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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57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8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5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57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7)

 

모래성을 빠져 나온 무혁은 곧바로 아스펠 마을을 향해 이동했다.

오로지 두 발만 믿고 꼬박 반나절을 걸어야만 도착할 수 있는 아스펠 마을이었기에 무혁으로서는 지체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물론, 현재 무혁의 무력이라면 큰 위험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워낙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으니 이왕이면 무혁은 조용하고도 신속하게 안전한 마을로 들어서고 싶었다.

이동은 순조로웠다.

아주 간혹 몬스터들과 자잘한 전투가 벌어지긴 했지만, 모래성에 들어서기 전보다 전투 능력이 상승한 덕분에 어렵지 않게 앞길을 막는 몬스터들을 죽일 수 있었고, 자잘하게나마 포인트 벌이도 됐다.

그렇게 아스펠 마을과의 거리를 점점 좁혀가던 찰나.

“통통아, 이쪽이야. 그쪽이 아니야.”

보이지 않는 끈이라도 묶어 놓은 것처럼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았던 통통이가 갑작스럽게 엉뚱한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어허! 그쪽이 아니라니까! 그쪽으로 가면 길을 돌아야 해! 얼른 이쪽으로 와!”

평소와 다르게 말을 전혀 들어먹지 않는 통통이의 고집에 무혁은 나름 목소리를 깔며 손짓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통이는 못 들었는지, 이제야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독립선언인지 무혁의 말을 깨끗하게 무시하며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로 통통- 뛰어갔다.

“야! 통통아! 아… 진짜!”

버리고 갈까- 를 아주 잠시 생각했던 무혁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미치겠네.”

그 쓸모를 알 수 없지만, 자그마치 마정의 의지가 깨어난 통통이다.

아직까지는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분명 굉장히 희귀하면서도 다시는 손에 쥘 수 없는 보물인 통통이를 이대로 떠나보낼 순 없었다.

절이 싫어 떠나겠다는 중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떡하긴 절이 좋아지도록 해야지!”

무혁은 인상을 박박- 쓰면서도 통통이를 따라서 급히 발을 놀릴 수밖에 없었다.

“통통아, 너 도대체 어디 가는 건데?”

말을 해도 대답 없는 통통이.

무혁은 그러한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왜 그러냐, 목적지가 어디냐,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 거냐, 앞으로 잘 하겠다 등등 무혁은 통통이의 마음을 돌리고자 온갖 말을 쏟아냈고 처음에는 살살- 달래던 말들이 점점 언성이 높아지고 말았다.

“이러다가 밤이라도 되면 골치 아프다니까!”

“아- 쫌! 그만 고집 부리고 집에 가자!”

“통통아, 그쪽이 아니라니까!”

기어이 버럭- 소리를 내지르는 무혁이었지만, 그나마도 통통이를 막을 수 없었다.

“도대체 쟤가 왜 저러는……!”

“살려주세요! 여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 사람 살려주세요!”

갑작스럽게 들려온 사람 목소리에 무혁은 저도 모르게 주춤- 멈춰서며 주변을 돌아봤다.

이 근방의 몬스터들은 무섭지 않지만, 사람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지금이야 같은 연차의 지구인들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자신을 죽일 수 없다지만, 괜한 시비에 휘말려버리면 결코 좋을 것 없다는 걸 잘 아는 무혁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현재 무혁은 마우티 부락에서 도망치듯 아스펠 마을로 이주하지 않았는가?

 

‘거대 길드와 가문을 절대 무시해선 안 된다. 그들은 반드시 이번 강제 사냥에 대해서 파헤치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절대 눈에 띄는 행동으로 이목을 집중시키지 말아야 한다.’

 

무혁은 송정민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더욱더 숨을 죽였다.

“제발 살려주세요!”

애원에 가까운 음성, 정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니라면 결코 내뱉을 수 없는 호소력 짙은 음성에도 무혁은 이를 꽉- 물었다.

헬-라시온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은 모두 제각각의 방식이 존재한다.

강한 놈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

오히려 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만큼 더 위험하다는 반증이다.

마을 인근에서 살려달라고 하는 이라면 최소한 무혁과 같은 연차의 지구인은 아니다.

최소 2년, 혹은 그 이상 헬-라시온에서 생존하고 있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살려달라?

순수하게 정말 위기에 빠졌을 수도 있지만, 무혁은 그런 순수함 따위 시간의 탑에서 깨끗하게 버린 지 오래다.

