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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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3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5화
마우티 부락 (5)
“예? 자아를 지닌 몬스터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흑룡 길드의 마우티 부락, 부지부장인 나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아가 있지. 이름도 있고, 말도 하고.”
“그, 그게 정말입니까? 전 믿겨지지 않습니다.”
“못 믿을 게 뭐야? 어차피 헬-라시온 자체가 온통 믿지 못할 것투성이인데.”
“그건 그렇지만…….”
“어쨌든 조심해. 아주 가끔씩 자아를 지닌 몬스터가 나타나면 그땐 정말 위험한 거니까. 같은 종이라고 하더라도 훨씬 더 강하다고 생각하면 돼. 실제로 자아를 지닌 몬스터는 같은 종 대여섯 마리의 힘을 응집시켜 놓은 것과 같으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포지션은 확실하게 정했지?”
“물론입니다! 전 약탈자 포지션을 할 생각입니다.”
나태한이 좋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배영철 너라면 분명히 길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믿어 주시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배영철은 나태한에게 고개를 숙이며 입가를 비틀었다.
‘마음껏 즐겨라. 머지않아 내 눈도 마주치지 못하게 해줄 테니까!’
헬-라시온에 끌려오기 전, 인천 바닥을 주름잡았던 배영철이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언제든 자신의 윗대가리를 누를 수 있다 싶으면 주저하지 않고 숨통을 끊어버릴 것이다. 그렇게 위로, 위로 계속해서 올라간 후, 이곳 헬-라시온에서 왕처럼 군림할 것이다.
‘여긴 내게 있어서 천국이나 다름없다! 하하하!’
법도, 질서도, 도덕과 윤리도 없는 헬-라시온은 배영철이 꿈에 그리던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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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드드득!
“흐읍!”
케라크라의 손톱을 상대로 단검의 이가 갈리는 소리에 무혁은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보기에만 단검 같은 손톱이 아니라, 그 위력마저도 단검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날카롭고 단단했다.
문제는 케라크라에게 그런 단검과도 같은 손톱이 8개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무혁의 옆구리와 허벅지의 피부가 갈라져 핏물이 흥건했다.
후웅-!
“큭!”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손톱에 무혁은 허겁지겁 오른쪽으로 몸을 굴렀다.
무혁은 바닥을 구르면서도 일어날 틈이 없었다.
어느새 케라크라가 펄쩍- 뛰어서 두 발로 짓밟으려 했기 때문이다.
퍼퍽!
단단한 흙바닥이 움푹- 들어갈 정도의 육중한 무게감이 무혁의 심장을 더욱더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키에에엑!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거냐! 이 비겁한 인간아!”
양발을 차올리며 분노를 터트리는 케라크라에게 대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며 무혁은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무혁이 구르는 것보다도 발길질이 더 빠르게 거리를 좁혀왔다.
“흐읍!”
머리를 터트려 버릴 듯이 날아오는 발길질에 무혁은 숨을 크게 들이켜 참으며 양팔을 교차해서 머리를 보호했다.
퍼- 억!
“아악!”
팔뚝이 부러질 것처럼 화끈한 통증에 무혁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그러면서도 무혁은 본능적으로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오른손에 꽉- 쥐고 있던 단검을 재빨리 휘둘렀다.
부악!
상처가 깊지는 않았지만, 케라크라의 발에 상처를 내는 데 성공했다.
케라크라는 피부가 갈라지며 핏물이 흘러나오자 순간적으로 흠칫- 하며 멈칫했고, 그사이 무혁이 거리를 벌이며 몸을 일으켰다.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금이 간 것 같았다.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올라오는 게 심상치 않았다.
허벅지와 옆구리의 상처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무혁의 숨통을 조여 왔다.
‘…여기서 죽는 건가?’
무혁은 죽음의 공포가 눈앞으로 다가와 있다는 사실에 지난 4개월하고도 3주간의 치열했던 삶이 너무나도 억울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허망하게 죽는다고? 그러려고 그렇게 악을 써가며 살았다고? 도대체 왜? 왜! 왜 내가 죽어야 하는 건데!’
이렇게 죽을 줄 알았다면 차라리 진즉에 편히 죽었을 거다.
‘살고 싶어! 아니, 살아야겠어! XX! 이렇게는 억울해서 절대 못 죽어!’
눈에 힘을 팍! 주며 무혁은 단검 손잡이를 으스러지도록 움켜쥐었다.
“인간, 네놈의 사지를 모조리 생으로 잡아 뜯어 죽여주마!”
케라크라가 살벌하게 외치며 손을 휘둘렀다.
“이렇게는 억울해서 못 죽는다고! 이 괴물 새끼야!”
무혁은 자신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손을 끝까지 바라보다가 양쪽 무릎을 살짝 굽혔다.
