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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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2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41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41화
시간의 탑 (25)
무혁은 힐끔거리며 코우 신지와 하가세를 바라봤다.
‘정말 배영철과 끝장을 볼 생각인 건가?’
계단을 발견했을 때, 코우 신지와 하가세가 계단을 밟지 않은 건 무혁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계단이 보였을 때부터 무혁은 코우 신지와 하가세가 곧장 5층으로 오르려고 했다면 더 이상 생각할 것 없이 뒤를 치려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5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발견한 이상 동행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코우 신지와 하가세가 비겁하다든가 자신들을 속였다고 원망하며 폭언을 퍼부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애초부터 무혁과 코우 신지 사이를 지탱하고 있던 신뢰 따윈 언제든 깨질 살얼음처럼 미약했으니까 누가 누굴 배신하더라도 이상할 것 하나 없었다.
‘따지고 보면 신뢰를 먼저 개한테 던져준 건 코우 신지 쪽이니 억울할 것도 없지.’
배영철이 떨어져 나가고 먼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건 코우 신지 쪽이다.
그러니 무혁이 뒤통수를 쳤다고 그걸 두고 원망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울 따름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또 뒤통수를 맞은 건 무혁이었다.
‘…괜히 기분 나쁘네.’
표면적으로 본다면야 코우 신지가 순수하게 나쁜 놈이 되었지만, 무혁의 기분은 좋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 실력을 감추고 있다고 해도 자꾸만 상대방에게 이끌려 가는 상황이 이제는 슬슬 짜증이 나려고 했다.
‘그래도 이번만 참아준다.’
아니, 참는 게 좋다.
코우 신지와 배영철은 어떻게든 간에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울 것이다.
어부지리의 고사처럼 무혁으로서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일이었다.
애초부터 코우 신지나 배영철에게 무혁은 관심 밖의 인물이었으니까.
더 정확하게, 기분 나쁘게 말하면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원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니까.’
무혁은 애써 그렇게 위로를 하며 어두침침한 전방을 주시했다.
‘배영철 이 새끼가 분명 지금 상황을 다 알고 있기는 할 텐데…….’
빨리 모든 상황이 끝나서 홀가분하게 안소영과 함께 중앙탑으로 돌아가고 싶은 무혁이었지만, 자신이 배영철이라면 최대한 이쪽에서 진이 빠지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적어도 두 시간 내에는 나타나지 않겠지?’
남은 시간은 6시간.
배영철이 아무리 여유를 부려도 결국에는 3, 4시간은 남은 상황에서 행동을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싸움도 싸움이지만, 전리품을 챙기려면 그 정도의 시간 여유는 가지고 있어야 할 터.
“그렇게 눈 아프게 부릅뜨고 있을 것 없어. 두 시간 정도는 나타나지 않을 거니까.”
그렇지 않아도 배영철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안소영은 무혁에게 그의 더러운 악행을 듣고 나서부턴 더욱더 분노에 차 있었다.
아마도 배영철이 나타나서 코우 신지와 싸운다면 안소영은 무혁이 말린다고 해도 배영철을 죽이려는 코우 신지를 도울 것이 분명했다.
지금도 그렇다.
잔뜩 날이 서서 경계를 하고 있는 안소영의 모습은 무혁에게 있어 의미 없어 보이기만 했다.
무혁의 말에도 안소영은 여전히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았다.
말해 봐야 듣지도 않는 상태라는 걸 알고 무혁도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았다.
무혁의 예상대로 배영철은 느긋하게 한쪽 벽에 기대 서 있었다.
코우 신지 일행이 계단을 발견했을 때, 곧바로 기습을 준비했었는데 도리어 코우 신지 일행이 길목을 막아서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이게 웬 떡인가 싶어 히죽거리며 손목의 시계만 확인했다.
‘20시에 움직인다. 니들 전부 죽이고 나 혼자 살아서 이 개 같은 탑을 빠져나가고 만다.’
배영철은 조용히 몸을 돌려 어디론가 향했다.
코우 신지는 하가세보다 뒤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코우 신지는 하가세로 하여금 배영철의 힘을 최대한 빼놓은 후 자신이 움직여 그를 정리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계단을 막아선 채로 배영철을 잡자고 의견을 내놓은 것도 코우 신지였다.
이토의 죽음이 배영철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운 건 아니다.
하지만, 이토의 죽음이 코우 신지의 심경에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사실이다.
‘어차피 누군가는 강해져야 한다면… 그건 내가 되어야만 한다.’
양심 한편이 알싸하게 아릿했지만, 코우 신지는 하가세의 등을 바라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대략 1시간이 지났을 때, 먼 곳에서 좀비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마지막 발악인 건가? 아니면 배영철 이 새끼가 마지막으로 증표를 모으나?”
