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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0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7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0화

마우티 부락 (10)

 

“있지. 내가 아는 사람만 넷이나 되니까.”

무혁은 그제야 대충 알겠다는 듯 되물었다.

“그럼 박혁수가 선생님을 찾아온 건 비공식적으로 호수 위의 사막 탐사에 성공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입니까?”

“그래. 만약, 미개척지 탐사가 호수 위의 사막으로 정해진다면 박혁수는 나를 통해서 호수 위의 사막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탐사대에서 한 자리를 걸칠 생각인 거지.”

“하지만, 그런 정보만으로 대형 길드나 가문에서 고작 박혁수 같은 인간을 탐사대에 받아주겠습니까?”

“물론, 쉽지 않겠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놈의 능력 문제고 당장 중요한 건 호수 위의 사막에 대한 정보를 손에 넣느냐, 넣지 못 하느냐겠지. 물론, 미개척지 탐사가 다른 곳으로 정해진다면 당장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일이 되겠지만.”

낄낄- 거리며 웃는 남자의 모습에도 무혁은 표정이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무혁은 이왕이면 한 발 물러섰으면 싶었다.

지금 당장으로서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박혁수라는 인간을 당해낼 방법이 없었으니 놈이 원하는 대로 호수 위의 사막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겼다.

“끌끌, 놈에게 정보를 말해주면 그때부터 계속해서 놈은 나를 괴롭힐 거다.”

“예?”

무혁이 무슨 소리냐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

이렇게 눈치가 없냐는 듯 남자가 혀를 끌- 찼다.

“비공식적으로 호수 위의 사막 탐사에 성공한 네 명 중 한 명이 바로 나다. 나머지 세 명에 대해서는 놈도 알고 있을 거다. 다만, 감히 정보를 말해달라고 할 용기조차 낼 수 없으니 문제지.”

“선생님께서 호수 위의 사막 탐사를 성공하셨단 말입니까?”

“왜? 못 믿겠어?”

“아, 아닙니다!”

무혁은 남자의 첫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봤다.

짙은 묵 빛의 갑옷을 걸치고, 양쪽 허리에 두 자루의 검과 등에는 한 자루의 창을 비스듬하게 걸어 둔 채 악마의 형상을 닮은 투구 속에서 번뜩이던 눈빛은 정말 오금이 저릴 정도로 강렬했었다.

‘패검 이서준보다도 강렬했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셨지.’

존재감 자체만으로도 패검 이서준을 뛰어넘었던 남자였다.

박혁수 따윈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덜덜- 떨어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어쨌든 나 때문에 미안하게 됐다.”

남자의 말뜻을 알아차린 무혁은 그런 소리 말라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어차피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제 목숨도 어떻게 됐을지 모릅니다. 더욱이 제가 이곳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부분은 평생을 갚아도 다 갚지 못할 빚입니다.”

“끌끌, 말이라도 고맙군.”

“진심입니다, 선생님.”

“그보다도 앞으로 박혁수는 지속적으로 나를 찾아올 거다. 몇 번 협박을 하다가 안 된다 싶으면 그때는 무혁이 네게 손을 쓸지도 몰라. 내가 걱정하는 건 그뿐이다. 그깟 잡놈의 협박질에 내가 기가 죽을 리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저도 선생님처럼 당당하게 행동하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차피 그 잡놈은 당장 절 죽이지도 못하질 않습니까?”

무혁보다 연차가 높기에 박혁수는 결코 올 한 해 안에 직접적으로 손을 쓸 순 없었다.

물론, 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하면 무혁의 목숨이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자신이 살겠다고 남자를 외면할 순 없는 노릇.

무혁은 더욱더 빨리 강해져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겨나고 말았다.

 

#

 

첫 번째 강제 사냥이 시작되었다.

무혁이 예상했던 것처럼 대다수의 13년차 지구인들은 특전과도 같은 첫 번째 강제 사냥에 참가했다.

극소수의 몇 사람만이 개인적인 이유로 불참을 하게 되었지만, 대다수의 13차 지구인들이 빠져나간 것만으로도 벌써 중앙탑 근처가 한산했다.

그것만으로도 무혁은 숨통이 좀 트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신입들을 밀어주는 일이 보통이 아닌가 보구나.”

각 길드와 가문에서 매년 새내기 지구인들을 키우기 위해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생존이 걸렸기 때문이다.

당장은 별 볼 일 없는 초짜일지 몰라도,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쌓이고 쌓이면 절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길드와 가문에서는 초기 1년 동안에는 물적 자원과 인적 자원을 최대한 풀어서 자신들의 신입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최대한 많은 포인트를 모아야만 해.”

포인트는 헬-라시온에서 생존을 위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지금까지 무혁은 월세와 하루, 하루의 삶을 위해 포인트를 모았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무구와 추가 스킬이 반드시 필요했다.

“우선 방어구부터 마련하자.”

이렇다 할 가죽 갑옷조차 없는 무혁이었기에 1차 목표는 쓸 만한 방어구를 구입하는 것이었다.

