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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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화
시간의 탑 (6)
무혁과 안소영은 5시간 후, 4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밟기 시작했다.
4층으로 올라가는 무혁의 얼굴엔 깊은 만족감이 가득했다.
‘18시간 동안 도대체 얼마나 포인트를 벌었고,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는 얼마나 오른 거야?’
이렇게 빠르게 성장을 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얼떨떨한 기분도 들었다.
현재 무혁의 가죽 주머니에 담겨져 있는 탑의 증표만 하더라도 무려 86개였다.
안소영보다는 훨씬 많았다.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의 쿨타임이 끝나면 거리낌 없이 혼자서 라만병을 잡다 보니(혼자서 잡은 몬스터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독식을 인정하기로 암묵적 합의를 한 상황) 안소영보다 탑의 증표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탑의 증표만 하더라도 벌써 8만6천 포인트였다.
진심으로 대박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진짜 대박은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 성장성이었다.
|차무혁(13차 지구인)|
· 연차 - 1년차
· 신분 - 라시온 식민(부락 식민)
· 체력 - 7등급(65.20%)
· 근력 - 7등급(40.39%)
· 순발력 - 7등급(30.48%)
· 지구력 - 7등급(31.18%)
· 정마력 - 7등급(15.22%)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을 해제하고 드러난 무혁의 순수 능력이었다.
단 하루만에, 정확하게는 18시간 만에 이룩한 성장이라고 하기엔 믿어지지가 않았다.
덕분에 무혁은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로 지속적으로 정밀 수치를 변경해가며 반나절 만에 자신의 능력이 놀랍도록 향상했다는 걸 안소영에게 들키지 않도록 주의해야만 할 지경이었다.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갑작스럽게 실력이 향상되면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만 보더라도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오늘처럼 성장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정마력의 정밀 수치를 제외한 나머지는 6등급으로 올릴 수도 있겠는데?’
비록,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밖에 허용되지 않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7등급과 6등급은 엄연하게 큰 차이가 났기에 무혁은 아무리 스킬과 무구가 자신보다 뛰어나다 한들 시간의 탑 그 어떤 경쟁자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고 확신했다.
“긴장해.”
서른 개 가까이 되는 계단을 오르는 동안 연신 실실- 거리는 무혁의 모습에 안소영이 짧게 경고를 했다.
3층에서는 큰 위협을 느끼지 못했지만, 4층은 어떤 몬스터가 있을지 모르고, 혹시라도 다른 경쟁자들이 자신들처럼 계단을 통해 3층으로 내려가겠다며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기에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이 되질 않았다.
계단의 끝에 가까워질수록 무혁과 안소영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4층에 도달했다.
“아무도 없네?”
무혁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우선 공기의 흐름이나 주변 시야 등은 3층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계단을 통해 올라오지 않았다면 3층인지, 4층인지 알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안소영 역시 주변을 샅샅이 탐색해보고 나서야 살짝 긴장을 풀며 시계로 좌표와 시간부터 확인했다.
“우선 좌표는 같아. 그리고 시간도 잘 기억해야 해. 이제부터 우리는 24시간 내에 반드시 다른 층으로 이동해야 하니까.”
“알아.”
무혁은 애초부터 좌표가 다를 것이라고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계속 버틸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잠을 자야 하지 않겠어?”
무혁의 말에 안소영도 그 점이 가장 걱정이라는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은 잠을 자지 않고 살 수 없다.
사실상, 무혁과 안소영은 강제 사냥에 처음 참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밤잠을 설쳤는데 곧바로 18시간 동안 사냥을 해왔으니 몸이 느끼는 피로감이 어마어마했다.
“이러다가는 너도 나도 버티지 못해. 나중에 정말 꾸벅꾸벅 졸다가 긴장이 풀려서 몬스터에게 죽거나, 다른 경쟁자들에게 먹잇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 지금부터라도 쪽잠이라도 자면서 피로도를 최대한 낮춰야 해.”
무혁의 이성적인 말에 안소영도 동의한다는 듯 반론을 내놓지 않았다.
“우선 안전한 장소를 찾아보자. 이럴 줄 알았으면 위장 텐트라도 하나 사오는 거였는데…….”
“포인트는 있고?”
자신의 물음에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무혁의 모습에 안소영은 피식- 웃고 말았다.
20만 포인트나 하는 고가의 위장 텐트를 무혁이 살 능력이 안 된다는 건 안소영도 너무나 잘 알았다.
“삽이라도 하나 사서 땅이라도 파는 건데…….”
무혁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안소영의 장검과 방패를 바라봤다.
‘저걸로 될까? 설령 된다 하더라도 소중한 무구로 땅을 파도록 허락하지 않겠지?’
