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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7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화

시간의 탑 (11)

 

“…이거 설마…….”

무혁은 침까지 꼴깍- 거리며 천천히 손을 뻗어서 검은색 반지를 집어 들었다.

검은색 반지에 큰 특색은 없었다.

표면에 물결 문양 하나만이 달랑 음각되어 있을 뿐이었다.

“스킬 링이네.”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안소영이 무혁의 손에 들린 검은색 반지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 그렇지?”

무혁은 저도 모르게 스킬 링을 꽉- 움켜쥐며 팔을 끌어 당겼다.

“뭐야 그 기분 나쁜 행동의 정체는?”

안소영이 눈을 찌푸리자 무혁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다.

“뭐, 뭐가?”

“방금 그 행동 너무 노골적이지 않았어?”

“무, 무슨 소리야!”

무혁의 당황해하는 모습에 안소영은 킥킥- 거리며 웃었다.

“아까 전의 패기는 어디다 버리고 소심하긴.”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의 행동이 참 없어 보였다 싶었던지 무혁은 민망함에 헛기침을 해댔다.

“스킬 링은 나도 하나 얻었어.”

안소영이 같은 모양의 스킬 링을 꺼내놓자 무혁이 인상을 썼다.

“인상 펴. 이걸 내가 몰래 꿀꺽 하려고 했다면 이렇게 보여주겠어?”

무혁은 안소영의 성격을 떠올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인상을 폈다.

“이거 무슨 스킬인지는 알 수 없는 거지?”

“감정 스킬 있어? 아니면 중앙탑으로 가서 감정을 받아야 알 수 있지. 다만, 물결이 하나인걸로 봐선 일반 스킬이야. 물결이 두 개가 되어야 고유 스킬이거든.”

안소영의 설명에 무혁은 재빨리 그녀의 손에 들린 스킬 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음… 그럼 어쩔까? 그냥 하나씩 가지는 걸로 할까? 복불복으로다가.”

“상관없어.”

안소영은 쿨하게 대답하고는 손에 쥐고 있던 스킬 링을 자신의 가죽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무혁도 손에 쥐고 있던 스킬 링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가죽 주머니에 넣었다.

‘좋은 걸로 터져야 할 텐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혁은 남은 좀비의 시체에서 탑의 증표를 수거했다.

스킬 링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아쉽기는 했지만, 무혁과 안소영이 지금까지 단 하나의 스킬 링을 얻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두 개나 되는 스킬 링을 얻은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걸 배영철이 알면 눈이 뒤집히겠지? 큭큭큭!’

배영철의 행운을 날름 낚아챘다고 생각하니 무혁은 더욱더 기분이 짜릿했다.

“자, 이제 또 노다지를 캐러 가자.”

“노다지라니?”

안소영이 무슨 소리냐는 듯 무혁을 바라보자 그가 비열한 악당처럼 웃으며 대답했다.

“이 소리 안 들려? 우리한테 또 선물을 주려고 열심히 싸우고 있는 놈들이 있잖아.”

“아…….”

“이런 걸 땅 집고 헤엄치기라고 해야 하는 건가? 흐흐흐!”

무혁의 음흉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안소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어디보자, 시간이…….”

 

3D [ 04 : 08 ]

 

무혁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허리를 뒤로 쭈욱- 기지개를 폈다.

“어쩌지? 계단부터 찾을까? 아니면, 두세 시간이라도 좀 잘까?”

마찬가지로 뻐근한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고 있던 안소영이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계단부터 찾아보자. 우리도 이런 꼴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잖아.”

안소영의 시선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버린 4명의 남자에게 머물렀다.

배영철 일행과 마찬가지로 계단을 찾지 못하고 2층에서 고립된 이들로 동남아 쪽 남자 무리였다.

그런 남자들의 주변에는 좀비의 시체와 타락 드워프의 시체가 발에 치일 정도로 널려 있었다.

무혁과 안소영이 이들을 찾았을 때에는 좀비 무리와 타락 드워프에게 초죽음이 되어가고 있었기에 살리고 싶어도 살릴 수가 없었다.

케로우의 말처럼 날짜가 지나면 계단과 몬스터는 모든 층을 대상으로 리셋이 되며 무작위로 그 위치와 몬스터의 종류가 바뀐다. 

