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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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6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60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10)
반나절, 그리고 또다시 반나절.
도합 하루를 소모하고 나서야 무혁은 모래 해골기사와 재회를 했다.
최소 석 달, 최장 반년까지도 머물 생각으로 돌아온 모래성이었기에 무혁은 베이스캠프부터 차렸다.
모래 해골기사를 상대하며 검술을 익히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순 없지만, 시간만 허락한다면 무혁의 최종 목표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 뒤, 곧바로 모래성 10층까지 찍고 마을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무혁은 베이스캠프를 차려놓고 곧장 움직였다.
모래성 5층까지 오느라 하루를 꼬박 깨어있었지만, 졸음 따윈 없었기에 무혁은 시간이 금이다- 라는 생각으로 수련에 돌입했다.
움막을 통해서 모래 흉갑을 착용한 모래 해골기사가 한 명, 한 명 모습을 드러내자 무혁이 그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형 왔다. 오늘부터 죽어라 부대껴보자.”
이번에도 무혁을 응원해주는 건 통통이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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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해골기사와의 수련 10일 차.
무혁은 모래 해골기사 한 명을 상대로 어설프게나마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일전에 열흘 동안 검술을 익히겠다며 모래 해골기사의 행동을 모조리 모방했던 것들이 다행스럽게도 3일 사이에 잊힐 만한 것이 아니었기에 빠른 속도로 모래 해골기사의 검술을 조금이나마 따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고유 능력의 등급이 한 단계 위였기에 무혁의 속도와 힘이 모래 해골기사를 압도하다보니 어설픈 검놀림이 어느 정도 보정을 받는 건 있었지만, 그런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무혁이 휘두르는 검놀림이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모래 해골기사를 상대로 공격을 가하고, 방어를 하고, 회피까지 이어지는 무혁의 모습은 제법 그럴싸했다.
이제 고작 한 명의 모래 해골기사를 상대로 그럴싸하게 검을 휘두르게 된 무혁이었지만, 이 정도에 만족해선 안 된다는 듯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이튿날부터 무혁은 모래 해골기사 둘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 명을 상대할 때와 두 명을 상대할 때는 말 그대로 천지차이였다.
제법 익숙해졌다 여겼던 검놀림이 이리저리 꼬인 궤적을 그리며 허공만 베기 일쑤였고, 방어와 회피를 위해 움직여야 할 발놀림은 급급하게 내딛다보니 엉망진창으로 꼬이고 비틀거려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술이라도 진하게 한잔 걸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무혁은 이를 악물고 모래 해골기사 둘과 싸웠다.
눈이 빙글빙글- 돌아갈 정도로 모래 해골기사 둘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밀려날 때마다 스킬을 사용하고, 압도적인 힘으로 눈앞의 놈들을 짓눌러버리고 싶다는 감정이 치솟았지만, 무혁은 끝끝내 참고 견디며 검을 휘두르기만 했다.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이길 열흘 하고도 3일이 더 지나자 그제야 무혁은 모래 해골기사 둘을 상대로도 점점 밀리지 않게 되었다.
역시 실전만큼 확실한 수련은 없었다.
다시 열흘이 흐르자 무혁의 검은 제법 날카롭게 가다듬어져 있었다.
모래 해골기사 둘을 공격하는 검세가 상당히 예리해져 있었고, 좌우에서 날아드는 검날을 빠르게 받아 내거나, 흘려보내는 방어기술 역시 제법 노련하게 보였다.
무엇보다 검을 휘두르거나, 휘두르지 않을 때마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발놀림은 항상 공격과 방어, 그리고 회피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 예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할 수 있었다.
공격할 때는 벼락처럼 빨랐고, 방어를 할 때는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굳건했으며, 회피를 할 때는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바람처럼 가볍기만 했다.
“어쩌면 난 천재일지도 몰라.”
무혁은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고유 능력이 이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것과, 각종 스킬로 보정된 움직임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라는 걸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 보다 우선적으로 하고자 하는 의지와 독기가 최우선적으로 지금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 건 사실이다.
어느덧 마을을 떠나온 지 34일이 지났다.
벌써 예상했던 최소 석 달의 기한 중 삼분지 일을 넘긴 것이다.
“내일부터는 세 놈이다. 통통아, 잘 봐. 내가 어떻게 세 놈을 요리하는지.”
