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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64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8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6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64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14)

 

콰자자자자자자작!

나무문 바로 앞에서 성인 몸통보다도 굵은 벼락이 무혁의 바로 앞에 내리꽂혔다.

“허억!”

본능에 가까운 몸놀림으로 바닥을 구르며 벼락을 피해낸 무혁의 시선이 다급하게 주변을 쓸어갔다.

‘누, 누구야?’

방금의 벼락은 정말 위험했다.

정통으로 내리꽂혔다면 제아무리 무혁이라 하더라도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그건 곧 다른 모래 해골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주변을 쓸어보던 무혁의 시선이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추었다.

일반적인 모래 해골기사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큰 골격을 지닌 모래 해골기사 두 명과 그 뒤에 모래 해골병보다도 왜소한 골격에 해골 뼈로 이루어진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모래 해골이 벼락을 만들어 낸 놈이다.

‘모래 해골마법사?’

정확한 명칭은 무혁도 모르지만, 대충 모래 해골마법사라고 생각해버렸다.

“최후의 관문이라 이거지?”

무혁은 퀭한 눈으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모래 해골마법사를 진하게 노려보고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벼락이 치는 순간 발각이 되었고, 벌써부터 새카맣게 개미떼마냥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모래 해골들의 모습을 보고서도 싸움을 벌이 정도로 무혁은 미련하지 않았다.

“너… 다음에 죽여준다. 그대로 기다리고 있어라!”

무혁은 그렇게 다짐하고는 91번째 도주를 시작했다.

 

#

 

92번째 침투를 앞두고 무혁은 몸의 긴장감을 부드럽게 풀었다.

사소한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모래성 10층으로 갈 수 있는 나무문까지는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을 모래성 9층에서 머물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이제는 오기와 악 밖에 남지 않았기에 무혁은 반드시 10층으로 내려가겠다는 독기로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오늘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모래성 10층으로 진입할 것이다.

“통통아, 가자!”

무혁은 절벽을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왔다.

바닥에 착지하기가 무섭게 바람처럼 내달렸고, 방벽 위의 모래 해골궁병을 조용히 쓰러트리고, 방벽을 넘었다.

이어진 아흔한 번이나 반복했던 이동 루트를 따라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였다.

숨어야 할 때는 숨고, 시야 사각에 숨어 있던 모래 해골들은 깔끔하게 처리했다.

함정을 파 놓고 있던 모래 해골들도 어김없이 목숨을 끊어버리며 침착하게 이동했다.

 

[은밀한 발걸음, 스킬의 등급이 5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이동을 하던 중, 은밀한 발걸음 스킬이 또 한 번 등급이 상승했다.

모래성 9층을 침투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다 보니 방금 등급이 오른 은밀한 발걸음을 제외한 바람의 향기와 왜곡된 형체까지도 모두 5등급 상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은밀한 발걸음과 바람의 향기, 왜곡된 형체를 모두 조합하고 싶었지만, 가장 중요한 직접적인 ‘은신’ 스킬이 빠져 있었기에 아무리 스킬 조합의 등급이 높아도 반쪽짜리 스킬로 조합이 될 것 같아 나중으로 미뤄두고 있는 중이었다.

등급이 오르자 은밀한 발걸음의 소음이 더욱더 줄어들었다.

‘좋아! 움직이기 한층 더 편안해졌어.’

이제 더 이상 모래성 9층에서 개고생하지 말라는 듯 스킬까지 도움을 주고 있으니 무혁은 오늘 10층으로 진입하지 못하면 그 정신적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 여겼다.

더욱더 집중하며 무혁은 움직였고, 드디어 바로 직전의 침투 때와 같이 나무문과의 거리를 300미터 가량 앞두고 섰다.

‘여기서부터 모래 해골마법사 놈을 찾아야 해.’

무혁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아서 주변을 꼼꼼하게 훑었다.

‘어디냐? 어디에 숨어서 내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거냐?’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움직이는 무혁은 아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10미터, 40미터, 100미터를 움직이는 동안 무혁은 눈도 제대로 깜박이지 못했다.

언제 어디서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벼락을 내리꽂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발밑에서부터 머리 위까지 샅샅이 노려봤다.

‘어디에 숨어 있는 거야!’

무혁은 눈알이 빠질 듯이 아팠지만, 불과 100미터도 남겨두지 않았다는 사실에 침조차 제대로 삼킬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무문과의 거리를 50미터가량 남겨두었을 때였다.

“…찾. 았. 다. 이. 개. 새. 끼.”

벌겋게 변한 무혁의 눈동자가 어느 한 지점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빛의 굴절, 혹은 왜곡 현상?

무엇이든 좋았다.

