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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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7화
시간의 탑 (1)
“여러분 안녕!”
갑작스럽게 허공에서 튀어나온 마족의 모습에 두근거리는 긴장감으로 주변을 살피던 무혁은 저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마족은 대여섯 살 정도의 작은 체구에 상체만 한 크기의 검은 날개 한 쌍을 여유롭게 펄럭이고 있었다.
머리에는 하나의 검은 뿔이 수줍은 듯 살짝 돋아나 있었고, 눈동자는 새카맣게 반짝였으며, 양쪽으로 앙증맞게 튀어나와 있는 송곳니는 단순한 그림체로만 본다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귀엽다는 말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마족을 바라보는 13년차 지구인들의 시선엔 전혀 귀여운 감정 따윈 없었다.
무혁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저번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들이 있네! 정식으로 소개할게! 내 이름은 케로우! 이곳 마우티 부락의 강제 사냥을 담당하고 있지!”
마족 케로우는 정확하게 무혁과 안소영을 바라보며 씽긋 웃고 있었다.
“시끄럽고! 빨리 시작이나 해!”
배영철이 나서서 으름장을 놓았다.
지난 첫 번째 강제 사냥을 통해 케로우에게 이 정도의 대거리는 허용이 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배영철, 너는 언제나 파이팅이 넘치는구나! 정말 좋은 자세야!”
허공에서 빙글빙글-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케로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재수 없는 새끼!”
배영철의 나지막한 욕지거리에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향해 욕을 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케로우가 잡담을 늘어놓았다.
지난번에 있었던 강제 사냥에 대한 이야기부터 케로우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까지.
‘무슨 헛소리가 저렇게 길어?’
무혁은 케로우의 시시껄렁한 이야기에 참 별난 성격의 마족도 있다고 생각했다.
배영철을 비롯해서 몇 명의 사람들이 강하게 불만을 터트리고 나서야 케로우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쩝쩝- 다시며 불필요한 잡담을 멈추었다.
“휴우우- 그렇게까지 일찍 강제 사냥을 시작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좋아! 이번에 너희가 강제 사냥을 해야 할 곳은 바로! 두구두구두구두구!”
자체적으로 효과음까지 내며 긴장감을 만들어 내려는 케로우의 유별난 행동에 무혁은 저도 모르게 긴장감이 풀어지려고 했다.
그런 찰나에 온몸을 흠칫- 거리게 만들 정도의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르르르르르르르!
무혁이 서 있는 곳에서 불과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거대한 사각형 형태의 기둥 하나가 솟아올랐다.
외부 표면이 울퉁불퉁한 벽으로 이루어진 직사각형 형태의 기둥은 주변 빛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것만 같은 새카만 검은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아무리 좋게 봐도 예술적 가치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모양새였다.
“짜잔! 바로 시간의 탑이야!”
케로우가 자랑스럽게 탑을 가리키며 키득거렸다.
‘저곳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겠지?’
케로우가 소개한 시간의 탑에는 선뜻 들어서기가 무서울 정도의 블랙홀과 같은 입구만이 덩그러니 뚫려 있었다.
“이름에서부터 대충 예상은 되지? 바로 저 시간의 탑의 5층까지 올라가면 이번 강제 사냥은 끝이 나는 거야! 어때? 정말 쉽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편안하게 말을 하는 케로우였지만, 듣는 이들은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규칙은?”
한 중국인이 케로우에게 물었다.
“당연히 설명을 해줘야지! 우선 첫 번째 규칙! 이름에서 알다시피 시간의 탑에는 제한 시간이 걸려 있어. 열흘! 열흘째 되는 날, 딱 하루만 5층이 개방돼. 다시 말해서 열흘이 지나기 전까지는 아무리 5 층까지 올라오고 싶어도 절대 올라올 수가 없고, 반대로 열흘이 지나도 5층으로 절대 올라올 수가 없어! 그러니까 시간을 정말 잘 지켜야만 해!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시간의 탑과 함께 영원한 소멸을 맞이하는 거야!”
10일이라는 제한 시간이 걸려 있다는 사실에 무혁을 비롯한 모두가 눈살을 찌푸렸다.
시간제한 룰은 심적인 부담감이 굉장히 큰 편이다.
“혹시 시간 계산을 못할까 봐 걱정하는 거야? 그렇다면! 절대! 걱정할 것 없어! 시간의 탑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너희의 손목에 최첨단 시계가 자동으로 생길 테니까! 물론, 단순한 시계의 기능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야! 여러 가지 기능이 탑재 되어 있으니까 그건 나중에 차차 알아가도록 해!”
