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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6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8화

시간의 탑 (12)

 

[라만병의 핵을 섭취했습니다.]

[영구적으로 정마력이 0.27% 상승합니다.]

 

무혁은 라만병의 핵을 섭취하며 정마력의 정밀 수치가 상승하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정도면 정말 운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한편으로는 너무 크게 행운이 따르는 것이 아닌가 싶어 불안하기도 했다.

원래 행운과 불행은 동시에 찾아온다고 하지 않던가?

무혁은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이 너무 커서 반대급부로 닥쳐올 불행의 강도가 너무 크지 않을까 싶었다.

‘신은 내가 겪을 수 있는 시련만 준다고 하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던 무혁은 문득 과연 신이 있기는 한 걸까- 라며 스스로에게 물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애초부터 신 따위가 있었다면 선량한 사람들이 이런 지옥에 내던졌겠는가?

혼자서 히죽 웃었다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허탈한 눈빛으로 시시각각 표정이 변하는 무혁의 모습에 안소영은 참 별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이야.”

조심스럽게 안소영이 무혁에게 말을 건넸다.

“응?”

“그거… 스킬이야?”

무혁은 무슨 소리인가 싶어 안소영을 빤히 쳐다봤다.

“심장 먹는 거.”

이 정도면 정말 많이 참았다.

무혁과 안소영은 잠을 자고 일어나서 정신없을 정도로 라만병을 잡았고, 몬스터와 계단이 리셋이 되는 시간에 맞춰서 다른 층(4층)으로 이동했다.

그리곤 운 좋게도 또다시 라만병이 리셋되면서 계단을 찾는 동시에 미친 듯이 사냥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우려했던 것처럼 라만병의 숫자는 3마리에서 더 이상 늘지 않았다. 만약, 4마리로 늘었다면 제아무리 무혁이 스킬로 능력을 뻥튀기 시켰다 하더라도 사냥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운 좋게 무혁은 라만병을 사냥했고, 끊임없이 핵을 섭취해나가고 있었다.

그 결과는.

 

|차무혁(13차 지구인)|

· 연차 - 1년차

· 신분 - 라시온 식민(부락 식민)

· 체력 - 7등급(99.76%)

· 근력 - 7등급(60.01%)

· 순발력 - 7등급(48.84%)

· 지구력 - 7등급(45.76%)

· 정마력 - 7등급(30.88%)

 

‘체력이 한 번만 나와 준다면 드디어 등급 상승이야.’

순수 고유 능력이 6등급에 오르는 것은 13차 지구인들 중 가장 빠른 성장력이 아닐까?

초라한 시작을 웃으며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폭풍 성장하는 자신을 생각하니 무혁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뻑적지근하게 올라오는 자신감에 절로 어깨가 펴질 정도였다.

“끝까지 말해주지 않을 생각이야?”

안소영의 거듭된 물음에 그제야 무혁은 혼자만의 망상에서 빠져나왔다.

“왜 그렇게 알고 싶은 건데?”

무혁의 반문에 안소영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 대꾸했다.

“나도 강해지고 싶으니까.”

너무나도 간단하지만 필사적인 대답에 무혁은 자신의 반문이 얼마나 멍청해 보였을까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도 눈치는 있어. 네가 희귀한 스킬을 익히고 있다는 것쯤은.”

안소영의 표정엔 진심으로 부럽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웬만한 일엔 크게 내색조차 하지 않는 안소영이기에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의 폭이 얼마나 큰 것인지 무혁은 너무나도 잘 알 수 있었다.

“식 계열의 스킬인 거 맞지?”

식(食) 계열 스킬.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섭취하든, 간접적으로 흡수를 하든 ‘먹는다’라는 공통적인 행동에서 파생된 스킬로서 헬-라시온에서도 굉장히 희귀하다 못해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스킬로 유명했다.

식 계열 스킬의 공통된 이점은 단 하나다.

성장이다.

고유 능력을 성장시키거나 스킬의 등급을 성장시키는 것.

방법은 스킬에 따라 모두 제각각이지만, 이는 엄청난 혜택이라 부를 수 있었기에 안소영으로서는 무혁이 끊임없이 라만병의 심장 조각을 먹는 것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식 계열 스킬을 익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스킬은 아니지만, 스킬이라고 해두는 게 편하겠지.’

헬-라시온의 모든 인간들이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무혁은 구태여 이런 엄청난 혜택을 타인과 공유할 필요가 없다 여겼기에 안소영의 의심대로 스킬이라 대답했다.