무혁의 눈에 아주 잠깐 주변 공간이 출렁거렸고, 그 속에 거대한 모래 해골기사 두 명과 그 사이에 보호를 받듯이 서 있는 모래 해골마법사가 아주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졌다.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무혁의 집중력이 조금만 떨어졌었다면 결코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법이든, 스킬이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발견을 했다는 점에서 무혁은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다는 듯 곧바로 왼팔을 앞으로 뻗었다.

블랙 본 활, 그리고 화살.

“봤으면 공격을 해야지 그렇게 쳐다만 보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모래성 10층으로 향하는 나무문을 열려는 순간까지 지켜보다 막는 역할인지, 침입자에 대한 자신감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 모래 해골마법사와 기사들은 무혁의 움직임을 빤히 보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무혁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내가 말했지. 죽여준다고. 잘 가라!”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를 놓자 은은한 묵광이 둘러싸인 블랙 본 화살이 공간을 겹겹이 뚫고 날아갔다.

그리고.

채애애앵- 하는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모습을 숨기고 있던 모래 해골마법사와 기사들이 보이는가 싶더니 곧바로 모래 해골마법사의 가슴팍이 그대로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터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무혁은 어느새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 케에에에에에엑!

모래 해골마법사가 순식간에 쓰러졌지만, 그를 호위하듯 서 있던 모래 해골기사들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무혁에게 괴음을 내지르며 칼을 휘둘렀다.

간결하면서도 빠른 검격이었지만, 모래 해골기사들의 검이라면 신물이 나올 정도로 익숙해진 무혁이었기에 조금의 위협도 될 수가 없었다.

머리와 허리를 향해 날아오는 모래 해골기사들의 검을 가볍게 피하며 무혁은 곧장 오른손에 들린 블랙 본 장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반격!”

퍼퍼퍼퍼퍽!

사방으로 모래가 폭탄처럼 터져 나가며 모래 해골기사들의 신형이 무너졌다.

순식간에 모래 해골마법사와 기사 둘을 쓰러트린 무혁은 자신을 잡기 위해 뒤에서 미친 듯이 달려오는 모래 해골들을 바라보며 서둘러 나무문을 향해 움직였다. 아니, 그러려고 했지만 잠시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뭐야?”

모래 해골마법사가 죽은 곳에 금빛으로 번쩍이는 무언가가 떨어져 있었다.

무혁은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다는 듯 재빨리 그것을 집어 들고는 나무문을 걷어차듯 열어젖혔다.

어서 오라는 듯 손짓하는 시커먼 암흑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향해 무혁은 몸을 들이밀었다.

침투 횟수 92회.

걸린 시간 74일.

무혁은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에 진입한 지 자그마치 177일 만에 모래성 10층에 도착했다.

 

#

 

“거 참, 움직일 때마다 발목이 푹푹 잠겨서 영 불편하네. 저 안쪽도 이런 구조라면 상당히 짜증이 날 것 같지 않수, 대장?”

신경질이 나도록 발목을 잡아당기는 모래로 인해 남자는 인상을 찌푸렸다.

“짜증나겠지.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제 와서 다 때려 치자고? 헬-라시온 전체가 다 X같은 곳인데 새삼스럽게 뭘 투덜거리는 거야?”

박혁수의 날카로운 반응에 남자는 뭘 또 그렇게 그렇게까지 예민하냐- 면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정태야, 네가 고생이 많은 건 알아. 그런데 나도 지금 미치겠거든? 그러니까 우리 불평불만 좀 그만하자. 여기서 모래 태양만 얻으면 내가 너 지금까지 고생했던 거 전부다 보상받도록 해줄게. 너 나 믿지? 그치?”

“내가 대장을 믿지 않으면 여기까지 왔겠수? 난 대장 분명하게 믿고 있수! 나도 더 이상 투덜대지 않을 테니까, 얼른 저 안으로 들어가서 모래 해골왕인지 뭔지 하는 새끼 골을 부숴버리고 나옵시다. 아니, 대장은 보고만 있수. 내가 골을 빠개버릴 테니까!”

정태가 호기롭게 외치며 팔뚝까지 걷어붙이자 그제야 박혁수가 피식- 웃었다.

“그래, 가자. 해골왕인지 뭔지 하는 새끼 얼른 잡아 죽이고 아스펠 마을로 돌아가서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술이나 마시고 마음 편하게 뻗어보자.”

“그거 참 좋수! 내가 먼저 들어가겠수!”

술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풀려버린 정태가 입술을 핥고는 앞장서서 모래성의 입구로 향했다.

“으어어… 커커!”