무혁은 그렇게만 여겼다.
이제 시간의 탑이 사라질 시간이 가까워오니 좀비들이 날뛰는 건가 싶었고, 한편으로는 배영철이 한 마리의 좀비라도 더 잡아서 탑의 증표를 모으던가 아니면 극악한 확률로 얻을 수 있는 스킬 링을 노리는 건가 싶었다.
코우 신지와 하가세 역시도 같은 생각을 했다.
“멍청한 놈이군. 힘을 아껴도 모자랄 판에.”
하가세는 대놓고 혀를 찼다.
대략 무혁이 예상했던 2시간이 거의 다 되어갈 때까지도 좀비들의 울부짖음은 멈추지 않았다.
“도대체 이 새끼가 무슨 짓을… 설마?”
작게 중얼거리던 무혁의 얼굴이 굳었다.
번뜩이고 떠오른 생각이 무혁의 미간에 깊은 골을 만들어냈다.
쐐애애액.
푸욱!
“…악!”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무언가가 날아와 안소영의 허벅지에 그대로 꽂혀 버렸다.
“거치적거리지 말고 저리 비켜!”
배영철이 안소영을 향해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허벅지에 무언가가 박혀 들어간 안소영이 비틀거리면서도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휘둘러서 방어를 했지만, 힘에서 크게 밀리며 형편없이 뒤로 나뒹굴고야 말았다.
무엇보다도 허벅지에 박힌 무언가가 심상치 않았다.
“배영철! 이 개새끼야!”
“X밥 새끼야 너는 나중에 상대해 줄 테니까 모가지나 잘 지키고 있어!”
무혁은 도끼를 휘두르며 배영철을 공격했지만, 애초부터 무혁과는 드잡이 질을 할 생각이 없었다는 듯 재빠르게 공격을 피해버리고는 하가세에게 달려들었다.
“저 새끼가 진짜!”
무혁이 배영철의 뒤를 따라가려다가 이내 뒤에서 들려오는 좀비들의 울부짖음에 인상을 찌푸리며 반대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젠장!”
벽면을 잡고 일어나는 안소영의 부상이 생각보다 심했고, 그런 그녀를 향해 수십 마리의 좀비들이 달려들고 있었기에 이대로 배영철을 공격했다가는 안소영이 먼저 좀비들에게 당할 것 같았다.
좀비를 끌고 나타날 줄이야!
이건 생각해 보지 못한 전개였기에 코우 신지와 하가세는 절로 얼굴이 굳어 버렸다.
“하가세! 놈이 계단을 오르지 못하도록 막아!”
코우 신지의 말이 아니더라도 하가세는 배영철이 자신을 지나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그깟 좀비 좀 달고 왔다고 도망이라도 갈까 싶었다면 그것이 얼마나 큰 실수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참이었다.
“어디서 잔대가리를!”
하가세의 창이 일직선으로 길게 늘어나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며 배영철의 심장을 노렸다.
찌르기에 특화된 창답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그 위력은 감히 기본을 훌쩍 뛰어넘은 하가세의 공격에 배영철도 섣부르게 행동할 수가 없었다.
캉- 하는 소리와 함께 창과 검이 충돌하며 작은 불꽃을 일으킨다.
“으아아압!”
하가세는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배영철을 향해 더욱더 큰 기합성을 내지르며 창을 휘둘렀다.
아주 옅은 푸르스름한 빛이 창날 끝에서 반짝였다.
무기 강화 스킬이 하가세의 창날 끝에 덧씌워진 효과였고, 그건 검날 전체에 붉은 막이 덧씌워진 배영철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기가 충돌할 때마다 고막을 때리는 소음이 묵직하게 울렸다.
‘최대한 빠르게 승부를 본다! 이왕이면 근력이 좋겠는데…….’
배영철은 그렇게 생각하며 곧바로 식민 특권을 통해 얻은 스킬, 마도사 로하마의 탐식을 하가세를 대상으로 사용했다.
배영철의 두 눈이 검푸른 빛으로 번뜩였고, 곧바로 하가세의 고유 능력 중 무작위로 선정된 정밀 수치의 일부가 배영철에게 덧씌워졌다.
‘순발력… 뭐, 나쁘진 않지.’
배영철의 순발력의 정밀 수치가 단번에 87퍼센트까지 상승했다.
앞으로 15분 동안 배영철은 87퍼센트까지 상승한 순발력으로 전투가 가능했다.
“죽어-! 이 개새끼야!”
배영철은 빨라진 스피드로 하가세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큭!”
