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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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5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53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3)
모래성 3층은 1층, 2층과는 내부의 전경부터 달랐다.
삭막한 사막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기만 했던 1층, 2층과 다르게 3층은 제각각의 높이를 자랑하는 모래 언덕이 존재하지 않아 거리감의 불편함이 덜했다.
대신, 곳곳에 거대한 움막이 듬성듬성 설치되어 있었기에 시야가 시원스럽게 확- 트였다고 볼 순 없지만, 1층이나 2층에 비교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거기에 하늘을 찌를 듯 거대하게 자라나 있는 선인장과 그 아래 작은 우물처럼 파여 있는 오아시스가 한 세트처럼 곳곳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어디든 한 곳을 정해 베이스캠프를 차리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이제 모래성 3층에서 출몰하는 몬스터에 대해 알아볼 차례.
모래성 3층의 몬스터는 모래 해골병이다.
모래성 1층과 2층의 몬스터들은 모래 바닥을 통해서 제멋대로 불쑥불쑥- 등장했다면, 3층의 모래 해골병은 오로지 움막을 통해서만 그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움막 근처로 접근해야만 그 모습을 보였기에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움막을 잘 피해서 이동하면 얼마든지 불필요한 전투를 벌이지 않고도 쉽게 4층으로 내려갈 수가 있었다.
명확하게 몬스터가 나타나는 장소와 간격의 빈틈, 마지막으로 안정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이 되어 있는 모래성 3층의 구조는 그만큼 모래 해골병이 강력하다는 걸 암시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늘이 있어서 그런가? 그늘 밖이 조금 더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무혁은 거대한 선인장 그늘 아래 주저앉아 그렇게 중얼거렸다.
뚜렷하게 기온 차이가 크다고 느끼지는 못했지만, 기분상 모래성 1, 2층보다는 3층이 조금 더 더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부터 잘까?”
불을 붙인 담배를 입에 물고 무혁은 움막을 지그시 바라봤다.
모래성 2층에서도 꼬박 하루를 보냈다.
벌써 이틀이나 잠을 자지 않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전투로 보냈기에 고유 능력이 5등급에다가 제아무리 체력이 높은 사냥꾼 포지션을 선택한 무혁이라 하더라도 피로도가 쌓이는 걸 막을 순 없었다.
거기에 무혁은 스킬을 집중적으로 올리겠다며 지속적으로 스킬을 사용했기에 정신적인 피로도 역시도 상당히 누적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생각한다면, 당장 몇 시간의 숙면을 취한 이후에 모래 해골병과 싸워야 할 무혁이었지만, 그놈의 호기심이 기어이 발목을 붙잡았다.
“아무리 피곤하다 하더라도 등급도 낮은 모래 해골병 따위에게 무슨 일 당하겠어?”
무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그냥 맛만 보자는 식으로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퉤- 뱉어내고는 터벅터벅- 움막을 향해 걸어갔다.
‘이십 미터?’
대략 움막과의 거리가 20미터에 이르자 움막이 들썩- 거리더니 2미터가 훌쩍 넘어가는 모래 해골병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피지컬 좋네.”
해골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락부락하게 보이는 골격 구조는 과연 저걸 해골병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의아스러웠다.
거기에 모래 해골병의 양손에는 둥그런 라운드 쉴드(방패)와 펄션(외날이며 끝으로 갈수록 폭이 넓은 곡선 모양으로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있어 찌르기 보다는 베기 공격에 특화되어 있는 칼)을 움켜쥐고 있었는데, 그 모습만으로도 꽤나 위압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제법 싸울 만…….”
말을 하던 무혁의 입이 멈추었고,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처음 모래 해골병을 선두로 줄줄이 모래 해골병이 움막을 통해서 나왔는데 그 수가 모두 다섯이었다.
그렇게 다섯 명의 모래 해골병이 일렬로 늘어서서 무혁을 향해 강한 적대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들이 나온 움막이 허물어지며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뭐야? 돌아갈 곳조차 없다는 거야?”
굳이 묻지 않아도 뻔했다.
움막에서 나온 다섯 명의 모래 해골병은 무혁과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것을.
“이럴 줄 알았으면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 시작했을 텐데.”
무혁은 푸념처럼 그렇게 중얼거리며 땅을 박차고 달려오기 시작하는 다섯 명의 모래 해골병을 향해 빠르게 스킬부터 시전했다.
무혁의 포인트 폭발부터 시작된 전투는 모래성 1층, 2층과는 완전히 달랐다.
스앗-!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모래 해골병의 펄션에 무혁은 작게 숨을 토해내고는 재빨리 검지 손가락 크기의 블랙 본 단검을 투척 스킬을 이용해 내던졌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모래 해골병의 두개골이 터져버렸지만, 그뿐이었다.