하지만, 예외의 사항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리셋 시간이 되어도 몬스터와 전투 중이라면 그 몬스터들에 한해서는 리셋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동남아 남자들은 전투 중이던 좀비 무리와 리셋이 된 타락 드워프까지 함께 상대를 해야만 했고, 그 결과는 지금처럼 처참한 죽음으로 끝이 나고야 말았다.

무혁과 안소영은 숨죽여 좀비 무리와 타락 드워프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나서야 죽어 있는 몬스터의 시체에서 탑의 증표를 수거했고, 더불어 죽어 버린 동남아 남자들의 손목을 잘라서 시계와 가슴에 새겨져 있는 문신을 도려내 표식을 거둬들였다.

“정말 괜찮은 거지? 나중에 딴 말하기 없기다?”

무혁은 자신의 손에 들린 네 개의 시계를 만지작거리며 안소영에게 그렇게 엄포를 놓았다.

“랭킹 따위엔 관심 없다니까. 너야 말로 정말 이걸 나한테 넘겨도 되는 거야?”

안소영은 푸른색 빛이 감도는 장갑과 노란 빛깔의 스카프를 가리키며 물었다.

“장갑이야 껴봐야 의미가 없고, 머리띠는… 아무리 그래도 좀 아니잖아. 새로운 무기도 생겼으니 이걸로 충분해.”

케라크라의 발톱으로 인해 장갑은 무혁에게 있어 무용지물이었고, 머리띠는 순발력을 소폭 상승시켜준다고 하지만 아무리 끈 형태로 이마에 두르는 머리띠라고 하더라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기에 인심을 쓰듯 안소영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대신 무혁은 한 자루의 도끼를 새롭게 얻었고, 안소영은 예비로 검 한 자루를 얻음으로써 나름 평등한 이득을 나눈 셈이었다.

그 외에 포인트가 저장되어 있을 표식과 그 동안 동남아 남자들이 모아둔 탑의 증표는 정확하게 반으로 나누어서 가졌다.

무혁은 손에 들린 시계의 몬스터 킬 수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삑!

 

K [ 176 ]

K [ 133 ]

K [ 152 ]

K [ 168 ]

 

각각의 시계에 누적되어 있는 몬스터 킬 수는 629.

동남아 남자들은 생각보다 많은 몬스터를 사냥했는데, 하루 종일 몬스터들에게 위치가 발각되면서 어쩔 수 없이 죽기 살기로 좀비를 잡다보니 쌓여 버린 킬 수였다.

현재 무혁의 몬스터 킬 수는 134였으니 자신이 획득한 동남아 남자들의 시계에 누적되어 있는 몬스터 킬 수까지 더하면 763이다.

랭킹 10위(몬스터 킬 수 5,391)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선 아직까지도 한참이나 남아 있었지만, 아직 7일이나 남아 있다는 걸 감안하면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보상을 받아내는 것이 마냥 헛된 희망으로만은 보이지 않았다.

‘배영철 그 새끼가 잘 해줘야 할 텐데.’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 건 딱 한 번이면 족하다.

바로 배영철을 잡을 때뿐이다.

배영철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무혁이 원하는 그림대로 움직여 줄 가능성이 높았기에 더욱더 그를 좀비들에게서 구해준 것이었다.

‘찌질한 연기까지 해가며 그 수고를 했으니 제발 원하는 그림대로만 가자.’

무혁은 시계를 가죽 주머니에 잘 넣어두고는 다시 리셋이 되어 버린 계단을 찾기 위해 안소영과 함께 어두컴컴한 탑 내부를 돌기 시작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약한 악취를 풍기던 좀비 대신 타락 드워프가 곳곳에서 서성거렸다.

“정말 이러다가 내일은 네 마리가 되는 거 아냐?”

무혁의 걱정스러운 말에 안소영도 대답대신 입술을 지그시 다물었다.

3일째가 되었고, 타락 드워프는 세 마리씩 조를 이루듯 탑 내부를 채우고 있었다.

현재 무혁과 안소영만으로는 세 마리가 딱 한계 수치였다.

네 마리부터는 사냥을 한다기보다는 생존에 전념하며 도망을 위주로 움직여야만 했기에 만약, 내일도 몬스터의 수가 또 늘어난다면 그땐 정말 상황이 심각해진다고 할 수 있었다.

‘라만병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무혁은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라만병으로 변경이 되지 않은 것이 무척이나 아쉽기만 했다.

“다른 무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문득 안소영이 그런 의문을 품었다.

