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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4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7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4화

시간의 탑 (18)

 

푸- 욱!

“…X벌!”

쇄골을 파고 들어오는 화살에 배영철은 이가 부러질 정도로 깨물었다.

피한다고 피했는데 멀찍이 떨어져서 화살을 쏴대는 놈에게 결국은 한 방 제대로 맞고야 말았다.

“개 같은 쪽발이 새끼들…….”

배영철은 살기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코우 신지를 노려봤다.

일본도를 비스듬하게 세우고 서 있는 코우 신지는 왼손을 들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을 천천히 닦아냈다.

‘역시 예상대로 강하구나!’

코우 신지는 진심으로 배영철의 강함에 탄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꺾일 때가 되었다.

노무타의 화살에는 독이 발라져 있었으니 조만간 배영철은 왼쪽 팔에서 마비가 올 것이고, 그건 곧 자신의 승리라는 걸 코우 신지는 확신했다.

다만, 이 승리가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해가 너무 크다.’

이렇게까지 피해가 클 줄 알았다면 배영철 일행과 어떻게든 싸움을 피하려고 했을 것이다. 물론, 수적인 우세를 믿고 싸움을 밀어 붙였던 배영철이 순순히 물러나줬을지는 의문이지만.

‘더 이상 시간을 끌면 힘들다. 속전속결로 결판을 내야만 한다.’

생각을 마친 코우 신지가 크게 한 발 앞으로 내딛으며 일본도를 휘둘렀다.

노리는 곳은 노무타의 화살이 박혀 있는 배영철의 쇄골!

상대의 약점을 철저하게 노리고 공격하는 건 전투의 기본이다.

“하여튼 얍삽한 쪽빠리 새끼 아니랄까봐 하는 짓 하고는! 이 개새끼야 내가 그렇게 쉽게 당할 것 같냐!”

배영철이 연신 욕을 뱉어내며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크게 휘둘렀다.

채앵-!

두 사람의 무기가 거칠게 충돌하며 작은 불꽃을 만들어냈다.

그 찰나의 순간, 코우 신지는 왼쪽 허리춤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공기의 파동에 흠칫- 하며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퍼엉- 하며 순간적으로 공기가 폭발했다.

“XX놈!”

포인트 폭발 스킬을 감각적으로 피해낸 코우 신지의 모습에 배영철이 크게 아쉬워했다. 그러나 코우 신지가 물러난 이상 배영철은 기세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빠르게 접근을 하며 연속으로 포인트 폭발을 일으켰다.

펑- 펑- 거리며 코우 신지의 왼쪽과 오른쪽에서 2초 간격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하나는 피했지만, 하나는 피하지 못한 코우 신지가 휘청거리면서도 접근해오는 배영철을 향해서 일본도를 휘둘렀다.

일본도가 순간적으로 분열을 일으키더니 4개로 변해 배영철의 몸을 노렸다.

‘개… X같은 스킬!’

배영철은 코우 신지와의 대결 내내 이 빌어먹을 스킬에 얼마나 낭패를 당했는지 이가 북북- 갈릴 정도였다.

식민 특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욕심쟁이 마칸의 분열’이라는 스킬인데, 코우 신지는 이 스킬을 통해서 자신의 몸을 분열하거나, 손에 쥔 일본도, 심지어 가볍게 걷어차는 돌멩이까지도 분열을 일으켜서 여러 차례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실체는 하나뿐인데… 니기미! 알 수가 없으니!’

그렇지 않아도 포인트 폭발을 연속으로 사용하며 머리가 어지러웠는데, 실체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무턱대고 덤벼들었다가는 어디 하나 크게 베일 수 있었으니 위험성 높은 도박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코우 신지가 자세를 바로 잡는 걸 지켜보며 배영철은 바드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갈았다.

마음만 같아서는 덤벼들어 묵사발을 만들어 버리고 싶었지만, 상대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사, 살려… 으아아아악!”

배영철의 귓가로 또 한 명의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일행 중 한 명이 죽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진짜 X같네…….’

이제 남은 건 배영철을 제외하고 세 명 뿐이었다.

그나마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남은 이들도 작지 않은 부상을 입고 있었기에 큰 도움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저 새끼… 화살에다 무슨 짓을 해놓은 거야!’

쇄골에 박힌 화살에 무슨 독을 발라놓았는지 감각이 얼얼해지고 있었다.

‘까드득! 개새끼들 두고 보자! 한 놈씩 회를 떠버리고 만다!’

배영철은 자존심이 상하지만 더 이상 싸우는 건 무모한 선택이라고 여겼다.