머리가 터져도 모래 해골병은 바닥의 모래가 발밑에서부터 스멀스멀- 몸을 타고 올라와 다시금 머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생은 모래 해골 역시도 마찬가지였기에 무혁은 새삼 놀랍지도 않았다. 다만, 재생 속도가 조금 더 빨랐기에 귀찮을 뿐이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후속타, 그것도 모래 해골병의 재생을 최대한 늦춰서 시간을 벌 수 있는 강력한 일격이 필요했다.
‘포인트 폭발! 강한 타격!’
무혁은 곧바로 자신의 오른쪽에서 펄션을 휘둘러오는 모래 해골병의 어깨를 노리고 포인트 폭발을 일으켰다.
펑- 소리가 들리고 모래 해골병의 어깨가 살짝 흔들리는 사이 무혁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블랙 본 해머로 있는 힘껏 머리부터 가슴팍까지 짓눌러버렸다.
콰드드드득!
모래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모래 해골병의 머리와 상체가 짓뭉개지는 끔직한 소음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흡사 진짜 뼈를 부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일 정도였다.
모래 해골병이 완전히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무혁은 재차 해머를 휘둘렀다.
그 사이 뒤쪽에서 다른 모래 해골병 하나가 펄션을 휘둘러 무혁의 등을 노렸다.
‘그림자 방패! 근육 수축!’
방어를 위한 스킬을 연달아 사용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6등급의 모래 해골병의 파괴력은 그림자 방패를 가볍게 찢어 버렸고, 단단하게 뭉쳐진 무혁의 근육 또한 손쉽게 갈라버렸다.
“…억!”
불에 지진 것처럼 화끈한 통증에 무혁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모래 해골병은 펄션이라는 무기를 사용하는 만큼 그 위력 자체가 달랐다.
그렇다고 그 정도의 고통에 움츠러들 무혁이 아니었다.
대통합 내성에는 고통 내성도 포함이 되어 있었기에 남들이 느끼는 것보다도 훨씬 더 그 고통을 줄여주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고통이 덜하다고 상대의 공격을 모조리 몸으로 받아주었다가는 제아무리 등급이 높은 무혁이라 하더라도 죽음을 면할 순 없었다.
사실 현재 무혁의 전투 방식은 굉장히 무식하면서도 위험천만했다.
대통합 내성과 자연 회복이라는 사기적인 패시브 스킬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무혁 역시도 이런 무식한 전투 방식을 고집하진 않았을 것이다.
비록 등 근육이 찢어질 정도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지만, 그 대가는 확실하게 받아냈다.
콰작-!
재생을 위해 발밑으로 모래가 모이던 모래 해골병의 하반신마저도 무혁이 휘두른 해머에 완전히 박살이 나며 더 이상 재생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주머니 오픈!’
무혁은 방금 쓰러트린 모래 해골병이 남긴 라운드 쉴드와 펄션을 바라보며 공간 주머니를 열었고, 곧바로 검은 블랙홀과 같은 것이 생성되며 주인 잃은 라운드 쉴드와 펄션을 집어 삼켜버렸다.
중앙탑을 통해 판매를 해봐야 고작 천 단위의 포인트 밖에 되지 않겠지만, 이 빈곤한 모래성에서 유일하게 거둬들일 수 있는 수입원 중 하나였기에 무혁은 그것마저도 외면할 순 없었다.
더욱이 공간 주머니로 인해 이토록 쉽게 수거를 할 수 있으니 더더욱 방치할 이유가 없었다.
한 명의 모래 해골병이 사라졌지만, 남은 네 명의 모래 해골병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살벌하게 펄션을 휘두르고, 라운드 쉴드마저 방어와 공격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무혁을 죽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무혁 역시도 마찬가지로 2층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3층의 전투에 살짝 긴장감을 지니고 최선을 다해서 전투를 벌였다.
그렇게 20여 분 가량이 지나서야 무혁은 모래 해골병을 모조리 쓰러트릴 수 있었다.
“여긴 만만하지 않네.”
스킬 숙련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만 없다면 훨씬 더 간편하고도 쉽게 모래 해골병을 쓰러트렸을 무혁이었지만, 애초부터 스킬 성장만을 첫 번째 목적으로 삼았기에 오히려 이런 긴장감이 도움이 될 것만 같았다.
1층과 2층의 전투는 너무 쉽다.
긴장감도 없고, 몬스터에게 공격을 당한다고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준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모래 해골병은 다르다.
