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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5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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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5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58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8)

 

“차무혁을 아냐고요? 당연히 잘 알죠. 내가 아는 한 가장 강한 사람이고, 가장 멋진 사람이며, 정말… 특별한 사람이니까요. 첫 만남이요? 글쎄… 참 운명적이었다고 할까?”

“운명이란 말입니까?”

상대의 물음에 남자가 하핫- 하고 웃었다.

“딱, 그 두 글자가 완벽하네요. 운. 명.”

“도대체 어떤 만남이었기에 그러는 겁니까?”

“그러니까 그게 어떤 만남이었냐면…….”

남자는 오래된 추억임에도 불구하고 엊그제 겪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듯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은혜는 됐고…….”

무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지 같은 남자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힘차게 흔들었다.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어찌 은혜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 제 목숨을 구해주신 이 빚은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가진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두 배, 아니 세 배, 네 배 이상 갚아 보이겠습니다!”

무혁은 참 별스럽게도 비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능력이 없어 보인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즉, 입만 산 놈이 아닐까 싶은 무혁이었다.

“뭐, 그러던지.”

어차피 말을 해봐야 통하지 않을 것 같았기에 무혁은 대충 상황을 정리하고 자리를 뜨고 싶었다.

“그럼 난 이만. 통통아, 가자.”

무혁이 몸을 돌리려고 하자 거지같은 남자가 바닥을 빠르게 기어와선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은인! 성함이라도 알려주십시오!”

“굳이 알 필요가…….”

“은인! 성함을 알려주십시오! 제발 알려주십시오!”

말을 해주지 않으면 끝까지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질 것 같았기에 무혁은 그냥 깔끔하게 죽이거나, 기절을 시켜버릴까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마우티 부락에서도 내 이름이 알려진 것도 아니고… 약간 모자란 놈 같기도 하니까 뭐 문제가 생길 일은 없겠지.’

무혁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간단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차무혁.”

“차무혁! 차무혁! 차무혁!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세 차례나 힘차게 외치는 남자의 오버스러운 행동에 무혁은 아무래도 빨리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낫겠다는 듯 힘을 줘가며 남자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럼 이제 이것 좀…….”

“저는 방구름이라고 합니다!”

“방구… 름?”

무혁은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아내야만 했다.

“이름이 좀 특이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절대 잊지 못하실 겁니다.”

자신의 이름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은 푸들- 거리는 입술을 억지로 다물며 고개만 끄덕였다.

“저는 이제 갓 스물이 되었습니다. 저보다는 나이가 많으신 것 같은데… 혹시 실례가 되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방구름보다 3살이 많은 무혁이었기에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괜찮으시다면… 형님이라고 불러도… 혹시 실례가 되었다면 그냥 은인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낯간지럽게 은인이라는 소리를 계속해서 들을 순 없었기에 무혁은 그냥 ‘형님’이라고 부르라 했다. 물론, 앞으로 더 볼 일이 없을 거라 여겼기에 한 말이기도 했다.

“무혁 형님!”

헤벌쭉 웃으며 외치는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은 피식-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멍청한 건지, 순수한 건지… 그냥 착한 건지 모르겠네.’

어쨌든 지옥 같은 헬-라시온에서도 방구름처럼 자신의 감정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이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앙할마케를 향해 천천히 먹히겠다는 우스꽝스러운 말을 외치며 달려들었던 모습을 생각하면 성격이 어떤지 대충 파악이 되기도 했다.

“무혁 형님, 혹시 폐가 되지 않는다면… 아스펠 마을까지 저를 데려다 주실 수… 아, 아닙니다! 또 은혜를 입을 수는 없습니다!”

“아스펠 마을에 살고 있습니까?”

“예? 아, 아… 예.”