산발한 머리카락과 덥수룩한 수염에 넝마나 다름없는 차림으로 히죽- 웃으며 통통이를 향해 말하는 무혁은 과거 그가 보았던 한 영화가 저절로 떠올랐다.
“내가 이렇게 널 상대로 혼자 말을 하게 될 줄 알았으면 통통이 네 이름을 윌슨이라고 지었을 텐데.”
낄낄- 거리는 무혁의 모습에 통통이는 그저 외눈을 껌뻑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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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해골기사와의 수련 55일 차.
모래 해골기사 셋을 상대로도 무혁은 조금도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동작 하나, 하나에 군더더기가 쏙- 빠져서 최적화되어 있었고, 무혁이 원하는 목표점을 정확하게 찌르고, 베었다.
실로 놀라운 발전이었다.
불과 11일 만에 모래 해골기사 셋을 마음대로 주무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기본 틀이 잡히니 가능한 일이었다.
검술의 ‘ㄱ’자도 제대로 몰랐던 무혁이지만, 서서히 검을 어떻게 휘둘러야 하는지, 어떻게 방어를 하며, 피해야 하는지, 검의 궤적이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끊임없이 탐구하다보니 처음엔 하나도 제대로 실천하기 힘든 것들이 하나, 둘 몸에 익숙해지니 나날이 빠르게 그 실력이 급성장을 하게 된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틀이 몸에 익으니 이후의 것들은 어차피 기본에서 변형이 된 것들이라 빠른 속도로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더불어 무혁의 이런 빠른 성장에는 스킬의 도움이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패시브 스킬들의 도움이 상당했다.
|집중력 강화 – 일반 : 7등급(49.98%)|
|감각 강화 – 일반 : 7등급(45.61%)|
|무기 숙련 – 일반 : 7등급(51.82%)|
집중력 강화와 감각 강화, 그리고 무기 숙련까지 지독하게도 그 숙련도가 느리게 올라가던 패시브 스킬들이었지만, 모래 해골기사들과의 혹독했던 수련이 스킬 숙련도를 가파르게 올려놓았고, 그렇게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무혁의 검술이 다듬어졌다.
“내일부터 더 올려봐야겠어.”
모래 해골기사 셋을 순수하게 검술로만 쓰러트리고 난 무혁은 담배 한 개비를 물고 목을 좌우로 꺾으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모래 해골기사 넷, 그리고 다섯, 마지막으로 여섯까지.
장장 100일이 걸렸다.
한 번에 상대를 하기에 모래 해골기사 여섯 이상은 의미가 없었기에 무혁은 정확하게 자신이 모래성 5층에서 수련한 날짜들을 계산해보고는 픽- 웃음을 흘렸다.
“무협소설의 주인공들이 백일 연공이네, 폐관 수련이네 하는 것과 비슷한가?”
느긋하게 담배를 태우던 무혁은 이제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모래성 5층을 벗어난다.
이제 6층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7층, 8층, 9층을 거쳐 최종 목적지인 10층까지 찍고 모래성과 작별한다.
모래성 10층까지 도달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봐야 얼마나 걸릴까 싶은 무혁은 큰 걱정을 하지 않고 결심을 내릴 수 있었다.
“통통아, 내일을 위해 오늘은 푹 잠이나 자자.”
7시간이나 푹- 잠을 자고 일어난 무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컨디션이 좋다는 걸 확인하고는 곧장 모래성 6층으로 향했다.
지난 100일 동안 질리도록 부대꼈던 모래 해골기사들과의 전투는 모두 피했다.
그렇게 내려간 모래성 6층.
“…오.”
모래성 6층은 환경부터 달랐다.
부락이라고 해야 할까?
엉성하지만, 충분히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방책이 세워져 있는 부락 한 가운데 모래성 7층으로 향하는 나무문이 있었다.
문제는 부락 안쪽에 위치한 나무문까지 가는 길이었다.
부락 주변을 배회하며 순찰하는 모래 해골병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게 도대체 몇이야?”
무혁은 모래 언덕 위에서 부락 안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래 해골병, 모래 해골창병들을 바라봤다.
백 명? 아니 이백 명? 어쩌면 삼백 명일지도.
마지막으로 7층으로 향하는 나무문을 앞을 지키고 서 있는 열 명의 모래 해골기사들까지.