미끼일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저런 식으로 지나가던 이를 불러들여 목에 칼을 긋고, 가슴의 표식을 거둬가는 ‘인간 사냥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곳이 헬-라시온이라는 걸 생각하면 무혁은 자신이 그들의 표적이 되었다는 가정을 결코 지울 수 없었다.

‘날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 언제부터지?’

더욱이 현재 무혁의 꼬락서니는 누가 봐도 변변찮았다.

마을 인근을 배회하며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는 생존자 정도였으니 인간 사냥꾼들 입장에서는 표적으로 삼기에 최적일 것이다.

“통통아, 우선 여기서 벗어나자.”

싸우더라도 놈들이 함정을 파놓았을지 모를 이곳은 벗어나야 한다.

작게 말을 하며 무혁은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무혁의 그러한 노력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통통이가 수풀 너머로 뛰어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무혁은 어쩔 수 없이 통통이를 따라 수풀로 향했다.

“젠장! 통통아, 위험하니까…….”

수풀을 통과한 무혁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무혁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건, 불그스름한 털이 뒤덮인 영장류 형태의 몬스터였다.

‘저 놈은…….’

턱을 뚫고 튀어 나와 있는 송곳니는 무척이나 포악스럽게 보였고, 목덜미에 테두리를 두른 듯 새하얀 갈기와 유독 붉은 빛을 내는 길고 두툼한 꼬리의 끝이 양쪽으로 갈라져 있는 모습은 그 특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앙할마케!’

무혁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녀석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영장류 형태의 몬스터는 헬-라시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지만, 앙할마케는 다르다.

오로지 아스펠 마을 인근에서만 굉장히 희박한 확률로 만날 수 있었다.

‘그래봐야 특별한 건 없는 놈이지만.’

무혁은 앙할마케의 모습을 바라보다 재빨리 주변을 훑어봤다.

앙할마케는 무리 생활을 한다.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까지도 그 수가 일정치 않았고, 무엇보다도 동족애가 유독 강한 몬스터라서 자칫 어설프게 사냥을 했다가는 앙할마케 무리의 집요한 공격을 받을 수 있었다.

“살려…….”

주변을 살피던 무혁은 뒤늦게 들려온 사람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웬 거지가…….’

무혁은 차마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꼬락서니의 거지같은 남자가 자신을 향해 우물쭈물- 거리는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함정에 빠진 게 아니었어. 그냥 저 거지가 정말로 살려달라고 소리친 거였어.’

그나마 안심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무혁은 가만히 거지 같은 남자를 바라보며 고민했다.

‘다행이 이 앙할마케는 혼자다. 잡는 건 일도 아닌데… 내가 저 거지를 살려야 하는 건가?’

그런 고민에 빠져 있는 무혁에게 거지 같은 남자가 망설임없이 말했다.

“미안합니다. 저 때문에 그쪽도 먹히게 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 혼자 먹히면 그만인 일이었을 텐데…….”

“…….”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마치, 삼가 조의를 표하는 것처럼 말을 하는 거지 같은 남자의 모습에 무혁의 표정이 더욱더 일그러졌다.

그런 무혁의 표정에 거지 같은 남자가 재차 말을 이었다.

“제가 먹히고 있을 동안 최대한 멀리 달아나세요! 제가 최대한 천천히 먹히겠습니다!”

결의에 찬 눈으로 손에 쥔 반 토막 난 검을 들어 올리는 거지 같은 남자의 모습에 무혁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다.

그러는 사이 거지 같은 남자가 반 토막 난 검을 휘두르며 앙할마케에게 달려들었다.

“나를 먼저 먹어야 저 사람을 먹을 수 있을 거다! 나부터 먹어라!”

굉장히 비장한 각오가 실린 얼굴이었지만, 그따위 우스운 멘트를 날리는 거지 같은 남자의 모습에 무혁은 더 이상 생각할 것 없다는 듯 오른손에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냈다.

‘바보인 건 확실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 살려는 준다.’

무혁은 엉성하게 앙할마케에게 덤벼드는 거지 같은 남자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거리의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무혁이 먼저 가슴으로 파고들자, 앙할마케 역시 조잡한 실력으로 덤벼드는 거지 같은 남자는 철저하게 무시하곤 날카롭게 날이 선 손톱을 휘둘러 무혁의 머리를 노렸다.

“아, 안… 헉!”

자신과 함께 싸우려는 듯 무혁이 앙할마케를 향해 달려들자 거지 같은 남자가 혀를 찼지만, 이내 눈앞에서 벌어진 장면에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벼락처럼 휘둘러지는 앙할마케의 손톱을 가볍게 고개를 까딱- 거리는 것으로 흘려보낸 무혁은 블랙 본 장검을 곧바로 움직였다.