무혁이 속으로 아쉬워하는 사이 안소영이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행이네. 삽은 있어서.”
“뭐? 삽이 있다고? 정말?”
무혁의 놀란 반응에 안소영이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켰다.
“어?”
그곳에는 정말 삽이 있었다.
그런데… 삽의 주인도 있었다.
풍성한 수염을 기르고 있는 근육질의 난쟁이가 강철 삽 한 자루를 어깨에 짊어진 상태로 주변을 서성거렸다.
“저건…….”
정식 명칭, 타락 드워프.
헬-라시온에 존재하는 인간형 몬스터인 타락 드워프는 전투형과 비전투형으로 나뉘는데 외형상의 차이는 거의 없고, 손에 무엇을 들고 있느냐가 가장 확실한 구별법이다.
강철 삽을 들고 있으면 7등급으로 비전투형이며, 강철 대검을 들고 있으면 4등급의 전투형으로 나뉜다.
다행스럽게도 무혁과 안소영의 앞에 서 있는 타락 드워프는 7등급 비전투형이었다.
13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키의 타락 드워프였지만,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빵빵하고 부풀어 올라 있는 근육은 꽤나 위협적으로 보였다.
두 눈은 온통 검은 색으로 눈동자 자체가 없었고, 두툼한 입술에 각진 얼굴 모양, 그리고 자글자글한 주름이 특징인 타락 드워프는 인간의 외형과 크게 차이가 없는 인간형 몬스터로 상대하기가 그리 어렵진 않지만, 단 한 가지 무리 생활을 한다는 점이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무혁과 안소영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혼자만 있다면 오히려 라만병보다 더 상대하기가 쉬운데?”
무혁은 인간형 몬스터답게 붉은 피를 뿌리며 쓰러진 타락 드워프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달랑 혼자 서 있는 타락 드워프를 잡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물론, 30킬로그램이 넘어가는 육중한 무게의 강철 삽을 위협적으로 휘둘렀기에 한 대만 제대로 맞아도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순 있겠지만, 워낙 공격 속도가 느렸기에 무혁과 안소영은 순식간에 타락 드워프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
“생각보다 무겁지 않네.”
무혁은 한 손으로 강철 삽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헬-라시온에 처음 끌려왔을 때라면 쉽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워낙 근력의 정밀 수치가 올라갔기 때문에 30킬로그램 정도는 가뿐하게 들 수 있었다.
안소영은 타락 드워프의 뇌를 갈라 탑의 증표를 수거하고는 무혁에게 말했다.
“고상한 취미 생활은 안 해?”
“…타락 드워프는 맛이 없게 생겼어.”
타락 드워프에게는 핵이 없었기에 무혁은 그렇게 변명을 했다.
즉각적으로 안소영이 반박했다.
“맛이 없게 생겼다고? 악취는 풀풀 나고 생긴 것도 훨씬 더 징그럽게 생긴 고블린하고 라만병의 심장은 맛있게 생겼고?”
“워, 원래 몸에 좋은 게 입엔 쓴 법이야. 그리고 얘는 인간형…….”
스스로 말을 하고도 나중에 인간형 몬스터가 나왔을 때 또 핵을 섭취하려면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일까 무혁은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피해버렸다.
안소영의 의심 가득한 시선에 무혁은 어쩔 수 없이 타락 드워프의 심장을 조금이라도 먹어야 하나를 심각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의심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으려나?’
무혁은 이 문제를 나중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로 하곤 안소영의 시선을 외면하며 삽을 어깨에 걸치곤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일부러 크게 외쳤다.
“자! 이제 삽을 구했으니까 조금이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자!”
안소영도 더 이상 몬스터의 심장을 먹는 걸로 꼬투리를 잡아가며 구역질나는 논쟁을 이어나고 싶지는 않았기에 무혁의 의도대로 따라가 주었다.
“어쩔 생각인데?”
무혁은 깊게 생각할 것 있겠냐는 듯 대꾸했다.
“비트라고 알아?”
“비트? 북치기 박치기 뭐 그거?”
안소영의 황당한 대답에 무혁은 잠시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설명을 해주었다.
“그건 비트박스고 뭐, 어쨌든 내가 말한 비트는 땅굴을 파고 그 속에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말하는 거야. 보통 군대에서 많이 사용하는 거지.”
“군대 갔다 온 거야?”
“아니. 티비에서 봤어.”
태연스럽게 말을 하는 무혁의 모습에 안소영은 킥- 하고 웃음이 터졌다.
“어쨌든 몸을 완전히 다 숨길 수 있을 정도로 깊게 땅굴을 파놓고 그 위를 대충 흙이나 다른 장애물을 덮어서 위장해 놓으면 몇 시간 정도는 충분히 잠을 잘 수 있지 않겠어?”
