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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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6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67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17)
“도대체 하루 만에 얼마나 빨리 움직인 거야?”
방구름은 모래성 3층에 도착하고도 아무도 발견할 수가 없자 허탈한 심정이 되어 엑시 스톤 바로 곁에 주저앉고 말았다.
무혁이 맞는지, 아닌지만 확인하려고 다시 모래성에 들어왔는데 희미한 형체조차 발견할 수가 없으니 방구름으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이를 악물고 모래성 3층까지 최대한 빠르게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쫓아갈 수 없는 상대의 이동 속도에 방구름도 더 이상은 못 따라가겠다는 듯 반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형님이든, 아니든 상당히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인 건 분명한데…….”
방구름은 오늘은 이만 쉬었다가 내일 다시 움직이기로 마음먹고는 공간 주머니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꺼내서 먹기 시작했다.
“크으- 시원하다!”
시원한 콜라 한 모금에 방구름은 피로와 더위가 싹-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공간 주머니는 그 무엇이든 넣기 직전의 상태 그대로 보관이 된다. 즉, 김이 풀풀 나는 음식이든, 차갑게 냉동이 된 음식이든 상태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살아 있는 생명체는 공간 주머니에서 살아갈 수 없었기에 생물을 넣어서는 곤란했다.
콰르르르르르르르르!
햄버거를 우걱우걱- 씹어 먹으며 콜라를 마시던 방구름은 갑작스런 굉음에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서 몸을 웅크렸다.
“뭐, 뭐야?”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방구름이 주변을 살펴봤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허공에 떠 있는 둥그런 구체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움막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래 해골병들의 모습에 방구름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 나가야 돼!”
무혁에 대한 걱정이 살짝- 들었지만, 그보다 자신이 먼저라 여긴 방구름은 지체할 것 없이 엑시 스톤에 손을 올렸다.
곧바로 방구름의 몸이 모래성 밖으로 이동되었다.
콰르르르릉! 콰르르르릉! 콰르르르릉!
모래성 밖으로 나온 방구름은 연신 시끄러운 굉음을 뱉어내며 모래성 자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허억!”
뒤로 물러나던 방구름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 커졌다.
모래성이 무너지기 전에 빠져나온 무혁은 통통이가 곁에 있음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통통아, 저쪽으로 벗어……!”
“혀, 형님?”
통통이와 함께 무너지려는 모래성과 최대한 멀어지려고 했던 무혁은 갑작스런 음성에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누구?”
무혁이 한번에 알아보지 못하자 방구름이 재빨리 대답했다.
“무혁 형님 맞으시죠? 6개월 전에 형님께서 앙할마케로부터 목숨을 구해주셨던 방구름입니다!”
“아…….”
그제야 무혁은 방구름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어째서 그가 이 자리에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경계심부터 생겨났다.
“형님께서 이곳에 있다는 말을 듣고 형님을 찾아뵙기 위해서 두 달 전에 모래성에 들어갔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내부에서 이상한 징조가 보여 지금 빠져나온 것입니다. 그보다도 형님! 위험하니 이쪽으로 오십시오!”
방구름의 말이 아니더라도 무혁 역시 모래성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보였기에 서둘러 통통이와 함께 움직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방구름에 대한 경계심이 완전히 풀어진 것은 아니었기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로 주변을 훑어봐야만 했다.
“형님,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보다시피 멀쩡해. 그런데 왜 날 찾아온 거지?”
무혁의 물음에 방구름이 주저하며 서둘러 말을 꺼내지 못했다.
모래성으로 들어섰을 때만 하더라도 무혁에게 모든 진실을 고해바치고 그에게 용서를 구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그 시간이 2달이나 흘러버렸고,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무혁과 마주하니 순간적으로 덜컥- 겁이 난 것이다.
‘말해야 해! 겁이 난다고 해도 형님께 사실을 말하고 용서를 받아야 해!’
방구름이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형님, 죄송합니다. 사실은 제가 형님께…….”
말을 하던 방구름은 이내 또 다른 불청객들의 등장으로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아 X발! X 될 뻔했네!”
