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5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5화
마우티 부락 (15)
중앙탑을 나온 무혁은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흐!”
괜히 실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더없이 소중한 하루를 완전히 날려버렸다고 생각했던 조금 전까지의 실망감이 단번에 해소되었다.
“이런 걸 죽 쒀서 개 준다고 하는 거겠지?”
무혁은 한참이나 낄낄- 거렸다.
키 작은 뚱보와 주걱턱의 표식에 저장되어 있던 포인트의 합은 8만 점이 넘었다.
정확하게는 86,840포인트.
무혁의 경험상, 두 녀석은 5만 포인트를 모으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 분명했다.
기본적으로 5만 포인트는 되어야 스킬이든, 무구든 투자처가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덕분에 무혁은 적지 않은 포인트를 단번에 획득할 수 있었다.
아무리 현재 무혁이 영롱한 숲에서 꿀을 빨고 있다고 하더라도 8만 포인트를 모으려면 최소한 4일은 폭풍 사냥에 성공해야만 한다.
당연히 무혁으로서는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맞았어!”
자신의 노력을 하늘이 알아보고 이런 보답을 내려주었다고 생각하는 무혁이었다.
순식간에 8만 포인트를 얻은 무혁은 단숨에 자신의 포인트가 10만 포인트를 넘어서자 계획을 변경했다.
기존에 구입을 하려고 했던 스킬보다 상위 스킬을 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가격은 무려 2배가 넘었다.
자그마치 15만 포인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충분히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영롱한 숲에서 꿀을 빨 수 있는 날이 최소 3일은 남았으니까.
어디까지나 최소 날짜였고, 하루 이틀 더 늘어난다면 무혁의 계획이 어그러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부터 삼일 동안은 죽었다고 생각하자.”
목표치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하게 세우며 무혁은 보금자리로 향했다.
#
이튿날부터 시작된 무혁의 사냥은 거침이 없었다.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던 안소영과는 여전히 철저하게 구역을 나누었다.
오로지 포인트 사냥에만 집중적으로 열과 성을 다했다.
다음 날, 그리고 그 다음 날까지도 무혁은 체력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사냥했다.
그 결과 무혁은 원하던 바를 달성할 수 있었다.
[정상 처리 완료!]
[잔여 포인트 : 183,820]
‘됐어!’
무혁은 자신의 포인트를 바라보며 진한 만족감을 음미했다.
다만, 그 음미감이 오래 가진 못했다.
“이런 식으로는 강해지기 어렵다니까? 고작 이 정도의 포인트를 벌어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이런 비효율적인 사냥보다는 저번처럼 약한 놈들이라도 찾아서 사냥을 해보는 건 어때? 그쪽이 훨씬 더 보상이 크잖아? 응?”
자신의 노력을 가차 없이 비하하는 크레우스타의 말을 무혁은 애써 무시했다.
“됐고.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이나 줘.”
크레우스타는 자신의 조언을 개 무시하는 무혁의 태도에 보란 듯이 혀를 차보이고는 곧바로 요구한 스킬을 판매했다.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고유), 스킬을 익혔습니다.]
‘드디어 두 번째 스킬이다!’
무혁은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을 애써 다독였다.
#
“그래! 이거지!”
무혁은 족히 2배는 강해진 자신의 능력에 환호했다.
새롭게 익힌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가 가져다 준 효과였다.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 고유(식민 특권) : 7등급(00.12%)|
· 5분 동안 고유 능력 정밀 수치를 2배 증폭시킨다.
· 정마력의 정밀 수치는 증폭되지 않는다.
지속 시간은 고작 5분짜리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무혁은 신세계를 맛보고 있었다.
꽥! 하는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고 쓰러져버린 황금 골렘에게서 투명한 수정구를 채집한 무혁은 시간 없는 사람처럼 빠르게 움직여 두 번째 몬스터에게 케라크라의 손톱을 휘둘렀다.
‘이대로 광속 사냥이다!’
모든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는 2배로 상승했지만, 몬스터 한 마리를 상대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더 짧아졌다.
그만큼 모든 능력이 2배로 상승한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했다.
“이크!”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이 해제되면서 흑두꺼비의 시커먼 혀가 볼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자 무혁이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모든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평소의 움직임임에도 불구하고 체감으로는 엄청난 느림보가 된 것만 같았다.
“…골로 갈 뻔 했네. 이거 스킬 해제 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가는 작살나겠는데?”
갑작스럽게 둔해진 움직임으로 인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생각하니 무혁은 스킬에 대한 적응력을 확실하게 체크해 놓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재사용 시간이 얼마나 되려나? 그것도 체크해야겠어.”