무혁은 확연하게 달라진 모래성 6층 난이도에 헛웃음이 나왔다.
이건 숫제 요령 따윈 피우지 말고 오로지 힘으로 뚫고 나가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막말로 모래성 5층까지는 어떻게든 전투를 피해가며 강행돌파가 가능했지만, 6층부터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으니 실력이 없다면 즉시 돌아가라는 소리였다.
“재밌네. 재밌어.”
아무리 등급이 아래라 하더라도 수백이나 되는 몬스터를 눈앞에 두면 누구든 기가 죽을 만할 텐데, 무혁은 오히려 실실- 바람 빠진 웃음을 흘리기만 했다.
“한 놈씩 차근차근 부숴버리면 언젠가 끝나겠지.”
무혁은 조끼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퐁- 소리와 함께 라이터가 불을 토해내자 무혁은 담배에 불을 붙여 힘껏 빨아들었다.
“후우우- 가보자.”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 오른손에는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 낸 무혁이 모래성 6층을 공략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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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사라진 거야?”
방구름은 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벌써 3개월이 흘렀다.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방구름은 더욱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마… 죽은 건가?”
그나마 가능성이 가장 큰 예측이다.
헬-라시온에서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중앙탑에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건 죽었을 확률이 가장 컸으니까.
다른 쪽으로 생각을 해보자면 이주와 사냥, 그리고 탐험뿐이다.
“이주를 했다면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왔을 테니 이주를 한 건 아니야.”
무혁이 머물고 있는 집은 여전히 같은 하녀가 집을 관리하고 있었다.
설령, 세입자가 바뀌고 같은 하녀를 고용했다 하더라도 최소 하루 정도는 집이 비어야 했기에 지난 3개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을 관찰한 방구름으로서는 세입자가 바뀌지 않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강제 사냥도 아니고… 설마 개인 사냥?”
주기적으로 치러지는 마을에서의 강제 사냥은 벌써 열흘 전에 끝이 났다.
방구름은 강제 사냥에 참여를 했었고, 그곳에서 무혁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집을 관찰하고 있는 그림자들로부터 무혁이 집을 오갔다는 보고도 받지 못했으니, 개인 사냥을 떠났다는 말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건 개인 사냥을 자그마치 3개월 동안이나 지속한다는 점이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이야.”
아무리 뒤져봐도 아스펠 마을 인근에서 3개월 동안이나 사냥을 할 만한 곳은 없었다.
“탐험도… 아니야.”
그나마 탐험이 가장 가능성이 높았지만, 아스펠 마을 인근은 이미 모조리 탐험이 끝난 지역이었기에 구태여 무혁이 탐험을 할 이유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방구름은 무혁이 죽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봤다.
선 월세를 얼마나 지불했는지 알 순 없지만, 기한이 종료되면 자연스럽게 무혁이 머물고 있는 집은 빈집으로 변할 것이고, 새로운 세입자가 입주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방구름이 무혁의 집 근처를 서성거리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도대체 누가 살고 있는 거지?”
놀랍게도 무혁 외에 누군가 더 살고 있었다.
하녀 마코가 주기적으로 먹을 것을 구입하고 있었기에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가보자.”
인내심에 한계가 온 방구름은 더 이상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기에 무혁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혁이 어딜 갔는지 직접 확인해보기로 작정했다.
톡톡톡!
문을 두드리자 예의 못생김으로 범벅된 하녀 마코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십니까?”
“무혁 형님이 이곳에 살고 계신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주인님께서는 현재 외출 중이십니다.”
“알고 있습니다. 꽤 오래 외출을 하고 계신 것 같아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이곳에 무혁 형님과 함께 살고 계신 분이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도움이 될까 싶은데… 그 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여쭤봐 주십시오.”
“방문자의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방구름이라고 합니다.”
방구름이라는 이름을 들은 하녀 마코는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10분 정도가 흐른 후에야 하녀 마코가 문을 활짝- 열었다.
“들어오십시오.”
하녀 마코의 안내를 받은 방구름은 검은 천이 길게 늘어져 있는 방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모습을 가렸어?’
방구름이 의아해하는 사이, 검은 천 뒤에 모습을 감춘 송정민이 예의 거북한 쇳소리로 입을 열었다.
“찾아온 목적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