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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87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3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8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87화

피 무지개 숲 (12)

 

전투 개미, 정식 명칭은 워 엔트(War Ant).

흔하게 전투 개미라고 불리는 이놈들은 헬-라시온에서도 가장 위험한 미개척지 중 한 곳인 ‘울부짖는 대지’에서만 서식하고 있는 놈들이다.

등급은 6등급 최상위로 분류가 되지만, 최소 천 단위에서부터 많게는 만 단위까지 어마어마한 무리를 이루고 있었기에 실질적으로 등급 부적격 판정을 받고 있는 몬스터 중 하나였다.

가장 대표적인 군집 몬스터 중 하나로 사실상 최소 3등급이라 불리는 울부짖는 대지에서 서식하는 만큼 전투 개미 또한 3등급 몬스터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전투 개미들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수천, 혹은 만 단위의 무리를 진두지휘하는 3등급의 여왕 전투 개미와 4등급의 장군 전투 개미, 그리고 그 밑으로도 줄줄이 한 단계 등급이 아래로 책정되어 있는 각종 전투 개미들이 함께 서식하기 때문이다.

현재 피 무지개 숲에 6등급 이상의 전투 개미가 등장할 일은 없겠지만, 일반 전투 개미들의 등장만으로도 그 위험도는 충분히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었다.

“혀, 형님!”

방구름은 다급하게 무혁을 바라봤다.

지금도 계속해서 전투 개미가 숲 곳곳으로 비처럼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 말인 즉, 개체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뜻인데 그 수가 얼마나 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방구름으로서는 전투 개미가 집단을 이루기 전에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무혁 역시 숲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상찮은 변화에 길게 생각할 것 없이 전투 개미를 향해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슈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며 묵광의 선이 전투 개미를 향해 날아갔다.

간단하게 본다면 검기, 조금 더 깊게 파고든다면 제대로 된 검기보다는 한 단계 아래인 묵광의 선은 지금까지 무혁의 앞에 서 있었던 몬스터들 중 그 누구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퍼억!

“…어쭈?”

묵광의 선을 방패로 막아내 버린 전투 개미의 모습에 무혁의 입이 가볍게 비틀렸다.

끼릭- 하는 소리와 함께 전투 개미가 고개를 모로 비틀며 새카만 눈동자로 무혁을 똑바로 응시했다.

“비켜!”

뾰족한 음성과 함께 이글이글 타오르는 파이어 볼이 레이나의 손끝에서 던져졌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전투 개미가 뒤로 밀려났다.

“…마, 막았어?”

레이나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방패를 들어 올리고 있는 전투 개미를 바라봤다.

검고 둥그런 방패 하나에 의존해서 파이어 볼을 막아낸 전투 개미는 땅에 깊게 패인 자국과 반쯤 부서진 방패를 바라보며 고개를 모로 비틀었다.

끼릭!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보였지만, 어쨌든 파괴력 하나만큼은 손색이 없는 레이나의 파이어 볼을 막아낸 전투 개미의 모습에 일행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버렸다.

‘저게 6등급이라고?’

무혁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어처구니없어했고, 다른 일행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 저런 게 다 있어?”

루이스가 보기 드물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오를리아 역시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손에 쥔 검을 움켜쥐길 반복했는데, 어느새 땀에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6등급 최상위, 그리고 기압의 영향으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일행들이 긴장하는 것도 당연했다.

의외라면 두 번이나 공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투 개미는 움직이지 않았다.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목표를 지닌 것처럼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새카만 눈동자로 무혁 일행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모습이 꽤나 섬뜩할 정도였다.

“쟤 왜 저러고 있는 거냐?”

무혁의 물음에 방구름은 자신이 어떻게 알겠냐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가 이내 머리 위쪽에서 쉬지 않고 들려오는 공기를 가르며 나는 파공음으로 인해 그 이유를 유추해낼 수 있었다.

“서, 설마… 동료를 기다리는 건 아니겠죠?”

불안감에 떠는 방구름의 말에 무혁은 슬쩍- 시선을 하늘로, 그리고 숲 전체로 돌렸다.

확실히 무지개를 뚫고 전투 개미가 쉬지 않고 숲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숲이 워낙 넓다보니 그 위치가 모두 제각각처럼 보였지만, 확실히 일정 구역 내에서 반복적으로 전투 개미가 떨어져 내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더욱더 확실하게 알려주듯 쿠웅! 하며 또 다른 전투 개미 한 마리가 무혁의 눈앞에 떨어져 내렸으며, 그제야 가만히 서 있던 녀석도 끼릭- 하는 괴상한 소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혀, 형님! 빨리요! 빨리 잡아야 해요! 개체 수가 늘어날수록 무서운 놈들이라고요!”

다급하게 무혁을 찾는 방구름의 모습에 루이스와 레이나, 오를리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무혁이 보여주었던 실력은 현재 레이나의 파이어 볼마저 막아낸 전투 개미를 상대로 뭔가를 기대할 만큼 대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워- 구름! 지금은 저런 이상한 놈들과 싸울 때가 아니야. 당장 토성으로 도망가야 할 때라고!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빨리 알려야만 해!”