무혁은 재빨리 눈앞의 흑두꺼비를 처치하고 자리에 앉아서 가볍게 지끈거리는 두통이 사라지길 기다렸다.
모든 스킬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정마력에 영향을 받는다.
고유 능력인 정마력은 등급과 정밀 수치로 표기가 되기는 하지만, 헬-라시온은 게임 속 세상이 아니었기에 마나라는 개념이 없어 어떠한 스킬이든 재사용 시간을 스스로 체득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두통이다.
이를 테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어떠한 일을 했을 때 정신력이 소모되어 잠시 머리가 핑- 하고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정마력의 등급과 정밀 수치가 높을수록 스킬을 사용하고 났을 때 발생하는 두통이 약해지는데, 그건 곧 재사용 시간이 짧아진다는 뜻을 의미한다. 또한, 정마력의 등급과 정밀 수치가 높을수록 스킬의 위력도 상승한다.
때문에 헬-라시온의 인간들에게 정마력은 가장 중요한 고유 능력일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정마력의 정밀 수치나 등급을 올려줄 수 있는 물품들은 언제나 최고로 여겼다.
“…역시 내 정마력으로는 고유 스킬을 두 가지나 한꺼번에 사용하는 게 쉽지 않네.”
무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지끈거리는 머리의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통증이 완화되길 바랐다.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과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은 고유 스킬이다.
스킬에는 고유 스킬과 일반 스킬이 있는데, 특히나 고유 스킬의 경우 더 높은 정마력을 요구한다.
무혁이 보유하고 있는 두 가지의 스킬 모두 위력적인 측면에서야 정마력의 등급, 정밀 수치와 상관없이 일정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고유 스킬인만큼 현재 무혁의 정마력 등급과 정밀 수치로는 겨우 버틸 수 있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때문에 보편적으로 정마력의 등급과 정밀 수치가 높지 않은 인간들은 고유 스킬 하나와 일반 스킬 여러 개를 익히는 걸 선택한다.
고유 스킬에 비해 일반 스킬은 정마력의 소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일정 수준으로 정마력을 성장시키기 이전까지는 가장 이상적인 선택인 셈이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무혁은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유별난 스킬들을 선택한 셈이었다.
두통이 조금씩 가라앉자 무혁은 대충 시간을 계산했다.
“30분에서 40분 정도 되는 건가?”
무혁은 머릿속에 단단히 각인시키겠다는 듯 나뭇가지를 들고 바닥에 한 자, 한 자 정성껏 글을 썼다.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
지속 시간 5분, 쿨 타임 최대 40분.
몇 번이나 자신이 쓴 글을 반복해서 읽고 나서야 무혁은 기억을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네.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처럼 한 시간 지속성에다가 쿨 타임도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닌가? 스킬을 두 개나 써먹어서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에 쿨 타임이 필요한 건가?”
무혁은 그 부분도 확실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생각했다.
“오늘은 사냥보다는 스킬을 전격적으로 해부해보자.”
바닥에 쓴 글을 발로 깨끗하게 지우고 무혁은 다시 부지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무혁은 오늘 하루 자신이 경험했던 내용들을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복습하며 마우티 부락으로 들어섰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니까.”
아쉬움이 가득한 음성으로 무혁은 입맛을 다셨다.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만 단독으로 사용한다 하더라도 쿨 타임이 20분이나 필요했다.
당연히 지속 시간의 증가는 없었다.
보석 도마뱀의 위장은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재조합 시킬 수만 있었기에 사실상 사기적인 능력이라고 볼 순 없었지만,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는 정마력을 제외한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두 배로 부풀려 주기에 쿨 타임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이 등급만 올라가면…….”
추가적으로 보너스 정밀 수치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진정으로 보석 도마뱀 위장 스킬이 가지고 있는 최대 장점이다.
정마력의 소모가 극히 적으면서도 추가적으로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는 점과 언제든 정밀 수치를 재조정 할 수 있다는 것까지.
확실히 식민 특권이 아니면 쉽게 얻지 못할 스킬이랄까.
여기에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까지 더해지면 무혁은 한순간에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신을 하게 된다.
즉, 인간들을 상대로도 얼마든지 역전을 꾀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되는 셈이다.
하루 종일 모은 판매 품목을 가지고 중앙탑으로 향하던 무혁은 중앙탑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이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젠장!”
중앙탑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이들은 무혁과 같은 연차의 지구인들, 즉 첫 강제 사냥에 나갔던 경쟁자들이 돌아온 것이다.
“…행복했던 꿀빨기는 다 끝났군.”
내일부터는 영롱한 숲으로 사냥을 갈 수 없다는 사실에 무혁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원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소득을 얻기는 했지만, 다시 팍팍한 사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아쉬운 마음이 클 수밖에 없었다.
