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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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4화
마우티 부락 (4)
“30마리까지는 사냥을 할 수 있습니다.”
무혁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남자가 눈을 찌푸렸다.
“내일부터는 조금 더 노력해서 서너 마리 더 잡을 생각입니다.”
재빨리 무혁이 자신의 의지를 내보였지만, 남자는 여전히 모자란다는 듯 찌푸린 눈을 펼 줄 몰랐다.
“내일부터 40마리, 일주일 후에는 50마리를 잡아야 한다.”
“예?”
무혁이 그건 굉장히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하루에 40마리를 잡으려면 정말 쉬는 시간도 없이 죽기 살기로 고블린과 싸워야 한다.
최대한 양보해서 정말 최대치로 열심히 사냥을 한다 하더라도 35마리가 한계치라고 생각하는 무혁이었다.
사실, 내일부터 갑자기 고블린 사냥수를 늘리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이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무혁이었기에 이런 과한 요구는 쉽사리 들어줄 수가 없었다.
“지금쯤 대형 길드나 가문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이들의 정밀 수치가 얼마나 될 것 같아?”
“그건…….”
무혁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대충이라도 예상해본다면, 아무리 많이 올렸다 하더라도 대략 하루에 0.5퍼센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집중적으로 육성을 시켜준다 하더라도 악마의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각종 성장 약물의 가격이 최하 1만 포인트부터 시작했기에 이처럼 고유 능력을 하루에 0.5퍼센트나 올린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현재 4개월이 흘렀으니 대략 모든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가 30퍼센트에 도달했을 거다.”
“예에?”
무혁이 그 깜짝 놀랐다.
고블린의 핵이라는 비밀을 알고 그것을 꾸준히 섭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혁이 하루에 올릴 수 있는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는 고작 0.1퍼센트 가량이다.
그것도 고작 하나의 고유 능력일 뿐이다.
그런데 아무리 처음부터 정밀 수치가 높았다 하더라도 4개월 사이에 모든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30퍼센트까지 올렸다?
‘도, 도대체 하루에 얼마나 정밀 수치를 올린다는 거야?’
무혁은 재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고유 능력은 총 4개고, 정말 후하게 쳐줘서 모든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가 10퍼센트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4개월이면 120일이니까…….’
하루에 0.6퍼센트로 정밀 수치를 올린 셈이다.
하지만, 이조차 낮다.
실제로 헬-라시온에 끌려와 일주일의 생존 기간을 거쳐야 했고, 대형 길드나 가문의 사람을 만나고 이곳에 적응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실질적으로 성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20일이 아닌 그보다 더욱 줄어들기 때문이다.
즉, 최소 0.8퍼센트 이상의 정밀 수치를 꾸준하게 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마, 말도 안 돼!’
무혁은 그제야 자신이 그들과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한편으로는 고블린의 핵을 섭취하며 조금씩 그들을 몰래 따라가고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여겼던 생각이 얼마나 커다란 자만이었는지도 깨달았다.
“이제야 좀 감이 와?”
남자가 비웃듯 무혁에게 물었다.
“…너무하셨습니다.”
조금만 일찍 알려줬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고블린을 더 열심히 사냥했을 텐데- 라고 무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중요한 사실을 알면서도 알려주지 않은 남자에게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조바심이 들지?”
“예.”
어떻게 조바심이 들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애초부터 스타트 라인이 달랐는데, 이젠 까마득하게만 보였다.
“처음부터 그 조바심이 들었다면 넌 죽었을 확률이 더욱 커졌을 거다.”
이건 확신에서 나오는 말이다.
제대로 된 적응도 거치지 않고 조바심에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 그 결과는 뻔하다.
남자는 그걸 알기에 일부러 무혁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 거였다.
“아…….”
무혁도 남자의 깊은 뜻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잠깐이나마 원망스럽게 생각했던 마음이 부끄러웠다.
“아직도 고블린 40마리가 무리라고 생각하는 거냐? 지난 몇 달을 고블린과 싸웠는데도 아직 부족하다는 거냐? 정말 그게 무리라 생각든다면 넌… 여기서 살아갈 자격이 없다.”
단호하면서도 냉정한 남자의 말에 무혁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잡겠습니다. 아니, 잡아야만 합니다!”
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전투도 빠르게 끝내면 된다.