“맞아. 식 계열 스킬이고, 특정 몬스터의 심장을 먹음으로써 아주 조금이지만 고유 능력이 성장해. 그렇지 않다면 내가 미쳤다고 몬스터의 심장을 꾸역꾸역 먹었겠어?”

무혁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안소영은 역시 그런 거였어- 라며 작게 중얼거렸다.

“어디서 얻었는지 알 수 있을까?”

무혁은 안소영의 열망이 이글거리는 눈동자에 잠시 머뭇거렸다.

‘괜히 엉뚱한 짓만 하게 만드는 거 아니야?’

고블린을 잡아서 스킬 링을 얻었다고 하면 믿을까?

필드에서 스킬 링을 얻을 확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지만, 지금 안소영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혁은 그녀가 분명 시간의 탑을 나가는 즉시 고블린만 잡고 다닐 것만 같았기에 거짓으로라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도 정확하게는 몰라. 일주일의 생존을 마치고 부락 외곽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고블린에게 쫓기다가 온갖 몬스터를 다 만났었는데, 그때 어떻게 하다가 얻었을 뿐이야.”

무혁의 변명에 안소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눈에 무혁의 어설픈 변명은 딱 봐도 말해주기 싫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래, 말하기 싫겠지. 이해해.”

안소영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얼굴 가득 아쉬움과 약간의 원망기가 섞여 있었다.

무혁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절대 말해줄 수 없는 자신만의 비밀이었기에 애써 시선을 돌리며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못하도록 차단해 버렸다.

“적당히 쉬었으니까 이제 다시 계단이나 찾자.”

“그래.”

다소 힘이 빠진 듯한 안소영의 목소리에 무혁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앞장서서 걸었다.

몬스터는 널려 있었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건 아니었지만, 3마리씩 곳곳에 서성거리고 있는 라만병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홀로 도망 다녀야 하는 입장이라면 정말 미치고 팔딱 뛸 일이겠지만, 눈에 보이는 족족 잡아서 심장의 핵을 도려내야 하는 무혁으로서는 싱글벙글 웃음이 나오는 일일 뿐이었다.

“먼저 간다.”

무혁은 그렇게 말하고 손에 쥔 도끼를 들고 앞으로 내달렸다.

‘이번에는 체력이 나와서 등급 좀 오르자!’

그렇게 속으로 바라며 무혁은 자신을 발견하고 녹이 잔뜩 슨 대검을 휘두르려고 하는 라만병의 머리통을 향해 도끼를 내리찍었다.

콰작!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로 순발력과 근력을 집중적으로 올려놓은 무혁이었기에 단 일격에 라만병의 머리통이 좌우로 쫙! 쪼개졌다.

‘역시 성능이 나쁘지 않아.’

날이 잘 서 있는 단단한 도끼가 무혁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단단한 도끼 - 7등급 무기|

· 날카롭고 단단하다.

· 무게가 무겁지만, 파괴력이 높은 편이다.

· 내구력이 높아 수리할 일이 거의 없다.

 

도끼는 부락 인근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은 무기 중 하나다.

때문에 부락 식민들의 경우 도끼를 손에 쥐려면 대다수 중앙탑을 통해 구매를 해야만 한다. 

물론, 다른 무기 역시도 몬스터를 잡고 얻었을 경우 만족을 느끼기가 쉽지 않아 중앙탑에서 구매를 하는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도끼는 종류가 많지도 않았고 가격도 일반적인 무기들과 비교해 비싼 편이었다.

당연히 되팔았을 때의 가격도 조금이나마 더 비싼 편이기도 했다.

‘휘두르는 게 쉽지는 않지만 어차피 주력 무기가 아니니까 상관없지.’

무혁은 굳이 시간을 허비해서 라마병의 머리에 꽂힌 도끼를 회수하려고 하지 않았다.

푸푸푹!

우측에서 달려들던 라만병의 어깨를 케라크라의 손톱으로 뚫어버리고는 재빨리 바닥을 굴렀다.

후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무혁이 서 있던 자리를 녹슨 검이 훑고 지나갔다.

뒤이어 퍼억! 하는 소리가 들리며 땅을 쪼갤 듯 녹슨 검이 내리 꽂혔다.

이미 뒤로 물러난 무혁은 좌측으로 낮게 파고들며 케라크라의 손톱을 힘껏 휘갈겼다.

