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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59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59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59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9)

 

“무도인의 길이라도 걷겠다는 거냐?”

“이번에 모래성에서 정말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강해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고유 능력의 등급을 올리거나, 스킬 조합을 통해 남보다 뛰어난 스킬을 만들어 내거나, 강력한 스킬을 익히거나, 많은 스킬을 높은 등급까지 올리거나, 남들이 가지지 못한 무구를 손에 넣거나 등등.

헬-라시온에서 강해지고자 방법을 찾는다면 여러 가지다.

그중 무혁은 고유 능력의 등급을 포인트 소모 없이 올리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높은 스킬 조합 등급으로 인해 남들보다 뛰어난 스킬을 보유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뿐이 아니다. 무혁은 어느 누구도 가지지 못한 무구, 블랙 본까지 보유하고 있었으니 사실상 무혁이 강해지는 건 시간문제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또다시 더욱더 강해지기 위한 방법을 찾아냈다.

송정민은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도 헬-라시온에 끌려온 뒤로 살기 위해, 강해지기 위한 여러 과정을 거치며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였지만 과연 무혁과 비교해서 자신이 더 처절했나를 생각하면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무혁과 송정민은 출발선부터 달랐으니까.

송정민은 처음부터 주목받았던 루키였지만, 무혁은 어느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밑바닥이었다.

또한, 송정민이 헬-라시온에 왔을 때와 무혁이 왔을 때의 분위기도 하늘과 땅 사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차이가 극심했다.

거대 길드와 가문의 간섭이 지금처럼 노골적이지도 않았고, 영향력 또한 그리 대단치 않았던 말 그대로 혼란의 시절이었으니까.

그렇다 보니 지금 헬-라시온에 끌려오는 이들은 정말 혹독한 환경 속에서 더욱더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만 했다.

소위 기득권이 자리를 잡기 전과 잡은 후라고나 할까.

‘나라도 버티기 힘들었겠지.’

제아무리 독불장군이라 불리던 송정민이라도 처음부터 거대 길드와 가문의 감시와 견제를 받아가며 성장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무혁은 참 여러모로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무도란 그리 쉽게 하루 아침에 달성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최대 반년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년. 고작 6개월 만에 크게는 무도, 좁게는 검술을 익히겠다는 무혁의 말에 송정민은 끌끌- 혀를 찼다.

“하겠다면 해야겠지. 하지만, 쉽지 않을 거다.”

“쉬울 거라 생각한 적 없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제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겠지.”

송정민은 딱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사실, 현재 무혁이 할 수 있는 일을 꼽으라면 고유 능력을 올려줄 수 있는 5등급 몬스터를 찾아 핵을 섭취하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포인트가 벌이가 되는 6등급 몬스터를 잡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이쪽이든 저쪽이든 사람들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건 사실이니 차라리 무혁의 계획대로 5개월 정도 인적 없는 모래성과 같은 곳에 처박혀 있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다만.

‘검술이랍시고 시간만 허비하면 그 손해가 클 것이다.’

송정민이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헛된 시간 낭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

만약, 무혁이 검술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에게 정식으로 배움을 받는다면 두말없이 등을 떠밀었을 것이다.

송정민 역시 헬-라시온에서 이름 떨치던 강자로서 소위 랭커들 간의 격차는 아주 작은 사소한 부분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흔한 말로 헬-라시온에 이끌려 오기 전에 운동을 배웠다거나, 싸움을 잘했던 인간들은 확실히 전투 능력 자체가 남달랐다.

고유 능력이 월등하게 높거나, 강력한 스킬을 보유해 힘으로 찍어 누르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기본기에서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송정민 자신이었다.

헬-라시온에 끌려오기 전까지 싸움이라면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부터 복싱을 정식으로 배웠고, 이후 무에타이에 맛을 들였다가 아예 진로를 종합격투기 선수로 잡은 이후에는 킥복싱과 주짓수를 주력으로 익혔었다.

투왕.

송정민이 투왕이라 불린 이유에는 그 근간이 이렇게 존재했기 때문이다.