“중국인 무리와 일본인 무리가 남았지?”

각각 7명과 6명으로 이루어진 무리다.

그들은 현재 무난하게 탑 내부에서 생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 이유는 어제 2층을 제외하곤 기계음이 들리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 말인 즉, 무혁과 안소영처럼 악마의 꼼수를 미리 눈치 챘거나, 운이 좋게 계단을 일찍 발견해서 큰 위험 없이 사냥을 하고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마지막 날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이 벌어지는 건데.’

무혁은 자신이 생각해도 참 잔인하다 싶었는지 끌- 하고 혀를 차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정말 이러다가 악마가 되는 건가?’

헬-라시온에 끌려온 모든 사람들이 배영철처럼 질 나쁜 인간들만 있진 않았을 것이다.

정말 선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본능이 강할수록 살아남기 위해 점점 자신의 성격을 지워버렸을 거라 생각하니 무혁은 자신도 그리 되지 말란 법이 없어 순간적으로 오싹한 기분마저 들었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1차 지구인들처럼 10년 이상을 꾸역꾸역 살아남아 다시 지구로 돌아간다면?

과연 행복할까?

‘미치광이 살인마로 전 세계인의 집중 관심을 받지 않으면 다행이겠네.’

어쩌면 그 결말이 더욱더 참혹할지도 모른다.

‘이 빌어먹을 곳에 온 이상 결말이 해피엔딩일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겠어.’

그렇게 생각하자 무혁은 괜히 웃음이 나왔다.

낄낄- 거리며 웃어대는 무혁의 모습에 안소영이 왜 그러냐며 물었다.

“앞으로 내가 뭘 위해 아등바등 살아야 하나 싶어서.”

무혁의 말에 안소영이 순간 몸을 멈칫- 거렸다.

언제고 그녀 역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지구로 돌아갈 생각뿐이었지만, 13년이 넘도록 이 지옥에서 살아가고 있는 괴물 같은 이들이 있다는 걸 알고는 사실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미련은 깨끗하게 버린 상태였다.

물론, 아직까지 손톱만큼의 희망은 가지고 있었지만 집착은 버렸다.

대신 그녀는 다른 이유를 목적으로 살고 있었다.

“잘난 낯짝 한번 봐야 하지 않겠어?”

안소영의 독기 서린 음성에 무혁이 응? 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무혁의 시선에 잠시 걸음을 멈춘 안소영이 말을 이었다.

“우리를 이곳으로 끌고 온 라시온인지 뭔지 하는 마신 말이야. 그 재수 없는 개자식의 얼굴은 봐야 하지 않겠냐고.”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말에 무혁이 벙찐 표정을 짓자 안소영이 픽- 웃었다.

“그냥 그렇다는 거야. 어차피 별다른 목적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더라고. 할 수 있다면 귀싸대기라도 한 대 시원하게 갈기면 좋겠지만 뭐 그럴 가능성은 없을 테니 욕이라도 시원하게 한 번 퍼부을 수 있으면 그거로도 속은 시원할 것 같기도 하고.”

안소영의 말에 무혁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그거 괜찮네.”

“뭐?”

“뭔가 목표도 거창하고 좋잖아? 고만고만한 놈들 사이에서 아등바등하게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것보다는 우릴 이곳으로 끌고 오도록 한 최종 보스를 만나서 시원하게 귓방망이를 때린다는 거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네. 그럼 뭐 나도 오늘부터 그쪽으로 목표를 잡아야겠다.”

꽤나 진지하게 고개까지 끄덕이며 말을 하는 무혁의 모습에 안소영이 다시 한 번 픽-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우리는 이제부터 같은 목적을 가진 동지인가?”

“동지라… 이왕이면 용사라고 하자. 마신의 귓방망이를 후려칠 용사들! 크핥핥핥핥핥!”

아주 오랜만에 아니, 헬-라시온에 온 이후로 무혁은 가장 시원스럽게 웃음을 터트렸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재밌고 참신한 발상이라는 듯, 무혁은 한참이나 그렇게 웃다가 눈물까지 찔끔 흘리고 말았다.

 

#

 

“으하아아아암-!”

무혁은 졸린 눈을 비비며 눈앞에 보이는 계단에 미소를 지었다.

“빨리 내려가서 잠부터 자자.”