발 아래로 쑥- 빠져버리는 모래성 입구의 특성을 전혀 알지 못했던 정태가 비명을 내지르다가 입 안으로 모래를 잔뜩 집어삼키며 사라졌다.

정태가 본보기가 되었기에 박혁수는 모래성 입구에서 양손으로 얼굴을 단단히 가리며 아무런 문제없이 모래성 1층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혀, 형님, 도대체 어디에 계신 겁니까?”

방구름은 피로에 찌든 얼굴로 넋 놓고 앞만 바라봤다.

무혁이 머물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모래 해골기사가 등장하는 모래성 5층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한 층 더 내려왔다.

그러나 이젠 방구름도 한계점에 부딪혔다.

움막들의 간격만 잘 조절해서 이동하면 되는 모래성 이전 층들과 다르게 6층은 눈앞에서 활보를 하고 있는 모래 해골들을 뚫고 7층으로 진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포션도 부족하고… 어쩔 수 없이 이대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

힘없이 중얼거리는 방구름의 얼굴엔 불안감이 가득했다.

과연 무혁이 모래성에 있기는 한 걸까?

아니, 살아 있기나 할까?

벌써 수개월이 흘렀다.

무혁이 모래성으로 떠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그를 찾아 모래성으로 들어선 방구름이었고, 어느덧 2개월이 더 흘러버렸다.

반년, 자그마치 무혁은 반년이라는 긴 시간을 모래성에서 보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

방구름의 머릿속엔 다른 하나의 가정이 떠올랐다.

“설마 마을로 돌아가신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왜 그 생각을 못했냐는 듯 방구름은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각 층마다 존재하는 엑시 스톤을 생각하면 언제든 모래성을 빠져나갈 수 있었으니 어쩌면 무혁은 진즉에 마을로 돌아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도 참…….”

스스로 생각해도 참 바보 같았다는 듯 방구름은 누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부끄러워져서 얼굴까지 붉히고 말았다.

“돌아가자. 여기까지 왔는데도 형님이 없다는 건 이미 마을로 돌아가셨다는 뜻이야.”

더 이상 고민할 것 없다는 듯 방구름은 서둘러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6층 출입구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엑시 스톤 위에 손을 올리고 모래성을 빠져나가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곧바로 방구름의 발아래 시커먼 공간이 생겨나며 그의 몸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철푸덕!

“아으…….”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방구름이 어기적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래층으로 향할수록 그 열기가 강해졌었던 모래성 내부와 다르게 외부는 상쾌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방구름의 숨통을 트이게 만들었다.

“얼른 마을로 가서 형님부터…….”

아스펠 마을로 돌아가려고 움직이던 방구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모래 바닥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발자국이 눈에 걸린 것이다.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의 것이었고, 그들의 발자국은 모래성 입구로 이어져 있었다.

모래성은 모두에게 외면 받는 사냥터다.

방구름 본인 역시도 두 달을 모래성에서 사냥하며 확실하게 느꼈다.

여긴 정말 최악이라고.

포인트라고는 쥐뿔도 얻을 수가 없었고, 상대해야 하는 몬스터들은 그 등급에 비해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이런 말도 되지 않는 모래성에서 사냥을 하는 건 정말 미친 짓이었다.

그렇기에 방구름은 두 달 동안 단 한 명의 외부인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모래성을 찾은 이들이 있다.

가장 먼저 방구름은 무혁의 얼굴이 떠올랐다.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방구름은 혹시라도 무혁이 자신을 찾기 위해 모래성에 다시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형님이 날 찾으실 리가 없지.”

무혁은 자신이 그를 찾기 위해 모래성에 왔다는 것조차 모를 것이다.

“도대체 누가 모래성을 찾은 거지?”

방구름은 잠시 서서 고민에 휩싸였다.

모래성의 특성상 누군가 사냥을 하기 위해 찾았을 리는 거의 없다.

그건 지난 시간 동안 방구름이 직접 경험한 사실이다.

“혹시 형님이 다시 오신 건가?”

생필품이 떨어져서 무혁이 다시 돌아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니 방구름은 더욱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대로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가 만에 하나라도 무혁이 다시 모래성에 재진입을 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지금 돌아서는 걸 얼마나 후회하게 될까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다.

“그래, 확인만 하자. 형님이 아니라면 바로 나가면 되는 거잖아.”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발자국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건 모래성에 입장한 이들이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는 뜻이니, 아무리 빠르게 움직였다 하더라도 2층까지 밖에 가지 못했을 것이다.

부지런히 움직이면 오늘 안으로라도 그들이 누구인지 확인을 할 수 있으니 방구름은 길어야 이틀 정도는 충분히 투자를 해볼 만하다 싶었다.

“형님이었으면 좋겠는데…….”

방구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모래성 입구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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