물론, 운동신경 좋고 격투기를 배웠다고 모두 헬-라시온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아니다.

실제로도 유명 격투기 선수 중 한 명이 헬-라시온에 끌려 왔었지만, 어처구니없게도 그는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오히려, 운동 하나 배워본 적 없어도 헬-라시온에서 랭커로 자리를 잡은 인간들이 더 많았기에 고유 능력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스킬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며 성장하느냐가 훨씬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송정민은 무혁이 오로지 검술, 혹은 무도라는 좁은 시야에 가로막혀 진짜 자신이 가진 능력, 이를테면 고유 능력의 성장법, 스킬 조합 능력, 블랙 본과 같은 진짜배기 힘이 썩히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한 노파심에 송정민은 끝내 2시간에 가까운 설교를 늘어놓고 나서야 무혁을 놓아주었다.

하루를 쉬고 무혁은 곧장 모래성으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

이번에는 최소 한 달, 길게는 두 달 이상 모래성에서 머물 것이기에 무혁은 송정민과 긴 인사를 나눴다.

“그만하면 됐으니까 그만 가봐.”

송정민이 언제까지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거냐는 듯 타박을 하자 무혁이 희미하게 웃음을 보이고는 무겁게 몸을 일으켰다.

“아!”

“또 무슨 할 말이 남아서?”

그만 떠들고 가라는 송정민의 핀잔에 무혁은 어제부터 하고 싶었던 말을 이제야 꺼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제가 없는 동안 어쩌면 사람 하나가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널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고?”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송정민의 눈이 매섭게 번뜩였다.

무혁의 상황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송정민으로서는 그를 찾는 사람의 존재가 달가울 리가 없다 여겼던 것이다.

“오해하실 것 없습니다. 어제 모래성에서 마을로 돌아오던 중에 만난 녀석인데…….”

결국, 무혁은 또다시 엉덩이를 깔고 앉아서 방구름과의 만남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포션을 제작한다고?”

송정민으로서도 포션을 제작한다는 방구름의 존재에 꽤나 놀라워했다.

그만큼 포션을 제작하는 인간은 희귀하기 때문이다.

헬-라시온에서 포션 제작자로 가장 유명한 인간을 꼽으라면 케일테자만이고, 그는 당연히 보물을 손에 쥐고도 남들에게 빼앗기지 않을 정도의 힘을 보유한 랭커인 동시에 거대 길드 중 하나인 ‘연금술회’의 회장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포션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 귀하다 보니 소도시 이상의 식민이 아니라면 쉽게 거래조차 할 수 없었기에 이런 궁벽한 아스펠 마을에 포션을 제작할 수 있는 마을 식민이 있다는 건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그놈이 널 찾아올 이유가 있겠냐?”

지금까지 자신의 능력을 꽁꽁- 숨기며 살았던 방구름이니 송정민은 그가 지금이라도 어디론가 이주를 했을 것이라고 여겼다.

“아마도 찾아올 겁니다.”

확신에 가까운 무혁의 말에 송정민은 두고 보면 알겠지- 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널 찾아오면 어쩔 생각이냐?”

“우선은 믿을 수 있는 형으로 친분을 쌓을까 합니다.”

“그 이후에는?”

혹시라도 무혁이 불온한 생각을 할까 싶어 송정민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긴장을 해야만 했다.

지금 무혁이 할 대답에 따라 그가 여타의 다른 헬-라시온 식민이 된 인간들처럼 변할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녀석이 워낙 변변찮아서… 지켜주고 싶기도 하고.”

혹시라도 송정민에게 벼락같은 호통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던 무혁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아직까지 제 한 몸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주제에 ‘혹’을 달겠다고 하니 송정민이 화를 낸다고 하더라도 할 말이 없는 무혁으로서는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미친 놈.”

무혁의 말에 송정민은 그렇게 대답했다.

긴장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며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미소가 그려졌다.

혹시라도 시간의 탑에서의 일로 인해 무혁의 성정이 변했을까 내심 걱정했던 송정민으로서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포션을 제작할 수 있는 녀석이니 제게도 꽤나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안정적인 제 포션 공급처라고 생각하면 제가 지켜줄 가치가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제 한 몸도 제대로 못 지키는 주제에 누가 누굴 지키겠다는 거냐?”