참 고맙다는 듯 모두가 케로우를 진하게 노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로우는 태평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두 번째 규칙! 팀플레이는 인정! 하지만! 버스는 절대 안 돼! 즉, 누군가의 뒤에 숨어서 편안하게 십일을 버티고 난 후에 5층으로 오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쉽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반드시 명심해야만 해! 그 이유는 바로 시간의 탑 5층에 오르기 위해선 반드시 자신만의 힘으로 100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해야만 하거든! 그러니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무임승차를 하겠다는 생각은 깨끗하게 버려둬! 버려둬! 킥킥킥!”
동료는 가능하나, 자력으로 몬스터 100마리를 사냥해야 한다.
무혁은 저절로 인상이 일그러졌다.
한마디로 약하면 그냥 죽으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누군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사람들을 이끌 수는 있지만, 딱 거기까지 만이다.
어찌 되었든 혼자만의 힘으로 몬스터 100마리를 잡아야 하니 이 규칙이 묘한 심리적 부담감을 배가 시킬 수가 있었다.
‘혼자서도 힘들고… 여럿이 모인다 하더라도 눈치 싸움이 장난 아니겠어.’
사람들과 팀을 이루더라도 그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쳐야만 했으니 항상 불안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다음! 세 번째 규칙! 시간의 탑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의 뇌 속에는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검은 동전이 들어가 있어! 이걸 탑의 증표라고 부르는데, 이 증표는 나중에 중앙탑으로 돌아갔을 때 개당 1천 포인트에 판매를 할 수 있어! 정상적으로 100개만 모아도 무려 십만 포인트라는 이야기지! 그 외에도 몬스터가 지니고 있던 무기와 아주 희박한 확률이지만, 몬스터의 몸속에 들어가 있는 스킬 링 역시 얼마든지 차지할 수 있어! 누구든 먼저 차지하는 자가 주인이야!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두둑하게 한몫 제대로 챙길 수 있을 거야! 물론, 나라면 조금 더 쉬운 쪽을 택하겠지만 말이야!”
모두가 잘 안다.
헬-라시온에서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가장 우선적인 방법은 포인트라는 걸.
탑의 증표는 정말 누구나 탐을 낼 수밖에 없는 부산물이었다.
문제는 케로우의 마지막 말이었다.
더 쉬운 쪽을 선택하겠다는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이가 없었다.
‘이래서 무슨 팀플레이를 하라는 거야!’
무혁은 몬스터뿐만 아니라 함께 탑에 들어가게 될 경쟁자들까지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뒤이어 케로우가 더욱더 살벌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여기서 꿀 팁 하나 줄게! 시간의 탑 내부에서는 다른 인간을 죽이고 그 인간이 착용하고 있던 시계를 빼앗으면 시계 주인이 죽인 몬스터의 숫자를 고스란히 빼앗아 올 수 있어! 다시 말하면… 몬스터 한 마리를 상대로 목숨을 거는 것보다는 몬스터 여러 마리를 죽인 인간을 상대로 목숨을 거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이지! 더불어 그 인간이 모아놓은 부산물도 모두 빼앗을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한 일석이조겠지?”
깔깔- 거리며 웃는 케로우의 말에 무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다른 이들의 표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팀플레이 자체가 어렵다.
단순히 가진 것을 빼앗기는 수준이 아닌, 은밀하게 혹은 대놓고 이루어질 경쟁자들끼리의 살벌한 싸움에 더욱더 신경을 써야만 했다.
‘이런 게 무슨 꿀 팁이야!’
무혁은 진심으로 이따위 걸 꿀 팁이라며 나불거린 케로우의 주둥이를 쫙- 찢어 버리고 싶었다.
“네 번째 규칙! 같은 층에서는 하루 이상 머물지 말 것! 만약, 하루 이상 같은 층에서 짱 박혀 숨어 지낸다면 곧바로 모두에게 위치가 노출될 거야! 어떻게 위치가 노출 되는지 궁금하다면 하루 정도 머물러 봐. 아마도 몬스터들이 무지막지하게 달려들 테니까! 아! 일일이 몬스터를 찾아다니는 것이 귀찮다면 이 방법도 꽤나 좋기는 하겠네! 하하하!”
케로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욕지거리가 쏟아져 나왔다.
위험하게 이리저리 움직이기보단 한곳에 머물며 확실하게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놓고 있다가 시간이 되면 5층으로 오르려고 했던 이들은 그 계획 자체를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무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썩을! 죽으나 사나 매일매일 층을 바꾸며 지내야 한다는 거잖아!’
반복적으로 몬스터, 그리고 경쟁자들과 마주칠 수밖에 없는 규칙이었다.
이건 노골적으로 싸움을 유도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묘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벌써 패거리가 갈리는 건가?’
무혁은 미묘하게 사람들 사이에 거리가 벌어지고, 좁혀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배영철, 중국인, 일본인, 마지막으로 동남아시아 쪽 사람인가?’