무혁의 말에 안소영도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라만병과의 전투를 통해 일정 구역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기에 타락 드워프 역시도 그럴 것이라고 믿었기에 나온 발상이었다.
“타락 드워프의 행동반경에 들어서지 않는 곳이면서도 뒤가 막혀 있는 곳이면 돼.”
몬스터든 시간의 탑에 입장한 경쟁자든 관심을 둘 수 없는 곳으로는 막힌 곳이 최적이었다.
무혁과 안소영은 20여 분을 헤매고 나서야 적당한 장소를 찾아냈다.
그 과정에서 타락 드워프를 다섯이나 처치하며 예비로 삽 한 자루를 더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럼 어디 땅굴을 파볼까?”
무혁은 곧바로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조정했다.
근력과 체력에 거의 모든 수치를 몰아넣자 삽질이 체질이자, 특기인 사람마냥 빠른 속도로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삽질 잘하네. 아무래도 넌 군대 체질인거 같다. 먹는 것도 아무거나 다- 잘 먹으니까 군대가 딱이네.”
여전히 앙금이 남은 듯 비꼬는 듯한 안소영의 말에 무혁은 저도 모르게 삽자루를 놓치기까지 했지만, 보란 듯이 두 개의 땅굴을 완벽하게 파낼 수 있었다.
“이제 입구를 가릴 수 있도록…….”
무혁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바닥에 박혀 있는 바위를 삽으로 파내기 시작했다.
“딱 좋네!”
바위의 면적은 넓고 무게는 가벼운 편이었기에 입구를 가리기에 제격이었다.
“하나가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이 구하러 다녀야겠네.”
무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바위를 들고 땅굴의 입구 하나를 가렸다.
다시 30분 정도를 부지런히 움직이고 나서야 무혁과 안소영은 마음에 드는 바위를 구할 수 있었다.
“지금 시간이…….”
1D [ 19 : 26 ]
시간을 확인한 무혁은 안소영에게 물었다.
“몇 시간이나 잘 거야?”
“네다섯 시간 정도?”
눈꺼풀이 굉장히 까끌까끌하고 무겁게 느껴졌기에 안소영은 마음만 먹으면 24시간도 잘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잠을 자기 위해 시간의 탑에 들어온 것이 아닌 이상 수면 시간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1시에 땅굴에서 나오는 걸로 하자. 어때?”
잠을 자든, 땅굴에서 휴식을 취하든 넉넉히 5시간 동안은 나오지 말자는 암묵적인 합의를 마치고 나서야 무혁과 안소영은 각자의 땅굴로 들어가서 바위를 움직여 입구를 봉쇄했다.
약간은 답답하고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지만, 그러한 불편함도 두 사람의 피로감을 방해할 순 없었다.
5분도 되지 않아서 무혁과 안소영은 잠에 빠져들었고,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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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은 없었지만, 정확하게 무혁과 안소영은 약속한 시간이 되기 전에 잠에서 깼다.
헬-라시온이라는 지옥에 오고 나서부터는 항상 몸에 긴장이 깃들어 있었기에 아무리 피곤하다 하더라도 일어나야 한다 생각을 하면 고맙게도 저절로 몸이 반응해주었다.
‘나가볼까?’
무혁은 약속한 시간보다 5분 정도 먼저 조심스럽게 입구를 막고 있던 바위를 옆으로 치우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예상하지 못했던 몬스터나 경쟁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바위를 움직이는 무혁의 손짓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바위를 움직이고 나서야 무혁은 작은 구멍을 통해 주변을 어떻게든 보려고 했고, 귀를 쫑긋 세워가며 소리에 집중했다.
케라크라의 렌즈가 이식되어 야간의 시력이 밝아진 눈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고, 숨소리마저 죽여 가며 기울인 귀에도 어떠한 소리조차 잡히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1-2분가량을 숨죽여 있었다.
‘아무것도 없나보네.’
무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조금 더 과감하게 바위를 옆으로 밀어내고는 재빨리 튕기듯 땅굴 속에서 튀어나왔다.
미리 살펴봤던 것처럼 아무것도 없었다.
살짝 긴장을 풀어내는 사이 무혁은 시계를 확인하고는 안소영이 몸을 숨기고 있는 곳으로 다가가 바위를 툭툭- 두드렸다.
안쪽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기에 무혁은 다시 한 번 바위를 두들기며 목소리까지 냈다.
“아직도 자는 거야? 이제 그만 나와.”
무혁의 말소리 때문인지 바위가 조금씩 옆으로 밀리더니 날카로운 검날이 앞으로 천천히 뻗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