명확한 목표를 세운 무혁이 뛰다시피 도착한 곳은 부락 남서쪽에 위치한 영롱한 숲, 사람들 사이에서는 금광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여기가 최고의 금광이라 이거지?”

무혁은 처음 발걸음을 들여 놓은 영롱한 숲의 모습에 시골에서 갓 서울로 상경한 사람처럼 정신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름처럼 영롱한 숲은 사방이 반짝거렸다.

커다란 나뭇잎부터 돌까지도 붉은 태양빛을 반사시키며 각양각색의 빛을 뿌려대고 있었다.

“평소에는 대형 길드와 가문에서 번갈아가며 점령하고 있는 곳인데… 오늘은 텅 비어있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13년차 지구인들에게나 금광으로 불리지, 1년 이상 헬-라시온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사냥터가 널려 있었으니, 구태여 신입들이 없는 상황에서까지 사냥터를 점령하고 있을 필요성이 없었던 것이다.

“우선 보석 도마뱀의 위장부터 쓰자.”

 

|보석 도마뱀의 위장 - 고유(식민 특권) : 7등급(21.62%) |

 

코일로를 사냥하며 꾸준하게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을 사용했기 때문에 정밀 수치가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차무혁(13차 지구인)|

· 연차 - 1년차

· 신분 - 라시온 식민(부락 식민)

· 체력 - 7등급(28.22%)

· 근력 - 7등급(24.76%)

· 순발력 - 7등급(13.32%)

· 지구력 - 7등급(13.10%)

· 정마력 - 7등급(5.89%)

 

무혁은 코일로를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고유 능력의 모든 정밀 수치를 평균적으로 맞춰놓았다.

장시간 지속적으로 사냥을 끝없이 해야만 했기에 체력과 지구력이 부족해선 곤란했다.

모든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대충 20퍼센트에 맞춰놓기가 무섭게 첫 번째 사냥감이 눈에 보였다.

온몸이 휘황찬란하게 빛을 뿌려대는 1미터 크기의 뱀, 정식 명칭 무지개 뱀이었다.

“눈알, 독주머니, 가죽이 짭짤한 놈이군.”

뿐만 아니다.

 

‘무지개 뱀은 얇게 포를 떠서 말려놓으면 꽤 괜찮은 식량거리가 된다. 더불어 무지개 뱀의 말린 육포를 좋아하는 몬스터도 있어서 미끼로 쓰기에도 안성맞춤이지.’

 

무혁은 남자가 해주었던 조언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오늘은 뱀 고기나 실컷 먹어야겠네.”

태어나서 먹어본 적 없는 뱀 고기지만, 이것저것 가릴 것 없는 헬-라시온이었기에 무혁은 손톱만큼의 거부감도 느끼지 않았다.

 

#

 

무혁은 말 그대로 정신없이 사냥했다.

눈에 보이는 족족 닥치는 대로 잡았다.

크기가 무려 2미터에 달하는 오색 나무 벌레, 성인 엉덩이만 한 크기를 자랑하는 루비 두더지, 손바닥만 한 크기지만 그 독성이 엄청나게 강력한 흑두꺼비와 영롱한 숲 최고의 포인트 부자로 불리는 황금 골렘까지 무혁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꾸르르륵-!

잔뜩 볼을 부풀리며 독거품을 품어내던 흑두꺼비가 서서히 숨이 멎으며 완전히 쓰러지자 무혁은 익숙하게 배를 가르고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심장을 끄집어냈다.

흑두꺼비의 유일한 판매품목이지만 그 값이 무려 300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비쌌다.

“아… 주머니가 꽉 찼네.”

무혁은 아쉽게도 더 이상 판매품목을 넣을 공간이 부족하단 사실에 혀를 찼다.

아직까지 체력이나 사냥 시간이 1시간 이상은 남아 있었기에 미리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백 킬로그램짜리 공간 주머니라도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0만 포인트나 하는 100킬로그램짜리 공간 주머니를 떠올리며 무혁은 피식 웃고 말았다.

지금으로서는 그림의 떡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그러나 공간 주머니는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이었기에 언제고 구매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돌아가자. 오늘은 이만하면 정말 열심히 벌었으니까.”

무혁은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사냥을 끝내기로 하고 영롱한 숲을 빠져나왔다.

“얼마나 될까?”

마우티 부락으로 돌아가며 무혁은 기대에 차 있었다.

오늘 판매할 물건들의 값을 쉽게 예상조차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꾸준하게 벌 수 있다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무혁은 이런 꿀이 흐르는 사냥터를 독점하고 있는 이기적인 놈들을 떠올리며 갖은 욕을 퍼부었고, 그러는 사이에 평소보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중앙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언제나처럼 무혁에겐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는 크레우스타가 서 있었다.

수백 명이나 되는 부락 식민들을 한꺼번에 상대할 수 있는 신기한 재주를 가진 크레우스타는 무혁의 얼굴을 확인하기가 무섭게 비웃듯 말을 건넸다.

