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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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화
시간의 탑 (17)
이후로도 무혁과 안소영은 계속해서 탑의 증표를 놀의 시체 속에서 캐냈다.
바쁘게 손을 놀리던 무혁은 이내 시계를 통해 시간을 확인하고는 안소영에게 말했다.
“이제 시간 다 됐어! 그만하고 빨리 가자!”
무혁의 외침에 안소영은 그 뜻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미련 없이 손을 털고 일어났다.
두 사람은 빠르게 달려서 계단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너 도대체…….”
놀의 시체가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기에 안소영은 자신이 비트에 몸을 숨기고 있는 사이 무혁이 얼마나 대단한 짓을 하고 다녔는지를 어렴풋이 유추해냈다.
놀의 시체뿐만 아니라 중국인의 시체와 한국인, 그리고 계단이 있는 곳엔 장추엔과 금왕정의 시체까지도 있었기에 안소영은 무혁이 그들을 모두 처리했다는 걸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특히, 금왕정과 장추엔의 시체는 무혁이 직접 손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저 보물더미를 저렇게 허무하게 잃어야만 한다니…….”
무혁은 한숨을 내쉬고는 계단을 통해 다른 층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놀이 있던 층으로 돌아왔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한 마리라도 더…….”
앞으로 튀어나가려던 무혁은 이내 눈앞에 죽어 있던 장추엔과 금왕정의 시체가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보나마나 그 많던 놀들의 시체도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계단과 몬스터가 리셋이 되었기 때문이다.
놀의 시체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려면 지속적으로 놀들과 전투를 벌이면 되겠지만, 그랬다가는 장추엔 등의 시체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그 모습을 다른 누군가 보기라도 한다면 여러 가지로 귀찮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기에 무혁으로서는 괜한 경계심을 조성하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놀의 시체를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후아… 이제 좀 쉬자.”
무혁이 긴장이 풀려서 바닥에 주저앉자 안소영이 우두커니 서서 그를 내려다봤다.
“너…….”
“앉아. 목 아프게 올려다보고 싶지 않으니까 앉아서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다 물어.”
무혁의 말에 안소영은 곧바로 그의 앞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질문은 한 번에 하나씩만 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설명해.”
“…결국 나 혼자 떠들라는 거네.”
무혁은 입맛을 다시고는 이내 자신이 한 일을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안소영이 가장 먼저 한 말은 이거였다.
“대박.”
무혁은 안소영의 말에 만족스런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대박이지.”
무혁은 자신이 챙긴 장추엔 일행들의 시계와 표식, 그리고 탑의 증표와 몇몇 아이템까지 모두 대박이라고 확신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공간 주머니를 얻은 건 정말 초대박이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 여자 중 한 명의 가죽 주머니가 공간 주머니였던 것이다.
공간 주머니는 입구도 좁았고, 용량도 그리 크지 않았지만 최소한 그 동안 거둔 표식, 시계, 탑의 증표, 스킬 링까지 모조리 담아 두기엔 충분했기에 무혁으로서는 한결 몸이 홀가분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킬 수에서 무혁은 랭킹에 더욱더 근접했다.
장추엔을 비롯해서 7명의 통합 킬 수는 무려 1,847킬이나 됐다.
덕분에 무혁은 벌써 3천 킬을 훌쩍 넘어섰다.
최하 랭킹 10위에 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넉넉잡고 2,500킬만 있으면 충분했다.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을 생각하면 랭킹 10위는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탑의 증표도 3천 2백 개가 넘었으니 포인트로 환산했을 때 320만 포인트나 되었으니 중앙탑으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무혁은 단숨에 모든 고유 능력을 6등급으로 상승시켜서 부락 식민에서 마을 식민으로 신분 상승까지도 이룰 수가 있었다.
그렇게 즐거운 상상을 하던 무혁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안소영의 모습에 이내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검은 나비 모양의 머리핀과 날카로운 단검 두 자루, 붉은 색 스포츠 브라였다.
“이게 뭐야?”
안소영의 물음에 무혁이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너 주려고.”
“왜?”
“그야… 동료니까.”
안소영은 잠시 무혁과 그가 내민 물건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손을 뻗어서 그것들을 챙겼다.
“신세는 나중에 갚을게.”
“그러던지.”
갚아도 그만, 안 갚아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무혁은 대충 대답하고는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런데 왜 다른 건 안 챙겼어?”
“광고하고 다닐 일 있어? 이것도 좀 그런데 다른 무구까지 주렁주렁 가지고 다니면 누가 봐도 의심스럽지 않겠어?”
무혁은 옆에 내려놓은 도끼를 툭툭- 치며 그렇게 말했다.
그제야 안소영은 무혁이 자신에게 준 것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이라는 사실에 더욱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하아! 발바닥에 땀나도록 개처럼 뛰어다녔더니 진짜 피곤이 몰려오네…….”