하가세는 갑작스럽게 스피드가 상승한 배영철의 모습에도 이를 악물고는 능숙하게 창을 휘둘러 공격과 방어를 훌륭하게 이끌었다.
하가세가 식민 특권으로 선택한 고유 스킬은 ‘마창 오버로트의 재능’이었다.
창 관련 스킬의 위력과 숙련도를 30퍼센트나 상승시켜 주는 무기 스킬로 식민 특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는데, 이제 막 식민이 된 낮은 연차에서는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연차가 높아질수록 무기 관련 스킬을 가진 이들의 무력이 같은 연차의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서는 일이 많았기에 하가세 역시 무사시 가문의 든든한 지원을 믿고 과감하게 마창 오버로트의 재능 스킬을 선택한 것이었다.
다분히 미래를 위한 과감한 선택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배영철을 상대로도 그 위력이 발휘되고 있었다.
‘이 새끼… 도대체 뭐야?’
순발력이 압도적으로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배영철은 쉽사리 하가세를 쓰러트리지 못하자 점점 초조해졌다.
정말 귀신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창을 잘 사용했기에 배영철은 하가세가 헬-라시온에 끌려오기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한 궁금증보다도 15분이 지나면 순발력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고, 3시간 동안은 마도사 로하마의 탐식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배영철을 더욱더 다급하게 만들었다.
‘개새끼가 끝까지 짜증나게 만드네!’
배영철로서는 이대로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좀먹을 수 없었기에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스킬을 남발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자신의 한계치까지 배영철이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배영철의 최대 강점이라면 많은 스킬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안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킬을 활용한 배영철의 변칙적인 공격에 하가세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야만 했다.
헬-라시온에서 스킬이 전투에 있어서 얼마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코우 신지가 합류하면서 배영철의 우위 상황도 곧바로 끝나버렸다.
이미 한 차례 맞붙어 본 적이 있기에 세 사람은 말 그대로 전력을 다했다.
2대 1의 상황에서도 배영철은 타고난 싸움 실력과 상대적으로 많은 스킬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팽팽한 대결을 이어나갔다.
여기에 검을 휘두르는 중간 중간에 작은 쇳조각을 날리는 배영철로 인해 코우 신지와 하가세는 여러 번 놀라야만 했다.
쇳조각을 날리는 기술 자체는 딱히 대단할 것 없었지만, 한쪽 다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절뚝거리는 안소영의 모습은 배영철이 쇳조각에 좀비의 독을 듬뿍 발라놓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깟 독 좀 발라놓은 건 일도 아니다.
좀비 한 마리를 산채로 제압하든, 죽여 놓든 손톱 밑에 물들어 있는 시독을 쇳조각에 묻히기만 하면 끝이니까.
굉장히 간단하면서도 그 효과는 대단히 크다.
배영철은 이런 부분까지 치밀하게 준비를 했고, 코우 신지는 그저 수적인 우세를 믿고 등한시했을 뿐이다.
펑-!
“컥!”
포인트 폭발이 일어나며 하가세가 뒷걸음질을 치는 사이 배영철은 허리를 낮추며 품으로 파고들었다.
뒤쪽에서 어림없다- 라는 외침과 함께 코우 신지의 검이 등을 향해 날아왔지만, 배영철의 표정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절대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가 역력해 보였다.
곧이어 배영철의 의지를 관철시켜 줄 한 수가 드러냈다.
따- 앙!
시커먼 그림자가 배영철의 등 뒤에서 생성되며 코우 신지의 검을 막아냈다.
그림자 방패 스킬로 인해 직접적인 검에 의한 타격은 막아냈지만, 간접적인 충격은 배영철의 몸을 앞으로 크게 쏠리게 만들었다.
문제는 그러한 것까지도 계산에 넣은 배영철이 더욱더 빠르게 하가세에게 접근을 했다.
“이, 이 자식!”
하가세가 두 눈을 부릅뜨며 황급히 왼손을 말아 쥐고는 힘껏 앞으로 내질렀다. 주먹 끝에서 새파란 빛이 번뜩였다.
‘XX놈! 근접전 스킬을 익히고 있었어?’
배영철은 예사롭지 않은 하가세의 주먹에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이를 악물고는 왼쪽 어깨를 내줬다.
어차피 피하거나 막을 수 없으니 어깨가 박살난다고 하더라도 줄건 주고, 받을 건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퍼억- 하는 타격음과 함께 배영철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끄으악!”
배영철의 어깨가 박살났다.
이건 안 봐도 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확실하게 받아냈다.
츄아아- 악!
배가 쩍- 갈라지며 하가세의 내부 장기가 확- 쏟아져 나왔다.
“하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