동시에 단검을 역수로 쥐고 오른손의 손목마저 왼손으로 강하게 감싸 쥔 상태로 케라크라의 손목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서- 거거- 걱!
케라크라의 단단한 피부에 단검이 더 이상 밀고 나가지 못하던 것을 손목을 잡은 왼손의 힘을 보태며 다시 한 번 힘을 받으며 피부와 근육을 파고들었다.
“키에에에에엑!”
단검이 손목의 반이나 파고들자 케라크라가 비명을 지르며 다른 한 손을 휘둘렀다.
무혁은 그대로 단검을 쥔 손을 아래로 잡아당기며 완전히 두 무릎을 바닥에 꿇듯이 고개를 숙였다.
투두두둑!
케라크라의 날카로운 손톱에 무혁의 머리카락이 사정없이 잘려나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얼굴이 참혹하게 갈라졌을 거라 생각드니 무혁은 더욱더 이 싸움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심장!’
무릎을 꿇은 상태로 무혁은 케라크라의 훤하게 드러난 가슴팍이 눈에 들어오자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그대로 무릎을 곧게 폈다.
‘크윽!’
몸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무릎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고, 허벅지와 옆구리의 상처가 더욱더 벌어지며 핏물이 다시금 울컥- 쏟아져 나왔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동시에 역수로 쥐었던 단검이 손바닥 위에서 빙글- 회전을 하며 정방향으로 돌아왔다.
케라크라의 가슴팍으로 깊게 파고 든 무혁은 팽팽하게 당겨놓았던 팔을 있는 힘을 다해 앞으로 쭉- 뻗었다.
“죽어! 이 개새끼야아아-!”
푸- 아아악!
“키에에에에엑-!”
케라크라의 입에서 귀가 찢어질 것만 같은 울부짖음이 토해져 나왔다.
이어서 케라크라가 팔을 휘둘렀다.
‘피, 피해야…….’
퍼- 어억!
“커헉!”
케라크라의 팔을 피할 시간도 없이 무혁은 어깨가 부서지는 통증과 함께 사정없이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이성을 쥐고 흔들었다.
무혁은 머릿속이 하얗게 불타오르는 것만 같은 고통이 밀려들었다.
“으으으…….”
고개를 돌려 바라본 왼쪽 어깨는 핏물 범벅이었다.
케라크라의 손톱에 살덩어리가 뭉텅이로 잘려나갔고, 하얀 어깨뼈도 부서져 있었다.
“크흐윽! 으흐으윽!”
무혁의 입에서 신음과 함께 고통스러운 울음이 비집고 흘러나오려고 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아프긴 처음이었고, 자신의 몸에서 허옇게 드러낸 부서진 뼈를 직접 본다는 것 또한 엄청난 공포심을 유발했다.
무혁은 억지로 이를 악다물었다.
입술이 푸들푸들- 떨리며 의지를 거역하는 신음이 자꾸만 새어나왔지만, 어떻게든 억지로 참아보려고 노력했다.
무혁이 신음과 고통을 견뎌내는 동안 케라크라 역시 비틀거렸다.
“케에에… 케에에…….”
유창하게 언어를 구사하던 입에서는 구멍 뚫린 풍선에서 새어나오는 바람 소리마냥 고블린 특유의 울음소리만이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케라크라의 가슴에는 무혁의 단검이 손잡이 부근까지 꽂혀 있었다.
울컥- 하며 케라크라의 입에서 진녹색의 피가 쏟아졌다.
또 한 번 케라크라가 입으로 피를 쏟아냈다.
“케에에… 이, 이이이… 인간… 주, 주주주주… 죽인… 케에에엑!”
케라크라가 덜덜- 떨리는 발음으로 무혁을 향해 비틀거리며 움직였다.
어깨의 상처로 고통을 참고 있던 무혁은 가슴에 단검이 박히고도 여전히 움직이는 케라크라의 모습에 다급하게 몸을 일으키려다가 주저앉았다.
“큭!”
발목이 바닥을 나뒹굴며 오른쪽 발목이 돌아가 버린 것이다.
최악이다.
몸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았기에 무혁은 황급히 온전한 다리와 한쪽 팔을 놀려 엉덩이로 바닥을 끌며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팔로 주변을 더듬거렸다.
무기가 될 만한 것, 그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케라크라의 접근을 막을 수 있을 것이 필요했다.
“…제길…….”
손에 잡히는 것이라고는 작은 돌멩이와 풀뿌리가 전부였다.
무혁은 생각할 것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케라크라를 향해 던졌다.
무혁의 눈앞에서 작은 돌멩이와 풀뿌리가 흩날렸다.
케라크라는 아득바득- 뒤로 물러나는 무혁을 향해 한 발, 한 발 어렵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꾸역꾸역 버티며 다가오는 케라크라의 집념에 무혁은 바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갈아붙였다.
‘피, 피할 수가 없어. 막을 수도 없고!’