“루이스 말이 맞아! 인정하기 싫지만 저 이상한 놈은 우리만으로 두 마리를 상대하기가 어려워! 빨리 숲을 벗어나자!”

두 사람의 말에도 방구름은 시선조차 돌리지 않고 무혁만을 간절하게 바라봤다.

‘저 눈치 없는 자식.’

불안함과 공포심에 사로잡힌 방구름의 경솔한 행동에 무혁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어느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투지를 뿜어내는 두 마리의 전투 개미를 바라봤다.

송정민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몬스터였지만, 그 강함은 충분히 느껴졌다.

‘이런 식이라 이거지?’

어쩐지 너무 쉽다 싶었다.

숲에 분포되어 있는 해머 거인을 비롯한 몬스터들 정도로는 딱히 위협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투 개미의 등장은 확실히 난도를 껑충- 올려놓았다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대비조차 할 수 없었다.

만약, 토성에 처박혀서 내일 있을 몬스터들의 공격을 기다리기만 했다면?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겠지.’

충분히 방심하고 있던 인간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이는 셈이다.

숲으로 사냥가는 것을 막았던 이들과 실랑이를 해가면서까지 숲에 들어온 것은 잘한 일이었다.

이제 문제는 눈앞의 전투 개미를 상대로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느냐, 마느냐였다.

아니, 이미 제대로 된 실력을 까보여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두 마리의 전투 개미는 무혁 일행을 곱게 보내주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쓰러트려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쓰러트리냐다.

무혁은 여기서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적당하게, 아슬아슬하게 전투 개미를 쓰러트리는 건 일이 더 꼬일 뿐이다.

압도적으로 전투 개미를 짓밟아야 루이스 등이 허튼소리를 해대며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협박이라도 해야지.’

마음을 정한 무혁은 루이스 등을 바라봤다.

“지금부터 보고 듣는 건 모두 비밀이다. 그러니까… 상황 파악 잘해.”

무슨 소리냐는 듯 루이스 등이 얼굴을 찌푸리며 무혁을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혁은 전투 개미를 향해 걸어갔다.

“위, 위험해!”

“도망가야 한다니까!”

루이스와 레이나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는 사이, 오를리아는 손에 쥔 검을 꾹- 움켜쥐며 언제라도 무혁을 돕기 위해 달려들 준비를 했다.

하지만, 오를리아의 손에서 힘이 빠지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투 개미를 향해 걸어간 무혁은 곧장 오른쪽으로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카앙- 하는 소리와 함께 전투 개미 역시 검을 휘둘러 무혁의 공격을 막아냈다.

“칼 좀 휘두를 줄 아나 본데?”

무혁의 말에 끼릭- 하며 전투 개미가 대꾸했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볼까? 내가 아는 놈이 너와 같은 등급인데 칼 하나는 진짜 잘 썼거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혁의 검이 빠른 속도로 전투 개미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캉! 캉! 캉! 캉캉!

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무혁의 검은 빨랐다.

더해서 간결했으며, 전투 개미의 상체가 휘청휘청- 거릴 정도의 위력까지 담고 있었다.

“오랜만에 그놈들 생각나고 좋네.”

무혁은 자신의 검술 스승이었던 모래 해골 기사들을 떠올리며 마음껏 검을 휘둘렀다.

같은 등급이라지만 모래 해골 기사와 전투 개미의 수준은 분명 차이가 났다.

누구보다 무혁은 그걸 잘 알 수 있었다.

힘, 스피드, 외피의 단단함으로 인한 내구력까지 전투 개미는 확실히 모래 해골 기사보다 우월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결코 전투 개미가 모래 해골 기사를 따라갈 수 없었다.

검.

검을 휘두르는 능력 하나만큼은 모래 해골 기사가 전투 개미를 압살하고도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 개미가 모래 해골 기사보다 더 강한 이유는 간단하게 무혁이 압도적인 피지컬로 모래 해골 기사의 검술을 짓눌렀던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너도 많이 배워야겠다.”

히죽- 웃으며 무혁은 모래성에서의 수련이 결코 헛된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무혁은 알지 못했지만 헬-라시온에서 ‘검’을 논했을 때, 모래 해골 기사보다 더 뛰어나다 부를 수 있는 몬스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무혁이 모래성에서 얻은 검술은 절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콰작! 콰작!

무혁의 검이 점점 더 속도를 높여가자 전투 개미의 신체 일부가 부서지며 파괴됐다.

딱딱한 갑옷과도 같은 신체였지만, 파멸 스킬이 덧씌워진 블랙 본 장검 앞에서는 단단함을 조금도 뽐내지 못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마리의 전투 개미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피해를 입자, 다른 한 마리의 전투 개미가 끼릭- 하는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일격에 무혁을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듯 검을 높게 치켜 든 전투 개미였지만, 한쪽 손에 든 방패를 단단하게 세운 모습은 공격과 방어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위험해!”