여유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그 상대가 고블린이다.
남자의 말처럼 지난 4개월 동안 주구장창 싸웠기 때문에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위협적일 것도 없었다.
‘잡는다! 무조건 잡아낸다!’
무혁은 그렇게 다짐을 하며 내일을 준비했다.
#
“나왔다!”
무혁은 손에 든 고블린 핵을 냉큼 삼켰다.
[고블린의 핵을 섭취했습니다.]
[영구적으로 지구력이 0.02% 상승합니다.]
“지구력이군.”
고블린 핵은 체력, 근력, 순발력, 지구력으로 이루어진 고유 능력 중 어느 것 하나도 가리지 않고 랜덤으로 올려준다.
문제는 수치다.
0.02퍼센트를 넘어서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딱 정확하게 0.02퍼센트만 그것도 7등급에 한해서만 올려주기에 빠른 성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물론, 이나마도 꾸준하게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7등급의 무수히 많은 인간들이 고블린을 잡겠다고 달려들겠지만.
“오늘은 제법 빠른 시간 내에 목표치를 달성했네.”
인간의 가장 뛰어난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적응력이다.
처음 하루에 40마리의 고블린을 잡아야 한다는 목표는 불과 4일 만에 익숙해졌고, 일주일 후에는 정말 50마리의 고블린을 사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3주가 지난 현재 무혁은 하루에 60마리의 고블린을 사냥하는 것마저도 완벽하게 적응한 상황이었다.
무혁 스스로도 믿겨지지 않을 만큼의 적응력이지만,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무혁은 고블린의 핵도 상당히 많이 섭취할 수 있었다.
3주 동안 평균적으로 하루에 8개 정도를 섭취했기에 그만큼 성장 속도도 높아졌다.
|차무혁(13차 지구인)|
· 연차 - 1년차
· 신분 - 라시온 식민(예정)
· 체력 - 7등급(5.64%)
· 근력 - 7등급(6.76%)
· 순발력 - 7등급(5.18%)
· 지구력 - 7등급(6.25%)
무혁은 자신의 정밀 수치를 확인하고는 입맛을 다셨다.
헬라시온은 무한 경쟁의 세상이다.
물론 무혁의 수치가 이전보다는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지만, 자신과 함께 헬-라시온에 온 13차 지구인들 중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자들과는 경쟁력 면에서 차이가 벌어졌기에 무혁의 마음은 어두웠다.
“고블린 다음은 로울트라고 했었지?”
로울트는 고블린보다 대략 두 배 정도 강한 몬스터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핵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다.
다만, 로울트의 핵이 정밀 수치를 얼마나 올려주는지는 몰랐다.
몬스터의 핵에 대해서 우연찮게 발견을 하고, 그것을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남자는 이미 모든 고유 능력이 3등급에 도달했었기 때문이다.
즉, 낮은 등급의 몬스터 핵은 고유 능력의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금만 더 사냥을 할까?”
무혁은 오늘 목표치를 모두 사냥했지만, 아직까지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여유가 있었기에 몇 마리라도 더 고블린을 잡기로 마음먹었다.
“부지런히 올려야 해.”
고블린의 사체가 아무리 포인트가 적다하더라도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평균 35포인트다.
덕분에 무혁은 지난 3주 동안 1천 마리가 넘는 고블린을 잡았고, 포인트 역시 어느덧 3만6천 포인트를 훌쩍 넘긴 상태였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 오늘까지만 견뎌줘.”
무혁은 자신의 손에 들린 단검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지난 4개월하고도 3주 동안 함께 있어준 단검도 이제는 내구도가 다 되었는지 이도 제법 빠졌고, 아주 미세하지만 검날 표면의 실금도 눈에 보임으로써 한계에 도달해 있음을 뚜렷하게 말하고 있었다.
“내일은 정말 쓸 만한 무기부터 구입해야겠어.”
그림의 떡처럼 보였던 3만 포인트짜리 검도 드디어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남은 기간 동안 지금처럼 열심히 고블린을 잡는다면 월세와 생활비 정도는 충분히 모아둘 수 있었기에 더 이상 무기 구입에 거리낄 것이 없는 무혁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사냥 도중에 단검이 부서지기라도 한다면 그보다 더 큰 위기는 없었기에 정말 바꿔야 할 때가 되기도 했다.