그렇게 말하고 무혁은 잠깐만 눈을 감았다가 뜬다는 게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안소영은 나지막하게 코까지 골며 세상모르고 잠에 빠진 무혁의 태평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
“그렇게까지… 나를 믿을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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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한 층당 넓이가 아무리 넓다고 해도 그렇지 다른 인간들을 전혀 만나지 못한다는 게 너무 이상하지 않아?”
하가세가 그렇게 투덜거리자 덧니가 심하게 튀어나온 가와무세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잘 됐지 뭐. 만나면 피곤하기만 할 텐데.”
“피곤하더라도 만나야 다른 놈들이 모아 둔 킬 수와 탑의 증표 등을 빼앗을 수 있잖아. 표식도 거둬야 하고.”
눈앞에 장난감을 둔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하가세의 말에 가와무세가 가볍게 혀를 찼다.
“하가세, 넌 하나만 알고 둘을 전혀 모르는 바보구나.”
“바보라니!”
하가세가 발끈하자 가와무세가 흥분하지 말라는 듯 손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생각해 봐. 하가세 너 지금 킬 수가 몇이야?”
“486!”
자랑스럽게 대답 하는 하가세의 외침에 가와무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럼 내일은 몇이 될 것 같아?”
“아무리 적어도 550은 넘을 테고, 많으면 600킬까지도 채울 수 있겠지!”
일행들 중 가장 앞장서서 몬스터를 도륙하며 빠르게 킬 수를 늘리고 있는 하가세였기에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자신감이 지나칠 정도로 높았다.
“그럼 다른 놈들은 어떨까?”
“무슨 소리야?”
역시 바보라니까- 라는 말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며 가와무세가 대답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다른 놈들도 킬 수가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탑의 증표든 스킬 링이든 획득하는 양이 많아진다는 말이야. 이제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응?”
하가세가 눈을 껌뻑이자 가와무세가 졌다는 듯 말을 이었다.
“지금 다른 놈들을 만나서 죽이는 것보다 하루가 지날수록 더 우리가 얻게 될 이득이 커진다는 뜻이라고.”
“아아!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쉽게 말하면 되는 걸 왜 빙빙 돌려!”
그건 네가 멍청해서 이해를 못하는 거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가와무세는 억지로 삼켰다.
머리는 좀 떨어질지 몰라도 전투능력에 있어서만큼은 리더인 코우 신지 다음으로 막강했기에 괜한 시비를 만들고 싶지가 않았다.
무식하면 그만큼 용감하면서도 과격하다는 말이 딱 하가세를 위한 말이라고 여기는 가와무세였다.
“잠깐!”
앞장서서 걷던 이토가 걸음을 멈추자 코우 신지가 곁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아무래도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은데.”
이토가 코를 벌름거리며 그렇게 말하자 가와무세가 하가세를 바라봤다.
“네가 입방정을 떠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됐다.”
자신의 말을 또다시 알아듣지 못할 하가세를 생각하니 가와무세는 자신의 입만 아프다는 듯 입을 다물고 말았다.
“온다!”
이토의 말에 하가세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이 저마다 무기를 꺼내들었다.
코우 신지와 미나카는 잘 벼려진 일본도를 옆으로 비스듬하게 늘어트렸고, 이토는 손가락 사이에 별 모양의 표창을 끼었으며, 노무타는 뒤쪽으로 슬쩍 물러나며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고, 가와무세는 허리춤과 연결해 놓은 줄 끝에 매달아 놓은 승표(강철로 된 뾰족한 마름모꼴 형태의 표창)를 언제든 던질 준비를 마쳤다.
“뭐야? 누가 나타난 거야?”
뒤늦게 하가세가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등 뒤로 돌려놓았던 창을 꺼내들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소리가 들려온다.
적지 않은 인원이 내딛을 때마다 발걸음 소리와 그들의 음성이.
그리고 미로와도 같은 모퉁이를 돌았을 때, 각자 무기를 들고 전투 준비를 마친 일본인 무리와 그들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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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깊은 잠을 자던 무혁은 가볍게 뒤척이다가 별안간 몸을 벌떡! 일으켰다.
황급히 주변을 돌아보니 안소영이 팔짱을 끼고 앉아서 자신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깜빡 졸았네.”
무혁이 어색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안소영이 자신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시계를 톡톡- 두드렸다.
그 행동이 시간을 확인해보라는 의미라는 걸 알기에 무혁은 슬그머니 시계를 확인했다.
“마, 말도 안 돼!”
6D [ 05 : 38 ]
몬스터와 계단이 리셋 되고 곧바로 잠이 든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무혁은 자신이 자그마치 5시간이 넘도록 잠을 잤다는 사실이 어처구니없었다.
“깨, 깨우지 않고 뭘 한 거야?”
안소영이 팔짱을 풀며 눈을 찌푸렸다.
“지금 나한테 책임을 전가하려는 거야?”
“그, 그게 아니라…….”
“너무 곤하게 자니까 미안해서 깨울 수가 있어야지.”