피해가 누적되면 큰 부상으로 번질 수도 있고, 그 사이 모래 해골병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는다면 끝내는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진짜 전투인 셈이다.
스킬 숙련도만 생각한다면 2층에서의 전투가 효율적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운 전투는 무혁의 전투 경험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긴박한 전투를 통해 가장 이상적으로 스킬을 활용할 줄 아는 전투 센스를 높이기 위해선 조금 빡빡하더라도 3층의 모래 해골병이 딱! 적당했다.
“당분간 여기서 머물러야겠네.”
무혁은 그렇게 말하며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했다.
이제는 정말 휴식을 가져야 할 시간이었다.
가장 가까운 거대한 선인장과 오아시스가 있는 곳으로 다가간 무혁은 곧바로 공간 주머니에서 위장 텐트를 꺼냈다.
주변 환경과 동화되어 텐트의 존재 자체를 완전히 지워버려 완벽한 휴식을 만들어주는 위장 텐트는 자그마치 20만 포인트였지만, 그 활용 가치는 그보다 훨씬 더 값졌다.
딱 한 사람만 들어가서 잠을 잘 수 있는 크기의 위장 텐트였지만, 둥그런 구체의 통통이 정도는 충분히 수용이 가능했다.
“통통아, 나 따라다닌다고 수고했다. 너도 푹 자고 일어나.”
과연 통통이가 잠을 잘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무혁은 그리 말하고 곧장 눈을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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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름도 모른다?”
“예. 알려진 것이 하나도 없는 루키라서 정보 자체가 존재하질 않습니다.”
수하의 보고에 푹신한 소파에 앉은 남자가 쯧- 하고 혀를 찼다.
“홍영준 그 새끼는 뭘 하는 놈이야? 지부장이나 되는 놈이 지부 관리도 제대로 안 하고. 그래놓고 이미 튀어버린 놈들을 잡아야 한다고 수배령이나 내려달라고 하고… 한심한 놈.”
남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수하에게 물었다.
“박혁수는 잡았대?”
“놓쳤다고 합니다.”
도통 좋은 보고를 들을 수가 없자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박혁수 같은 잡놈도 하나 못 잡다니… 김은우도 배에 기름이 낀 모양이군. 김은우에게 전해. 한 달 안으로 박혁수를 잡지 못하면 계약서에 명시한 것처럼 잔금은 고사하고 계약금의 세 배를 토해 낼 준비하라고.”
“알겠습니다.”
“얼굴도 몰라, 이름도 몰라… 이건 뭐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힘들겠어.”
“그래도 홍영준 지부장의 말처럼 송정민에 대한 수배령을 긴급으로 내렸으니 조만간 잡히지 않겠습니까?”
“그건 모르는 일이지. 송정민이 나 여깄소- 하고 쏘다닐 신세도 아니고. 어디든 짱 박혀 있으면 찾을 수 없긴 마찬가지지.”
조금이라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수하로서는 남자의 냉철한 판단에 이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제부터 송정민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 모조리 다 캐봐.”
“과거 행적 말입니까?”
“이건 뭔가가 분명 있어. 그렇지 않고서야 박혁수 같은 놈이 앵벌이용으로 잡으려고 했던 별 볼 일 없는 인간이 길드와 가문에서 대놓고 키우고 있는 루키들을 모조리 잡아먹고 마을 식민까지 됐을 리가 없잖아?”
남자의 말에 수하 역시 그건 수상하다는 듯, 아니 이건 노골적으로 의심해달라 광고를 하는 것과 같았기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식 계열 스킬을 얻은 것 아니겠습니까?”
“가능성이 높지.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상황을 이해시킬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루키가 식 계열 스킬을 얻는다? 그럴 수야 있겠지만, 가능성이 너무 희박해. 그러니까 송정민 쪽을 캐봐야 해. 분명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
이건 확신에 가까운 직감이었다.
더욱이 송정민이 누구인가?
자그마치 전체 랭킹 93위에 이름을 올렸던 대단한 존재였다.
거대 길드와 가문들조차 괜한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논외로 취급하던 괴물이 바로 송정민이다.
그런 송정민이 거대 길드와 가문조차 모르는 헬-라시온의 비밀을 하나, 둘 정도 알고 있다고 이상할 것 하나 없었다.
오히려, 철저하게 단독으로 움직였던 송정민이었기에 그 비밀이 더 많고, 클 수도 있었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다 알아봐.”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수하는 그러겠다며 충직하게 고개를 숙였다.
“괴물이 키운 괴물 루키라 이건가? 이 소식을 쿠에토와 이서준이 알면 어떤 표정일지 궁금하군.”
흑룡 길드 서열 7위, 고민석의 눈이 뱀처럼 번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