머뭇거리며 대답을 하는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은 같은 거주민이라는 사실에 어쩌면 간혹 얼굴을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아스펠 마을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예? 아, 아… 그, 그게… 마, 마을 남쪽 판자촌이 밀집되어 있는 주거지에서 가장 끝에 있는 파, 파란 집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시선을 피하며 말을 더듬는 모양새가 조금 의심스럽긴 했지만, 무혁은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그냥 물어본 말이라 한 귀로 듣고 흘릴 생각이었고, 믿을 놈 하나 없는 헬-라시온에서 자신의 안식처를 밝히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어차피 아스펠 마을로 돌아가는 길이니 이 불쌍한 녀석을 도와줄까 갈등을 하던 중, 무혁의 눈에 방구름이 한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는 유리병이 들어왔다.

유리병 속에는 파란 액체가 담겨 있었는데 한 눈에 보더라도 평범하지는 않았다.

“그건 뭡니까?”

“예? 이, 이, 이거 말입니까?”

무혁의 관심에 방구름이 화들짝- 놀라며 또 다시 말을 더듬거렸다.

무혁은 대답 대신 가만히 유리병을 바라봤고, 그 시선에서 무언의 압박감을 느낀 것인지 방구름이 마른침까지 삼켜대며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이거는 그, 그러니까…….”

방구름이 이리저리 눈알을 열심히 굴려가며 말을 더듬는 모양새가 더욱더 수상했다.

‘아주 대놓고 나 좀 의심해 달라고 하는 꼴이라니.’

거짓말과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은 피식- 웃음까지 나왔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지옥 같은 헬-라시온에서 이런 캐릭터를 만나게 될 줄이야.

무혁이 그러한 생각으로 방구름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어쩔 줄을 몰라하던 방구름이 이내 더 이상은 숨길 수 없다는 듯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이, 이건… 포, 포, 포, 포션입니다.”

포션이라니!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말에 무혁의 눈이 반짝였다.

“포션? 설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포션이라는 겁니까?”

무혁이 놀란 음성으로 되묻자 방구름이 재빨리 대꾸했다.

“포, 포션은 맞습니다만, 저, 저저, 저도 어, 어, 어렵게 구, 구구한 무, 물건입니다.”

또 거짓말이다.

심각한 더듬거림과 시선을 회피하는 모습만 봐도 누구나 알만했다.

‘설마… 포션을 제작할 수 있는 건가?’

헬-라시온에서 타인의 상처를 회복시켜줄 수 있는 방법은 유일한 회복 스킬인 ‘뿌리 나무의 회복’과 중앙탑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회복 물약, 그리고 희귀하게나마 유통이 되고 있는 포션이 전부였는데 그걸 방구름이 직접 제작을 하고 있다니 무혁으로서는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놀라움 뒤에는 의아함이 들었다.

‘포션이라면 그 값이 결코 적지 않을 텐데… 어째서 몰골이 이 모양이지?’

무혁은 방구름이 여러모로 비밀이 많은 녀석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만약, 진짜로 방구름이 포션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자라면 그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귀한 물건을 왜 그렇게 가지고 있는 겁니까?”

무혁의 물음에 방구름은 손에 쥔 포션을 바라보다 이내 앞으로 내밀었다.

“무혁 형님께서 제 생명을 구해주셨으니 이것으로라도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사양하지 말아주십시오.”

정상적인 말투로 보아 거짓말은 아니었다.

무혁은 거짓이든, 아니든 구하기 쉽지 않은 포션을 자신에게 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고맙게 받겠습니다.”

무혁이 포션을 받아들자 방구름이 다행이라는 웃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놓으십시오.”

“그럼… 그럴까?”

“예! 형님!”

또 다시 헤벌쭉- 웃는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 역시 희미하게 웃어주었다.

분위기가 살짝- 훈훈하게 변하자 무혁이 기습적으로 말을 툭- 내뱉었다.

“그런데 이런 비싼 포션은 얼마를 받으면서 판매하는 거야?”

“개인 거래를 하면 제 값을 받을 수 있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중간 상인을 통해서 판매를 하기 때문에 마진율이 그다지 높지가… 히끅!”