라만병의 살가죽이 쩍- 벌어지며 핏물이 허공에 흩뿌려졌다.

그 순간, 검 한 자루가 라만병의 머리통을 깨끗하게 관통해 버렸다.

뒤이어 달려온 안소영의 깔끔한 솜씨였다.

그 동안에도 무혁은 남은 한 마리의 라만병을 상대로 케라크라의 손톱을 휘두르며 상처를 입혔고, 마무리는 안소영의 검이 담당했다.

“후우!”

짧은 시간 격렬한 움직임을 보였던 무혁이 숨을 토해냈다.

케라크라의 손톱에 묻은 라만병의 핏물을 닦기도 전에 심장부터 갈라서 핵을 찾아냈다.

역시 운이 좋았다.

세 마리 모두 핵을 가지고 있었다.

‘체력이 나오려나?’

이제 슬슬 체력이 나올 때가 되었기에 무혁은 내심 기대를 품고 핵을 섭취했다.

먼저 근력이 올랐고, 뒤이어 지구력이 올랐다.

‘설마 이번에도 안 나오려나?’

기대했던 마음이 아쉬움으로 돌아섰지만, 라만병은 지천으로 널려 있었기에 상관없다는 듯 날름 핵을 섭취했다.

 

[라만병의 핵을 섭취했습니다.]

[영구적으로 체력이 0.54% 상승합니다.]

[체력, 고유 능력의 등급이 6등급으로 상승합니다.]

 

“그렇지!”

무혁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안소영의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이런 기쁨을 속으로 삼킬 수만은 없었기에 무혁은 찢어지는 입가를 숨길 생각도 없이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차무혁(13차 지구인)|

· 연차 - 1년차

· 신분 - 라시온 식민(부락 식민)

· 체력 - 6등급(0%)

· 근력 - 7등급(60.28%)

· 순발력 - 7등급(48.84%)

· 지구력 - 7등급(46.03%)

· 정마력 - 7등급(30.88%)

 

‘그러고 보니까 체력의 등급이 올라가면서 피로한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네?’

무혁은 조금 전까지 느껴졌던 피로감이 말끔히 사라지고 오히려 온몸에 활력이 솟구치는 것만 같은 기분에 등급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인가 싶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게임으로 따지면 레벨업을 했을 때의 효과겠지?’

아무리 등급 차이가 크다 하더라도 이렇게 피로도가 한꺼번에 사라진다는 건 말이 안됐다.

어쨌든 체력의 등급이 올라가며 무혁은 비밀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의 사실을 알게 되어 두 배로 기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체력만 높아진다고 딱히 지금으로서는 큰 이점이 없었기에 무혁은 아쉽지만 6등급의 체력을 다시 7등급으로 떨어트리기 위해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을 사용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뭐, 뭐야?”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이 먹히질 않는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체력의 정밀 수치를 조정할 수가 없었다.

조정이 가능한 고유 능력은 근력과 순발력, 지구력뿐이었다.

“아…….”

무혁의 얼굴이 당황함으로 일그러졌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의 효과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보석 도마뱀의 위장 - 고유(식민 특권) : 7등급(58.98%)|

· 1시간 동안 같은 등급의 고유 능력 정밀 수치를 재분배 할 수 있다.

· 스킬 등급에 따라 자체적으로 보너스 수치가 부여된다.

· 스킬 조합이 불가능하다.

 

‘같은 등급… 젠장.’

무혁은 같은 등급의 고유 능력 정밀 수치만 재분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높았던 체력의 정밀 수치를 전혀 사용할 수가 없으니 오히려 이전보다 능력 면에서는 더욱더 떨어지고 말았다.

무혁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행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씨… 운발이 좋아도 너무 좋다 싶더니…….’

이건 완전히 뒤통수를 맞아도 제대로 맞은 격이다.

물론,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라만병의 핵을 섭취했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무혁은 갑작스럽게 답답해져 버린 현실에 길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어쩌지?’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을 통해 아무리 조정을 해도 근력과 순발력을 이전처럼 높은 수치까지 올릴 수가 없어 무혁은 앞으로의 사냥 효율이 걱정스럽기만 했다.

‘몸의 피로도가 줄어들었으니까 사냥 시간을 더 늘려야 하려나?’

그러자니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안소영의 얼굴이 신경 쓰였다.

자신이야 아무 상관없다 하더라도 안소영의 피로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으니까.

‘혼자라도 사냥해야 하려나?’

세 마리의 라만병이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무혁으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오래 사냥을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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