이번 강제 사냥에 참가한 13차 지구인의 수는 총 27명.
마우티 부락 내에서는 단 한 명만을 제외하고 모두 2차 강제 사냥에 참가했다.
그중 배영철 쪽으로 붙은 이들이 7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모두 한국인이었다.
이어서 중국인 쪽으로 붙은 이들은 6명이었는데, 그중 두 명이 한국인이었고, 일본인 쪽은 모두 일본인으로 5명, 나머지 3명은 동남아 계통으로 국적은 각기 달라 보였다.
자연스럽게 어느 쪽과도 연결이 되지 않은 건 무혁과 안소영뿐이었다.
“X밥 새꺄, 개죽음 당하기 싫으면 이쪽으로 붙어.”
배영철은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듯 무혁에게 으르렁거렸다.
무혁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눈치 빠르게 중국인이 더 이상 배영철의 패거리가 늘어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케로우에게 말을 걸며 분위기를 바꾸었다.
“네 번째 규칙 외엔 또 없는 거겠지?”
이미 패거리를 나누고 있는 인간들을 재밌게 지켜보고 있던 케로우가 히죽- 웃었다.
“규칙은 네 가지 뿐이야! 그리고 너희들이 정말 기뻐할 만한 빅뉴스가 하나 남아 있어!”
케로우의 말에 모두가 미간을 찌푸렸다.
들으나 마나 좋은 소식이 아님을 직감한 것이다.
“너희가 기뻐할 빅뉴스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지? 그게 뭐냐면… 시간의 탑은 역대 랭킹이 존재해! 어때? 정말 멋지지 않아?”
역대 랭킹이라는 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케로우가 킥킥- 거리며 말을 이었다.
“무슨 랭킹인지 궁금하지? 바로 시간의 탑에서 몬스터 킬 수를 가장 많이 쌓은 인간들의 랭킹이야! 다르게 표현하자면, 시간의 탑 명예의 전당이라고 할까? 어쨌든! 중요한 건 이제부터야! 시간의 탑에서 몬스터 킬 수를 높여서 랭킹 10위 안으로 들어가면 각 순위에 따라 어마어마한 보상이 주어져! 너희가 열심히 분발하라는 의미로 랭킹 5위의 보상만 살짝 알려줄게! 랭킹 5위에 오르면 ‘화염 각투소의 심장’과 60만 포인트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어! 어때? 몬스터를 마구마구 죽이고 싶다는 의욕이 활활 불타오르지?”
화염 각투소의 심장, 그리고 60만 포인트.
무혁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화염 각투소의 심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재료 물품이다.
심장에 이식하는 것만으로도 화염에 대한 저항력을 크게 올려줄 수 있다고 알려졌고, 다른 몇 가지의 재료 물품을 모은다면 상당히 좋은 무구를 제작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화염 각투소의 심장에는 핵이 있어!’
화염 각투소와 같은 희귀한 몬스터의 심장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핵이 존재한다.
때문에 현재의 무혁이 화염 각투소의 심장에서 핵을 꺼내 섭취한다면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가 어느 정도까지 상승할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단숨에 고유 능력 중 일부가 6등급으로 치솟을지도 몰라!’
무혁은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짜릿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60만 포인트까지 얻는다면 같은 연차의 경쟁자들과는 확연하게 거리를 벌일 수가 있게 된다.
하지만, 랭킹 5위에 오르려면 몇 마리의 몬스터를 죽여야 하는 걸까?
무혁처럼 궁금함에 휩싸인 일본인이 물었다.
케로우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시간의 탑에 들어가면 모두 알 수 있지만, 그렇게 궁금해 하니 미리 알려줘야겠지! 랭킹 5위에 오른 인간은 너희보다 8년이나 일찍 헬-라시온에 온 한참 선배로 10일 동안 무려 6,541마리의 몬스터를 죽였어! 참고로 그는 당시 강제 사냥에 참가했던 부락 식민들 중 유! 일! 하! 게! 혼자 시간의 탑 5층에 올랐어! 어때? 대단하지?”
케로우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또 한 번 돌처럼 굳어 버렸다.
결국은,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르나 같은 연차의 경쟁자들을 모조리 죽였다는 뜻이었으니까.
‘…불가능하겠네.’
무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당장 여기 모여 있는 26명의 경쟁자들을 모두 죽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실력이 있어도 과연 죽일 수 있을까?
‘그렇게까지 해서 보상을 얻고 싶지는 않아.’
무혁은 랭킹에 대한 보상은 깨끗하게 지워 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몇몇 이들은 생각이 다르다는 듯 눈빛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런 이들의 모습에 케로우는 대만족스럽다는 듯 낄낄- 거리며 외쳤다.
“자! 그럼 시간의 탑으로 고우! 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