케라크라가 몸으로 덮치기만 해도 무혁은 그대로 목숨이 위험해진다.
그래도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순 없었다.
무엇보다 케라크라는 거의 다 죽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함께 죽는다?
무혁으로서는 이것보다 더 억울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최악을 면해야 해!’
무혁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케라크라가 덮쳐 온다면 그대로 몸을 뒤로 누워서 양발을 차올릴 것이다.
돌아가 버린 발목의 고통이 끔찍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이다.
‘이왕이면 단검이 박힌 가슴을 목표로 삼아야 해!’
무혁은 마지막 결심을 내리고 뒤로 물러나는 것도 포기했다.
기다린다.
섣부르게 움직이다가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치기보다는 케라크라를 기다리는 편이 나았다.
“케에… 에에… 케에에…….”
“지금!”
무혁이 상체를 뒤로 눕히며 다리를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는 사이.
털썩-!
케라크라의 몸이 맥없이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자신의 코앞에서 대가리를 박고 쓰러져버린 케라크라의 모습에 무혁은 몸을 둥그렇게 만 상태로 멈춰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1초, 2초…, 10초 정도가 흐르고 나서야 바짝 긴장했던 무혁의 몸이 탁- 풀려 버렸다.
“하아아아…….”
깊은 숨을 토해내며 무혁은 잠시 그대로 누워있었다.
발아래 케라크라의 시체가 있었지만 더 이상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갑작스런 케라크라의 등장과 처절했던 싸움, 끔찍한 상처 그리고 값진 승리까지.
무혁은 자신이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이렇게 또 살아남았다.
비록,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살아있음에, 힘겨운 전투 끝에 승리했음에 기뻤다.
“이, 이겼어. 내가 이겼어!”
무혁은 낮게 환호했다.
상처는 중앙탑으로 가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포인트가 제법 많이 소모되겠지만 그렇다고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기 힘든 상처를 마냥 방치할 순 없었다.
“핵!”
돌연 무혁이 눈을 번뜩이며 자신의 아래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는 케라크라를 바라봤다.
일반적인 고블린과는 차원이 달랐으니, 분명 그 핵 역시도 다를 것이 분명했다.
무혁은 어깨의 통증, 옆구리와 허벅지, 돌아간 발목의 고통을 억지로 참으며 어렵게 몸을 일으켰고, 케라크라의 시체를 정면으로 돌렸다.
“단검이…….”
부러졌다.
내구도가 바닥까지 내려갔던 단검은 케라크라가 앞으로 꼬꾸라지며 손잡이와 칼날 부분이 완전히 부러지며 토막이 난 상태로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젠장!”
단검이 없으면 질긴 케라크라의 가슴을 가르기 힘들고, 심장에 숨어 있는 핵 또한 도려내는 것이 어렵다.
그렇다고 이대로 케라크라의 시체를 버려두고 중앙탑까지 가서 단검을 구입해서 온다?
확률적으로 케라크라의 시체가 온전히 남아 있을 가능성이 지극히 낮았다.
무엇보다 붉은 노을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면 케라크라의 시체를 찾기는 더욱더 어렵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방법이… 방법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방법을 찾던 무혁의 눈에 케라크라의 날카롭고 단단한 손톱이 들어왔다.
“가능해! 충분히 가능해!”
어차피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무혁은 무조건 가능하다는 희망을 북돋으며 케라크라의 손가락을 돌멩이로 후려쳐서 손톱과 함께 강제로 뜯어냈다.
확실히 케라크라의 손톱은 날카로웠다.
상의를 부왁- 찢어서 흉물스러운 손가락과 손톱의 뿌리 부근을 돌돌 말아 대충 손잡이를 만든 후에 무혁은 케라크라의 가슴을 가르기 시작했다.
“된다!”
무혁이 가지고 있던 단검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절삭력이 좋았다.
가슴을 가르자 확실히 일반적인 고블린의 심장보다 훨씬 더 큰 케라크라의 심장이 눈에 보였다.
문제는 심장 한쪽을 찌르고 들어간 단검이었다.
“설마…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
단검이 핵을 찌르거나, 상처 입혔다면 무용지물이다.
온전한 핵만이 그 효과를 발휘하기에 무혁은 조심스럽게 단검의 칼날을 뽑아내고 심장을 더듬거렸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심장을 더듬거린 한참 후에야 무혁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있다!”
손끝에 느껴지는 미세한 핵의 감촉에 무혁은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처럼 환호를 하려다가 입술을 꾹- 깨물며 조심스럽게 핵을 도려내기 시작했다.
땀까지 흘려가며 도려낸 케라크라의 핵은 엄지 하나 정도로 컸다.
크기만 하더라도 일반적인 고블린의 핵보다 세 배 이상 컸다.
무혁은 심호흡을 하고 케라크라의 핵을 단숨에 입안으로 삼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