어떻게든 변명거리를 만드는 모습에 송정민은 그렇게 타박을 했지만, 방구름에 대한 문제는 차근차근 생각을 해보자는 말과 함께 무혁을 등 떠밀 듯 서둘러 떠날 것을 재촉했다.

“그럼 정말 가보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방을 빠져나온 무혁은 곧바로 하녀 마코에게 자신이 없는 동안에도 송정민을 잘 보살피라는 말과 함께 혹시라도 방구름이 자신을 찾아오거든 반드시 송정민에게 안내하되, 그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철저하게 모습을 가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자, 그럼 가볼까?”

집을 나온 무혁의 곁엔 또다시 통통이가 함께 하고 있었다.

 

#

 

“형님을 찾아봬도 될까?”

방구름은 꽤나 깔끔하게 꾸며진 방 안에서 끙끙- 거리며 고민 중이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주고,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요구조차 없이 쿨하게 헤어졌던 무혁을 찾아가고 싶었지만, 차마 발걸음을 떨어지지가 않았다.

어쩌면 이런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헬-라시온에 끌려온 뒤로 방구름이 깨달은 것들 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어떠한 인간도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였다.

특히, 웃는 얼굴로 호의를 베푸는 이들이 가장 위험했다.

그만큼 헬-라시온에서의 인간은 오히려 대놓고 위협하고 궁지로 내모는 마족들보다도 믿을 수 없는 족속으로 변질한 지 오래였다.

“형님은… 믿을 수 있을까?”

그러고 싶지만, 방구름도 확신을 할 자신은 없었다.

이미 두 번이나 웃는 얼굴로 호의를 베풀었던 이들에게 배신을 당한 적이 있는 방구름이었기에 무혁에 대한 태도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무혁에게 해를 가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냥 여기서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다른 마을로 이주를 해버리면 된다.

물론,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갚기는 할 것이다.

무혁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지도 못한 상태로 자취를 감춰버리는 건 금수만도 못한 짓이었으니까.

얼마의 포인트만 지출하면 얼마든지 자신이 만든 포션들을 무혁에게 배달할 수 있었으니 그렇게 만든 포션을 전해주고 사라지면 되는 일이다.

무혁은 절대 자신을 찾을 수 없다.

애초부터 무혁에게 알려주었던 집의 주소 자체가 거짓이었으니까.

만약 자신에 대한 소문이 헬-라시온 전체에 퍼진다 하더라도 주변 이목을 끌지 않는 이상 절대 정체가 발각될 일 없다고 확신하는 방구름으로서는 그런 걱정 따윈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무언가 내키지 않았다.

이대로 무혁과의 인연을 끊어버리자니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찝찝했다.

“…하아. 구름아,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는 거 알면서 왜 이러니?”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방구름은 갈팡질팡 거리는 자신의 마음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갈피를 못 잡고 갈등하던 방구름은 이내 확인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방을 나온 방구름은 곧바로 자신이 고용해서 부리고 있는 하녀를 불렀다.

아스펠 마을의 하녀는 공통적으로 못생긴 오크 여성체였기에 무혁이 고용한 하녀, 마코와 생김새에서 차이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굳이 두 눈에 불을 켜고 찾자면… 방구름이 부리고 있는 하녀의 콧구멍 각도가 조금 더 높다는 것 정도?

“지금 당장 이 주소에 사는 인간에 대해서 조사를 해봐.”

방구름은 무혁이 사는 집 주소가 적힌 종이와 빨간 보석 두 개를 하녀에게 건넸다.

보석은 헬-라시온의 화폐나 다름없었다.

중앙탑을 통해 유일하게 제값에 사서 제값에 판매를 할 수 있는 물품으로, 상거래를 하는 모든 식민들은 보석을 화폐처럼 다루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집을 빠져나가는 하녀를 바라보며 방구름이 중얼거렸다.

“그래,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마지막으로 믿어보고 아니라면… 미련 없이 다른 마을로 이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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