랑캐가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여졌다.
일반서민들도 개처럼 무시하는 석준걸에게 오랑캐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같이 숨 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고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석준걸은 인내라는 것을 배워보지 못했다. 어떤 행동을 하건 석가장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기에 무마할 수 있었다.
뚜벅! 뚜벅!
석준걸이 일어나서 청년들에게 다가갔다. 식사를 하며 담화를 즐기던 청년들이 식탁까지 다가온 석준걸을 보았다. 갑자기 불쑥 고개를 내미는 행동은 상당히 무례한 짓이었다. 잘 다듬어진 외모를 지닌 청년이 석준걸을 향해 불쾌하다는 듯이 물었다.
“무슨 일이시오?”
청년은 유창한 중원말을 사용했다. 정중하면서도 배움이 깃들어 있었다. 학식을 쌓고 수양을 한 전형적인 학사들의 말투였다. 석준걸은 그것이 더 못마땅하고, 같잖아 보였다.
평소 학문수양과는 담을 쌓고 있었던 석준걸이다. 배움이 짧아 아버지에게 항상 잔소리를 들었다. 심기가 불편해지는 것이 당연했다.
“이거 오랑캐 놈들이 말도 할 줄 아네.”
꿈틀!
그 순간 앉아 있던 청년들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예의도 갖추지 않고 다가와서 이처럼 오만무도한 말을 하는데 참고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정중하게 다시 물었다. 쉽게 동요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 청년들은 수양이 대단히 깊어 보였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무엇이오?”
정중하지만 불쾌함이 깃들어 있었다. 사실 싸움이 일어나도 할 말 없는 상황이었다. 참고 있는 것이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석준걸은 상대가 약세를 드러내자 행동에 자신감이 붙었다. 안하무인에 사람을 무시하는 인종 특유의 성격이었다. 강하게 나왔다면 오히려 움찔하며 물러섰을 수도 있겠지만 석준걸은 약한 자를 뜯어먹는 살쾡이 같은 놈이었다.
“여기는 너희 같은 오랑캐가 먹고 마시는 곳이 아니야, 내 민감한 코가 네놈들 때문에 썩어 가고 있잖아! 어서 꺼지는 게 좋을 거다.”
“말이 너무 지나치지 않소이까!”
“뭐라고!”
와당탕!
석준걸은 대놓고 함부로 행동했다. 그러더니 식탁에 자리한 음식을 엎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음식물과 그릇이 바닥에 떨어지고, 깨지면서 어지럽혀졌다.
“여기서 먹고 싶으면 이걸 먹으면 되지.”
석준걸은 음식을 발로 밟았다. 그런데도 청년들은 얼굴만 굳힐 뿐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부터 표정변화들이 거의 없었다. 조금만 자세히 관찰하면 이상하게 보일만도 했으나 안타깝게도 석준걸에게 그 정도의 세심한 관찰력은 없었다.
석준걸의 뒤에 있던 호위무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검에 손을 대고 있었다. 그들의 눈이 비릿하게 웃고 있는 것이 ‘네놈들이 움직이면 절대 가만두지 않는다’는 기세였다. 석준걸의 호위무사는 상회를 유지하기 위해 석가장에서 길러낸 일류무인들이었다.
막위영, 전선우, 홍세환으로 석가장 내에서도 30위 안에 드는 실력자들이었다. 일반 삼류 무인들 따위는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그들은 석준걸과 함께 행동하며 망나니짓을 하고 다녔다.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석준걸이 함부로 행동할 수 있는 것도 호위무사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처럼 먹는다면 봐주겠다! 크하하하하!”
“큭!”
가만히 앉아 있던 청삼을 입은 청년의 입가에 웃음이 맺혔다. 참을 수 없어서 터뜨리는 분노한 웃음이 아니라 그저 같잖은 놈이 덤빈다고 생각한 조소에 불과했다.
“이놈이! 날 비웃어!”
“남을 깔아뭉개고, 짓밟는 것이 좋은가.”
음성의 고저는 일정했다. 처음과 끝이 같았다. 화를 내지 않는 차분한 목소리가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석준걸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다.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전율스런 느낌을 받았다.
“네…놈들 같은 오랑캐에게는 당연한 대접…이다!”
목소리가 떨리기까지 했다. 자신도 모르게 떨린 목소리로 인해 석준걸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왜 이런 말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석준걸은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자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이놈이! 죽고 싶으냐!”
“나는 좋다.”
앉아 있던 청년의 음성은 여전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말의 연속이었다. 석준걸은 청년의 말을 들을수록 온몸이 거미줄에 걸린 것처럼 답답해져 왔다.
“나는 사람을 깔아뭉개고, 그 위에 오만하게 서 있을 것이다. 그러니 너는 내 발밑에 깔려 발버둥을 쳐라.”
“뭐…라고! 죽엇!”
석준걸도 무공을 익혔다.
석철심이 아들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영약과 영단을 흡입하게 했으며, 명사(名師)의 가르침을 받도록 했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훨씬 강하다.
단형권(斷形拳)의 단파(斷破)였다. 가까운 근접거리에서 뻗어 나가는 강권의 일종이다. 한 자에 불과한 가까운 거리라서 막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꽈다다당!
꽈악!
그런데 상황은 석준걸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지만 바닥에 깔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가 석준걸의 머리를 거세게 짓누르고 있었다.
“으윽!”
발버둥을 치지만 소용없는 저항이었다. 청년은 자신의 말대로 석준걸을 바닥에 깔아뭉개고 오만하게 앉아 있었다.
“이…놈! 감히 나를 건드리고 무사할 줄 아느냐!”
“도련님을 놔라! 그렇지 않으면 절대 살려두지 않겠다!”
홍세환, 막위영, 전선우가 소리쳤다. 설마 상황이 저런 식으로 흘러갈 줄은 그들도 몰랐다. 식탁에 앉아 있는 4명 모두 무기가 없었다. 또한 무공을 익힌 것 같은 모습도 아니었다. 내공을 익혔나 살펴봤지만 그런 기세조차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저 돈 좀 있는 오랑캐 정도로 보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착오였다. 그렇다고 해서 저들을 반박귀진(返樸歸眞)에 달하는 고수라고 보지는 않았다. 그저 특수한 내공을 익힌 것으로 판단했다. 그 정도의 고수였다면 애초부터 건드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할 수 있으면 해 보거라.”
나지막하고 조용한 목소리에 위압감이 실려 있었다. 청년의 말 한마디에 절로 위축되었다.
“죽여주마!”
홍세환과 막위영이 달려들고, 전선우가 석준걸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들 모두 일류고수라 무척이나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석준걸의 호위무사들이 움직이자 앉아 있던 청년들이 나섰다. 그들 역시 튕기듯이 쏘아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