“피, 피해!”

루이스와 레이나가 소리를 내질렀고, 오를리아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튀어나가야 하나를 고민하는 찰나, 무혁의 몸이 빙글- 돌더니 눈동자가 새파랗게 번뜩였다.

‘반격!’

반격 스킬은 전적으로 타이밍 싸움이다.

방어를 위해 방패를 세웠다 하더라도 타이밍만 정확하게 꿰뚫는다면 위력은 두말할 필요 없을 정도로 확실했다.

콰자자자자작!

상반신을 가리고 있던 방패와 한쪽 팔이 폭발하듯 터져 나가는 전투 개미의 모습에 루이스 등이 입을 쩍- 벌리며 경악했다.

“마, 말도 안 돼…….”

파이어 볼조차 막아냈던 전투 개미였기에 레이나의 충격은 더욱 컸다.

그사이 무혁은 연속으로 검을 휘둘러 전투 개미를 깔끔하게 쓰러트렸고, 남은 한 마리조차 깔끔하게 숨을 거둬갔다.

‘여기서 쐐기를 박아야 하는데…….’

루이스 등이 헛소리를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그때, 무혁의 가죽 주머니 하나가 별안간 제멋대로 움직이더니 이윽고 입구가 확- 열렸다.

강제 사냥을 오며 크기가 줄어들었던 통통이가 제멋대로 튀어나와서는 그대로 두 마리의 전투 개미 상반신을 꿀꺽- 집어 삼켜버렸다.

“저, 저건 또 뭐야!”

소스라치게 놀라는 루이스보다도 그 동안 존재조차 잊을 정도로 잠잠했던 통통이가 전투 개미의 상반신을 집어삼켰다는 사실에 무혁은 그 의미를 깨닫고는 입가에 참을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맛있게 전투 개미의 상반신을 집어삼킨 통통이가 곧바로 툭툭툭툭- 무지개 구슬 2개와 마정 찌꺼기 2개를 뱉어냈다.

무혁은 재빨리 마정 찌꺼기부터 집어 들고 감정을 했다.

 

|6등급 마정 찌꺼기|

· 6등급 마정 찌꺼기로 불완전하다.

· 고유 능력 중 단 하나의 정밀 수치를 영구적으로 상승시킨다.

· 등급 차이에 따라 상승 수치가 달라진다.

· 불완전한 마정 찌꺼기를 완전한 하나의 마정으로 완성시켜야만 한다.

· 완전한 마정이 되기 위해선 10개의 불완전한 마정 찌꺼기가 필요하다.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6등급 마정 찌꺼기였다.

무혁은 그것을 공간 주머니에 넣어두고는 루이스 등을 바라봤다.

경악과 불신으로 가득 찬 루이스, 레이나, 오를리아의 모습에 무혁은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이내 픽- 웃고 말았다.

말은 무슨.

여기가 그렇게 설렁설렁한 곳이었던가?

“아까 말했다시피 상황 파악 잘 해. 난 그렇게 착한 놈이 아니거든.”

은은한 광채를 뿌려대는 블랙 본 장검을 가볍게 흔드는 무혁의 모습은 흡사… 목숨을 위협하는 악당과도 같았다.

“휴우…….”

그 모습에 방구름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텐데- 하는 방구름의 푸념을 한 귀로 흘리며 무혁은 자신의 컨셉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듯 블랙 본 장검을 휘둘러 거대한 나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베어버리곤 최대한 잔인하게 미소를 지었다.

“…딸꾹!”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무혁의 모습에 레이나는 저도 모르게 딸꾹질을 했고, 루이스와 오를리아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자신이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 무혁은 뒷일을 방구름에게 맡기며 그들을 토성으로 돌려보냈다.

루이스 등의 입단속을 시키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이 따로 생겼기 때문이다.

무혁은 공간 주머니에서 6등급 마정 찌꺼기 3개를 꺼내 들었다.

앞으로 남은 건 7개.

숲 곳곳에 떨어져 내린 전투 개미의 수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백 마리는 족히 될 것만 같았다.

“어쩌면 단위 자체가 다를지도.”

중요한 건, 전투 개미의 수만큼 6등급 마정 찌꺼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어졌다는 사실이다.

무혁은 손에 쥔 6등급 마정 찌꺼기들을 움켜쥐었다.

오늘이면 드디어 제법 오랜 시간 풀리지 않았던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6등급 마정 찌꺼기가 완전한 마정이 되면 모든 고유 능력이 5등급에 오른 자신에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 또 그 범위가 어느 정도일지 무혁으로서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통통아, 가볼까?”

무혁의 물음에 통통이가 발랄하게 튀어 올랐다.

“너도 기대되지? 마음껏 포식하게 해줄게.”

입가에 미소를 그려내며 무혁은 전투 개미가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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