타락 드워프로부터 강탈한 강철 삽을 어깨에 걸친 무혁이 서둘러 계단을 밟았다.

안소영도 뻑뻑한 눈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뒤를 따랐다.

계단과 몬스터가 리셋이 되려면 아직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지만, 무혁과 안소영은 우선 다른 층으로 이동한 후에 비트를 파서 부족한 잠부터 보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계단과 몬스터가 리셋되기 전에 다시 한 번 층을 이동할 것이다.

최대한 리셋 시간을 늘려 놓겠다는 목적이었다.

무엇보다도.

‘확률은 33퍼센트.’

무혁은 무조건 라만병을 사냥할 수 있는 확률에 도전할 참이었다.

방법이야 간단했다.

라만병이 현재 머물고 있는 층을 제외한 다른 층 중 하나를 골라서 리셋이 되길 기다리는 것이다.

확률은 33퍼센트로 그렇게 높다고 할 순 없지만 어쨌든 운이 좋다면 라만병을 만날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혁은 안소영에게도 이미 동의를 구해놓은 상태였다.

라만병을 고집하는 무혁의 집착이 더 이상 이상할 것도 없었기에 안소영 역시도 어차피 전투를 해야 한다면 전투 경험이 익숙한 라만병이 나쁘지 않다 여겼다.

무엇보다도 함께 가고 있는 무혁이 라만병과 전투를 치를수록 강해진다는 미스터리한 일은 어쨌든 그녀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 이왕이면 그가 원하는 대로 순순히 따라주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이득이라 생각했다.

1층으로 내려가니 운 좋게도 라만병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섯 시간 후에 일어나서 두 시간 동안 라만병을 사냥하고 층을 옮기자 괜찮지?”

무혁의 물음에 안소영은 아무렴 어떻겠냐는 듯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비트나 파주길 원했다.

안소영의 바람대로 무혁은 능숙하게 땅굴을 팠다.

운 좋게도 근처에 입구를 가릴만한 바위가 있었기에 무혁과 안소영은 곧장 비트에 몸을 숨기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달콤한 잠에 빠져든 무혁과 안소영의 비트 근처로 몇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역시 라만병은 상대하기가 까다로워.”

“그러게 말이야. 좀비나 타락 드워프가 상대하기 쉬운데.”

“됐어. 몬스터가 리셋되기 전에 다시 여기로 돌아오면 다음날은 라만병과 싸우지 않아도 되니까 시간만 잘 맞춰서 다시 내려오자고.”

“좀비가 몇 층에 있으려나.”

그림자들은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계단을 향해 움직였다.

일행 중 하나가 잠시 멈칫거리자 앞장서서 걷던 이가 왜 그러냐는 듯 물었다.

“이토! 왜 그래? 라만병이라도 쫓아오는 거야?”

하가세의 물음에도 이토는 여전히 무언가에 집중하며 이상하다는 듯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기에 바빴다.

“왜 그러는 건데?”

거듭된 하가세의 물음이 있고 나서야 이토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냄새가 나.”

초능력에 가까울 정도의 후각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이토라는 걸 알기에 하가세가 주변을 둘러봤다.

“냄새? 무슨 냄새가 나는데? 몬스터?”

“김치 냄새.”

“김치? 한국인들 말하는 거야?”

이토는 연신 코를 벌름거리며 공기 중의 냄새를 추적하려고 했지만, 워낙 옅은 냄새라 정확한 위치를 잡을 수가 없었다.

“됐으니까 그냥 가자! 탑에 한국인들이 가장 많다는 건 너도 잘 알잖아. 우리보다 먼저 여길 지나갔나보지. 만나면 죽여 버리면 그만이니까 시간 낭비 하지 말고 어서 가자!”

하가세의 재촉에 이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토의 계속해서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며 냄새를 찾으려고 했고, 끝내 하가세의 손에 이끌리고 나서야 계단을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다섯 시간이 지나고 이토가 서성거렸던 곳에서 무혁과 안소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잠이 보약이야. 자, 그럼 라만병을 잡아 볼까?”

군침까지 삼키며 즐거워하는 무혁의 모습에 안소영은 더 이상 이렇다 할 반응조차 보이지 않고 손에 쥔 검만 만지작거렸다.

“럭키! 3마리 발견!”

무혁이 눈을 반짝거리며 라만병을 향해 벼락처럼 달려 나갔다.

무혁에게는 다시 폭풍 성장의 시간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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