코우 신지를 비롯해서 4명이 남은 일본인 일행도 상태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정말 끝까지 가고자 한다면 배영철은 자신의 목숨을 장담하기 힘들었으니 억울하고 분해도 지금은 물러서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그 전에! 저 X같은 새끼는 내가 목을 따고 간다!”

갑작스런 외침과 함께 배영철의 손가락에서 붉디붉은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강렬한 핏빛의 폭발에 모두가 시간이 멈춘 것처럼 눈을 뜰 수도 없었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들었다.

그 속에서 유일하게 배영철만이 움직였다.

배영철이 노린 이는 자신의 쇄골에 화살을 박아 넣은 노무타였다.

서- 걱!

배영철의 검이 깔끔하게 노무타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리고 배영철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

 

7일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 8일째 되는 날도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다.

9일을 코앞에 두고 시간의 탑 내부, 생존자들의 기척을 확인하던 케로우가 끌끌- 거리며 혀를 찼다.

“남은 인원이 얼마 되지 않네?”

고작 6명밖에 살아남지 않았다.

케로우로서는 9일이 되면 벌어져야 할 화려한 파티가 벌써부터 허무하게 느껴졌다.

“하나, 둘, 셋이네.”

케로우라고 하더라도 시간의 탑의 사냥에는 개입을 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그들의 현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어려웠다. 관리자로서 알 수 있는 건 오직 몇 명이 살아있는지를 파악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1층에 하나, 2층에 둘, 4층에 셋.

케로우가 확인할 수 있는 생존자들의 현 위치였다.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4층에서 사냥을 하고 있는 세 명이 그나마 가장 큰 파티였다. 그래봐야 고작 한 명 차이 밖에 나질 않았기에 큰 의미는 없었지만.

“재미없네.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많이 죽었을 줄이야.”

케로우는 한심하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가볍게 흔들며 혀를 찼다.

“오히려 반대로군. 난이도가 너무 낮아서 저희들끼리 싸웠을 가능성이 크겠어.”

중얼거린 케로우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시계의 위치를 파악해보면 알 수 있지.”

케로우는 곧바로 자신이 선물했던 시계의 위치를 일일이 파악해봤다.

“…몰아주기라 이건가?”

시계는 두 사람이 거의 비슷하게 나눠서 가지고 있었다.

두 명의 파티원 중 한 명이 11개의 시계를 소지하고 있었고, 세 명의 파티원 중 한 명이 10개의 시계를 소지하고 있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군.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탐욕과 이기심은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니까! 크헤헤헤! 이거 가장 많은 킬 수를 가지고 5층에 오르는 인간이 누구일지 꽤 궁금해지는데?”

다수의 시계를 확보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랭킹에 대한 욕심이 크다는 뜻이다.

그리고 개인의 실력이든, 무리의 실력이든 어쨌든 한 사람을 몰아주기로 했다는 것 역시 9일이 되어 한 층에 모두 모이게 되었을 때, 상당한 흥밋거리가 될 수 있었다.

“그래, 잔챙이들 싸움보다는 대어들의 싸움이 재밌긴 하지! 큭큭큭큭!”

케로우는 이제 10분도 남지 않은 시간을 바라보며 혀로 입술을 적시며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케로우가 흥미롭게 9일째 날이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면 각 층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저마다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가장 먼저 1층에 홀로 쥐 죽은 듯이 숨죽이고 있는 배영철이었다.

코우 신지 일행과 정면으로 마주쳐서 혼자서만 살아남은 배영철은 철저하게 홀로 은신하며 계단을 찾아서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웬만해선 몬스터와의 싸움도 피했을 정도로, 그는 혹시라도 자신의 위치가 발각될 것을 무척이나 꺼려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쇄골에 박혔던 화살의 독이 상당히 오랜 시간 팔 한쪽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마비를 시켰기에 전투 능력이 떨어져 숨죽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 제대로 돌아왔네.”

배영철은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이 중독 당했던 독이 지독했다는 듯 찌푸린 얼굴을 좀처럼 펴지 못했다.

“얍삽한 쪽발이 새끼 아니랄까봐! X같은 새끼들 니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한 놈씩 산채로 회를 떠버리고 만다!”

이까지 갈아붙이며 복수를 다짐하던 배영철은 시계의 시간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계단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영철이 큰 원한을 가지고 있는 코우 신지 일행은 4층에서 머물고 있었다.

이제 몇 분만 있으면 9일이 된다.

4층에서 머물면서 리셋이 될 계단을 찾을 것이고, 거기서 곧바로 5층으로 오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정말 복수는 이대로 넘길 생각이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게 어때?”

하가세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코우 신지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동료가 죽었다.