무심결에 대답을 하던 방구름은 자신이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깨닫고는 너무 놀라서 딸꾹질까지 해댔다.

“그, 그, 그러니… 딸꾹! 저, 저, 아니, 제, 제가 판, 판매를… 딸꾹! 하, 하는 게 아, 아니라…….”

심각한 더듬거림과 딸꾹질로 인해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뒤늦게 어떻게든 변명을 하려는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은 괜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포션을 제작하는 게 무슨 큰 잘못도 아닌데 뭘 그렇게 숨겨? 설마 내가 널 잡아다가 노예로 부릴까 봐 그게 걱정돼?”

“그, 그,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양손을 황급히 흔들며 부정하는 방구름이었지만, 경직되어 있는 표정과 더듬거리는 말은 진심으로 무혁이 말한 상황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무혁의 말처럼 헬-라시온에서 포션을 제작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고, 그 능력은 모두가 탐을 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몇몇 포션 제작자들이 거대 길드와 가문에 의해 은밀히 잡혀서 노예처럼 포션 제작에만 쓰인다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했다.

방구름이 우려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지만, 자신이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말을 해봐야 지금 당장으로서는 믿어줄 것 같지가 않았기에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포션은 처음인데, 이거 지금 확인해 봐도 되는 거지?”

“예?”

어떻게 확인을 하냐는 방구름의 의아한 눈빛에 무혁은 말없이 한쪽 팔뚝에 상처를 냈다.

스윽- 피부가 갈라지며 순식간에 빨간 핏물이 흥건하게 흘러나왔다.

“……!”

무혁의 갑작스런 자해에 방구름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그것이 무슨 의도인지를 눈치채고는 아무런 말도 내뱉지 않았다.

그동안 무혁은 자연 회복 스킬이 발동되기 전에 재빨리 유리병 하나를 그대로 깨트리며 상처에 포션을 부어버렸다.

굉장히 시원한 느낌이 피부에서 전해졌다.

그리고는 부글부글- 핏물이 거품을 일으키며 지혈이 되었고,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5천 포인트나 하는 회복 물약보다 훨씬 좋잖아?’

무혁이 놀라워하는 것과 동시에 방구름 역시도 두 눈을 부릅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지? 성능이 저 정도는 아닌데…….’

자신이 만든 것이고, 항상 사용하기에 누구보다 회복 포션의 성능을 잘 알고 있는 방구름으로서는 무혁의 상처를 순식간에 아물게 만드는 모습이 굉장히 낯설기만 했다. 마치, 다른 포션인가 싶을 정도로 착각이 들었다.

‘포션이라는 거 정말 대단하구나.’

자연 회복의 스킬이 1등급이라 하더라도 무혁에게 있어 포션의 값어치는 상당히 귀했다.

그렇다 보니 5천 포인트나 하는 회복 물약을 상당수 구입을 해놓았지만, 송정민에게 사용한 것을 제외하면 단 한 병도 자신에게는 사용한 적이 없는 무혁이었다.

그 정도로 물 쓰듯 회복 물약을 사용하기엔 무혁에게도 부담이 적지 않았기에 만약, 방구름과 같은 포션 제작자가 곁에 있다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무혁의 눈에 탐욕이 맴돌았다.

“아스펠 마을이라고 했지?”

“예? 예.”

“가자. 나도 마을로 돌아가던 중이었거든.”

무혁의 말에 방구름은 반색을 하며 기뻐하다 이내 흠칫- 뒷걸음질을 쳤다.

“싫어? 그럼 말고.”

미련 없이 무혁이 등을 돌리자 갑작스런 호의에 경계를 하던 방구름은 잠시 갈등을 하다가 이내 이를 깨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형님과 함께 돌아가겠습니다!”

어차피 한 번 죽은 목숨, 무혁으로 인해 살아난 방구름이었다. 자신이 포션을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무혁의 태도가 변한 것이 슬프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해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

 

“담배 피워?”