“네가 한가롭게 여유를 부리는 동안 네 경쟁자들은 지금쯤 많은 포인트와 각종 무구는 물론 운이 좋다면 스킬 링까지도 얻고 있을 거다. 아마도 그들이 돌아오면 넌 후회스럽다고 네 스스로를 자책하겠지? 인간들은 항상 후회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존재니까.”

낄낄- 거리는 크레우스타의 모습에 무혁은 길게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듯 판매품목들을 꺼내 놓았다.

빼곡한 조끼 주머니부터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가죽 주머니들 속에서 판매품목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오자 비웃음을 짓고 있던 크레우스타의 표정이 살짝 놀람으로 변했다.

“이 많은 걸 혼자 모았다고?”

“정산부터 하고.”

무혁은 몹시 궁금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크레우스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정산을 했다.

 

[정상 처리 완료!]

[잔여 포인트: 28,500]

 

“……!”

무혁은 자신의 잔여 포인트를 확인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루 만에 무려 12,050포인트를 벌어들였으니까!

‘이렇게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벌 수 있다면…….’

놀랍게도 8만 포인트가 넘는다.

‘8만 포인트면 충분해!’

당장 사용하기에 부족함 없는 방어구와 기본적인 스킬까지 구입이 가능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강제 사냥에 불참한 불이익을 모두 채우고도 남는다.

‘일주일… 아니, 이번 강제 사냥이 최대한 길어졌으면 좋겠어!’

무혁은 정말 오랜 시간 영롱한 숲을 독차지하고 싶어졌다.

 

#

 

영롱한 숲에서의 사냥 3일째.

무혁은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사냥을 하고 다녔다.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가 평균적으로 15퍼센트 정도만 되면 큰 위협 없이 혼자서도 사냥을 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을 이용해 정밀 수치를 대략 20퍼센트에 맞춰 놓은 무혁은 말 그대로 활개를 치고 다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혁이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을 선택한 것은 정말 탁월한 결정이었다.

끄와아아아-!

온몸이 찬란한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황금 골렘이 마지막 비명을 내뱉으며 쓰러졌다.

진짜 황금은 아니고, 황금빛의 흙과 돌멩이로 이루어진 황금 골렘은 단단한 신체를 지닌 몬스터지만, 움직임의 속도가 워낙 느렸기에 어느 정도 전투 경험만 있다면 누구든지 잡을 수 있는 사냥감이었다.

상대하기는 쉬운 반면, 몸 내부에는 성인 주먹 크기 정도의 투명한 수정구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수정구의 판매가격이 무려 3천 포인트였다.

“오늘은 어제보다 운이 더 좋은 것 같은데?”

무혁은 황금 골렘의 수정구를 채취하며 해맑게 웃었다.

첫 날에는 하나, 어제는 두 개를 얻었는데, 오늘은 벌써 세 개째를 얻은 상태였다.

정말 무혁의 말대로 운 좋게도 사냥 시작과 동시에 황금 골렘을 만났고, 아직 반나절도 사냥이 끝나지 않았는데 3개나 되는 황금 골렘의 수정구를 얻었으니 최소한 어제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벌어들일 것은 확실했다.

무혁은 잠시 쉴 겸, 담배를 꺼내 물었다.

폐 깊숙한 곳까지 담배를 빨아들인 후 연기를 뿜어내며 무혁은 주변을 둘러봤다.

영롱한 숲의 크기는 굉장히 크다.

정확하게 그 크기를 수치로 환산할 순 없지만, 대략 큼지막한 규모를 자랑하는 대학교 두어 개는 합쳐 놓은 것만큼 충분히 넓은 사냥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길드와 힘 있는 가문에서는 서로 말을 맞춰서 영롱한 숲을 장악하고 있었다.

약간의 자투리 공간조차도 중소규모의 길드나 가문에게 조차 허락을 하지 않았으니 배경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무혁과 같은 사람들은 감히 발길조차 디딜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의 욕심은 어디서든 쉴 틈이 없다니까.”

특히, 힘 있는 자들의 욕심은 그 끝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욕심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 무혁이 독점하고 있었다.

“한 보름 정도는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네.”

진심으로 무혁은 강제 사냥을 떠난 13년차 지구인들이 보름 동안 돌아오지 않았으면 싶었다.

탁탁.

여유로워졌기 때문일까?

평소였다면 필터 끝까지 꾸역꾸역 담배를 빨았을 무혁이 적당히 끝이 보이자 미련 없이 불을 끄고는 담배꽁초를 내던졌다.

“자! 다시 달려볼까?”

담배 한 개비로 휴식 타임을 가졌으니 이젠 또 정신없이 사냥에 몰두할 시간이었다.

이가 나가지도 않고, 날이 녹슬지도 않는 케라크라의 손톱을 바짝 세우고 무혁은 영롱한 숲을 천둥벌거숭이처럼 뒤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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