비록, 헬-라시온에서 처음 만났다 하더라도 지옥 같은 이곳에서 함께 생사를 의지하며 무사시 가문이라는 한 울타리 속에서 의지를 해왔던 이들이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하가세에게 있어서 죽은 이들은 친형제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런 형제들의 복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코우 신지였으니 하가세로서는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하가세, 네 뜻은 나도 안다. 또한 깊이 동조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우리 세 사람뿐이다. 나는 무모한 복수에 눈이 멀어서 우리 세 사람의 목숨까지도 잃고 싶지 않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노무타, 가와무세, 미나카의 복수는 내 목숨을 걸고 반드시 해줄 것이다.”

“그래, 하가세. 여기가 끝이 아니잖아. 녀석들도 어설픈 복수 따윈 바라지도 않을 거다. 진짜 제대로 된 복수, 완벽한 복수가 진정한 복수 아니겠어? 그때까지 조금만 참고 기다려보자.”

코우 신지의 확고한 어조와 이토의 다독임에 하가세의 마음은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그 개자식이 죽어버리면 복수 따윈 없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말을 하가세는 억지로 참았다.

말을 꺼내봐야 이미 복수 따윈 안중에도 없는 코우 신지와 이토였기에 괜한 말다툼으로 인해 불신과 불만만 쌓일 것이 뻔했으니 차라리 기회가 생긴다면 혼자서라도 복수를 하는 편이 낫다 여겼다.

더불어 코우 신지에 대한 믿음도 서서히 옅어졌다.

하가세의 이러한 마음은 조금도 헤아리지 못하고 이토가 코우 신지에게 물었다.

“누적 킬 수에는 문제없는 거지?”

이토의 물음에 코우 신지는 걱정할 것 없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이면 충분해.”

하가세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남몰래 코웃음을 쳤다.

‘내가 모를 줄 알고? 만약, 랭킹에 오르지 못할 정도였다면 복수를 들먹이면서 그 개자식을 어떻게든 찾아서 죽이려고 했겠지!’

코우 신지는 한국인들과 죽은 동료들의 시계를 모두 독차지하고 있었다.

애초부터 코우 신지를 밀어주기로 약속을 했었기에 뒤늦게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었지만, 동료보다는 오로지 자신만을 중심으로 여기는 코우 신지의 본심에 하가세는 더욱더 삐뚤어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코우 신지가 랭킹에 오르기 위해서는 대략 400킬 정도가 부족했다.

그래서 세운 계획이 9일째 되는 날이 되면 가장 먼저 5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찾아서 미리 잠복을 하고 있다가 생존자 누구든 단 한 명만을 죽이고 재빨리 시계를 탈취해서 5층으로 오르는 것이었다.

어차피 랭킹에 든다고 하더라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기는 어려웠기에 랭킹에 오르는 것 자체에 만족하기로 한 코우 신지와 이토였다.

‘그래, 차라리 이렇게 된 이상 그 개자식이 가장 먼저 나타나면 좋겠지!’

그렇게만 된다면 하가세 스스로도 어느 정도 불만이 가라앉을 것 같다고 여겼다.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군.”

코우 신지가 시계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시각, 2층에서 사냥을 하고 있던 무혁과 안소영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고 있었다.

“정말 미안해. 내가 정말 할 말이 없다. 미안…….”

“닥쳐.”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무혁에게 안소영은 싸늘하게 대꾸했다.

무혁은 안소영의 냉담한 반응에도 할 말 없는 죄인이라 입을 꾹 다물기만 했다.

‘조금만 시간이 더 있었어도…….’

계단을 향해 미친 듯이 뛰면서도 무혁의 마음은 여전히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몇 마리 안 남았다.

넉넉하게 30마리에서 40마리 사이면 충분했다.

‘모든 고유 능력을 6등급으로 올릴 수 있었는데…….’

무혁이 아쉬워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차무혁(13차 지구인)|

· 연차 - 1년차

· 신분 - 라시온 식민(부락 식민)

· 체력 - 6등급(0%)

· 근력 - 6등급(0%)

· 순발력 - 6등급(0%)

· 지구력 - 6등급(0%)

· 정마력 - 7등급(93.52%)

 

정마력을 제외하고 모든 고유 능력을 6등급으로 상승시킨 것이다.

정마력 또한 등급 상승에 거의 근접해 있었다.

2층에 깔려 있는 라만병과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만 싸우면 충분히 정마력까지도 6등급으로 올릴 수 있었기에 무혁은 시간이 없다며 4층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안소영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만 더, 한 마리만 더- 를 계속해서 고집하다가 리셋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서야 부랴부랴 계단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저기야! 저기 모퉁이만 돌면 돼!”

무혁이 환하게 웃으며 안소영이 미리 표시를 해두었던 마지막 모퉁이를 가리켰다.

시계를 확인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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