“대장, 우리 아직 살아있는 거 맞수? 이대로 생매장당하는 줄 알고 X나 쫄았수! 염병!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우? 왜 멀쩡하던 곳이 무너져 내린단 말이우?”
“나도 몰라! 이 새끼야! 좀 주둥이는 닥치고……!”
박혁수와 정태가 빠져나오기가 무섭게 모래성이 무너져 내렸다.
엄청난 양의 모래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흡사 모래 폭풍이라도 휘몰아친 것처럼 한 치 앞을 볼 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다.
한참이나 모래가 휘몰아치다가 서서히 가라앉자 여기저기서 콜록콜록- 거리는 기침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러한 기침 소리에 너도나도 깜짝- 놀라서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눈이 마주쳤다.
“…누구?”
박혁수가 경계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무혁이 허- 하며 헛웃음을 흘렸다.
“나 몰라? 마우티 부락 애송이잖아.”
“마우티 부락 애송이?”
박혁수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무혁을 이리저리 뜯어봤다.
모래성에서 반년을 지내느라 무혁의 몰골이 워낙 초라하게 변했기에 긴가민가했지만, 스스로 마우티 부락 애송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알아볼 사람은 단 한 명 밖에 없었기에 박혁수로서도 더 이상 정체를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무혁 역시 예기치 못한 박혁수와의 만남에 상당히 놀랐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우리가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 이런 곳에서 다 만나고. 그치?”
자신의 말투를 고스란히 따라하며 진하게 웃는 무혁의 모습에 박혁수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무언가를 생각해내고는 낄낄- 웃었다.
“애송아, 이미 네 후배들 들어왔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이제는 내가 직접 널 찢어 죽일 수 있다는 말이야. 어때? 이제 상황 파악이 돼? 자, 다시 정리해준다. 넌 지금 날 만난 걸 죽도록 후회하게 될 거야. 왜냐면 이제부터 내가 널 잡아서 가죽을 벗겨가면서 물어봐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거든! 그게 뭘까? 애송아?”
뱀처럼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징그럽게 웃는 박혁수의 모습에도 무혁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저런 놈에게 소모품 따위로 쓰이다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욱더 화가 치솟았다.
그러나 벌써부터 화를 내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무혁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퐁- 하는 맑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지포라이터에서 불이 솟았고 치이이이- 하며 담배가 타올랐다.
“후우우우우-!”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무혁이 박혁수를 바라봤다.
저 새끼 봐라- 하는 표정으로 귀엽다는 듯, 같잖다는 듯 자신을 얕잡아 보고 있는 박혁수의 모습이 무혁에게는 우습게만 보였다.
정확한 건 붙어봐야 알겠지만, 까짓것 무혁에게는 비장의 한 수가 있다.
한순간에 자신의 능력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스킬이 있는 이상 여기서 박혁수 따위에게 질 거란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문제는 어떻게 박혁수를 짓밟아야 묵은 체증이 내려가느냐였다.
“하나만 묻자.”
무혁의 말에 박혁수가 큭큭- 거리며 낮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소원인데 들어줘야지. 그치?”
박혁수의 말에 무혁은 깊게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뱉어내며 물었다.
“너 같은 쓰레기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이 있냐?”
“뭐?”
무혁의 도발이 수위를 넘었다 여겼는지 낄낄- 웃던 박혁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혁의 말이 이어졌다.
“너 같은 쓰레기도 인간이라고 정을 준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지도 모르잖아. 딱히 그래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네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있으면 지금 말해. 네 유품 정도는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애송이 너 이 새끼, 송정민하고 어울리더니 간덩이만 커졌구나. 아무래도 넌 팔다리부터 잘라놓고 다시 대화를 해야겠다.”
박혁수가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재빨리 곁에 있던 정태가 먼저 움직였다.
“대장이 저런 애송이 하나 때문에 나선다는 게 말이 되겠수? 내가 잘 타일러서 대장 앞에 꿇어 앉혀 놓겠수.”
“그럼 그럴까?”
박혁수가 피식- 웃으며 징그럽게 웃자, 정태 역시 같은 웃음을 지었다.
무혁은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도 여전히 담배만 느긋하게 피웠다.