무혁이 우울해진 얼굴로 중앙탑으로 향하던 때였다.
“어라? X밥! 아직도 용케 살아 있었냐?”
무혁은 자신을 향해 건들거리며 다가오는 배영철의 불량스러운 모습에 어금니를 꽉 물었다.
다가오는 꼬락서니가 시비를 걸려는 것이 다분해 보였던 것이다.
“X나게 반갑다? 어쭈? 얼굴이 확 폈는데? 내가 죽기 살기로 뺑이 치는 동안 넌 먹고 놀며 편하게 지냈다 이거지? 강제 사냥에 나타나지 않아서 어디서 뒈진 줄 알았더니… 큭큭! 결국 그때처럼 또 쥐 죽은 듯이 숨은 거였냐?”
배영철은 무혁의 뺨을 기분 나쁘게 툭툭- 쳤다.
‘가서 뒈져 버릴 것이지…….’
배영철이 쉽사리 죽을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무혁은 아쉬움이 들었다.
“그런데 넌 정말 멍청한 놈이야. 첫 번째 강제 사냥이 얼마나 의미가 컸는지 넌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거다.”
문득, 무혁은 배영철의 분위기가 무척이나 여유로워졌다는 걸 깨달았다.
사망자가 반드시 발생할 정도로 위험한 강제 사냥을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배영철의 표정이 굉장히 밝았다.
그건 곧 배영철이 무언가를 얻었다는 의미와 같았다.
슬쩍 주변을 돌아보니 배영철만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강제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온 경쟁자들 모두 표정이 밝았다.
‘도대체 뭘 얻은 거지?’
무혁으로서는 궁금한 것투성이였지만, 배영철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줄 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저 입맛만 다셔야 했다.
“그나저나 형님이 무사귀환을 했는데 뭐 없냐?”
돌아오기가 무섭게 삥을 뜯다니- 무혁은 정말 배영철이라는 인간의 바닥은 놀랍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배영철이 이죽거리자 무혁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있을 리가 있겠어? 내 꼴을 봐봐.”
무혁은 가볍게 양팔을 좌우로 벌렸다.
검 한 자루도 들고 있지 않았기에 배영철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무혁의 뺨을 쳤다.
“너 같은 X밥이 그럼 그렇지. 하긴, 지금까지 꾸역꾸역 살아있다는 게 기적이다. 하긴, 그 기적도 기껏 해 봐야 이제 한 달 밖에 안 남았겠지만.”
무슨 의미냐는 듯 무혁이 배영철을 바라보자 그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못 들은 모양이지? 다음 사냥 일정이 벌써 정해졌다. 한 달 뒤! 이번 강제 사냥에서 다섯 놈이 죽어 나갔어. 가장 쉽다고 하는데도 다섯이 죽었다고. 그런데 너 같은 놈이 다음 강제 사냥에서 버틸 수 있겠냐? 그러니까 넌 이제 죽는 날만 기다리는 시한부 인생이라고.”
낄낄- 거리며 웃는 배영철의 모습에도 무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배영철의 비웃음보다는 수월하다 평가를 받는 첫 번째 강제 사냥에서 무려 5명이나 죽었다는 사실이 가장 신경 쓰였다.
“배영철!”
멀리서 누군가 배영철을 부르자, 그는 곧바로 그쪽으로 달려갔다.
‘흑룡 길드!’
배영철을 부른 이는 검은색 용이 그려져 있는 망토를 걸치고 있는 흑룡 길드 마우티 부락 부지부장 나태한이었다.
무혁 앞에서는 거만하기 짝이 없던 배영철은 나태한 앞에서는 허리를 반으로 깍듯이 접으며 굽실거렸다.
무혁은 그 꼴이 우습다는 듯 비웃어 주고는 중앙탑으로 들어섰다.
#
다음날부터 무혁은 다시 원상복귀를 했다.
쿠와아아악-!
코일로의 거친 포효를 들으며 무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나도 많이 보고 싶었다. 오늘 컴백했으니까 우리 신나게 놀아보자!”
무혁은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과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을 동시에 사용하며 코일로를 향해서 뛰었다.
지난 8일 동안 한층 강력해진 무혁에게 코일로는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했다.
비명과 함께 코일로의 몸이 축- 늘어지자 무혁은 심장부터 더듬어 핵을 끄집어냈다.
“그래, 포인트는 없지만 더 소중한 게 있으니까 이걸로도 충분하지 뭐.”
꿀꺽-!
[코일로의 핵을 섭취했습니다.]
[영구적으로 순발력이 0.16% 상승합니다.]
무혁은 기분 좋게 미소를 지으며 또 다른 코일로의 영역을 찾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