말에 가시가 단단히 박혀 있었다.
생각해 보면 무혁은 체력이 6등급으로 상승하고부터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었다.
피곤함을 크게 느끼지 않아서 잠자는 걸 등한시하다 보니 장추엔 일행을 잡고 나니 긴장감이 탁- 풀리면서 급격하게 피로감이 몰려든 것이었다.
덕분에 몸은 한결 가벼웠다.
“흠흠. 미안하게 됐다. 본의 아니게 폐를 끼쳤네.”
무혁의 말에 안소영은 됐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푹 주무셨으니까 이제 계단이나 찾아봐. 나는 꼼짝없이 보초를 서느라 지금 아주 많이 피곤하거든.”
안소영의 말에 무혁은 그녀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지를 알기에 군소리 없이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몬스터는?”
무혁의 물음에 안소영이 짧게 대답했다.
“네가 좋아서 환장하다 못해서 사랑하기까지 하는 라만병.”
라만병이 리셋 됐다는 사실에 무혁은 지난 5시간의 숙면이 더욱더 아쉽게만 느껴졌다.
‘아니지, 아쉬워 할 게 뭐 있어? 몸도 한결 가벼워졌으니까 더 열심히 잡으면 되지!’
그렇게 생각을 하니 내딛는 발걸음에 더욱더 힘이 들어가는 무혁이었다.
총 9시간이 걸렸다.
무혁과 안소영이 계단을 찾았을 때, 시계는 14시 50분을 막 넘어가고 있었다.
갑작스런 숙면으로 인해 안소영에게 미안해진 무혁은 우선적으로 계단부터 찾자는 생각을 가지고 빠른 속도로 라만병을 돌파했다.
“비트?”
무혁의 물음에 안소영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4시간 정도는 더 사냥할 수 있어.”
“그래?”
무혁이 반색하며 되묻자 안소영은 피식- 웃어 버렸다.
혼자서도 라만병 3마리를 사냥할 수 있는 무혁이었지만, 아무래도 안소영과 함께라면 15분 간격으로 쉴 필요가 없었으니 조금이라도 더 많은 라만병을 잡을 수 있으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장추엔과의 대결을 통해 자신이 얼마만큼이나 자만하고 있는지 깨달았기에 라만병을 사냥해서 성장하는 것은 무혁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였다.
‘각 팀의 리더들은 모두 장추엔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커. 확실하게 그들보다 우위에 서려면 라만병을 최대한 많이 사냥해서 성장하는 수밖에 없어.’
생각을 마친 무혁은 자신의 능력을 확인했다.
|차무혁(13차 지구인)|
· 연차 - 1년차
· 신분 - 라시온 식민(부락 식민)
· 체력 – 6등급(0%)
· 근력 - 7등급(82.15%)
· 순발력 - 7등급(70.98%)
· 지구력 - 7등급(67.36%)
· 정마력 - 7등급(51.13%)
장추엔과 싸웠을 때보다도 무혁은 더욱더 강해졌다.
9시간 동안 라만병을 사냥하면서 얻은 결과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절대 자신하지도, 자만하지도 않았다.
아직도 자신은 부족하다, 한참이나 부족해서 언제 어디서 다른 경쟁자에게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고 여겼다.
장추엔과의 대결이 무혁에겐 무척이나 큰 도움이 된 것이다.
‘근력이랑 순발력, 지구력까지 6등급으로 올려놓으면 좋겠는데…….’
아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정마력까지도 6등급으로 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당연히 가능성도 충분했다.
현재 가장 높은 정밀 수치인 근력이 6등급으로 올라서면 자연스럽게 순발력, 지구력, 정마력만이 오르게 되어 있다.
라만병을 잡았을 때, 70-80퍼센트 간격으로 핵이 추출되고 있었으니 지금과 같은 사냥 속도로 남은 날짜동안 라만병을 잡는다고 가정했을 때, 모든 고유 능력을 6등급으로 올리는 건 결코 허황된 생각이 아니었다.
물론, 남은 시간 동안 라만병을 만나야 한다는 행운이 따라줘야 하겠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강행돌파를 해서 라만병을 찾으면 되는 거지.’
다른 몬스터들은 의미 없다.
탑의 증표는 이미 충분하다 못해 과할 정도로 얻었으니 설령 다른 몬스터가 리셋이 된다 하더라도 무혁은 과감하게 강행돌파를 해서 계단부터 찾아 라만병이 있는 층으로 이동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잘 따라와 줬으면 좋겠는데.’
문제는 안소영이 과연 자신의 계획을 수용하느냐였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우선은 라만병부터 잡자.’
무혁과 안소영은 계단의 좌표를 기억해두고는 다시 지루하기까지 한 라만병의 사냥에 열을 올렸다.
그렇게 무혁이 라만병을 사냥하고 있을 때, 바로 아래층에서는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지며, 뼈가 부러지는 치열하다 못해 처절한 싸움이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