얼떨결에 묘한 상황에 끼어버린 방구름만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상황 파악을 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박혁수와 정태는 방구름이 아스펠 마을로 돌아갈 수 없게끔 만들었던 이들이라는 사실이다.
만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최소 모래성 4층까지 내려갔을 정도로 두 사람의 실력이 보통이 아님은 증명이 되었기에 방구름으로서는 당연히 혼자서 두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무혁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무혁 형님을 애송이라 부르는 저 사람들은 또 뭐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괜찮은 걸까? 나라도 도와야 하나?’
방구름이 그런 걱정을 하는 동안 정태가 껄렁껄렁- 한 걸음으로 무혁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너 나 기억하지?”
그렇지 않아도 무혁은 정태가 나서는 순간부터 진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대장, 이 새끼 완전 어리바리한 게 대충 굴려먹기에는 딱이지 않수?’
‘이 새꺄, 목소리 좀 낮춰라. 어리바리한 새끼가 다 듣고 있잖아.’
‘듣는다고 지가 뭘 어쩌겠수? 여기서 우리를 까고 달아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수?’
‘넌 임마 그 주둥이가 문제야. 저 새끼 봐라 벌써 잔뜩 겁먹어서 눈깔 굴리잖냐.’
‘걱정 마시우. 내가 또 애들 달래는 건 전문 아니겠수.’
‘야야, 살살 해라. 이빨 나가면 보기 흉하니까.’
‘어이- 강아지. 그렇게 눈깔 굴릴 것 없어. 이제부터 내가 널 달래볼 생각인데 내가 좀 거친 편이라서 말이야. 우리 대장이 하는 말 들었지? 어금니 꽉 물어라. 이빨 나가면 보기 흉하다잖냐!’
입안이 엉망진창이 되도록 자신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던 정태의 기억이 무혁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신수가 아주 훤해졌을 줄 알았는데, 딱히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
모래성에서 반년을 지냈으니 무혁의 겉모습이 좋을 리가 없다.
산발한 머리카락과 얼굴을 거의 뒤덮고 있는 수염, 거지꼴이나 다름없는 차림새까지.
비교를 하자면 도망 다니는 자신들과 별반 다를 것 없다 여기는 정태였다.
“대장한테 네 소식은 종종 들었는데, 내가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아냐? 그때 대장 말 듣고 한번은 널 만나서 진하게 훈육을 시켰으면 네가 그렇게 날라버리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 덕분에 나랑 대장이 얼마나 개고생을 하고 다녔는지 모르지?”
무방비 상태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정태의 모습에 무혁은 이 사이로 바람이 빠지듯 웃음이 나왔다.
“푸흐흐흐흐…….”
“이 새끼 봐라? 웃어?”
고작 이런 놈들이다.
고작 이 정도 수준 밖에 되지 않는 양아치 같은 놈들 때문에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날아갈 뻔했고, 이런 놈들이 무서워서 벌벌- 떨었던 것이다.
“…엿같네.”
무혁은 자신의 흑역사라 불릴만한 과거에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창피해졌다.
동시에 그만큼 화가 치솟았다.
“이 새끼가 얼마나 처맞아야 정신을… 앗!”
코앞까지 다가온 정태가 살벌하게 말을 하다가 무혁이 퉤- 하고 불붙은 담배꽁초를 내뱉자, 본능적으로 눈을 감으며 움찔거렸다.
그사이 무혁의 발이 빠르게 움직여 정태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콰작!
“아아악!”
단순한 발차기가 아니었다.
무혁의 발끝에서 둥그렇게 뭉쳐졌던 블랙 본 덩어리가 정태의 정강이뼈를 짓뭉개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워낙 찰나에 벌어진 상황이라 박혁수와 방구름은 그저 정강이가 세게 걷어차인 것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비명을 지르며 정태가 주저앉으려고 하자 재빨리 무혁이 그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어금니 꽉 물어라. 이빨 나가면 보기 흉하다고 누가 말하더라고. 그치?”
무혁은 그렇게 말을 하며 박혁수를 바라봤다.
씨익.
박혁수를 향해 웃음을 지어보인 후, 무혁은 정태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쫘- 악!