‘반격!’

콰자자작!

털을 세우면 그 강도가 철에 버금간다고 알려진 앙할마케의 상반신이 섬뜩한 소음을 뱉어내며 그대로 허공으로 떠올랐다.

뒤늦게 앙할마케의 핏물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고, 그 너머로 눈이 튀어나올 듯 부릅뜨고 입이 찢어질 듯 벌리고 서 있는 거지 같은 남자의 표정이 무혁의 눈에 들어왔다.

털썩- 앙할마케의 상반신이 허무하게 바닥에 떨어졌고, 무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블랙 본 장검을 늘어트리고 서 있었다.

“저, 저, 저, 저, 저…….”

어항 속 금붕어마냥 입을 뻐끔- 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거지 같은 남자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무혁은 이내 시선을 돌려 앙할마케의 시체를 바라봤다.

‘고유 능력이 6등급이었다면 핵부터 찾아서 섭취를 했을 텐데.’

앙할마케는 핵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였지만, 아쉽게도 현재 무혁의 등급보다 낮았기에 쓸모가 전혀 없었다.

무혁이 그렇게 입맛을 다시는 사이, 통통이가 앙할마케의 시체 옆으로 다가가더니 순식간에 외눈이 입으로 변해 상반신을 덥석- 삼켜버렸다.

“…통통아?”

앙할마케의 상반신을 깨끗하게 집어 삼켜버린 통통이의 모습에 무혁은 두 눈을 부릅떴고, 그렇지 않아도 놀라고 있던 거지 같은 남자는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온 몸을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두 인간이 놀라거나 말거나, 통통이는 기분이 좋다는 듯 제자리에서 통통- 뛰더니 이윽고.

툭-!

영롱한 검은 빛의 광채를 뿌려대는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둥그런 환이 통통이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이게 뭐야?”

무혁은 갑작스럽게 통통이가 뱉어낸, 혹은 배설한 영롱한 흑광의 환을 손으로 집어 들었다.

자신의 손에 들린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통통이의 갑작스런 돌발행동이 더욱더 무혁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통통이가 왜 갑자기?’

통통이를 향해 뭐라고 묻고 싶었지만, 무혁은 입을 열지 않았다.

묻는다고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우선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지 같은 남자의 노골적인 시선부터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남자와의 문제를 풀기 위해 손에 들린 환을 공간 주머니에 넣으려던 무혁이 멈칫거렸다.

‘이것도 감정 스킬로 확인은 가능하겠지? 확인만 우선 해두자.’

자그마치 50만 포인트를 들여 익힌 감정 스킬이었기에 무혁은 약간의 기대감을 갖고 감정 스킬을 사용했다.

‘감정!’

감정 스킬을 사용하자 곧바로 무혁의 손에 들린 환이 아주 살짝 반짝였다.

 

[‘6등급 마정 찌꺼기’가 감정되었습니다.]

[감정, 스킬의 등급이 부족합니다.]

[‘6등급 마정 찌꺼기’의 감정 상태가 부족합니다.]

 

‘등급이 부족하다고?’

무혁은 살짝 눈을 찌푸리고는 ‘6등급 마정 찌꺼기’를 확인해봤다.

 

|6등급 마정 찌꺼기|

· 6등급 마정 찌꺼기로 불완전하다.

· 고유 능력 ?????

· 등급 ?????

· 불완전한 ?????

· 완전한 ?????

 

무혁은 감정이 된 6등급 마정 찌꺼기의 정보를 확인하고는 더욱더 이맛살을 찌푸렸다.

온통 물음표로 표시가 되어서 무슨 뜻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이야?’

하필이면 비싸게 주고 산 감정 스킬의 등급이 부족해서 이런 중요한 순간에 전혀 쓸모가 없다는 사실이 무혁은 너무나도 아쉬웠다.

‘미감정 물건을 발견할 때마다 스킬 숙련도를 올려야지 원.’

하는 수 없이 무혁은 6등급 마정 찌꺼기를 공간 주머니에 넣어버리고는 여전히 벙찐 표정으로 넋을 놓고 서 있는 거지 같은 남자를 바라봤다.

“저…….”

무혁이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거지 같은 남자가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감사합니다!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이 은혜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더라도 반드시 갚겠습니다!”

갑작스럽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맞댄 상태로 감사의 인사를 하는 거지 같은 남자의 모습에 무혁은 참 별난 인간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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