저벅저벅- 소리와 함께 또 한 마리의 고블린이 눈에 들어오자 무혁은 자세를 낮추며 빠르게 뛰었다.
고블린의 공격 특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도 줄줄 외울 정도였기에 이제는 자신 있게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갈대숲에서 무혁이 튀어나오자 고블린이 깜짝 놀라며 손을 휘두르려고 했다.
“늦었어!”
고블린의 팔이 휘둘러지기 전에 무혁의 단검이 벼락처럼 허공을 갈랐다.
츄아악!
키에에엑!
오른쪽 가슴이 꽤나 깊게 벌어진 고블린이 괴성을 내지르며 양팔을 마구 휘둘렀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무혁은 벌써 뒤로 물러나서 단검을 역수로 쥐고 있었다.
단검은 역수로 쥐어야 그나마 관통력이 강해진다.
물론, 그만큼 공격의 모션이나 힘이 과하게 들어가서 자칫 반격을 허용할 가능성이 커지지만, 무혁은 적어도 고블린을 상대로 반격을 당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슬쩍슬쩍 고블린의 막무가내 식 공격을 피하던 무혁이 자세를 낮추고 땅을 박찼다.
익숙한 사냥꾼처럼 고블린의 등 뒤로 돌아간 무혁의 단검이 거침없이 뒷목을 꿰뚫었다.
푸- 욱!
이전보다 훨씬 정교하고 군더더기 없는 무혁의 일격 필살에 고블린은 그대로 숨통이 끊어지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털- 썩!
“후욱!”
아무리 익숙한 전투라 하더라도 목숨을 건 전투였기에 세차게 뛰는 심장을 달래기 위해 무혁은 크게 숨을 뱉어내며 긴장감을 풀어냈다.
“이놈도 핵이 나오면 좋겠는데…….”
무혁은 앞으로 꼬꾸라진 고블린의 시체를 뒤집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손쉽게 두 개의 눈알과 7개의 이빨을 수거하고, 가슴을 갈랐다.
“역시 악취는……!”
악취를 풀풀- 풍겨내는 고블린의 심장을 향해 손을 뻗으려던 무혁의 몸이 돌연 바짝 긴장하며 얼어붙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꿀꺽.
마른침이 저절로 넘어갔다.
‘뭐, 뭐지? 왜 갑자기…….’
갑작스런 몸의 반응에 무혁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이 느낌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처음 헬-라시온에 끌려와 몬스터와 마주했을 때의 느낌과 너무나도 똑같았다.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이 무혁의 본능을 짓누를 때의 현상이었다.
“최근 우리 동족을 무참하게 살해한 인간이 바로 너였군.”
말, 인간의 언어가 들렸다.
한글도 영어도, 제 2외국어도 아니다.
헬-라시온 언어.
굳이 배울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각인이 된 언어다.
문제는 그 헬-라시온 언어를 구사하는 존재가…….
“고, 고블린이… 마, 말을 해?”
무혁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고블린의 모습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생김새가 달라!’
우선 눈이 오드아이(odd-eye), 즉 눈알의 색이 짝짝이다.
한쪽은 붉게 타오르는 적색, 한쪽은 모든 걸 빨아들일 것만 같은 블랙홀처럼 검은색이고 눈동자는 뱀의 눈처럼 세로로 짙은 녹색을 띄고 있었기에 충분히 괴기스러웠다.
‘키도 훨씬 크고…….’
지금까지 무혁이 사냥했던 고블린은 크게 오차가 없을 정도로 비슷한 키였다면, 눈앞의 고블린은 대략 30센티미터가 더 컸다.
팽팽하게 부풀어 있는 근육과 단검 하나를 통째로 손가락마다 박아 넣은 것처럼 강인해 보이는 손톱들 역시 무시무시하게만 보였다.
‘고블린이 맞긴 맞는 거야? 다른 몬스터 아닐까?’
무혁은 도저히 자신이 지금까지 쉽게 사냥했던 고블린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나 케라크라! 동족의 원수를 산채로 씹어 삼키고 말겠다! 키에에에엑-!”
이름도 있다.
거칠게 흉성을 터트린 케라크라라는 이름을 가진 고블린이 무혁을 향해 무섭게 돌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