무혁이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며 묻자 방구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무혁은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 얼마나 됐어?”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내며 무혁이 묻자, 방구름이 나란히 걷고 있는 그를 쳐다봤다.

질문에 주어가 없었으니 원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지옥에 온 것 말이야.”

“아! 저는 현재 3년차입니다.”

무혁은 생각보다 방구름의 연차가 꽤 높다고 생각했다.

“그럼 열일곱 살에 온 거네?”

“예.”

방구름의 대답에 무혁은 너도 참 불쌍한 인생이구나- 라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3년차나 됐으면서도 앙할마케 한 마리를 못 잡아?”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할 건 없고.”

앙할마케가 무리를 이루고 있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3년차 식민이라면 앙할마케 한 마리 정도는 감당해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무혁으로서는 방구름의 무력이 같은 연차 중 가장 밑바닥이지 않을까 싶어 지금까지 살아있는 게 용할 정도였다.

‘보아하니 포션으로 연명하는 목숨인 것 같기는 한데…….’

그런 삶이 얼마나 유지될지 무혁은 저도 모르게 쯧- 하고 혀를 차고 말았다.

“형님은 얼마나 되셨습니까?”

“나?”

무혁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방구름의 얼굴을 마주보다 이내 대충 비슷하다고 얼버무려버렸다.

‘1년 차라고 말해봐야 믿지도 않을 거고, 설령 믿는다 하더라도 구태여 괜한 의심을 받을 필요도 없으니까.’

당연하게도 무혁을 자신과 비슷한 혹은, 그보다 높은 연차라고 생각한 방구름이었기에 그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형님, 저건 뭡니까? 저런 몬스터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방구름의 관심은 통통이에게 있었다.

특이한 생김새에다가 앙할마케의 시체를 집어삼키고는 이상한 걸 토해냈던 통통이였으니 방구름으로서는 당연히 호기심이 짙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정확하게는 잘 몰라. 분명한 건 몬스터는 아니라는 거고.”

“그럼 앙할마케의 시체를 먹고 뱉어냈던 것은 뭡니까?”

“그것도 몰라. 이번이 처음이었거든.”

“아.”

방구름은 이번에도 별다른 의심하지 않고 무혁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무혁은 그런 방구름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아스펠 마을에 정착한 지는 얼마나 됐어?”

“마을 식민이 되고부터니까 2년 정도 됐습니다.”

“그 동안 쭉 혼자였고?”

“뭐…….”

걸음을 걸으며 무혁은 슬쩍- 방구름을 돌아봤다.

17살의 어린 나이에 헬-라시온으로 끌려와 3년 동안이나 혼자였을 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 행색으로 봐선 혼자가 된 것이 분명했기에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방구름의 거지 같은 몰골이 무혁의 측은지심을 더욱더 부채질한 공도 없잖아 있었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방구름의 순진무구한 눈동자에 무혁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윽- 쓰다듬었다.

“형님?”

“가자.”

성큼성큼 걸어가는 무혁의 뒤를 방구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따랐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야 아스펠 마을에 도착한 무혁과 방구름은 중앙탑 앞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형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90도까지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은 됐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앞으로 위험한 곳은 얼씬도 하지 마. 아, 혹시 네 도움이 필요하면 네가 말한 집으로 찾아가면 되는 거지?”

“예? 그, 그, 그, 그게…….”

무혁은 또 다시 말을 더듬는 방구름의 모습에 픽- 웃고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와. 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방구름의 순수함과 그가 가진 재능이 자신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막연한 예감이 든 무혁이었다.

“저, 정말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감격한 표정으로 방구름이 그렇게 묻자 무혁은 얼마든지 그러라며 손인사와 함께 몸을 돌려 먼저 중앙탑으로 들어가 버렸다.

“혀, 형님?”

쿨- 하게 돌아서서 사라진 무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방구름의 표정이 의아함으로 가득찼다.

‘정말 이대로 가는 겁니까? 제가 포션을 제작할 수 있다는 걸 아시면서도?’

방구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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